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Jerry
가죽 쇼파 위 올려진 다리가 공허하게 움직였다. 일명 바보상자라고 불리는 티비에서는 한없이 웃음거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역시, 한가한 날에는 이런걸 봐야 제맛이지, 오징어를 어금니쪽으로 양껏 씹으며 우현이 생각했다. 바닥에 뉘여진 몸에, 쇼파로 올려져있는 앙상한 다리꼴이 딱 백수를 나타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얀색 티셔츠가 고꾸라진 몸 덕에 말려 올라다 뱃가죽이 슬쩍 보인 상태로 우현은 손을 이용해 배를 긁었다. 보나마나 미국 유학 중인 여동생이 와서 본다면 한참을 혀를 찰 장면이었다. 우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봉지 위에 위치한 오징어를 입 안에 구겨 넣듯 집어넣었다. 질겅, 질겅. 씹는 느낌이 좋아 한참을 우물거리다 오징어만 먹기는 배가 안 차는지 발 끝에 걸리는 핸드폰을 발로 슬슬 밀어내어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근처에 떨어진 핸드폰을 왼팔로 주워 잠금을 풀었다. 전화번호부에 들어가니 익숙하게 자리잡은 '♥단골' 이라는 단어가 자리잡았다. 바로 옆에 보이는 통화버튼을 누르니 곧 발신 화면이 뜨였다.
ㅡ " 예, 중화요리 전문점 꼴뚜깁니다. " " 사장님, 저에요! 우현이 "
어, 우현씨 맨날 먹던거?. 익숙하게 전화를 받으며 조리하는 듯 불소리가 건너편에서 들렸다. 우현이 예, 빨리 가져다 주세요. 하고서는 오징어를 집었던 손가락을 쭉쭉 빨며 전화를 끊었다. 아으, 하는 눌린 소리를 내뱉으며 우현이 몸을 거꾸로 돌려 쇼파에 기대듯 앉았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가 다 되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지루한 프로그램의 내용에 우현은 옆에 위치한 리모컨을 집어들어 채널을 마구 돌렸다. 한 채널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니 정신이 없어 금세 아까와 똑같은 예능 프로를 틀어놓고는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지루해, 우현이 중얼거리며 쇼파에 얼굴을 묻으며 손을 뻗었다. 손 끝에 닿은 쿠션을 아슬아슬하게 가져와 우현은 제 머리 아래에 놓고는 금방이라도 기절할 사람 마냥 지루한 눈빛으로 티비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지루한 일상을 보냈을 때 그나마 일상에 지루함을 덜어주는 식사시간이 도달했는지 밖에서는 초인종을 마구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현은 제가 다 비치는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있음에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밖으로 나섰다. 버튼을 누르니 자동으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우현은 바깥으로 열리는 문을 손잡이를 이용해 바깥쪽으로 밀었다. 헬멧을 쓰고 있는 배달 알바생이 보였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에 철가방을 무작정 집 안으로 들이미는 알바생에 대고 우현이 물었다.
" 어? 바뀌었네, 예전 배달 알바생 그만 뒀어요? " " …? 아, 예 "
헬멧에 눌려 잘 들리지는 않지만 긍정의 뜻을 나타내는 거 같았다. 우현은 입맛을 다셨다. 아쉽네, 제일 친하게 지냈는데. 알바생은 그릇에 담긴 먹음직스런 짜장면과 탕수육을 꺼내놓고는 철가방을 닫았다. 벌떡 일어서더니 13000원이요, 하고서는 손을 내민다. 우현은 주머니를 뒤적거려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알바생에게 건넸다.
" 거스름돈은 사장님 가져다 드리세요 " " 예? 왜요? " " 저번에 제가 돈 외상해서, 학생이 갖지 말고 꼭 가져다 드려야 해요 "
알겠습니다. 알바생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돈을 제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우현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놓여진 그릇들을 주워들었다. 그렇게 주워든 그릇을 들고 허리를 다시 피고 일어났을때, 닫혀진 문 만이 눈 앞에 보여야 할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익숙한 얼굴이 위치하고 있었다. 배달 알바생과 같이 집 앞에 도착한 듯 싶었다. 딱 봐도 한심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또 잔소리를 퍼부으려고 온 듯 싶었다. 우현은 단번에 얼굴을 구겼다.
" 아, 하필 기분 좋을 때 오냐 " " 뭐 때문에, 임마 쳐먹을때만 기분이 좋냐? "
그럼 하는 일 없는 백수새끼가 뭐 '전 일할 때 희열을 느껴요' 하는 너랑 똑같을 거 같냐? 우현은 심드렁하게 반박했다. 명수는 곧 신발을 벗어던지고 익숙하게 바로 앞에 보이는 쇼파에 자리했다. 우현은 그런 명수를 여전히 못마땅 하게 여기며 쇼파 앞에 있는 탁자에 그릇들을 내려놓았다. 명수가 한쪽 팔을 괴고 우현의 먹는 뒷 모습을 한심하게 쳐다보자 눈초리가 느껴진 건지 우현이 고개를 돌리고 명수를 노려보았다.
" 고만 쳐다봐, 울림 눈빛 " " 누가 울림 눈빛이야, 임마 "
기억 안나? 사람들을 깊게 울리는 눈빛의 소유자, 김명수! 우현이 예전 방송에서 리포터가 했던 어설픈 제스처를 따라하며 비아냥 거렸다. 저걸 콱 그냥, 명수가 잔뜩 화를 낼까 생각하다가 곧 미끄러지듯이 내려 앉아 우현 옆에 위치했다. 옆에 도달한 명수를 본 우현이 꺼져, 하고 팔꿈치로 명수를 밀었으나, 명수는 꿈쩍 않고 우현이 내려놓았던 젓가락을 노려 한개를 집어들고는 탕수육 하나를 꽂아서 입에 쑥 집어넣었다. 우현이 손을 내리치며 그만 먹으라고 타박을 했지만 명수는 듣는 척도 하지 않으여 한번 더 푹 찍더니 제 입안으로 털어넣었다. 이게 얼마짜린지 아냐며 성화를 내는 우현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던 듯 결국 명수가 한 발 물러나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두 팔을 뒤로 쭉 빼 몸을 지탱하는 자세, 마치 피크닉 온 자세마냥 앉더니 명수는 걱정 되는 투로 우현에게 물었다.
" 근데 너 진짜 맨날 이렇게 살거냐? " " 아 난 이게 좋아 임마, 걱정 존나 많아 진짜… "
그럼 친구새끼가 백수에다가 맨날 짜장면이나 시켜먹는데 걱정 안 하냐? 명수가 제 몸을 지탱하던 두 팔을 내리더니 결국 드러누웠다. 빨간빛 카펫이 눈에 들어왔다. 이 카펫도 돈도 없으니까 바꾸지도 못하고, 명수가 카펫을 쓰다듬으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우현이 젓가락으로 짜장면을 비비면서 별거 아니라는 듯 뭐 어때, 하고 대답했다.
" 그래도, 난, 서울대 나왔잖아 "
짜장면을 입 안에 한가득 넣고 우물우물 거리며 잔뜩 눌린 발음으로 우현이 대답했다. 누운 상태로 카페트를 만지작 거리던 명수는 손을 뻗어 우현의 등짝을 내리쳤다. 하얀색 티셔츠가 마찰에 팔랑거림을 뱉어냈다. 아-! 음식을 먹는 도중 따끔한 느낌에 우현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뒤를 돌아보았다. 때리고 나서 모른척 하는 태연해서 더 밉상인 얼굴이 보였다. 우현이 젓가락을 들었던 손으로 등을 문질거리며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하여튼 지 멋대로야…
" 서울대 나와서 잘- 하는 짓이다. 일도 안하고, 맨날 부모님 손 벌리고… " " 그건 내 운이지 임마, 내가 부모 잘 만난걸 어쩌라고? "
진짜 너 힘들게 살아가는 애들한테 그딴 말 했다가는 돌 맞는다 새끼야, 명수가 한심하다는 듯 다시 젓가락을 들고 짜장면을 입에 밀어넣는 우현을 향해 혀를 찼다. 명수는 벌떡 일어나더니 제 자켓에 위치한 주머니 안으로 손을 밀어넣었다. 안을 뒤적뒤적 거리더니 곧 무언가를 꺼내 짜장면을 여전히 밀어넣고 있는 우현의 탁상에 올려놓았다. 마치 몇일 굶은 사람 마냥 젓가락으로 면을 입 안에 밀어넣고 있던 우현이 시선을 그 쪽으로 돌렸다. 입 안의 음식물 덕에 말도 꺼내지 못하고 우현은 젓가락을 내려놓은 채 명수가 놓은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종이마냥 팔랑거리는데 조금은 단단하고, 사무직 사람들이 많이 주고받는다는 명함인 듯 싶었다.
" 이걸 왜 주냐, "
여전히 눌린 발음으로 우현이 명함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물었다. 운림 엔터테인먼트 T)031-XXX-0428, 써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여러번 앞으로 놨다, 돌렸다를 반복한 우현이 결국 다시 명함을 내려놓았다.
" 내일 매니저 면접 봐, " " ……매니저?, 야, 또 그 소리냐? 왜 안하나 했다… "
젓가락을 이용해 짜장면을 다시 한번 입에 밀어넣으려던 우현이 다시 젓가락을 놓고 명함을 집어들었다. 어쩐지, 엔터테인먼트라고 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한다니까, 김명수 이놈의 집착 쩌는 새끼… 우현은 불만스레 중얼거렸다.
" 그리고, 무슨 한낱 매니저따위에 면접까지 보냐 이런데가… " " 니가 그러니까 회사를 못 가는거야 임마, 뭐 이렇게 따지는게 많아! "
명함을 다시 몇번 둘러보던 우현이 결국 또 한번 명함을 내려놓았다. 명수는 명함을 집어들어 우현의 츄리닝 주머니에 마구잡이로 밀어넣었다. 짜장면에 정신이 팔려 우현은 당황만 할 뿐 젓가락을 놓지는 못했다. 분명히 명함을 또 돌려줄게 뻔하기 때문에 명수는 현장을 달아나는 범인 마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야! 계속 눌린 발음으로 명수를 다급히 불러대는 우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명수가 꼭 내일 꼭 가라! 아님 너 다신 안봐! 하며 현관문을 열고 빠져나갔다. 우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이미 사라지고 없는 현관을 향해 외쳤다.
" 여기 4대 보험 되냐고!!, 야! 김명수! "
아, 개새끼! 어떻게든 잡아야 겠다는 생각에 우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순간 어찌된 일인지, 짜장면 그릇이 앞으로 쏟아졌다. 아무래도 일어서는 도중에 상을 건드린 것 같았다. 그릇에서 뱉어진 내용물이 발을 모두 덮었다. 뜨거운 느낌도 있지만 일단 카페트 어떻게 해, 아 진짜! 야, 김명수! 움직일 수도 없어 그저 허공에 외치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여전히 다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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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시켜 먹은 부대찌개가 소화가 안됐는지 아직은 시린 배를 부여잡고 우현은 정장을 빼입은 채 집을 나섰다. 구두를 신는 동안에도 한참 배가 아파 움켜쥐었던 배가 오늘 아무래도 일을 칠 거 같아 사무 가방이랍시고 챙긴 곳에 바닥에 돌아다니던 두루마리 휴지를 넣었다.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되어있는 문을 버튼으로 열고, 익숙하게 문을 닫았다. 바로 앞에 보이는 엘리베이터가 17층을 가리키고 있었다. 웬일로 우리 층에 멈춰있어, 우현은 좋은 예감에 익숙히 버튼을 누르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오른팔을 약간 들어 시계를 보아하니 아직 도착 시간 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었다. 사실 정말 가기 싫은데, 아오 진짜. 너 다신 안봐! 하던 김명수의 말에 약간은 뼈가 담긴거 같아 대충 막장으로 면접을 보고 떨어졌다고 할 생각이었다. 사실 매니저란 직업은 누구를 보호해야 하고 관리를 해줘야 하는 직업인데 지 뒷일도 못 보는 우현에게는 딱 안 맞은 직업이었다. 한참 서울대를 나왔는데 몸으로 뛰는 노동이 말이 되냐며 명수가 매니저직 몇개를 가져왔을때부터 성화를 부리고 있었다. 매일 거절하기는 그러니까, 대충 면접이라고 하니 망하게 보고 오면 뚝 떨어트릴거 같아 우현은 머리를 쓴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곧 1층에 도달하고, 우현은 아파트 건물을 빠른 걸음으로 벗어났다. 바로 앞 주차장에 위치한 차를 리모컨으로 열고,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우현은 차 문을 열었다. 누구는 스물 여섯 쳐먹고 남들 앞에서 애교 부리면서 돈 벌라고 생고생 하는데 팔자 좋게 사는 백수 주제에 차도 있고, 진짜 세상 존나 불공평하다. 명수가 넌지시 불만스럽게 건넸던 말이 생각났다. 지가 못난거지, 뭘. 우현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시동을 걸었다. 곧 핸들을 붙들고 우현은 부드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막상 면접이라고 하니 약간 긴장이 되었다. 이력서 접수는 미리 해놓았으니까 면접만 제발 잘 봐라, 꼭 합격해서 보자. 제 딴엔 격려의 문자라고 보낸 문자가 또 생각났다. 합격은 무슨, 내가 미쳤냐. 우현은 생각했지만 구지 답장을 보내진 않았다. 2차 말싸움이 이어질 거 같아서.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고, 곧 여러 고층 건물들이 보이는 곳으로 나오자 우현은 시선을 낮추고 건물을 둘러보았다. 여기 근처랬는데, 몇 분 안 걸린다고… 우현은 계속 시선을 낮추고 건물간판을 유심히 살폈다. Wonlim Ent. 영어로 써진 건물 간판을 보고 우현은 근처에 차를 세웠다. 뭐, 불법 주차 딱지 받으면 돈 내면 되겠지 뭘. 귀찮은 생각에 주차장도 찾기 싫은지 결국 우현은 아무데나 길거리에 주차를 하고서는 차 문을 닫고 내렸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꽤나 중소 기획사 치고는 잘 꾸며진 내부가 보였다. 면접장이 몇층이냐, 우현은 엘리베이터 옆에 위치한 안내판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았다. 9층. 면접 사무실, 기획 회의실. 써져있는 글들을 보고 우현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내부에는 아래 지하주차장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는지 약간은 늙어보이는 어른 한 분이 타고 있었다. 우현이 슬쩍 눈을 흘겨 위 아래로 그 사람을 훑어보았다. 꽤나 고위층에 위치할 사람 처럼 보였다. 그렇게 눈치를 보며 핸드폰을 꺼내드는데, 옆에서 말 소리가 들려왔다.
" 면접 보러 오셨나요? " " ……예, 예? "
잘 보시길 기원합니다. 인자한 목소리가 내부에 울렸다. 우현이 예의상으로 고개를 슬쩍 숙이고는 9층입니다. 하는 안내 소리에 후다닥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뭐야, 저 인간… 초면인데… 어색한 느낌에 우현은 소름끼친다는 표정을 지은 채 팔을 손으로 몇번 쓰다듬었다. 그리고 곧 앞에 위치한 굳게 닫힌 '면접 사무실' 이라고 적힌 곳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여기서 보는건가? 약간은 익숙치 않은 구조에 우현이 문을 열까 말까 뜸을 들이고 있자 여 직원 한명이 다가와서는 우현에게 말을 건넸다.
" 지원자세요?, 현재 05번 분 진행중이세요. " " ……아, 예 그런데… "
제가 저 몇번인지 모르는데… 약간은 엄숙한 분위기에 우현의 말이 먹혀들었다. 여직원은 이름을 물어보고 나서는 금세 어디론가 사라졌다. 뭐야, 날더러 어쩌라는거야! 지금! 우현이 억울함을 잔뜩 토해냈다. 황당해서 핸드폰만 어루만지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태연히 있었지만 속은 타들어갔다. 이러다가 면접 안 봤다는 소리만 김명수 귀에 들어가면 그 날로 끝장이었다. 너랑 나랑 쌩이다 씹새야, 하는 표정이 우현 눈에 훤했다. 초조히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데, 곧 아까 여직원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우현을 사무실로 이끌었다. 우현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저에요? 하고 묻자 여직원이 무슨 이름표 마냥 조그마한 종이를 정장에 달아주면서 말했다.
" 남우현씨 맞으시죠? 06번 이세요, 합격을 기원합니다! "
오자마자 보는게 어딨어! 잠깐! 당황한 우현이 걸음을 느릿하게 걸으며 시간을 벌었지만 여직원은 인정사정 없이 우현을 밀어넣었다. 빨리 들어가세요, 시간이 부족해요. 결국 사무실로 억지로 밀려들어온 우현이 문닫히는 소리를 끝으로 멀뚱히 서서 면접관들을 쳐다보았다. 대기업 가면 다들 정장 차려입고 생 난리던데, 이곳은 그냥 다들 프리한 차림이었다. 어차피 합격할 것도 아닌데, 편한 마음가짐으로 생각한 우현이 곧 익숙하게 가운데에 위치한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 06번 남우현씨?, 인사 안 하세요? "
면접관의 날카로운 질문에 우현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대기업도 아닌 주제에 도대체 뭐 이렇게 바라는게 많아, 속으로 투덜거리며 인사를 끝마친 우현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면접관의 질문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 왜 여기 지원하셨죠? 동기가 뭔가요? " " ……아, 저… 사실 관심이 없는데… 친구가 지원해보라고 해서… "
수많은 취업 강좌를 들어본 결과 이 대답은 100% 떨어지게 해주는 마법의 답변이었다. 면접관들이 어벙벙한 우현의 대답에 인상을 찡그리며 종이를 넘겼다. 정적이 흐르고, 다른 여자 면접관이 두 손을 턱에 괴고 우현을 노려보듯이 쳐다보며 질문을 이었다. " 여기 보니 출신 대학이 서울대학교 이신데, 대기업 안 가고 뭐하셨어요? "
약간은 업신 여기는 듯한 말투에 빈정이 상한 우현이 답을 뜸들였다. 나도 가고 싶지… 대기업…
" 저도 가고 싶죠, 근데 해외 유학 갔다온 아이들이 차고 넘치고 스펙도 빵빵하고 집안도 좋고 저 같이 서울대 딸랑 하나 나온걸로는 대기업 지원 못 해요, 스물 여섯에 설마 대기업 지원 한 번 안해봤겠어요? 저도 몇번 해봤어요, 근데 너무 까다롭더라구요… 전 복잡한거 싫어서 " " ……음 "
이거면 백퍼 떨어진다. 확신한 우현이 마음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됐습니다, 돌아가보세요. 별 질문 없던 면접이 끝나고 우현은 얕게 목례를 하고 사무실을 벗어났다. 뜨거운 공기가 일었던 면접 사무실 안과는 달리 밖은 약간 쌀쌀한 공기가 감돌았다. 바로 앞에선 여직원이 다른 사원을 봐주고 있었다. 저 사람들 중 누군가는 매니저 일 하겠지. 어쨌든 합격은 못 할게 뻔했다. 누구한테 아부하듯이 말하거나, 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도 편안했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면접을 본 거 같았다. 시계를 보아하니 3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근처 일식집에서 초밥이나 사먹어야지, 그렇게 생각한 우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순간, 아까 아침에 왔던 신호가 오는건지 배에서 요동치는 소리가 울렸다. 통증이 온 우현이 배를 움켜쥐었다. 아, 씨발. 차 안에 가방 있는데. 다급해진 우현이 화장실을 찾았다. 아까 사무실 앞에 있던 여직원에게 냅다 달려가 우현은 다급하게 물었다.
" 여,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요? " " 저 복도 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고마워요, 대충 대답을 한 우현이 냅다 복도를 뛰었다. 옆을 돌아볼 여유 조차도 없고 앞에 오는 사람을 신경 쓸 여유 조차 없었다. 다급한 다리는 스텝이 꼬였다. 아, 진짜 생각보다 빨리 달려지지 않는 다리에 짜증이 인 우현이 속으로 마구 짜증을 내며 화장실을 찾았다. 힘겹게 달려 도착한 복도 끝에는 그저 창문과 왼쪽으로 돌아가는 코너 밖에 있지 않았다. 아 뭐야, 진짜 저 여자 여기서 일 하는 사람 맞아? 우현이 마구 짜증을 내며 왼쪽 코너로 도는 구간으로 냅다 뛰었다. 이 쪽 끝으로 가야하는건가, 그 순간, 정신없이 앞도 안 보고 달리던 우현과 누군가 부딫혔다. 안 그래도 예민한데, 짜증이 잔뜩 난 우현이 고개를 쳐들고 부딫힌 사람을 쳐다보았다.
" 아, 내 선글라스… "
꽤나 성깔 있어보이는 사람이 눈 앞에 떨어진 선글라스를 줍고 있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닌데, 검정머리의 작은 눈,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았다. 하지만 그런것 따위 지금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우현이 한칸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달리려는데, 선글라스를 다 줍고 이미 눈에 다시 장착한 사람이 우현을 붙들었다. 또 한번 짜증이 일었다.
" 아, 왜요 " " 선글라스에 기스 났잖아요, 안 보여요? "
제가 쓴 선글라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남자가 짜증섞인 우현의 물음에 답했다. 아 죄송하다고요. 우현은 남자의 어이없는 시비에 정말 감정도 없고 영혼없는 사과를 건넸다. 그런 무신경한 말투에 화가 났는지 남자는 가려는 우현의 팔목을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우현이 아 좀! 하고 신경질을 내자 남자가 태연하게, 그러나 은근히 우현의 신경을 건드리듯 말했다.
" 바쁘세요? 저랑 잠깐 얘기 좀 하죠, 쓸데없이 시간 낭비 마시고 저 같은 사람한테 잘 보이는게 중요할 텐데 " " 아 바빠요 "
아 진짜 나오기 직전이다. 진심이야, 우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안 가면 큰일난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우현이 앞에서 노려보는지 딱히 눈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선글라스 건너편 눈은 노려보고있을법한 사람을 쳐다보았다. 빨리 얘기 좀 해요, 남자는 급하다는 우현의 팔을 다시 한번 잡아 끌었다. 진짜 여기서 더 참으면 큰일난다, 진심으로… 얼마나 급한지 얼굴까지 잔뜩 달아오른 우현이 잡힌 손목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써냈다. 도대체 왜 이딴거에 쓸데없는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드는지 우현은 이해조차 들지 않았다. 쓸데없이 바쁜 척 하지 말구요, 말 머리마다 쓸데없이, 쓸데없이를 붙이며 우현의 심기를 건드리던 남자가 우현이 대답을 하지 않자 여보세요? 하면서 우현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왔다.
" 연예인 처음보나? 왜 쓸데없이 얼굴이 달아 오르고 그러세요? " " ………아, 진짜…… "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아 말을 잇지 못하던 우현이 간신히 말을 꺼냈다. 그제야 말의 물꼬를 트는 것이 반가웠는지 남자가 언뜻 보이는 호피무늬가 두드러지는 선글라스를 쓴 눈을 들이밀었다. 말해봐요, 이 선글라스 어떻게 처리하실 거에요? 물어주시려면 돈 꽤나 들텐데, 저희 팬들이 일부러 공수해온거거든요, 외국에서… 쫑알거리는 말이 이젠 귓가에 웅웅 머물 뿐 들리지 않았다. 결국 짜증이 극에 달한 우현이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 아, 좀 꺼져! 못생긴게 진짜! "
잔뜩 들이민 얼굴을 손으로 밀고, 우현은 냅다 반대편으로 달렸다. 아, 진짜 나올거 같아. 우현의 머릿속에는 단지 배출해야겠다. 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못생겼다는 얘기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마냥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입을 다물지 못하며 어안이 벙벙해서는 우현이 달아나는 뒷 모습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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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내가 도라왔다! 사실 돌아온것도 아니지만!!!!!!!!! 너무 빨라지는 연재주기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 언젠간 연재를 못하는 날도 있을수 있으니.........전 마음이 한시가 급해요ㅠㅠ........ 이거 끝나고 또 빨리 연재하고 또 빨리 쓰고 그리고 난 곧 고삼이 되게찌
하......................수험생이라니.............우울하다..................... 여튼 이거는 좀 오래 연재해 볼 생각입니다! 언제까지 제가 소설을 연재할지는 모르지만!
맨날 10편에서 끝나서 짧다고 불만 가득했던 분들 이번엔 11화로...^^................제송 그래도 10화는 넘길게요!!!!!1 반드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