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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종] 차가운 숨 05

 

w. 발발

 

 

 

주말동안, 제 방에 틀어박혀서 세훈이와 사귀는 상상을 해봤다.
학교에서의 생활은 똑같았다.
화장실갈 때 빼고는 온종일 붙어있으니까.
그럼 집에서는?
집에서도 똑같았다.
같이 밥먹고, 같이 집안일하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놀고.
문제는 잘 때였다.
그냥 친구로서 한 침대 쓰는 것은 괜찮은데, 사귀면 말이 달라진다.
서로 사귄다라는 것은, 널 좋아한다, 좋아하는 걸 넘어서 사랑한다, 사랑하니까 자꾸 보고 싶다, 보고 있으면 만지고 싶다, 만지면...
하아- 종인은 앉아있던 의자머리에 고개를 젖혔다.
지금은 서로 끌어안고 자도 상관없었지만, 사귀게 된다면 그저 끌어안는걸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종인은 고개를 바로했다.
세훈이와 잔다?
예상외로 상상이 잘 되었다.
항상 차갑던 표정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아기 새마냥 작던 심장소리가 제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뛰는 오세훈.
아마도 제 밑에 있을 세훈의 부끄러운 표정과 나른한 숨소리를 상상하자, 거부감은 커녕 무언가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종인이다.
그런 제 반응에 아차 싶은 종인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답은 나왔다.

 

 

 

세훈은 며칠 더 제 집에서 지내겠다는 종인을 말리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원체 말이 없는 둘이라 내내 붙어있어도 이것저것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편이였지만, 둘 만이 느낄 수 있는 적막감이 생겼다.
세훈은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누가봐도 참 잘생긴 외모지만 인상이 차가웠다.
타고난 성격까지 곁을 쉬이 내주는 편이 아니라 사람들은 세훈을 어려워했다.
더구나 건강하지 못한 몸에 학교도 자주 빠졌다.
그런 제게 연애란 과분한 것이였다.
아픈 몸으로 누굴 만나고 신경쓰는 일까지는 버거웠다.
하루 24시간 붙어있다가 요즘은 학교에서만 마주하는 종인이 보고 싶었다.
친한 친구를 자주 못 봐 보고 싶은거라면 이러지 않는다.
보고 싶을 뿐만 아니라 제게 꿈틀대며 안기던 그 따뜻한 몸이 뭐 며칠되었다고 벌써 그리웠다.
종인이 그리웠다.
항상 자신의 결정에 당당했는데, 종인과의 관계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이유는...

 

"여보세요,"
"널 좋아해... 근데 사귈 순 없어."
"이유.. 물어봐도 되?"
"왜냐하면.."

 

널 이성으로서 좋아하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너무 좋아하니까.
연애놀음하다가 질려서 안녕하는 건 싫으니까...

 

"하-"

 

세훈의 말에 코웃음을 치는 종인이다.

 

"오세훈, 우리가 서로 좋아하게 된 이상, 돌아갈 곳은 없어."

 

 

 

다짜고짜 잠자코 기다리라는 종인에 직감적으로 불안한 세훈이였다.
버스로 세 정거장, 지하철로는 한 정거장인 종인의 집에서 제 집까지는 느긋하게 걸어도 15분이면 충분했다.
아니나다를까, 전화 끊은지 몇 분이나 됬다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났다.
세훈은 마르는 입술을 한 번 핥았다.
집 안으로 들어온 종인은 쇼파 밑에 기대어 앉아있는 세훈을 발견하고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대충 훔치며 거친 숨을 가다듬었다.

 

"더워죽겠는데 뛰어왔냐?"
"하아... 어."

 

대답도 힘들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대답하는 종인이다.
세훈은 짐짓 못말린다는 투로 몸을 일으켜 냉장고로 가 생수병을 꺼내어 종인에게 건넸다.

 

"야..."

 

받으라는 물은 보지도 않고 제 앞에서 내밀어진 세훈의 손목을 잡는 종인에 세훈의 입이 다시 마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숨을 고르는 종인의 손은 뜨겁다못해 어디서 구워져 나온 것 같았다.
그 열기에서 빠져나오려고 손목을 비틀지만, 이게 어디서 산삼을 주워먹었나- 역부족이였다.
종인은 그런 세훈의 손목을 더욱 힘있게 쥐었다 놨다.

 

"힘만 무식하게 세가지고.. 자국났잖아!"

 

당황스러움을 감추려는 듯 답지 않게 큰 소리를 내는 세훈에 종인이 풋-하고 웃는다.
너 긴장했지.
..뭐가..
긴장한 거 같은데?
내가 뭐 때문에 긴장해-
능글스럽게 물어오는 종인에 다시 소리를 지른 세훈이 시선을 돌린다.
옆으로 돌려진 세훈의 고개를 한 손으로 제 쪽으로 돌려놓은 종인이 입을 연다.

 

"내가 이런 거 할까봐."

 

쪽- 소리나게 세훈의 입술에 키스한 종인이 해맑게 웃어보였다.
그러고는 맹하게 서있는 세훈을 꽉 끌어안았다.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된 몸에서 서로의 심장박동이 크게 느껴졌다.
종인은 차렷자세를 유지하는 세훈의 양팔을 잡아 제 허리를 감싸게 했다.
세훈의 팔은 힘없이 종인을 감싸다가 서서히 꽉 조여왔다.
어쩔 땐 백 번의 행동보다 한 마디 말이 효과를 낼 때가 있다.
지금이 그 때였다.

 

"오세훈,"
"..어."
"좋아해."
".."
"전처럼 말고,"
"..."
"진짜 좋아해."

 

담백하고 나긋한 고백이였다.

 

 

 

지금 종인은 불만을 넘어서 불쾌감, 혹은 모욕감을 느끼며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고백과 함께 이어진 키스, 서로의 몸을 쓰다듬는 손길.
그 뒤의 일을 예고하는 신호였다.
멈출 생각은 없었다, 아니 멈추고 싶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가족처럼 지내던 친구에게 욕정을 느낀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지만, 그 것이 그저그런 욕정따위가 아닌 사랑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쇼파 위로 자신을 눕히는 세훈에 야! 하고 소리를 질러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 왜!"

 

한창 분위기타고 있었는데!
짜증내는 세훈을 한 번 더 밀친 종인이 세모눈을 하고 말했다.

 

"야, 왜 니가 위야."
"어?"

 

멍청하게 대답한 세훈이 이내 그 진한 눈썹을 일자로 만들며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그럼 설마 내가 밑이게?
'설마'에 힘주며 말하는 세훈에 종인이 어이없다는 듯 곧장 대꾸했다.

 

"야 그럼 나는 설마 니가 위야?냐?!"
"응."
"아니 왜!?"
"니가 나 잡아잡수쇼~ 하면서 제 발로 걸어들어왔잖아?
아니지- 제발 좀 어떻게 해달라고 안달나서 뛰어왔지, 참."

 

고1 겨울방학 마지막 날에 개학식을 앞두고 큰 건 하나 질러보자며 다운받아봤던 게이동영상의 한 장면이 눈 앞에 정지해있었다.
밑에 있는 남자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질렀고, 그 위의 남자는 희열을 느끼고 있는 그 장면.
지금 내가 그 때 그 고통스러워 하던 남자역할이란 말이지?
종인은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것만큼은 절대 안된다.

 

"야 장난아니야, 나. 당장 내려와."
"나도 장난아닌데."
"야 이새끼야!"

 

말이 안 통하는 세훈이다.
진지하고 단호한 눈으로 종인에게 즉답을 한 세훈이 종인의 양 어깨를 짓눌렀다.
병때문에 힘을 쓰지 않을 뿐이지, 사실 키도 어깨도 종인보다는 한 수 위인 세훈이 체중을 실어 종인을 압박하자, 얼굴을 찡그린 종인이 아파죽겠다며 소리를 질렀다.

 

"아야야야야야- 아파!! 일단 알겠으니까 이거 좀 풀어봐!"

 

세훈은 그제야 굳혔던 표정을 풀며 나긋한 목소리로 종인을 달랬다.

 

"넌 받기만 하라고. 괜히 갑자기 힘쓰면 너 꿰맨 데 터질라-"
"...내 상처터지기 전에 니 심장이 터질껄? 아 말도 안돼!!!"
"해보고 영 아니면 다음엔 내가 밑에 할게, 응?"

 

벌게진 귀를 하고 정말로 싫다는 듯 한숨을 쉰 종인이 진심 반, 욕심 반인 세훈의 말에 통통한 입술을 비죽 내밀고는 온 얼굴을 구겼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종인 몰래 능글맞은 본심을 드러내 웃은 세훈이 은근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한다."

 

 

 

지구온난화 때문인가, 초여름인데도 벌써 시작된 열대야때문에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이 시원했다.
분명 집 안 공기는 시원한데, 지금 제 몸을 여기저기 만지는 세훈의 손길에 더워지는 종인이다.
세훈은 거침없이 종인의 티셔츠 속으로 손을 넣어 배며 허리며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쓰다듬고 있었다.
가슴께를 더듬는 손에 종인이 움찔하자, 손을 멈추고 목 언저리에 키스한 세훈이 나른하게 말했다.

"이상해?"
"응.. 아 막- 하, 이상해.."
"괜찮아, 괜찮아."
"흐으.. 이런건 처음인데.."

 

낯설다는 듯 온 몸을 비틀며 꿈틀대는 종인에 세훈은 슬쩍 웃었다.
지금까지 종인을 한 번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적 없었는데, 지금 이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세훈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짝 찌푸려 더욱 진해진 종인의 쌍커풀에 왠지 두려움이 서려있는 듯 했다.
그에 세훈이 종인의 눈동자를 맞춰보지만, 까만 눈동자는 요리조리 굴러다니기만 한다.
세훈은 손짓을 멈추고 종인의 얼굴을 감싸 자신을 마주보게 했다.
종인은 피하지 않고 세훈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익숙한 사이라도, 처음은 조심스럽다.
세훈은 동의를 구하듯 종인에게 눈을 떼지 않고 눈으로 말을 붙였다.
괜찮아?
그리고, 종인은 살며시 눈을 감아 세훈에 응했다.
 
"종인아."
"응.."

 

두려워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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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전 베드신은 못 쓰겠어요. 필력제로.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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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사랑의 결실이 맺어졌네요.이성으로써 좋아하기 전에 인간으로써 너무 사랑한다.멋있는 말이네요. 종인이는 세훈이가 밑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기가 밑이라니..충격이 좀 있었겠네요ㅋㅋ잘봤습니다-
11년 전
발발
ㅋㅋㅋㅋ세종이진리예여...☆
11년 전
독자2
세종 정말 좋아하는데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특히 비회원은 ㅠㅡㅠ 이런 느낌의 글을 찾게 될 줄이야. 서로에 대한 감정의 변화를 느껴가는게 보여서 흐뭇 합니다. 종인이는 잘 받아들일거예요. 다음편 기대기대 중입니다.
11년 전
발발
이제시작하는단계이니여러분이보시면좋죠ㅋㅋ읽어주셔수감사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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