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콜라와 검은 포카리스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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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학교를 가니 책상 위에 장미꽃다발이 놓여있었다. 반 주위를 둘러보니 반장이 아까 어떤 남학생이 놓고 갔다고 하더라. 뭐야 이렇게 귀여운 짓 한사람.
주위애들은 김한빈일거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장이 워낙 사람한테 관심없고 공부만 하는 친구여서 걔가 김한빈인지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오늘이 로즈데이라서 주고 간것 아니냐며 애들이 부러워하는데 괜시리 마음이 두근거렸다. 항상 김한빈을 피하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고맙다고해야겠다.
" 우와 누가 준거야 이거? "
진환의 물음에 한빈이가 준것같다고 말할까말까 고민했다. 한빈이랑 잘 되가는것처럼 말하기가 싫어 우물쭈물 거리려다가 고마운건 고마운거니까. 라고 생각하고 말했다.
" 아침에 학교 오니까 있었어. 반 애들이 한빈이가 준 거 같데. "
" 와, 김한빈 진짜 신경 안쓰는척 하면서 다 챙긴다니까? 역시 부끄럼쟁이야. "
진환이가 싱긋 웃으면서 말하며 내 앞자리인 자기 자리에 앉았다. 한빈이한테 먼저 카톡해서 고맙다고 해봐. 분명히 자기가 안했다고 발뺌할걸.
가방을 정리하면서 진환의 말에 그럼 카톡해볼까 싶어 핸드폰을 켰다. 고맙다고 카톡을 보내자마자 바로 읽은 한빈이가 자기가 안했다고 역시나 발뺌했다.
어쨋든 나는 고맙다고 덕분에 장미도 다 받아본다고 말했더니 답이 없다. 뭐지.
1교시가 끝나고 쉬는시간이 되자 한빈이가 자기가 왔다는걸 소문이라도 내듯 큰 소리로 앞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내 앞으로 휘적휘적 오더니 장미 뭐야. 란다.
그래서 사물함으로 가서 장미꽃다발을 가져와 보여주자 한빈의 표정을 읽을수가 없었다. 항상 표정에 바로 드러나는 편이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화가 난 것 아니고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뭐지?
" 한빈아…. 어…. 꽃 고마워. 오늘 네가 안 줬으면 솔로인 나는 로즈데인지도 몰랐을거야. "
" …. 그래. 어쨋든 좋아하니까 다행이다. "
" 빈아 왔어? "
진환이가 책상에서 엎드려 자다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한빈이는 그만 좀 자라며 진환의 머리를 아프지않게 꿀밤을 때리고는 나를 보고 말했다. 오늘 진환이 일있어서 다른데 가니까 이따가 나랑 같이 갈거면 반에서 기다리고 있어. 아…. 설마 단 둘이 하교해야 되는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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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진환이는 야자가 끝나기도 전에 사라졌고 야자가 끝난 지금은 한빈이가 가방을 빨리 챙기라는 듯이 나를 노려보며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왜 저렇게 쳐다보는거야. 괜히 긴장되게. 나는 가방을 다 챙기고 사물함으로 가 아침에 받은 꽃다발을 챙겼다. 아. 꽃을 선물받는건 기분 좋은거구나.
한빈이는 내가 짐을 다 챙기자 아무 말없이 교실을 나섰고 나도 따라 나서야하나 우물쭈물하고 있자 내 손목을 잡아채며 성큼성큼 걷는다. 어느새 내 손을 꼭 붙잡고 앞만 보고 걷는 한빈이였다.
둘은 아무 말없이 계속 걷기만 했다. 저번에 진환이랑 헤어졌던 골목에 도착해서야 한빈이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조심히 들어가고.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 나한테 먼저 해주고. 이 말을 내뱉고 한빈이는 휘적휘적 걸어가버렸다. 워낙 다정하지 않은 성격이란 걸 알아서 지금 이 행동들이 기분이 나쁜건 아니였다. 오히려 장미꽃을 보고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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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조심히 잘 들어갔어? "
" 응응. 진환이 너도 일 보기로 한거 잘 해결된거야? "
" 그런거 같아. "
진환이는 오늘도 역시 꽃미소를 지어주며 나에게 말을 걸어줬다. 진환이네 아버지와 한빈이네 아버지는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 회사의 각각 회장님이라고 하셨다. 회장님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듣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던 내게 김한빈이 별로 대단하지도 않다며 비웃었던게 생각났다. 그사세다. 그들이 사는 세상 얘기. 아마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가서 이들은 아버지의 일을 물려 받겠지? 새삼 진환이를 좋아하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을거 같아서.
" 아, 내일 혹시 약속 잡은거 있어? "
" 약속? 아니. 왜…? "
" 잘 됐다. 내가 빈이한테 비밀로 선물 해줘야 할 일이 생겼는데. 내일 같이 가서 골라 줄 수 있어? 내가 보는 눈이 영 없어서. "
진환의 말에 순간 멍때렸다. 어째 내 머리는 데이트하자라고 필터링 되서 들리는건지 모르겠지만 진환이랑 주말에 단둘이 쇼핑이라니. 하나님…. 맙소사.
" 좀 그런가? 미안미안. 한빈이 무서워했지. 그런 애 선물 골라주는거 나라도 기분 이상하겠다. 무리한 부탁해서 미안해. "
" 아…아니야! 갈게! 꼭 갈게! "
한동안 대답이 없는 내가 거절의 의미를 보이는 줄 알고 진환이가 선수쳐서 약속을 취소하려던걸 급하게 막았다. 너무 주책이였나…. 콩닥콩닥 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진환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누군가 내 눈에 손을 떡하니 올려 눈을 가려버린다.
" 뭐…. 뭐야. "
" 뭐긴 뭐야. 김한빈이지. "
" 아…. "
한빈이가 손을 치우고 나를 바라본다. 기분이 안 좋은 표정이다. 한빈이는 표정을 금방 숨기고는 둘이 어디 가기로했어? 라고 물어본다. 대답을 하지않고 진환이를 쳐다보자 진환이가 이따가 매점 가는거 말한거야. 라고 여유있게 웃어보였다. 한빈이는 진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나를 쳐다봤다. 나도 맞다고 고개를 끄덕거리자 한빈이는 고개를 숙여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얼굴이 너무 가까워 숨을 참고있는데 얼굴을 지나쳐 진환이에게 들리지 않게 내 귀에 속삭였다.
" 아까처럼 그 좆같은 표정으로 또 김진환 쳐다보기만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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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 좆같은 표정은 뭐지. 그 남…남자 거시기 그, 그거같은 표정이라는 건가. 하아. 그때만 생각하면 또 심장이 뛴다. 좋아서 뛰는 그런거 말고. 무서워서 뛰는…. 심장쫄려.
하필 꿈을 꿔도 어제 있었던 일을 꾸다니. 한빈이가 계속 좆같은 표정이라며 얘기했던게 맴돈다. 그래! 오늘 진환이랑 자칭 데이트하는 날이니까 기분 좋게 시작하자.
약속시간에 맞춰 진환이가 말한 장소로 나오니 진환이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안온건가. 두리번 거리자 누군가 뒤에서 콕콕 찌르길래 뒤돌아보니 진환이가 환하게 웃고있었다. 아 어머니…. 심쿵사입니다. 저는 심쿵사요.
" 와. 사복 입으니까 더 귀엽다. 빈이가 보면 좋을텐데. "
진환이의 말에 얼굴이 주체도 못하고 빨갛게 올라왔다. 진환이가 갈까? 하고 손을 내밀었다. 무슨 뜻이지? 하고 쳐다보니 진환이가 내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 나 오늘 데이트라고 생각하고 나왔어. "
" 응…? "
" 걱정마. 널 꼬시려고 하는 대사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데이트라고 생각했어. 빈이한테는 비밀! "
아…. 어머니 그냥 단순히 친구끼리 하는 데이트라도 정말 오늘 제 제삿날인가봐요. 심쿵사로.
진환의 손을 잡고 돌아다니며 남자 의류 매장을 구경했다. 진환이에게 옷을 대보며 한빈이에게 어울릴까 안어울릴까를 생각하고 있는데 진환이가 목마르지 않냐며 음료수 마시고 구경하자며 편의점에 들어갔다. 뭐 마실래? 라고 물어보는 진환이를 보다가 포카리스웨트를 가르켰다.
" 진환아. 너는 포카리스웨트같아. "
" 응? 음료수같다고? "
" 아, 아니 음료수 같다는게 아니라 그, 그 이미지가…. "
" 포카리스웨트라…. 그럼 빈이는? "
한빈이는 행동을 예측할 수 없고 좀 무섭기도하고 해서 음…. 그래 이게 딱 어울린다.
" 콜라! 콜라같아. "
" 그럼 나는 콜라 마시고. 포카리스웨트는 너가 마시면 되겠다. "
진환이가 계산해주고 나와 음료수를 마시고 좀 더 돌아다녔다. 배가 허기질 때 쯤 한빈이한테 어울릴 만한 옷을 진환이는 계산해 포장해왔다. 귀중한 주말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며 진환이는 밥을 사준다고 해서 뭘 먹을지 식당을 고르고 있는데 진환이는 전화를 받더니 급하게 가야 할 일이 있다며 다음에 밥을 사줘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 아 어떡해. 진짜 미안해서. "
발을 동동 구르는 진환에게 괜찮다고 말하자 진환이는 계속 오는 전화를 받지않고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말했다.
" 전화 계속 오는거 보면 정말 급한 일인거 같은데. 얼른 가봐야 되지않을까? 나 진짜 괜찮아 진환아. "
" 집에도 데려다 주려고 했는데. 진짜 미안해. 나 진짜 갈게. 이따가 연락할게. 오늘 정말 고마웠어. "
" 응응, 나도 오늘 재밌었어. 조심히 가. "
진환이는 허겁지겁 도로에 지나다니는 택시를 잡고 사라졌다. 오늘 그래도 재밌었는데 뭘. 두번 다시 없을 진환이와의 데이트. 이 정도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내가 생각해도 아이돌 덕질하는 팬마냥 생각하는 내 태도가 웃겨 혼자 큭큭거렸다. 집에 가자.
이어폰을 귀에 꽂고 내적으로 흥얼거리며 집에 가는데 집앞에 익숙한 사람이 쭈구려 앉아 있는게 보였다. 어디서 봤던 사람이더라.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은 느껴지는데 아는척을 안하는거 보면 아는사람이 아닌가.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려는데 내 손을 덥석 잡는 바람에 소리를 빽! 하고 질러버렸다.
" 아…. 아. 누, 누구세요. 저 돈 없어요. "
" 뭐야. 나 잊은거야? "
" 네…? "
무서움에 눈물이 찔끔나오는 바람에 눈물을 닦고 바라보니 나를 보고 씨익 웃는 모습이 보인다. 누구더…. 아. 젠장. 옷 스타일하고 머리색이 익숙치 않아서 못 알아봤다. 손을 뿌리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오랜 친구를 무시할거냐며 뒤에서 내 허리를 잡고 안 놓는 녀석때문에 끙끙거리며 집에 들어가려고 발악해야했다.
" 야 너 진짜! 너무 한거아냐? "
" 누구세요. 모르는 분인거 같은데 하하하. "
" 어색하게 웃지말고! 나 한국 왔는데 안 반겨줘? "
너무하다며 강아지표정을 짓고 있는 얘는 소꿉친구인 송윤형인데 거머리 같은 성격이 특징이라 나를 아주 거머리마냥 붙어다녔었다. 극혐. 모르는척 하는게 상책이다.
" 하아…. 너 미국에 있어야 하는거아냐? "
" 응! 근데…. "
" 뭐. 너 설마? "
" 가출했어. "
국제적 가출이다. 시불놈아. 아주 잘났어. 갈때가 없다며 찡찡거리는 윤형이를 결국 집에 들였고 나와는 반대로 애교많은 윤형이를 좋아하는 우리 엄마는 윤형이를 보자마자 반겨주셨다. 윤형이 엄마한테 나중에 전화 해주겠다며 윤형이를 잘 달래서 내 방에서 재우란다. 예? 그러면 저는 어디서 자요.
" 그럼 나는! 엄마! "
" 어릴때는 너네 둘 샤워도 같이했어. 새삼스럽게 뭘. 같이 자! "
아니 지금은…. 나이가…. 아 현기증. 머리를 짚으며 윤형이를 째려보자 미안하긴 한지 허허 거리며 내 눈치를 살핀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불청객이라니. 결국 나와 윤형이는 내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웠다. 그래도 소꿉친구여서 그런지 오랜만에 본 윤형이가 어색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다. 보고싶었다며 나를 꽉 껴안고 잠든 윤형이를 잠시 명치를 때려 떨어트릴까하다가 오랜만에 보는거라 봐준다고 생각하고 나도 스르륵 잠에 빠졌다.
굳이 학교 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우기는 바람에 윤형이와 같이 등교길이다. 교복무리 사이에 튀는 사복과 머리색깔. 여자애들은 힐끔힐끔 우리쪽을 쳐다봤다. 아 쪽팔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예쁜 애가 있나 없나 두리번 거리는 윤형이가 얄미워 발을 실수로 밟는척하며 밟았다.
" 악! 야 너 내 발 밟았잖아. "
" 어이구. 아팠겠다. 미안해. "
" 이게 진짜! "
옥신각신하며 등교하다보니 어느새 교문에 도착해 윤형이보고 빨리 꺼지라 했더니 양팔을 벌린다. 뭐야. 어쩌라고.
" 와 너무하다. 옛날에는 맨날 등교할때마다 안아줬으면서. "
아 또 쪽팔린 기억을 얘기한다. 어렸을때부터 우리 집은 외출과 돌아왔을 때 해야하는 필수 사항이 있었는데 꼬옥 안아주면서 사랑해. 라고 말해야했었다. 엄마랑 아버지랑 이혼하고 나서 꼭 행해졌던 일이였다. 내가 외로워 할까봐 걱정 되신 엄마가 생각해낸 아이디어인데 지금은 서로 징그럽다며 안하는걸 지금 송윤형이 해달라고 찡찡거리는거다. 윤형이가 미국 가기 전까지는 나는 거의 습관처럼 아무렇지 않게 가족처럼 윤형이에게도 했었던 행동이였다. 근데 지금 다 커서 해달라니. 미쳐가지고 저게.
" 미쳤니? 이렇게 사람 많은데. "
" 아아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 "
" 으악! 알았어! 듣기 싫어 죽겠네. 이리로 와. "
윤형이가 헤실헤실 웃으며 나를 꽉 안았다. 그리고 서로 사랑해. 라고 말하고 떨어지려는데 윤형이가 더 세게 안아주며 안 놔준다. 뭐하냐며 밀어내는데 윤형이가 그리웠다며 정말로 친구하나 없는 타지에서 내가 너무 보고싶었다며 말하는데 마음이 짠해져 밀어내던 손을 윤형이 등으로 옮겨 토닥거렸다.
" 역시. 이 포옹을 받으면 기운이 나는거 같아. 조심히 가. 이따가 끝나면 연락해. 데리러 올게! "
윤형이는 손을 휙휙 흔들며 사라졌다. 어휴 어제부터 정신없네 정말.
그래도 기운 차린 모습에 뿌듯해져 웃으며 뒤돌자 내 표정과 정 반대인 한빈이가 나를 보고 삐딱하게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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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제가 보고싶어서 찌는 글이 되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받는 여주는 쓸때마다 기분이 좋은것 같아요.
제목이 투명한 콜라와 검은 포카리스웨트인데 그건 차츰 밝혀지겠죠?
하이컷을 드디어 샀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기분이 매우조탸....☆★
댓글 달아주시고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댓글 하나하나가 힘이 되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다음화에서 뵈요~~~~~~~~~~(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