" 스물 두살이요? 너무하네 정말. "
" 염라대왕 또 지옥불내시기전에 얼른 거둬와. "
이미 풀릴데로 풀린 한복모양새하며 껄렁껄렁하게 벽에 기대어 서있는 꼴 하며 누가봐도 저승사자 코스프레 하는 사람 처럼 보이는 준회였다. 세월이 변한 이 시점에서 누가 한복을 입으며 영혼을 거둬가냐며 아무리 바락바락 대들어도 [한복! 취향~저격~] 이라며 노래를 불러대는 자신의 보스의 말에 따라 억지로 입고있는 유니폼 같은 옷이였다.
오늘 데려가야할 사람들의 명단을 휘리릭 넘기다가 준회는 명단을 진환에게 툭 던지며 따졌다. ㅡ비록 준회가 후배이긴하지만 준회는 아무렴 상관이없었다.ㅡ
한창 좋을 나이인 스물 두살. 준회도 죽고 나서 저승사자 된 것이 딱 스물 두살 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가 죽은 때에 또래애들을 거둬가는것에 대해 항상 불만이 많았다. 진환은 빨리 할 일이나 하라며 꾸중아닌 꾸중을 주고는 자신의 할 일을 하러 사라졌다. 준회는 에라이 시팔! 하며 명단을 바닥에다 내려쳤지만 결국 다시 주워 툭툭 털어 스물 두살의 아이가 있는 곳으로 행해야했다.
언제와도 기분나쁜 병원이라고 느낀 준회는 여전히 똥이라도 씹은 얼굴로 터덜터덜 걸었다. [에이씨, 폼 안나게 고무신이 뭐야! 고무신이!] 준회는 속으로 중얼중얼 거리며 고무신을 질질 끌었다. 어차피 사람 눈에 보이지 않을 걸 알기에 준회는 자기가 기분이 나쁘다며 사람들 사이로 통과해다녔다. 사람들은 이유없이 오싹해지는 기분에 한동안 오돌오돌 떨어야했지만.
502호실앞에 선 준회가 문을 통과해 당사자를 찾으려고 고개를 두리번 거리자 병실을 혼자 독차지하고있는 한 소녀가 보였다. 정말 금방이라도 죽을 것 처럼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여자애였다.
" 나를 원망말아라. 너의 생이 여기까진걸 어쩌겠냐. "
준회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 비해 평온한 표정에 넋을 놓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여자애를 깨우려는 순간 여자애가 번쩍 눈을 떴다. [오 시발. 놀래라.] 준회에 말에 여자애는 뜬 눈을 준회로 옮겼다.
" 누구…세요? "
" 어, 어. 나는…. "
" 아 벌써…. 오늘 밤은 넘기고싶었는데 결국 가네요. "
가네요. 라며 별 말 아니라는 듯 싱긋 웃는 여자애의 모습을 보니 준회는 괜히 주춤거렸다. 내가 누군지 알겠냐며 준회의 멍청한 물음에 여자애는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다. [여러번 다녀가셨는걸요.] 여러번? 여자애의 말에 준회는 자기 말고도 여기를 여러번 왔던 저승사자가 있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저승사자님. 정말 염치 없는거 아는데 제발 시간을 좀 더 주시면 안될까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
" 안돼. 너 떠나야하는게 벌써 5분이나 지체됐어. 일어나라 가게. "
" 제발. 제발이요! "
" 절대, 안돼. "
여자애가 절대 가지 않을꺼라며 이불을 꽁꽁 둘러 쌓는 모습에 준회는 골치아프네 하고 머리를 누르다 결국 여자애를 들쳐매고 성큼성큼 걸었다. [내려놔 이 변태야!] 라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여자애를 무시하고는 병실문을 통과하려는 순간 여자애는 통과하지못하고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준회만 병실로 빠져나왔다.
" 어? 뭐야. 쟤 왜 영혼화가 안되는거야. "
다시 병실로 들어가자 여자애는 부딪힌 머리가 아프다며 머리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준회를 있는 힘껏 째려본다. [저승사자한테 겁도 없이.] 준회는 속으로 생각했지만 뭐 이런 당돌함이 싫지는 않았다. 아니 기분나쁘지 않았다.
" 야 너 적당히해라. 한이 많으면 영혼화도 힘들게 되다가 악귀된다 너. "
" 그니까! 시간 좀 달라니까요! "
" 이 자식이 진짜 "
때리려는 제스쳐를 취하자 꺅! 하며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는 여자애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 그래. 일주일만 준다. 더이상은 안돼. 그리고 나는 너 옆에서 계속 감시할거야. "
" 정,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여자애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감사합니다를 말하며 준회에게 꾸벅 90도로 인사했다. 에이씨 귀찮게 됐네. 준회는 내일 보자는 말을 남기고 저승으로 돌아갔다.
" 미쳤지? 구준회? "
" 네. 니요? "
" 이새끼가 장난하는 줄 아나. "
" 아니요? "
" 하. 너 염라대왕님이 알면 어떡하려고 일부터 저질러? "
그러게 말입니다. 라고 태연히 말하는 구준회의 정강이를 깐 선배 김진환이 씩씩거렸다. 나 까지 혼나면 넌 진짜 뒤지는거야. 진환은 발걸음을 돌려 갔지만 준회는 멍하니 아픈 정강이를 감싸고 앉아 생각하기에 바빴다. 그 때 매일 옷으로 지적받는 구준회보다 더 한 동기가 지나가고있었다. 이름이 김…, 김지원이랬나. 이승계에 프로그램에서 방영되는 쇼미더머니인가 뭔가. 그걸 보고는 한복에다가 금박지를 붙이질 않나 싹둑싹둑 잘라서 반팔로 만들고 바지는 매일 궁댕이에다가 걸치고 다닌다고 들었다. 근데 진짜 실제로 보니가 가관이네 저새끼 낄낄.
" 구준회! "
" 안녕 "
" 이야 너가 그 유명한 구준회구나? "
" 내가 유명했나. 오히려 너가 좀 더? "
" 그런가? 아 맞아. 요즘 이상한 차사들 생겼다. 조심해라 밥그릇 안뺏기게. "
" 차사? "
" 염라대왕 심부름 하는 놈들 말야. 점점 우리 하는 일까지 노리고 있다고 하더라고. "
" 딱히 알빠아니라서 걱정은 안되는데. "
"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젊은 여성들의 기를 빨아 먹으면 환생할 수 있다는 개떡같은 미신을 믿나보더라고. 웃기지않냐 저승사람들이 미신을 믿는게. "
" 뭐? "
" 그니까 네 명단에 있는 젊은 여자들 잘 데리고가. 중간에서 채가면 우리만 까이는 거니까. "
이젠 저승에도 미친놈들이 많구나. 라고 생각한 준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도 빠릿빠릿하기로 유명하고 위에 사람들한테까지도 거침없는 독설과 행동때문에 준회실세 라는 별명까지 붙여진 준회는 염라대왕에 이쁨을 받고있는 저승사자다. 이번에 여자애의 수명을 억지로 늘려주고 있는 일도 그냥 웃으면서 넘어갈 일은 아니란걸 알고있지만 그냥 도와주고싶었다. 뭐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일주일만 달라고 하는건지.
" 야 똥꼬집. 안일어나? "
이년 팔자좋은거 봐라. 준회가 침까지 흘리며 자고 있는 여자애를 보며 쯔쯔 혀를 굴렸다. 준회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여자애가 허둥지둥 일어나더니 안녕히 주무셨냐고 물어본다. [저승사자는 잠을 안잔다 똥꼬집아.] 라고 핀잔을 주고는 여자애의 침대에 걸터 앉아 물었다. 일주일 동안 무얼 할 생각이냐고.
" 할 거는 되게 많은데 어제 밤새서 리스트를 작성했어요! 봐보실래요? '
뭐 세계 일주 이런거 썼겠지. 하고 종이를 받아든 순간 준회는 한번도 입꼬리를 올린적이없던 무뚝뚝한 표정을 풀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 연애하기? 이게 일주일안에 될거 같냐? "
" 할거에요! 할거란말이에요! "
" 그래그래. 사귄다고 치자 너 일주일 뒤에 너 죽은 모습 본 남자친구는 무슨 기분일까? 어? "
" 그건…. 그냥 말안하고 사라져줄꺼에요. 그래서 괜찮아요. "
" 전혀 괜찮지않을거같지만 어쨋든 여기 있는 목록중에 제일 웃기다. "
" 뭘 또 웃어요! 진짜! "
준회의 등을 퍽퍽 치던 여자애는 한숨을 폭쉬었다. 좋아하던 남자애라고 고백하고싶다고. 고등학교 때부터 병실에만 쭉 누워있던 터라 제대로 학창시절도 못 겪어 보고 대학생활 추억도 없어서 만들고 가고싶다고 말하는 기죽은 여자애를 보자 준회는 그까이꺼. 하면되지. 라며 여자애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어줬다. 처음 명단만 봤을때에는 부잣집 딸로 부족함없이 자랐을 거라고 생각했던 준회였지만 지금 보니 보통 여자들보다도 더 부족함 있게 자랐을거라 생각되었다. 원래 저승으로 데려가야하는걸 억지로 수명을 늘리고 있는거기때문에 주위에 악귀가 많이 꼬일거라고 생각되어 하루종일 옆에 있으면서 주변 환경을 좀 판단해야겠다 싶었다. 또 지원이 얘기해준 안좋은 소문도 맘에 걸리기도하고. 또 나 말고 여러번 다녀갔다던 저승사자가 누군지도 궁금하고 준회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차에 여자애가 준회를 보고 방긋 웃었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 저승사자님 잘 부탁드립니다! "
여자애의 말에 준회는 오냐. 똥꼬집. 하며 여자애의 손을 잡고는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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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포카글을 쓰다가 문득 옛날에 독방에서 썻던 조각글을 보고 써보는 준회저승사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잘어울려서ㅠㅠㅠㅠㅠㅠㅠㅠ준회한테 미안할 정도네욬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여러주제가지고 글을쓰는건 재밌는거 같아요! 히히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