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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종] 차가운 숨 02

w. 발발

 

 

 

"뭐래?"
"똑같지, 뭐"
"다행이네."

 

먼저 귀가해 편한 옷차림으로 쇼파에 앉아 티비 채널을 돌리는 세훈에게 교복차림의 종인이 운동화를 벗으며 묻는다.
좀 늦었다?
집 갔다 왔어, 옛다 하숙비.
됐다니까 그러네.
종인은 사고 후 세훈과 급속도로 친해졌다.
한 발짝 뒤에서 갓 의식을 차린 자신을 지켜보던 세훈은 종인과 눈이 마주치자 수고했어- 라고 입모양으로 말을 하고는 슬며시 사라졌었다.
어느 정도 회복을 한 뒤 주치의에게 세훈의 연락처를 알아낸 종인은 세훈을 찾아갔고, 우연의 일치일까,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바로 옆 반이라는 인연에 둘은 놀라워했었다.
둘 다 준수하다 못해 화려한 마스크의 소유자들이지만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성격에 타인과 거리를 두는 타입이었는데, 피를 나눈 형제애랄까-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친부모, 친자식같이 살아왔지만 왠지 모르게 사고 이후 부모님이 어려워진 종인이었다.
매일 불편한 마음으로 하교하는 종인을 걱정하던 세훈은 부모님의 잦은 해외파견근무로 텅텅 지워진 집에 종인을 불러들였고, 종인은 고등학교에서의 첫 방학식과 함께 세훈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종인의 부모님도 내심 섭섭해 하셨지만, 이상하게 안 보던 눈치를 보는 종인을 배려해 허락해 주셨다.

 

"아줌마 아저씨 잘 계셔?"
"어."
"안 섭섭해 하셔?"
"섭섭해 하지.."
"음.."

 

세훈은 바리바리 싸들고 온 반찬통을 냉장고에 넣어놓는 종인을 가만히 주시했다.
까만 눈에 죄송스러움이 어려 있는 듯 했다.
저는 종인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냥 친구로서 알 듯도 했다.
세훈은 종인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오세훈, 오세훈!
종인이 조금은 다급하게 세훈을 깨웠다.
왠지 모르게 덥다고 느껴 눈을 떴는데, 제게 달라붙어있는 세훈의 몸이 뜨거웠다.
세훈아 일어나봐-!
제대로 숨도 못 쉬고 헐떡거리며 식은땀을 흘리는 세훈에 겁이 난 종인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불안함 속에서도 세훈의 상태를 고려해 마구 흔들어 깨울 수도 없었다.

 

"..헉!"
"오세훈, 괜찮아?!"
"하아..하아..."
"물마셔."

 

눈을 뜬 세훈의 얼굴이 백지장이다.
종인은 미리 준비해둔 미지근한 생수를 세훈에게 건넸다.
넘길 힘도 없는지 느릿하게 두어 모금 마신 세훈이 눈을 감으며 땀으로 제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지친 표정의 세훈에 종인은 딱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한데, 너네 부모님 제정신들이셔?"
"..음?"
"병신외아들 홀로 방치하고 일이 손에 잡히시나-"
"큭-"
"웃을 일 아닌데, 너 나 없었으면 혼자 헐떡이다가 저세상 가는거야."
"그래서 너 있잖아-"
"병신.."

 

그렇게 앓더니 별 일 아니라는 듯 웃어 보이는 세훈에 종인은 나지막히 욕을 내뱉었다.
정말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세훈이였다.
사이가 안 좋다 못해 원수지간보다 더한 부모님은 서로 잘나서 일에만 치중하기 바빴고, 그나마 하나뿐인 자식 나름의 대비책으로 가정부를 두긴 했지만 어련하겠나.
제게 신경써주고 걱정해주는 종인에게 부모에게는 못 느꼈던 감정을 느끼는 세훈이였다.

 

"약,"
"이 정도는 괜찮아."
"나 잠 좀 자자, 누가 너 위해 먹으래?"
"말이나 이쁘게 하면-"

 

종인을 밉지 않게 흘겨본 세훈이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진 불투명한 갈색병에서 노란 알약을 두 알 꺼내 물과 함께 삼켰다.
그제야 안심한 듯 풀썩 누운 종인이 큰 눈을 느릿하게 깜박인다.
너 없으면, 나 왕따다..
너 좋다고 따라다니는 기집애들 많잖아, 대충 골라서 데리고 다녀. 나도 너 갑자기 수술한 데 도져서 죽으면 나 쫓아다니는 애들하고 놀테니까.
멍청아, 그 말이 아니잖아.
겉으로는 가볍게 넘겼지만 종인의 말이 무슨 뜻인줄 정확히 알고 있는 세훈은 왠지 답답해졌다.
종인이나 저나, 참 외로운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날 때부터 병마와 싸워온 세훈과, 버려진 건지 그저 부모님을 잃어버린 건지 생후 일 년도 안돼서 고아원으로 보내진 종인이나,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인생이였다.

 

 

 

"저 새끼들 진짜 재수없지 않냐?
키 좀 크고 얼굴 반반하다고 얼굴값하는 것 봐-"
"야, 둘 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그렇잖아. 세훈이는 많이 아프고. 욕할 걸 욕해, 열폭쩌는 새꺄-"
"아씨!"
"공부나 쳐 해라, 내신 9등급 빙시나-"

교실 뒷켠 창가에 마주보며 기대어 서서 축구가 한창인 운동장을 바라보는 종인과 세훈에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하던 옆 반 아무개의 야비한 목소리는 같은 반 아이들의 거센 입김에 사글아들었다.
정작 본인들은 3년 째 반복되는 일상적인 사건에 별 일 아니라는 듯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고삼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유치하게 구는 아이들이 몇몇 있었다.
옹호해준 같은 반 친구들에게 눈짓으로 고마움을 표한 세훈과 종인은 서로 눈이 마주치자 픽-하고 웃어넘겼다.

 

 

 

"개새꺄- 내가. 조용히. 있으니까. 만만해보이냐?"
"윽-"
"종인아, 니가 참아! 아오 저 미친새끼!"

 

사건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온 힘을 실어 주먹질을 하던 종인의 손은, 우르르 몰려와 구경만 하다가, 점점 거세지는 손짓에 심각성을 느낀 아이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야 쟤 양호실 데려다줘,"
"이거 놔-"
"그만하면 됬어, 니가 참아."
"...너 오늘만 날 아니다, 그렇게 계속 입 놀려봐 어디."

 

종인은 거의 벗겨진 교복 마이를 추스리며 쓰러져 코피와 눈물로 범벅이 된 남자를 향해 낮게 읖조리고는 머리를 털며 뒤돌았다.
그리고 잘-하는 짓이다, 하는 표정으로 벽에 기대서서 종인을 지켜보던 세훈을 데리고 건물을 나왔다.

 

"싸움 잘 하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야~"
"..그 새끼 전부터 반 죽여놓으려고 했었어."
"병신아, 싸워봤자 너만 손해야."
"...개새끼"

 

급식실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세훈이 오늘따라 몸 상태가 안 좋은지 밥을 못 넘기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식사를 하던 종인이 그런 세훈을 보고 일어나서 세훈의 등을 몇 차례 쓸어준 것이 화근아닌 화근이였다.
옆 테이블에서 세훈과 종인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던 옆 반 아무개는 다 먹은 식판을 들고 그들 곁으로 갔다.
그 애는 열등감 때문인지, 세훈과 종인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였다.

 

이야~ 이거 혼자 보기 아깝네.
니네 벌써 3년 째 둘이만 붙어다니지?
그럼 볼 꼴 못 볼 꼴 다 봤겠네~?
근데 누가 깔이냐? 둘 다 키는 큰데?
아~ 오세훈이 깔이겠다! 유약한 새끼니까~
캬~ 김종인, 위해주는 척하는게 다 이유가 있었어, 그치?
식사 맛있게 해~?

 

말도 안되는 지껄임을 두 눈을 마주하고 듣고 있자, 신나서 떠들어대던 놈은 세훈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걸음을 옮겨 배식판에 식판을 반납했다.
가만히 모욕을 견뎌낸 종인이 조용히 일어나 식당을 나가는 아무개의 어깨를 짚은 것은 싸움의 서막을 알렸다.

 

"어쨌든 속은 시원하네, 내 몫까지 때린 것 같아서."
"내 몫도 아직 못 채웠는데, 무슨."

 

학교 뒷뜰 연못으로 가 까르르 웃으며 뛰노는 유치부 아이들을 바라보며 분을 달래던 종인과 세훈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우리가 이상해보이나-
뭐가 이상해, 둘 다 성격 지랄맞아서 끼리끼리 다니는 건데, 그런 것까지 지랄이냐-
틱틱 내뱉은 종인에 세훈이 살포시 웃는다.
저나 종인이나 서로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건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과는 달랐다.
피를 나누고,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고, 또 그 것을 채워주는 서로의 깊은 관계를 타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세훈이였다.
둘에 대한 모욕이긴 했지만 세훈에게 더욱 모욕적이였던 그 말은 당사자보다도 종인의 화를 불러일으켰다.
자신은 한 번도 세훈을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 없었다.
그건 세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은 집에서, 같은 침대를 쓰고, 서로 끌어안고 자기까지 하는 사이지만, 결코 남들이 생각하는, 사회가 부정하는 사이는 아니였다.
그렇기에 더욱 분했고, 안 그래도 켠디션 안 좋은 애한테 그딴 말이나 지껄였다는 것이 종인을 폭발하게 만들었다.

 

"너 혹시라도 나 좋아하면 죽여버린다-"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미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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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발입니다.

2편올렸어요, 재미있게 즐기셨나모르겠네요:D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둘이 많이 의지하는게 느껴지네요. 이둘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게 될진 모르지만 아마 가족같다고 생각하던것에서 흔히 남녀의 사랑이 되겠지요?
11년 전
발발
ㅋㅋㅋ뻔하지만스포는안할래여ㅋㅋㅋ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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