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들의 거리
부제: 끝 그리고 시작
(오늘 분량이 좀 많습니다..!)
내 앞에서 악귀는 신이나서 내 피를 마셔댔다. 끼히히히 넌 이제 끝이야 난 더 강해질거고 넌 진실을 알 수 없게 되겠지 어리석게 옆에 있는 애를 믿지 못해서 명을 재촉...!...... '끝난건 내가 아니라 너야. 지훈이가 우리 엄마를 죽이지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 너의 더러운 속삭임에 속아서 지훈이를 잠깐 의심했지만, 지훈이는 그럴애가 아니라는 걸 알았거든..'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강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몸이 타들어갈거같은지 죽을거 같은지 궁금하지않아? 나는 너랑 다르니까 친절하게 알려줄게. 그 피에 내가 너에게 아주 치명적일만큼의 빛을 섞어서 넣었거든, 너 하나쯤은 금방 죽일수있을정도로,' 너..!너! 방금전까지도 박지훈을 의심했잖아. 다급하게 내게 진실을 알려달라고 갈구했잖아!! 그런데 니가 어떻게!! '널 속이기 위해서였어. 우리 엄마를 아프게한 널 죽이기위해서 그리고 니 뒤에 숨은 진짜 우리 엄마를 죽인 범인을 불러내기위해서.'
피를 마시고 목을 움켜잡으며 괴로워하는 악귀를 지켜보며, 죽은 엄마의 모습을 계속 떠올렸다. 몸에서 차츰 구멍이나며 타들어가던 악귀의 뒤로, 이해선씨가 등장했다.
"오빠, 그때 이해선씨 집에서 봤던 부적 말이에요. 그 부적으로 부적주인도 찾을 수 있어요?"
"찾을 수는 있는데, 찾기가 많이 어렵지. 더군다나 그 부적모양은 처음본거라서 더 어려울것같고....왜? 그 모양때문에 신경쓰여?"
"...아니에요...그럼 혹시 부적은 아니라도 악귀를 조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악귀뒤에 숨은 사람을 불러낼 수 있어요?"
"음.....악귀를 조정한다는 사람을 직접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할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악귀를 조정하는 주인을 불러내기 위해서는 그 악귀에게 죽기직전의 위험을 가하면 된다고 하셨어. 그 죽기직전이라는게 어느정도인지, 정말 소환이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말씀이 맞다면 그렇게하면 뒤에 숨어있던 이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어."
"드디어 나왔네요, 우리 엄마를 죽이고 세상을 망하게 할 범인이."
"용케도 알았네, 멍청한줄만 알았더니, 내가 너무 힌트를 많이 줬나."
"이해선씨가 보여준 문양이 제게 큰 도움이 되긴했죠. 절 너무 만만하게 본 이해선씨의 멍청함때문에 오늘 죽게 되겠네요."
"겨우, 날 불러내놓고 너무 자신만만한데, 난 니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한데 말이야."
고꾸러지는 악귀의 뒤로 입에서 피를 토하며 이해선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계속해서 피를 토하면서도 여유로운 표정은 잃지않았다. 손을 들어서 피를 대충 닦아낸 이해선씨는 타들어가고 있는 악귀를 보더니 '시발, 이 일도 제대로 처리못해서 내가 피를 보게해?'라고 앙칼지게 말을 하더니 그대로 악귀를 입으로 집어 삼켰다. 아니, 어떻게..악귀를 사람이 먹을 수가 있는거지....
'많이 놀랐나봐, 그치만 내가 평범한 인간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텐데, 물론 너도 그렇고. 그런데 내가 니네 엄마를 죽인건 어떻게 안거야? 이 악귀놈 뒤에 내가 있다는 것도.' 이해선씨는 내게 가까이 다가오며 말을 하였다. '처음부터 당신이 수상했으니까요..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알수 없어서 답답했는데, 지훈이가 답을 알려줬어요.', '하....혹시라도 박지훈이 방해가 될거 같아서 일부러 둘 사이를 떨어뜨려놓으려 했는데, 더 붙어먹었네..?', '왜 그런거에요!! 왜 우리 엄마를 죽인거에요?!! 왜, 왜 그랬어요? 우리 엄마가 당신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요?!!'
'너무 시끄럽네,' 이해선씨의 소리를 치는 내 목소리에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손을 들어서 내게 검붉은빛을 쏘았다. '윽...', '아직은 널 공격하고 싶지않았는데, 그러니까 조용히했어야지, 내가 시끄러운걸 싫어해서.' 어깨에 구멍이라도 뚫린듯 거센고통이 느껴지며 피가 팔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아가, 모든 사람들이 죄가 있어서 죽는게 아니야.' 주저앉은 나와 시선을 맞춘 이해선씨가 내 턱을 잡으며 말을 하였다.
'아, 니 엄마는 아예 죄가 없는건 아니지, 널 낳았으니까. 넌 처음부터 위협이 느껴지는 애였어. 너무 깨끗했거든. 그래서 니네 엄마를 죽였어. 니 엄마를 죽이면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분노로 가득찬 니 얼굴을 볼 수있을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거든. 그런데 넌 내 기대와 달리 엄마를 죽인 범인을 잡겠다고 분노에 미쳐서 날뛰지않았고 여전히 깨끗하더라 짜증나게.
넌 모르겠지만, 우리랑 같은 문양을 가진 사람은 총 7이었어. 그리고 지금 남은 사람은 너랑 나 단 둘뿐이지만. 나머지 5명은 어떻게 된건지 궁금한 표정인데, 말해줄까 말까.. 뭐 오늘은 특별히 알려줄게. 그 5명은 내가 다 죽였어, 정확하게는 먹었다고 해야하나. 그 5명은 너와 달리 조금만 분노를 찔러주자, 금세 눈에 불을 키며 어둠에 물들어 갔고, 내게 먼저 손을 내밀었지. 이 지랄같은 세상 그냥 우리가 다 가지자고하면서. 그렇게 점점 우리가 원하던대로 세상을 차츰 악으로 물들여갔지. 그런데 방해물이 나타난거야.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게 깨끗해서 짜증만 났었는데, 어느순간부터는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지. 그냥 겁쟁이에 불과하다고 생각을 해서 신경을 끄고 살았는데 알고보니 발톱을 숨기고 있던 호랑이새끼였던거지.
니가 빛을 만난것처럼 나도 빛을 만났어. 그런데 난 빛의 바람과 달리 어둠에 물들어갔고, 다른이들도 마찬가지였지. 그래서 빛에게 남은 희망은 너 하나뿐이였을거야. 어둠에 물들지않고 빛을 내는 아이 그게 너였으니까. 정말 욕나오게 짜증났지만, 넌 나랑 같은 문양을 가지고 있음에도 나랑 다르게 밝음과 어울리는 사람이었어. 빛은 종종 나를 찾아와서 말했어 지금이라도 어둠에 잠식되는 것을 멈추라고 넌 처음에는 밝은애였다고. 계속해서 어둠과 가까이 지낸다면 같은 문양을 가진 애에 의해서 죽게 될거라고. 어이없는 소리지. 그때는 문양이 남아있는 애라고는 나랑 너뿐이었는데, 넌 아무것도 할 수있는게 없는 애에 불과했는데 너가 나를 어떻게 죽인다고. 그래서 개소리말라고 당신이 두려워하는대로 세상을 어둠으로 잠식시킬거라고 말을 했어.
그런데 얼마전에 만난 너를 보니까, 빛이 했던 말이 떠오르더라. 박지훈이란 애도 뭔가를 안다는듯이 귀찮게 굴고, 그래서 둘 사이에 불신을 심어줘서 니가 스스로 파멸하기를 원했는데, 안 넘어왔네. 넘어올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의외였어 어쩌면 예상을 했기도 했고."
"어떻게 그런 이유로 우리 엄마를....겨우 그것때문에!!!"
"나한테는 겨우 그게 아니었거든, 많이 짜증이 났었다고.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오늘도 니가 넘어오지않는다면 그냥 널 죽이려고."
웃던 얼굴을 지우며 싸늘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이해선씨는 두 손을 검은색으로 물들이며 나를 향해 아주 진하고 붉은 빛은 꺼내들었다.
'박지훈, 나랑 얘기 좀 해.' 오늘도 나를 피하려는 지훈이의 앞을 가로 막으며 팔을 잡았다. 내 행동에 입술을 꾹 깨물던 지훈이는 이내 머리를 헝클이며 자리에 앉았다. '난 니가 우리 엄마를 죽이지 않았다고 생각해. 아니, 설령 니가 우리엄마를 죽였더라도, 죽이는걸 보고만 있었다고 하더라도 널 싫어하지않을거야.', '김여주...너!', '넌 우리 엄마만큼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난 결국 널 싫어할 수 없어, 미워할수도없고. 그러니까 말해. 나한테 숨기고 있는 사실을.' 내 말에 지훈이는 크게 놀라면서도 쉽게 입을 떼지못했다. 그러나 이미 진영이에게서 지훈이의 얘기를 들은 이상 나도 이번에는 그냥 지훈이의 입이 열릴때까지 기다려줄수만 없었다. 지훈이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지금 꼭 알야했다.
'내가 너희 어머니를 죽였어. 내가 죽인거야. 너희 어머니가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어. 피가 낭자한 바닥에 쓰러져있는것도 악귀가 너희 어머니의 장기를 휘젓고 노는것도 난 다 알고 있었어. 봤으니까 내가 너희 어머니가 죽기전에 다 봤으니까. 그런데 난 다알면서도 아무것도 안했어. 그 꿈이 너무 끔찍해서 그냥 잊으려고만 애썼어. 장기가 밖으로 나온채 죽어있었다는 뉴스를 봤을때도,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나랑 상관이 없다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만 중얼거렸어.
그런데 얼마전에 그 꿈을 또 꿨어, 이미 너희 어머니는 죽었는데 왜 또 같은 꿈을 꾸는지 이해가 안갔어. 그때의 비겁했던 내게 벌을 주는건가하는 싶었지. 그런데 그때 보았던 장면이랑 조금 달랐어. 이번에는 너희 어머니가 누군가에서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여줬지. 사람이 맞는지 싶을정도로 망설이지도 않고 수차례 복부를 찌르더라. 체구도 작은 여자였는데 너희 어머니가 반항을 할 수도 없을만큼 힘도 좋았어. 그렇게 저항한번 못해본 너희 어머니는 바닥으로 그대로 쓰러지셨고, 방을 나오는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어. 그리고 여자에 가려져있던 책상위에 올려진 너와 너희 어머니가 함께 찍은 사진까지도, 그때 알았어. 아, 내가 그때 외면했던 사람이 여주..너네 어머니였구나. 내가 외면했던 사람이 여주어머니였구나....내가 비겁해서 너희 어머니를 죽게 내버려뒀구나.
그래, 그러니까 내가 너희 어머니를 죽인거야. 내가 죽였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로 안된다는거 아는데 그래도 미안해....차마 사실을 알고 너한테 얘기를 할 수가 없었어. 말을 하면 멀어질 여주 너의 모습이 두려워서...절대 날 용서하지마. .......그리고 너희 어머니를 찌른 그 여자가 이해선이였어."
"..!.............."
꿈에서 깨고나서 기도를 했다. 제발 그 아주머니가 여주의 어머니가 아니기를....그러나 책상위에 올려져있던 사진은 앳된 얼굴이었으나 누가봐도 여주였다. 끔찍하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그 일이 여주와 관련이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안했는데....벌은 받는것이었다. 지난날 비겁하게 도망쳤던 나의 행동에 대해서.
여주에게 내가 너희 어머니가 죽는걸 봤었다고, 범인을 봤었다고 얘기를 해야하는데 매일밤 굳은 결심을 하고 잠에 들어도 다음날 여주의 얼굴만 보면 무너져내렸다. 여주에게 범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면, 내가 모른척했던 일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기때문에 입이 쉽게 떨어지지않았다. 미움받을만한 행동을 했으면서도 여주에게 미움받기가 무서워서 사실을 계속 숨겼다. 그리고 그 범인에 대해서 혼자 조용히 알아봤다.
꿈속에서 봤던 범인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전혀 생각도 못한 곳에서 그 여자를 만났다. '혼자 가실 수 있겠어요?', '그럼요. 다니엘씨 덕분에 이제 가위에도 눌리지않고, 저 아주 건강해졌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여자를 택시에 태워서 보내는 다니엘형을 지켜보다가 그 여자를 마주했다. 놀랍게도 그 여자는 다니엘형과 여주의 의뢰인이었다. 운명의 장난일까, 아니면 여자의 장난일까. 그 여자의 얼굴을 본 날 하루종일 여자의 얼굴과 함께 여자가 여주의 어머니를 찌르는 모습에 계속 재생되었다.
"안녕하세요. 다니엘형한테 얘기들었어요. 박지훈이라고 합니다."
"아, 네 그런데 무슨일로..보자고 하셨는지..?"
"가위에 오래 눌리셨다고 하셨는데, 혹시 또 그런일이 생기지않게 제가 지켜드리려구요. 제가 보기보다 촉이 좋아서 많이 도움이 될거에요."
"지금까지도 충분히 감사한데, 이렇게까지."
"에이, 다니엘형이랑 여주가 해선씨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칭찬을 그렇게 했는데, 이정도는 당연히 해야죠."
다니엘형의 폰에서 몰래 이해선의 번호를 알아내서, 연락을 했다. 사람을 죽여놓고도 아무렇지않은 얼굴로 내 앞에 웃음을 띠고 있는 얼굴을 보자 역겨웠지만, 아무렇지않은척 나도 따라 웃어보였다.
'여주씨가 제 칭찬을 했다니 조금 의외네요. 저를 별로 안좋아하는지 알았는데 말이죠.' 내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다 안다는듯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모습에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여주씨가 부끄러움이 많나보네요. 여주씨 어머니도 말이 별로 없으셨는데 말이죠.' 아무렇지않게 여주 어머니를 입에 올리는 이해선에 과연 죽인 사람이 여주 어머니가 다일까하는 생각과 함께 소름이 돋았다. 여유로운 말투, 모든걸 꿰뚫고 있는 듯한 눈빛, 그리고 가끔씩 보여주는 소름끼치는 분위기까지 이해선이 단순히 여주 어머니를 찔러 죽인 범인이 다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더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도 이해선을 자주 만났다. 처음에는 범인이라는 증거를 잡기 위해서 만났는데, 어느순간부터는 이해선에게서 느껴지는 묘한느낌에 대한 정체를 파악하기위해서 만났다. 우리에게 특히, 여주에게 커다란 위험을 안겨줄거같은 이해선에 안만날수가없었다. 도대체 알수없는 이 불안감은 어디서 왜 느껴지는것인지 알아내기전에는 이해선을 계속 만나야했다.
내가 이해선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접근한지 얼마되지않고부터 여주가 나를 묘하게 피해다녔다. 혹시나 여주가 사실을 알아버린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을 안고 여주에게 왜 피하느냐고 물었으나, 여주에게서 피하는게 아니라는 답만 돌아왔다. 그 대답에 안도를 했으나 여주가 사실을 알아버리는 순간 지금보다 더 나를 피해다닐거라는 걸 생각하니, 이제는 내가 먼저 여주를 피하게 되었다.
여주가 내게 자신의 어머니를 내가 죽인거냐고 물었다. 그 말에 머릿속이 멍해졌다. 여주가 다 알아버린것일까 모든게 내 탓이라며 이제 나를 보지않을까. 뒤이어서 걱정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런데 불행중 다행이도 여주는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냥 어렴풋이 알고 있는것같았다. 여주에게 사실대로 말을 해야하는데, 범인이 이해선이라고 악귀가 너희 어머니를 가지고 놀았다고 내가 다 봤다고 말을 해야하는데 입이 떨어지지않았다. 내 말에 충격을 받을 여주가 걱정되어서, 여주의 경멸어린 시선을 받을 용기가 없어서 내가 할 수있는말은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지훈씨는 뭔가 묘한 느낌이 있는것 같아요. 촉이 좋아서 그런가. 뭔가 저를 꿰뚫어보고 있는 느낌? 마치 제가 숨겨둔 비밀까지 알고 있는 느낌이에요.' ,'저야말로...오히려 해선씨한테 그런 느낌을 받는걸요.' 항상 웃으며 농담을 가장하여 날카롭게 찌르는 말을 하는 이해선의 말에 내가 똑같이 대답을 해주자, 이해선은 또다시 재밌다는듯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요? 그런가? 저는 잘 모르겠던데. 음 그럼 한번 맞춰볼까요. 음.....지훈씨 다 알고 있죠? 제가 살인을 한적이 있다는거.', '네?', '그렇게 깜짝 놀라면 어떡해요 그냥 농담이에요. 제가 사람을 어떻게 죽여요. 그렇게 놀라니까 뭔가 서운한데요. 제가 사람을 죽일 사람으로 보였어요?' 눈빛을 바꾸며 자신이 살인을 했다는 걸 알고 있냐고 묻던 이해선은 곧 다시 표정을 바꾸며 농담이라고 얘기를 했다. 하지만 그냥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해선은 지금 날 실험하고 있는거다.
이해선과 있을때면 묘하게 꿈에서 맡았던 여주 어머니를 가지고 놀던 악귀의 냄새가 났다. 실제로 이해선에게서 냄새가 나는 건 아니었지만, 이해선에게서 그 악귀의 악취가 강하게 풍기는듯 했고, 덩달아 내게도 그 냄새가 나는듯했다.
"야, 박지훈 너 바보야, 내가 왜 너를 미워해. 니가 왜 우리 엄마를 죽인건데. 니가 뭘 잘못했다고. 난 그런줄도 모르고....... 의심이나하고 미안해. 내가 미안해."
"내가 모른척했다니까. 김여주 너 바보야?! 내가 죽인거야."
"얼마나 힘들었어...난 한번 봤는데도 정말 죽고 싶을만큼 힘들었는데, 그런 상황들을 매일봤는데 얼마나 힘들었어...니 잘못 아니야.지훈아. 그때 니가 할 수 있는게 없었잖아. 그리고 니가 우리집에 왔었다고 해도 니가 할 수 있는건 없었어. 오히려 너도 죽었을거야. 우리 엄마처럼.........그 여자는 우리엄마를 어떻게든 죽였을테니까.
그때 모른척 해줘서 고마워. 힘든일 다 이겨내고 지금 내 앞에 서있어줘서 고마워...지훈아, 넌 죄책감 느낄필요없어. 그렇게 따지면 우리엄마가 죽은건 다 나때문이지, 넌 아무잘못없어."
"미안해...내가 넌 꼭 지켜줄게....무슨일이 생기면 비겁하게 도망치지않고 너는 꼭 내가 구해줄게."
"지..지훈아!"
"내가 지켜준다고 했잖아."
방어를 할새도없이 내게 공격을 퍼붓는 이해선씨의 행동에 피할 생각도 하지못한채 멍하니 그 행동을 보고만 있었다. 검붉게 피어오르는 빛을 보면서 저 빛을 그대로 맞으면 정말 위험하겠구나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멍청하게 피하지못했다. 그런데 이해선씨가 내게 빛을 쏘는 것과 동시에 지훈이가 내 앞을 막고 대신 그 빛을 다 받아냈다.
몸이 점차 검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으면서도 지훈이는 웃으며 내게 '무사해서 다행이다.'라고 말을 했다. '지훈아, 박지훈 정신 좀 차려봐! 왜 그걸 니가 대신 맞는건데, 왜!!!' 힘없이 축 늘어진 지훈이의 어깨를 붙잡으며 소리를 쳐도 이미 빠른속도로 검은색이 몸에 퍼져버린 지훈이는 정신을 잃고 대답을 하지못하였다.
'에이, 아까워라, 그래도 뭐 저 박지훈이라는 애도 마음에 안들었으니까. 이번에는 확실하게 널 보내줄게 여주야.'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 이해선씨는 다시 손을 들어서 아까보다 더 큰 빛을 만들어냈다. '이거이거 주변에 거치적거리는 애들이 너무 많은데.' 이번에도 내게 던진 빛을 대신 막아낸 다니엘오빠를 보며 이해선씨는 얼굴을 구겼다.
'지훈이는 괜찮을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지금은 저 이상한 여자부터 처리해야지.' 저기서 귀신과 싸우고 있던 이들이 어느새 내 주위를 둥글게 감싼채 이해선씨를 노려봤다.
'오, 꽤나 힘 좀 쓴다 이건가? 그런데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이정도는 나한테는 그저 애들 장난에 지나지않은데.' 검붉은 빛을 쏘아대는 이해선씨는 자신에게 흰 빛을 날리는 오빠들과 애들을 보며 가소롭다는듯 웃어댔다. 무시하는 투로 말하는 것과 달리 계속해서 밝은 빛을 보내는 이들에 이해선씨의 올라가있던 입꼬리는 내려갔으나 뒤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참나,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 했더니 별거없네.' 한 손으로는 제 주변으로 달려드는 악귀들을, 다른 한손으로는 이해선을 향해서 겨누고 있는 우진이는 덧니를 보이면서 말을 했다. 양손으로 총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에 처음이었음에도 우진이는 버거운티를 내지않고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형, 힘든거 다 티나는데요. 그냥 한손으로만 해요. 명중력이 영, 그러다가 저도 맞히겠어요.', '조용히 입을 좀 다물지않을래? 진짜로 대휘 너 얼굴에 맞출것같은데.', '어차피 우리한테는 아무효력도없잖아요. 협박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해야죠.'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부적을 다루는 대휘가 우진이를 힐끗보며 말을 하였다. 그에 우진이가 대휘옆을 아슬하게 빗겨나게가 총을 쏘아대며 대답을 해주었다. 위협적으로 아슬아슬하게 제 옆을 지나치는 총알에 대휘가 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곧 옆에 있던 관린이가 우진이를 향해 웃어보이며 사실을 짚어냈다. 그러자 우진이의 표정은 구겨졌고, 입을 다물었던 대휘는 다시 신이나서 관린이와 함께 우진이를 놀려댔다.
성우오빠는 평소처럼 말을 아낀채 눈빛으로 귀신들을 움츠러들게 만들며 정확하게 악귀들을 처리해나가고 있었다. 다니엘오빠는 성우오빠를 등진채 서서 뒤에서 공격을 하는 악귀들을 봐주면서 우진이와 함께 이해선씨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재환오빠와 진영이는 부적을 꼭 쥔채로 쓰러진 지훈이를 끌어 안고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않도록 몸을 최대한으로 웅크린채로.
모두 자기 자리를 지키며, 제몫을 해내고 있었다. 계속해서 몰려드는 악귀에 끝이 결코 쉽게 나지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지않겠다는듯 물러서지않았다.
나만,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저 가까이 오는 악귀만을 튕겨내는채로 가만히 피가 흐르는 어깨를 부여잡은채로 무릎을 꿇고 있을 뿐이었다. 오빠들을, 애들을 도와서 함께 싸워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깨에서 흐르는 피가 너무 아파서, 우리 엄마를 죽인 이유가 내가 마음에 들지않아서라는 이유가 너무 아파서, 결국 엄마를 죽인게 나때문이라서. 눈 앞에 서있는 이해선씨가 너무 끔찍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들 죽기살기로 싸우는 현장에서, 나만이 두려움과 증오심에 휩싸여 핑계를 대며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이제 내가 놀아주는 건 여기까지.' 입가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말을 하던 이해선씨는 부적을 꺼내들어서 하늘위로 던졌다. 그때 이해선씨의 침대밑에서 보았던 그 부적이었다. 하늘위로 올려진 부적에서 붉은 빛이 새어 나오더니, 그 안에서 수없이 많은 악귀들이 쏟아져나왔다. 이제껏 많은 악귀들을 죽였던게 헛된일이라고 얘기를 하는듯 지금껏 처리한 악귀보다 훨씬더 많은 수가 악귀가 튀어나왔다. 끼하하하 음 맛있는 냄새 드디어 나오는구나. 쟤들을 먹으면 되는거지 음 근데 수가 너무 적은데 많이 먹어도 팔 한짝도 못먹겠어 신이나서 순식간에 달려드는 악귀에 우리는 뒤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음 좋은 냄새 맛은 더 좋겠지 진영이를 향해서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악귀에 진영이가 한 손에 꼭 쥐고 있던 부적은 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얼마지나지않아서 부적은 재가 되어서 사라져버렸고 그와동시에 결계가 풀리면서 악귀는 진영이와 재환이오빠에게로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바로 나머지 이들이 그쪽을 향해서 빛을 쏘며 달려왔지만, 이미 진영이의 정신은 반쯤 나가있었고 재환오빠의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가득했다. 순식간에 대형이 무너지고 흐트러진 우리들에 악귀는 더욱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었고, 끝이 보이던 우리들 앞에 크고 두꺼운 벽이 나타나면서 앞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음, 그래도 너무 순식간에 무너지는거 아닌가. 재미없게. 다니엘 너는 마음에 들었었는데, 피를 흘리고 있으니까 내 마음이 아프네, 지금이라도 내쪽으로 오겠다고 하면 넌 특별히 살려줄게.', '닥쳐', '까칠하긴, 이제 여기 앉아서 너희가 죽는것만 보고 있으면 되는건가. 음, 아쉽네 너네 조금은 재미있었는데 말이야.' 이해선씨는 근처에 있던 바위위에 올라 앉으며 죽어가는 우리를 보는것을 즐거워했다.
'여주야 너무 실망이다. 아까는 그렇게 기세등등하더니 이제는 거기 앉아서 그냥 죽기만 기다리는 거야? 니가 그렇게 있으면 널 위해 대신 죽은 지훈이가 너무 불쌍하잖아. 뭐 어차피 너도 곧 지훈이를 따라가겠지만."
"..."
"여주야 저 여자가 짓껄이는 말 듣지마. 다 헛소리야."
"내가 니 엄마를 죽인게 꽤 충격이었나봐, 아아, 아니면 너때문에 엄마가 죽어서 충격을 받은건가."
"닥쳐. 우리 엄마 더러운 그 입에 올리지마. "
"그래, 이렇게 나와줘야지, 내가 얼마나 니가 그렇게 분노에 차있는 모습을 기다려왔는데. 어때? 막 나를 죽이고 싶지않아? 어서 나를 죽여봐 너라면 할 수있잖아. 니 거지같은 운명때문에 엄마가 죽고, 너 때문에 엄마가 죽고, 나때문에 니 엄마가 죽은건데. 얼마나 억울해."
이해선씨는 자꾸만 나를 도발을 하였고, 나는 그 도발에 흔들렸다.
계속해서 꾹꾹 눌러왔던 분노가 서서히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당장 내 눈앞에서 웃으며 엄마를 입에 올리는 이해선씨를 죽이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이해선씨의 도발에 넘어가는 건 한순간이었다. 어둠이란 감정은 순식간에 내 몸을 지배하며, 분노,역겨움, 억울함으로 가득채워나갔다. 희미하게 빛이 나던 푸른빛은 검붉은 색으로 변하더니 손목의 문양을 덮고 손을 타고 퍼졌다. 그 순간 숨어있던 분노, 살해욕구, 복수라는 터지듯 폭발하였다.
'그래, 그래, 내가 보고싶었던 얼굴이 바로 그 얼굴이라고. 죽이고 싶지않아? 너를 이 거지같은 운명에 넣은 빛이라는 작자랑 니가 비참하게 살도록 만들었던 인간들. 내가 도와줄게 그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내 손을 잡아. 마지막에는 니 엄마를 죽인 나도 죽일 수있게 해줄게.'
내게 손을 내밀며 진득한 미소를 띠우고 있는 이해선씨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꿇고 있던 무릎을 폈다.
"안돼...여주야...위험해...가면 안돼..."
그 순간, 검은색으로 물들어버린 성치않은 몸을 한 재환오빠가 힘들게 손을 뻗어서 내 팔을 잡아챘다. 검붉게 빛나는 내 팔에 아픈듯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놓지않고 내게 위험하다고 가지말라고 말을 하였다.
"여주야, 그때 빛이 그렇게 말했었다며. 어둠에 물들지말고 빛을 잃지말라고."
"응..그랬었지."
"나도 너가 항상 밝게 빛이 났으면 좋겠어, 여주야. 너희 어머니를 죽인 악귀를 다시 본다고 해도, 다른 어떤 일을 마주한다고해도 지금의 너를 잃지않았으면 좋겠어."
"오빠! 그건 말도 안돼! 내가 어떻게 우리 엄마를 죽인 악귀를 다시 보면!"
"여주야 넌 할 수있어. 넌 빛과 더 어울리는 애니까. 틀림없이 그 순간이 오면 빛을 선택하게 될거야."
"난,,못해,,못할거야 안해"
"할 수 있어. 그리고 하게 될거야. 니가 가진 어둠은 오빠가 다 가져갈테니까 여주 넌 밝음만 가져가."
며칠전 오빠와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오빠는 이런일이 생길 줄 미리 알고 있었던 걸까. 내가 어둠과 빛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될거라는 걸. '미안, 오빠....나보단 오빠가 빛이랑 더 어울려, 어둠은 내가 할게.' 오빠의 손을 놓으며 하는 내 말에 오빠는 안된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 눈빛을 외면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초점이 흐릿한 진영이와 눈이 마주쳤다.
"여주...야....괜찮아? 니 옆에 귀신있어..조심해"
반쯤이 정신이 나갔음에도 나를 알아보며 걱정을 하는 진영이에 다리에 힘이 풀릴것 같았다.
"여주야, 넌 가서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냥 보기만해 알았지?"
"안돼, 그럼 누가 악귀는 불러와.?"
"나! 나있잖아."
"아 그건 절대 안돼! 내가 지금 가는 이유가 너 빙의안시킬려고 가는건데, 니가 불러들이면 내가 가는 의미가 없잖아."
"그럼 여주 너가 귀신부를려고, 그게 더 위험해서 안돼. 귀신이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차라리 내가 위험한게 나아. 넌 아무것도 하지마."
"싫어. 내가 다 할거야, 빙의도 내가 할거고 위험한것도 다 내가 할거야, 여주 넌 가만히 있어. 그냥 우리랑 같이 가주는 걸로 충분히 힘이 되니까 아무것도 안해도 돼."
나보다 더 귀신을 무서워하면서, 내게 귀신이 꼬이는걸 보고 있을 수 없다며 자신이 차라리 빙의가 되겠다고 했던 진영이....'바보야, 난 괜찮거든. 제발 너가 조심해...' 다시 정신을 잃은 진영이를 한번 더 쳐다본후 자리를 옮겼다.
"김여주, 너 이상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악귀를 처리하고 있던 우진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불안감과 믿음이라는 감정이 뒤섶여 있는듯 했다.
"우진아, 넌 평생을 증오하던 원수를 만난다면 어떡할거야?"
"재수도 없네, 어떻게 평생을 증오하던 원수를 만나냐. 안 만날수는 없는거야?"
"어? 어떻게 할거야? 진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사람인데, 이제 그 사람을 죽일 수 있을만큼 니가 힘을 가지고 있다면 넌 그 사람을 죽일거야?"
"아니, 안 죽일건데."
"왜? 왜 안죽여? 평생을 증오하던 사람인데, 이제는 힘도 있는데. 왜 안죽여!"
"김여주 아직 애였네. 그래서 만약에 그 원수를 죽인다고 하면 뭐가 남는데?"
"...."
"뭐, 당장은 속이 시원하겠지. 죽이고 싶었던 대상을 죽였으니까. 근데 그것도 잠깐일걸. 그 원수를 죽인 순간부터 나도 똑같은 괴물이 되는거니까. 평생을 그 사람때문에 괴로움에 살았는데, 남은 생마저 그 사람때문에 괴롭게 살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안죽일거야. 보란듯이 더 잘살거야. 니가 아무리 지랄을 해도 난 너보다 행복하고 잘살고 있다하고 보란듯이 보여줄거야. 니가 원하던대로 살고 있지않다고 보여줄거야."
항상 철없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면 나보다 어른스러운 점이 많았지. '우진아 난 아직 애인가봐. 니가 말한것처럼 더 잘 살지는 못하겠다.' 우진이의 눈을 보며 말을 하자, 우진이가 놀란표정을 짓다가 내게 다가오려고 하였으나 달려드는 악귀들에 의해서 막혀버렸다.
"어깨에 피나는 것 좀 봐라, 다치니까 위험한짓 하지말라고 했지. 김여주 니 목숨 내 지분도 있다."
왼쪽에 있던 악귀를 처단하다가 나를 보며 성우오빠가 말을 했다. 성한곳이 한군데도 없는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누가 누굴 걱정하는거야...
"김여주 앞에 있다가 다친다. 너 별 도움도 안되니까 뒤에 가서 있어."
"또 다치고 돌아왔냐, 하여튼 하루하도 안다치면 성에 안차지? 어휴....연고는 발랐냐?"
"너 자꾸 혼자 나서서 위험한 일하는데, 좀 뒤로 물러나있고 빠지기도하고 그래라, 왜 매번 못 나서서 안달이야. 너 앞으로 위험한일 금지야."
악귀에게 목숨을 잃을뻔했을때, 성우오빠가 구해줬었지. 그때 진짜 무서웠었는데 오빠 덕분에 살았었는데. 조금 귀찮아하면서 구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멋있었지. 생명의 은인치고는 첫인상이 꽤나 무섭기는 했지만 말이야.
매번 말은 제일 틱틱대는데, 알고보면 내 걱정도 제일 많이 해줬고. 말만 차갑지 마음은 무지 따듯한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지. 그래도 말도 따뜻하게 해줬으면 더 좋았을텐데.
'저번에 도시락으로 퉁친거 기억안나요? 이제 완전히 내 목숨이거든요. 그리고 오빠 말투 좀 상냥하게 해봐요. 그러다 평생 여자친구 안생겨요!' 내 말에 오빠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위험한 일 하지말라는 말은 못 지킬것같아요. 미안해요.....어, 오빠 옆에!' 그 말을 못지킬것같다는 내 말에 웃고 있던 표정을 지운 성우오빠는 내게 말을 하려다가 옆을 가리키는 내 말에 내게서 고개를 돌렸다. 팔을 다 뒤덮던 검붉은빛이 조금씩 엷어져갔다.
"누나, 나는 누나가 이상한 선택을 하지않을거란 걸 알아요."
이제는 정말 능숙하게 부적을 다루는 대휘가 내게 잠깐 시선을 두며 말을 했다. 단호하게 말을 하는 것과 달리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에 살풋 웃음이 나왔다.
"누나, 우리 주말에 놀이동산가요! 저 어제도 지성이형한테 잔소리들어서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누나가 같이 놀아주면 힘날것같은데"
"누나, 누나, 누나, 여주누나, 헤헤 그냥 불러봤어요 좋아서."
"누나 이거 누나가 좋아하는 케익이에요 얼른 먹어요. 우진이형껀데 누나가 좋아하는 거라서 내가 몰래가져왔어요."
동생이 없던 내게 살갑게 먼저 다가와주었던 대휘. 덕분에 진짜 동생이 생긴것같아서 정말로 좋았어. 어릴때부터 귀여운 동생을 꼭 갖고 싶었었는데. 내 말이라면 무조건 믿어주고 따라주던 대휘라서 그런지 '미안해, 대휘야....' 말을 하기가 더 어려웠다.
"누나가 뭐가 미안해요. 다시 올거잖아요."
내게 눈물을 글썽이며 '누나...'라고 말을 하는 대휘에게 아무말도 하지못하고 있으니, 관린이가 끼여들며 말을 걸었다. 내가 무슨 선택을 하던 다시 돌아올거라는 확신을 가득 담은 눈빛을 하고는.
"누나, 고마워요."
"응? 뭐가 고마워? 나 오늘 관린이 너한테 고맙다는 말 들을 일 한거 없는데.."
"그냥 다 고마워요. 우리 앞에 나타나준것도, 우리 좋아해주는것도, 잘 챙겨주는 것도 다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면 내가 더 고맙지. 나를 밀어내지않고 받아준것도 좋아해주는것도, 관린이 너가 내 동생해준것도."
"그럼 우리 둘 다 고마운거네요. 고마우니까 우리 그럼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는거에요."
"당연하지!"
다시 올거라는 관린이의 말에 전에 관린이와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계속 함께 있기로 했는데 약속 못지킬것같네. 미안해 관린아. 너한테는 정말 고마운데 같이는 못 있을거같다. '관린아, 미안 그때 우리가 한 약속 못 지킬것같다.' 내 말에 관린이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듯 내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불어나는 악귀들에 소리는 묻혀버렸다.
이제 검붉게 빛나던 빛이 많이 사그러들었다. 진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손을 흔들고 있는 이해선씨의 앞까지 얼마 남지않았다.
이해선씨 앞에 도착하기전 가장 앞쪽에서 싸우던 다니엘오빠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오빠는 아무말도 하지않은채 그냥 환하게 웃어주었다.
"여주 너 오빠없을때 위험하다싶으면 우진이나 성우를 방패삼아 숨으라고 했던거 기억나 안나."
"기억나요."
"기억이 나는애가 또 상처를 달고 와?"
"그래도 어떻게 우진이랑 성우오빠 뒤에 숨어있어요. 그럼 우진이랑 오빠가 다치잖아요."
"여주야 넌 그래도 돼. 맨날 나가기만 하면 여주 너만 크게 다쳐서 돌아오니까 오빠가 속상하잖아. 차라리 귀신이 무섭다고 울던때가 더 좋았어"
"아, 오빠 그 얘기는 안하기로 했잖아요. 앞으로 조심할게요"
"그건 당연한거고, 이제부터는 무조건 오빠랑 같이 가. 여주 너 맨날 다쳐서 오고 안되겠어. 옆에서 지켜줘야지."
가족이 없던 내가 가족을 만들어 주었던 것도, 악귀로부터 도망만 다니지않도록 손을 내밀어 준것도, 항상 나 대신 다쳐주었던것도 전부 다니엘오빠였다. 그때 다니엘오빠가 먼저 내게 다가와주지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행복은 느껴보지도 못하고 계속 외로움속에 살았겠지. 한명한명 내게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지만, 내게 처음으로 해준게 많은 다니엘오빠는 더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오빠, 오빠야말로 맨날 상처를 달고 살고. 이제 나말고 오빠몸이나 잘 지켜요. 내가 이번엔 오빠 지켜줄게요.' 웃는 다니엘오빠를 보며 잠시 추억에 젖어 있다가 말을 하였다. 내 말에 오빠는 웃는 얼굴을 지우고는 내게 다가오려 했지만, 이해선씨의 손짓에 오빠의 앞을 막아서는 악귀와 귀신들에 발이 묶여버렸다.
이제 손목의 문양을 따라 엷은 검붉은빛만 흐르고 있었다. 짧게 호흡을 고르며, 이해선씨의 앞에 다가가섰다.
'기다리다가 조는줄 알았다고, 무슨 인사가 그렇게 길어. 저들이랑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고 마음이 바뀐거 아니지?', '그런거 ..아니에요.' 지루하다며 하품을 길게 하던 이해선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다가 갑자기 눈빛을 날카롭게 빛내며 내게 마음이 바뀐게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에 아직 검붉게 빛나는 문양을 보여주자, 안심을한듯 진한 웃음을 보였다. '그래, 한번 시작된 증오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않으니까. 자, 그럼 여기를 정리하고 자리를 옮겨볼까.', '잠깐, 죽인다는 말은 안했잖아요.', '애가 너무 순진하네, 아가 어차피 저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어, 오히려 빨리 죽여주는게 그들에 대한 배려가 될거야.' 이해선씨의 말에 주춤하였으나, 이내 이해선씨가 내민 손을 한번, 악귀들과 싸우고 있는 오빠들와 애들을 한번 바라본 후, 그 손을 잡았다.
"아니!!이런!!나를 속여?!!!!!!!!"
"지금도 당신을 원망하는 마음은 변함없어요. 그래도 전 당신과 같은 괴물이 되고 싶지는 않거든요."
이해선씨의 손을 맞잡은 순간, 희미하게 빛을 내던 검붉은빛은 사그러들고 순식간에 문양을 따라 따뜻한 푸른빛이 내 몸을 타고 흘렀다. 내 푸른빛과 맞다은 이해선씨의 손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고, 고통에 이해선씨는 소리를 질러댔다.
"너! 이러면 너도 무사하지...!!!!"
"알아요. 그래도 이 방법밖엔 없었어요. 빛이 한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어요. 어둠에 물들지 말라면서 내 손을 어둠에 물들이고서라도 소중한 사람을 지키라고하고. 빛을 잃지말라면서 나와 같은 문양을 가진 이를 죽이라고 하고...그런데 이제야 알것같네요."
더 진해진 푸른빛에 여자는 더 발버둥을 쳤지만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내 몸에서 따듯하게 빛나던 푸른빛이 손을 타고 이해선씨의 몸으로 조금씩 전해졌고 더 많은 양의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해선씨의 손을 잡은 내 손도 불에 데인것처럼 뜨거웠고 맞잡고 있는 손은 조금씩 검게 물들어갔다.
'놔, 놓으라고!!' 발버둥치는 이해선씨를 다른 한손도 들어서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빠른속도로 내 몸에 있던 푸른빛이 이해선씨를 덮어갔고, 이해선씨의 몸에서 빛나던 검은빛은 내 몸을 타고 흐르며 나를 검게 물들여갔다.
"어째서!! 어째서 넌!!!! 어둠에 물들지 않는거지!!!!!왜!!!!"
"당신이 끔찍하게 밉지만 전 지켜야되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들이 있는한 어둠에 물들 수가 없어요."
"이해선이라는 사람, 평범하게 살지는 못했더라. 중학생때 집에 강도가 들었는데, 이해선은 눈앞에서 부모님이 죽는 모습을 목격한것도 모자라서 성폭행까지 당했어. 그 충격으로 이해선은 2년동안 정신병원에 있었고, 병원에서 나온후로도 주위에 시선들때문에 제대로 살지는 못했더라. 알잖아. 우리나라에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어떻게 사는지. 어쨌든 그러다가 어두운길로 빠졌던 모양이야. 조직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 거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어서 무슨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선이 H라는 소문이 있어. 뒷골목에서는 꽤나 유명했던 인물이었던 H,킬러말이야. 그리고 그 뒤의 기록은 하나도 없어...,"
"나도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어!!그런데 그것들이 깬거야 악귀에 홀린 강도에게서 내 행복은 빼앗겼어!!!! 그러니 행복한 사람들은 다 죽일거야 죽여버릴거야"
"아무리 힘든일을 당했어도, 죽이고 싶었어도 죽이면 안됐어요. 이해선씨에게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리는 없으니까요. 이해선씨는 이제 피해자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자일뿐이에요. 이해선씨가 그토록 증오한 사람으로 이해선씨 스스로 된거에요."
"꺄아아아악악 아니야 아니야!!난 그들과 달라!!달라!!!!!!!!"
이해선씨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발악을 하다가 푸른빛에 잠식되었다.
타이밍 좋게 폰이 울렸다. 주머니에서 꺼내들어 발신인을 확인을 하면 지성오빠에게 전화가 오고 있었다. 내가 지금 보고 싶어하는 건 어떻게 알고 딱 전화를 했대.. 이제는 까맣게 물들어버려서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수없는 팔을 들어서 봤다. '지성오빠가 보면 잔소리 엄청 하겠네.'
"여주야, 너 그냥 여기 사무실에서 오빠랑 같이 일하면 안돼?"
"아이참, 오빠는 또 그 소리에요"
"걱정되니까 그러지. 무슨 물가에 내놓은 애 같아서. 내가 여주 너가 나가기만하면 일이 손에 안잡힌다니까."
"저 혼자 가는것도 아니고 오빠들도 같이 가는데 맨날 뭐가 그렇게 걱정이에요."
"너니까 걱정이 안될 수가 없다. 여주 너 만약 다쳐서 오면 그때부터는 무조건 여기서 일시킬거야, 알았지 이건 오빠로서하는 명령겸 부탁이야."
그렇게 말해놓고, 다치고와도 또 사건해결하러 보내줬었는데, 이번에도 나를 보면 또 보내줄까? 아니면 진짜 사무실에 꽁꽁 묶어놓을까? 궁금하네.....
다시 울리는 전화벨에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액정에 뜬 이름이 지성오빠가 아니라 성운오빠였다. 아, 진짜 이 오빠들이 오늘따라 왜 이런데, 막 다 알고 있는거 아니야...
"여주 너 오빠일은 언제 도와줄거야?"
"어, 다음에 말하시면 그때는 꼭 도와드릴게요!"
"거짓말 하지마, 그때되면 또 온갖 핑계되면서 안된다고 할거면서."
"들켰다....."
"너 맨날 애들이랑 사건은 잘만 해결하러 다니면서 왜 오빠가 부탁하는 건 안들어줘. 너 오빠랑은 일하기 싫다 이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됐어, 서운하다 서운해....오빠는 자주 보는 사이도 아니다 이거지?"
"아 오빠 그게 아니라 사실은.......그 마형사님이 너무...무섭게 생겨서....."
자신이 도와달라고 하면 계속 우진이만 보낸다고 입을 삐죽거리던 성운오빠에게 나도 정말로 오빠랑 같이 일을 하고 싶은데, 같이 일하는 마형사님이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듣자 오빠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 진짜 내가 이럴줄 알고 말 안하려고 했던건데... '아, 우리 여주 그런거였어?, 아 마형사가 무서웠구나 큽 다음에 여주 너 오면 마형사 다른데 보낼게. 미리 마형사한테 말해놓아야겠다. 여주가 무서워하니까 좀 비켜달라고.', '아 오빠 하지마, 아아,,,,진짜 보낸거 아니지? 보내지마. 나 사실은 하나도 안무서워 마형사님이 얼마나..귀..여우신데!'
맞다, 이번주말에 성운오빠 일 도와주기로 했는데.....마형사님은 진짜 그날 없을까...진짜 무섭기는 한데....주말에 일 못도와줘서 성운오빠 또 삐치겠다.
[여주야, 오빠 오늘도 당직인데 야식 좀 싸다주면 안돼?]
오늘 오빠들 단체로 짠거야? 왜 다들 이러는거야...진짜.......
"오빠, 오늘도 당직이야?"
-응
"피곤하겠다. 오빠한테 일 너무 많이 시키는거 아니야?!"
-여주 너가 혼내줘, 오빠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아.
"밥은 먹었어?"
-그냥 대충 먹었지, 여주 넌 먹었어?
"대충 먹으면 어떡해 잘 챙겨 먹어야지 그러다가 오빠 쓰러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오늘만 대충먹은거야 오늘만...
"거짓말, 오빠 휴게실 지금 비었어?"
-휴게실? 응, 비었을걸? 그건 왜?
"다행이다. 그럼 오빠 지금 바로 휴게실로 내려와."
테이블에 먹을 것을 펼쳐놓고 있는데 내려온 오빠가 보여서 손짓을 하며 '빨리와서 앉아 오빠.' 하고 얘기를 하자, 오빠가 토끼눈을 한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가만히 있었다. '빨리 앉으라니까, 오빠 배고플거아니야' 오빠를 자리에 앉히며 빨리 먹으라고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고 입에 계란말이를 하나 넣어주자,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오는지 입을 오물거렸다. '여긴 어떻게 온거야?', '어떻게 오긴, 오빠 또 당직일것같아서 밥 좀 먹이려고 왔지. 오빠 요즘 너무 말랐길래.' 오빠의 숟가락위에 고기를 얹어주면서 먹으라고 눈빛을 보내자 잘 받아먹는 오빠였다. '맛있어?', '응 엄청 맛있다. 여주 너만 있으면 맨날 당직해도 좋을 것 같아.'
오늘은 못가는데...이제 못가는데.....액정 위로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내며 [미안, 오빠 오늘은 나 못갈것같아...]라고 답장을 보내고는 주머니에 넣었다.
더이상의 악행을 막기위해서,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해서. 너의 손을 어둠에 물들이더라도,너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너의 사람들을 지켜주어야한다.
그래,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모두 지킬거야.
눈을 감고 문양에 힘을 집중하였다. 내 소중한 사람들을 어둠으로부터 지킬 수 있게 해주세요. 나와 이해선씨에게서 빛이 나던 푸른빛은 점점 넓게 퍼져갔다. 이해선씨는 괴로움에 소리를 지르다가 하늘위로 고개를 치켜들었고 입 속에서 아주까만 연기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다들, 모두 건강하게 잘 살아, 잘 살아야해요."
그 말을 끝으로 푸른빛은 넓은 공터를 가득 매웠고, 나와 이해선씨의 몸에서 결렬하게 빛이나는 순간, 난 눈을 감았다.
"또 다치고 왔네, 어째 옛날에는 안그러더니 요새는 상처를 달고 산다 아주."
"헤헤, 친구 닮아가나보죠."
"좋은거 닮는다. 닮아."
지성이는 우진이가 또 다치고 들어올줄 알았던듯 미리 준비해놓은 연고를 꺼내들어 우진이의 이마에 발라주었다.
"형, 이제 내가 형만큼 하는 것 같지않아요?"
"대휘야 그 말할 시간에 뒤에나 한번 더 살펴."
"그래, 저번처럼 뒤에서 공격하는 귀신한테 당해서 질질짜지말고."
"내가 언제! 질질 짠적은 없거든!"
"아, 그럼 그때 내가 본 건 뭐지, 분명 콧물까지 흘렸던거 같은데"
"...둘 다 입 안다물면 나랑 다니엘은 그냥 간다. 니네 둘이서 다 처리하고 올래?"
성우의 말 한마디에 관린이와 대휘는 고개를 열심히 흔들며 다시 귀신을 처리하는데 집중하였다. 그것도 잠깐 다시 둘은 눈빛으로 열심히 싸워댔지만,
"이거 어때요?"
"아니지, 이거 더 낫지."
"둘 다 센스가 없네 센스가. 누가 봐도 이게 제일 낫지!"
"에이, 형 그건 좀 아니다.", "형, 진짜 센스없네요."
이게 더 낫네, 이게 낫네 하고 열심히 토론을 벌이는 지훈이와 진영이 사이로 재환이가 끼어들며, 이게 제일 낫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게 뭐냐면서 구박을 잔뜩하는 지훈이와 진영이었다.
"다들 조용 좀 해, 이번에는 뭐 때문에 그러는데?"
"아 글쎄, 재환이형이 이게 제일 낫다잖아요, 이게 제일 구린데. 진짜 센스꽝이라니까요."
"왜? 그거 괜찮은데"
"역시 민현이형이 보는 눈이 있다니까요."
"진영아 얘도 재환이랑 별다를거 없으니까 그냥 무시하면돼."
재환이가 고른게 제일 좋다며 동의를 하는 민현의 모습에 성운이 고개를 흔들며 민현이를 의자에 앉혔다. '다른애들은 언제 온데?', '일 끝나고 같이 온다고 했으니까 아마 7시 전에는 올거에요.' 성운의 말에 재환이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대답을 했다. '그럼 케익은 이걸로 정할게요.' 오늘은 여주의 생일이었다.
여주가 병실에 누워있는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핏기가 하나도 없어서 죽은 사람처럼 보였지만,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감돌았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맨날 그렇게 웃고 있어, 좋아보이니까 빨리 일어나라고 깨우지도 못하겠잖아. 못간다는 문자나 하나 보내놓고 이렇게 2년이나 잠만자고...'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는 민현의 얼굴이 씁씁하기만 했다.
'내려오라고? 도대체 뭘 샀길래 알았어 지금 바로 내려갈게.' 전화를 끊은 민현이 '여주야, 잠깐만 혼자 있어 금방 갔다올게.' 여주에게 인사를 하고는 병실을 나갔다. 민현이 나가고 조용해진 병실안, 이제는 손목에 있던 문양도 사라져 깨끗해진 여주의 손목에서 푸른빛이 빛났다. 그리고 그 순간 2년동안 아무런 미동도 없던 여주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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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기념 작가의 주저리 |
와..드디어 완결이 났습니다.!!! 결말을 보고 잉?하실수도 있지만, 계획없던 제가 유일하게 계획해두었던 결말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이게 가장 망자들의 거리와 맞는 결말이라고 생각을 해서 바꾸지않았구요. 완전히 열린 결말인거죠. 후에 여주가 깨어날수도 있고, 계속 누워있을 수도 있는....제가 시즌2를 쓴다면 아마 전자가 되겠죠?!ㅎㅎㅎ 여주는 완전히 악에 물들지 않았죠. 계속 이해선씨라고 꼬박꼬박 부르던걸 보면요. 여주는 어둠에 물들지않는 선한 인물로 만들고 싶어서 잠깐의 충동은 있었으나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으로 그려냈어요.. 급하게 마무리한다고 마지막화가 제일 이상하게 되어버렸네요... 망자들의 거리를 쓰게 된 계기는 정말 사소하게 단지, 워너원에 퇴마물을 넣어보고 싶다는 충동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내용전개들도 충동적으로 그때그때 끼워맞춰서 써내려갔죠. 인생이 계획적이지 못한 사람이라서 아마, 계속 함께 해주고 응원해주시는 독자님들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완결은 꿈도 못 꿨을 겁니다. 완전하진 못한 글이지만, 완결까지 무사히 올수있도록 과분한 애정과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 독자님들이 제 활력소가 되었어요. 예쁜 말 한마디에도 일주일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데, 수없이 많은 예쁜 댓글들을 달아주시는 독자님들 덕에 저는 글을 쓰는 매일이 행복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덕에 많은 걸 얻어갑니다. 망자들의 거리를 제가 다시 프롤로그부터 보는데,,,부족한게 정말 많더라구요....그래서 메일링은 시간이 좀 걸릴것같습니다....대신 특별편까지 꽉 채워서 조만간 공지를 띄우겠습니다.!!!! 차기작은 언제부터 연재를 시작할지 모르겠어요. 차기작투표는 받았지만 아직 써놓은 글은 없거든요. 그래서 다른 단편을 먼저 올릴지 바로 차기작을 올릴지 장담은 못드리겠어요. 그냥 글을 쓰다가 술술 잘 써지는 글을 들고 오게 될거같아요 ㅎㅎ 정말 대책도 없는 작가의 부족한 글을 함께 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정말 제가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 |
마지막 암호닉..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암호닉(73)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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