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 - 너에게
경수 글만 쓰다가 오랜만에 민석이 글을 올리네요. 너무 오랜만인가요?
암호닉은 같이 써야할지 따로 써야할지 모르겠네요ㅠ
이 글에서는 암호닉을 신청해주신 적이 없어서 더 고민이 되네요;;;;;
어떤게 더 편할까요?
오랜만이니까 일단 빨리 시작할게요!!
두번째 첫사랑
03
2002년 6월 10일
"어어어어어 골!!!!아....."
이 날은 비가 오는 날이 였음에도 전혀 쳐지지 않는 분위기의 학교였다. 어쩌면 당연한 것 일 수도 있다.
월드컵이라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시너지를 주는 존재였으니까.
수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이유 마저도 월드컵이 였으니, 물론 4일날 치뤘던 폴란드와의 예선전은 불타는 야자시간을 만들어 주었지만.
"뭐야 피나? 아프겠다... 황선홍을 건들다니....."
물론 여학생들은 출중한 선수들의 외모에 자연스레 축구에 관심을 갖고 은근 아이돌 팬덤처럼 파가 나뉘기도 하였다. 물론 나도 그런 여학생들중 한 명이 였고,
"골!!!!! 민석아 봤지? 봤지? 아 감격 눈물날려고 한다... 정환오빠ㅠㅠㅠㅠ"
"헤딩슛 와 진짜 멋지다..."
"세레머니 오빠ㅠㅠㅠㅠ 반지... 나도 저 반지 살래ㅠㅠㅠㅠ"
"야..야...좀....."
"테리우스다 진짜ㅠㅠㅠㅠ"
"그래....월드컵 내내 이럴거야?"
"나도 주체 할 수가 없다...안정환오빠는 진짜..."
우리가 만나서 하는 대화도 남들과 다를 바가 없이 월드컵 이야기였고, 나는 늘 안정환선수를 앓았었다.
그런 나를 보며 너는 항상 그만해라며 월드컵 내내 그럴거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결국은 웃으면서 내 이야길 끝까지 들어주었었다.
"밥먹으러 가자"
"그럼 다음 경기는 몇일이야?"
"정확하겐 모르겠는데 아까 주워들은건 14일이였던거 같은데.."
"그래? 만약에 저녁에 하면 우리 야자째고 시청갈래?"
"야자를 째자.."
"쉿, 안녕하세요~"
"시청가서 응원하자고?"
"응, 다들 가는데 우리도 가서 응원하는거지. 교복 벗고 빨간옷을 입고"
"음...."
"뭘 그리 고민해~ 너 안가면 나만 간다?"
"무슨 여자애가 겁도 없이.. 가자!"
"진짜지? 당일날 내빠기 없다~"
"그래. 그럴 일 없어~"
"재밌겠다~ 오늘 급식은 뭐야?"
"오늘 불고기 나온다던데?"
"불고기? 맛있겠다 ...빨리 가자 나 진짜 배고프다"
"아까 소리를 그렇게 바락바락 지르니까...."
"다들 그랬는데 뭐...."
밥을 주시는 이모분들께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며 많이 받아내는 나를 보며 살찌겠다며 핀잔을 주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면 늘 네것을 나에게 주었었다.
"너 이거 안먹어?"
"응"
"진짜? 이거 완전 맛있는데?"
"그래 너 많이 먹고 살쪄라"
"아 진짜..."
"장난이야 장난~"
"뭐... 버리긴 아까우니까 먹어주지"
"거짓말"
"아 몰라 먹어 빨리 국식겠네"
"그래"
"근데 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다 안먹네..."
"그랬던가?"
"어... 저번에 요구르트도 그랬고 버섯볶음도 또 쿠키같은 것도 또..."
"너랑 입맛이 조금 다른가봐"
"그런가봐 우린 먹을걸로 싸우지는 않겠다"
"그러게 안싸우면 좋은거지"
"메뉴정할때는 좀 힘들긴 하겠네"
"너야말로 국식겠네"
"아아, 식기 전에 먹어야지"
한국 경기가 없던 날들은 수업을 진행하며 꾸벅꾸벅 졸고, 밥먹을 땐 너에게서 맛있는 반찬들을 받고 그렇게 평소대로 지내왔다.
"오늘 알지?"
"응"
"으아 나 야자 처음 째는데..."
"나도"
"안 걸리겠지?"
"워낙 애들이 많이 째서..."
"그러니까... 저녁 먹지말고 바로 나가자 그러면 예체능하는 애들처럼 보여서 덜 들킬거야"
"쓸데없는 것에만 머리굴리지.."
"저녁은 자리잡고 배달시키자 배달"
"그래야지 안그러면 자리 다 뺏겨"
야자를 째기로한 그 날이 되었고 학교에 오자마자 계획들을 짜기 시작했다. 물론 아침 조례시간에 야자를 째지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뜨끔했지만,
우리 둘은 정말 신나게 야자를 째고 월드컵을 보러갈 궁리를 즐겁게 하였다.
"민석아...."
"왜"
"1분뒤에 종친다..."
"진짜 야자 처음 째는거 티내네"
"너도 잖아"
"그...렇지"
"웃기셔"
"종쳤다. 가자!"
종이 울리는 소리에 너는 나의 손을 잡고 냅다 뛰어 교문밖으로 나와 나름 성공했다는 여유로움에 서로를 보곤 웃었다.
"생각보다 너 빠른데?"
"느리진않아"
"근데 너 ... 손 엄청 따뜻하다"
"넌 차가워 .. 무슨 여자애 손이 이렇게 차갑냐"
"마음이 따뜻해서?"
"아..."
"뭐, 뭐 뭐!! 뭘그렇게 보냐"
"저기 화장실에서 옷갈아 입고 보자"
"그래~"
교복은 불편하기도 하고... 응원하면 붉은악마! 빨간 티를 입어 줘야 응원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냐며 붉은 악마 티셔츠를 미리 챙겨와서 갈아입었다.
물론 처음에는 티만 입으려 했지만, 교복치마가 영 불편한 관계로 반바지를 따로 챙겨와서 갈아입었다.
"야...넌..."
"왜?"
"바지가 그게 뭐냐"
"뭐가?"
"너무....하...."
"이상해? 뭐 묻었어?"
"아니 그게아니라..."
"그럼 뭐..."
"짧...그...그러니까"
"아 몰라 빨리 가자"
어버버한 너의 손을 잡아 이끌고 시청을로 갔다. 물론 7시에 도착한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 당황했지만 뭐 어떻냐며 아무대나 자리를 잡고 치킨을 시켜먹었다.
"역시 후라이드야"
"넌 정말 잘먹어"
"칭찬이야? 욕이야?"
"칭찬이지"
"그래? 그렇다고 치자... 몇시에 시작한다고?"
"여덟시 반"
"아직 여유있네"
"응, 천천히 먹어 체하면..."
"치킨은 안체해"
"그건 무슨 논리야..."
"아몰라 김민석 아~ 먹어 먹고 잔소리 그만해"
사이좋게 치킨을 뜯어 먹고 곧 시작되는 경기에 앞에서 이끄는 응원단장의 구호에 맞춰 같이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오~ 필승 코리아~ 오~ 필승 코리..어어어어어어!!!! 아...."
우리 둘 뿐만아니라 그 곳에 있었던 모두가 하나인듯 반응 역시 같았다. 물론 격한 분들은 비속어들을 좀 쓰시긴 했지만,
"어...어....민석아 저거저거 골 넣을거 같다 오....이영표가 패스 골!!!!!"
이영표선수의 크로스에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었고 0대0으로 비기고 있던 점수는 1대0으로 한 점 앞서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서로를 껴안고,
환호소리가 대단했다. 우리도 그들 중 하나였고
"우와아!!! 민석아!!!!!!"
"와!!!!!OO아!!!!"
한참동안 부둥켜 안고 방방 뛰다가 내가 정말 정말 정신줄을 놓았던지
쪽,
"진짜 기쁘다 "
"어?"
당황스러움인지 부끄러움인지 붉게 물든 너의 얼굴은 보지 못하고 그저 부둥켜 안고있었다.
"오늘 진짜 짱이다"
"응..."
"너 어디 아파?"
"어? 아니 집...집가자"
이 날부터 너가 내 주변의 남자들한테 고나리를 치기 시작한거 같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