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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3.5 | 인스티즈

만약 평생 동안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넌 그런 노래일 거야.

Murakami Haruki - <Norwegian wood> 중에서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3.5 | 인스티즈

       4월이라 함은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이었다. 제주도부터 시작된 개화는 한반도를 타고 대한민국 심장부에 봉오리를 틔웠다. 옆으로 봐도, 뒤로 봐도, 거꾸로 봐도 어느 각도에서나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는 하이라이트 시즌이었다. 이 기세를 몰아 어제저녁 뉴스 끝 무렵에는 세세한 축제 장소까지 전파를 탔다. 이후 ‘초록 창’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벚꽃 축제’, 2위는 ‘여의도 공원’, 3위는 무려 ‘벚꽃 엔딩’이 대두해 행사의 막을 올렸다.

‘캠퍼스 낭만의 꽃’이라 불리는 A 대도 봄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날만을 기다린 벚나무는 가지마다 연분홍 잎을 매달고 비교적 삭막한 캠퍼스에 빛을 내렸다. 정문으로부터 난 굵직한 가로수 길을 따라 아침부터 언덕을 오르는 학생들의 손이 바쁘다. 기초 서적을 품에 안고, 또는 옆 사람의 팔짱을 끼고 ‘인스타그램’ 인생 샷을 위해 저마다 기를 쓰는 중이었다.

그들은 만족한 사진을 얻자 본격적으로 선 보정 후 업로드 루트를 탔다. 또한 뻔한 사진에 뻔한 해시 태그가 빠질 수 없다. ‘##벚꽃 ##우리 ##영원히 ##A대학교 ##A대_호경_짱’, 오늘만큼은 서로의 만년지기 인생 친구다. ‘벚꽃 효과’였다.

먼저 올라가. 아침 안 먹고 사진 찍었더니 속 울렁거려. 멀찍이 뒤로 빠져 그들에게 손 인사를 보낸다. 실은 혼자 있고 싶으니 떨어져 달라는 거다. 자리 맡아 놓고 있을 게. 앞자리 말고. 지금 가면 앞자리밖에 없어. 그럼 난 앞에서 끝자리. 좋아요 품앗이가 한창인 그들이 멀어진다. 카메라 셔터 환청에 시달리는 건 온전히 내 몫이었다. 

음악이나 듣자. 아무거나. 꼬인 이어폰을 꽂고 셔플(shuffle) 재생을 누르자, 오늘 아침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거머쥔 ‘벚꽃 엔딩’이 흐르며 봄을 탔다. 랜덤 재생은 눈치가 없는 아이였다. 인증 샷 하나만 찍을까. 사각형 프레임으로 여지없이 드러나는 캠퍼스의 아름다움을 담는다. 순간 흐트러진 앵글이 언덕을 올라오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췄다. 굳게 다문 입술이 살짝 벌어진다. 넋을 잃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3.5 | 인스티즈

우연을 가장한 운명은 때때로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실타래 같은 머리카락이 봄바람에 흔들렸다. 후광이 났다. 카메라도 내 시선도 단 한 사람에게 꽂힌다. 백팩을 어깨에 걸치고 한 손에는 콜라 캔을, 나머지로 휴대폰을 확인하며 멋들어지게도 온다. 이윽고 자신의 행보를 막는 장애물에 문득 시선을 던진 그가 입에 머금은 콜라를 겨우 넘기며 캑캑댔다.




- “……너 거기서 뭐해?”

- “코카콜라 CF 찍는 중.”

- “아, 심장아.”




가슴을 두드리는 것마저 화보다. 건축과 과잠은 왜 또 저렇게 멋있는 거야. 남들 다 입는 흔한 점퍼도 한정판같이 소화해 버리는 모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소매에 박은 ‘JH’가 제가 매일 부르는 이름입니다 여러분. 꼭 기억하세요.

거침없는 카메라는 CF 주인공에게 다가가 인터뷰까지 요청했다. 이번 시즌 코카콜라 모델로 발탁되신 소감이 한 말씀만 해주세요. 초상권 따위 승관이 분신처럼 아끼는 거북이 인형에게 벌써 줘버린 탓에 범위는 누구보다 자유롭다. 이목구비를 집중적으로 찍는 감각적인 카메라 무빙에 감탄하던 그는 체념한 목소리로 질문에 응했다.




- “위약금 물고 취소할 예정입니다.”

- “위약금이 하루 세 번 뽀뽀라고 알고 있는데 감당되십니까?”

- “누가 그딴 걸 만들어요. 광고주 누구야.”

- “응, 그거 나야.”




강제라도 위약금을 받아내고 싶어 볼을 두드리는 광고주와 남은 콜라를 들이키며 거부하는 모델이 벚꽃 나무 아래서 가벼운 실랑이를 벌였다. 수업 끝나고 세 배로 물어 줄게. 입맞춤 한 제 손바닥을 내 볼에 깊게 남기며 작게 웃는다. 간접적인 스킨십에 무한 긍정이 솟구친다.




- “오늘 벚꽃 놀이 가자.”

- “다섯 시에 끝나는데 그때는 좀 늦지 않아?”

- “아니야. 충분해. 오늘 뜬 해가 일 년 중 가장 길대.”

- “막 지어낸 거 아니고?”

- “맞아, 지어냈어.”




어쩜 넌 나를 그리도 잘 알까. 그가 뻔뻔함으로 무장한 내 머리에 손을 얹는다. 아무래도 뇌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 같다. 흥분에 못 이겨 휴대폰 날씨 앱으로 그럴듯한 주장을 내뱉는다. 내일 비 온대. 그럼 오늘 가야겠네. 진짜 어쩔 수 없이. 그러니까. 분홍 가지로 원을 그리며 맞장구 치는 너는 명백한 하트 시그널. 더불어 가장 흐드러진 벚꽃 나무 아래서 봄 기념 셀카까지 찍는다. 보여주기 말고 진짜 내가 갖고 싶은 사진.




- “끝나고 연락해.”

- “문자?”

- “아무거나.”

- “그럼 전화.”




이따가 봐.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중을 고한다. 손에 쥔 콜라가 앙증맞다. 언덕을 올라가는 낮 발자국에 드문드문 벚꽃이 남는다. 반듯한 뒷모습에도 부서진 햇살이 닿는다. 그토록 듣기 싫던 셔터 소리가 짧게 울린다. 내 것이었다.














4월. 봄. 흐드러진 세상 아래.
우린 다시 그 절정에 서 있었다.


















OH MY RAINBOW
;Caramel Drizzle

















Chapter. 15.5 <이지훈에 대한 고찰>












11.
관심도 테스트 항목에는 보통 이런 것이 있다.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가’ 또는 ‘그중 특정 사람의 언행, 또는 상대방을 하루 동안 생각한 적 있는가’ 따위의 의미심장한 질문 말이다. 근 오십 개 가까이 되는 문항에 쏠림 현상이 짙어질수록 극한 불안감이 더해진다. 마치 OMR 답안지에 연속으로 같은 번호가 나올 때 드는 느낌과 유사하달까. 손가락 사이로 결과를 곁눈질하는 눈동자가 갈피를 잃는다. 관심도 백퍼센트. 주어는 이지훈. 역시는 역시나.

소비자의 증가는 공급, 즉 판매자가 소비자 패턴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교수의 목소리가 강의실을 뒤덮는다. 그러나 귀에 박히는 건 ‘관심도’, 이 단어 딱 하나. 필기 노트에 이.지.훈. 세 글자를 새긴다. 느낌표와 물음표가 섞인 알다 가도 모를 그 이름.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3.5 | 인스티즈

이지훈에 대한 관찰은 일 년 전, 그러니까 그에게 ‘동질감’이란 낯선 단어를 느꼈던 그날부터 였다. 썩어 문드러진 학교에 날카롭게 창을 던지던 그가 사실 누구보다 고독했다는 걸 알았을 때, 가시투성이나 정이 많은 아이라 쉽사리 찌르지 못하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세상에 적어도 나와 닮은 사람이 한 명쯤 있다 생각했을 때, 그때부터 모든 걸 알아 가고 싶었다. 그래서 아마 처음으로 물음표를 던졌을 것이다. 이지훈, 그는 어떤 아이일까.

그렇게 매일을 달리고 있었다. 쉽게 말해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갖고 있는 버릇은 있는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지, 또는 나처럼 악몽에 시달려 새벽을 지새우지 않는지……. 물음이 많을수록 궁금증은 그 깊이를 달리했다. 좀처럼 파헤치기 어려운 아이였다. 강의 시작 전에 보낸 심심하단 문자에 히읗 두 개만 찍어 보낸 답장에도 정말 알 수가 없다.





- “정말 알 수가 없어.”


- “오늘 벚꽃 놀이 간다더니 왜 그렇게 침울해?”


- “행복해서 그래.”


- “그 반대인 것 같은데…….”





수업이 파한 강의실은 낮부터 소란스러웠다. 중간고사 시즌이라 할지 언정 ‘벚꽃’의 화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기에, ‘점수도 식후경’이라는 야매 속담을 빌미로 동기들은 A대 주변 핫스팟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연인들은 무조건 빠져주세요. 저희도 눈치는 있거든요. 그들은 배려심이 강하다 못해 인성이 좋았다. 배려로 인성을 어찌 구분할 수 있겠냐만은, 어쨌거나 빠짐을 당해서 좋다는 말을 과하게 표현하고 싶은 것이라. 나를 포함한 몇몇 동기들은 가벼운 손 인사를 대신하며 무리를 이탈했다. 하늘도, 동기도, 심지어 잘 먹은 화장도 돕는구나. 이제 지훈이 너만 돕는다면, 사도에서 어깨춤을 추…….





- “조모임 있어서 늦게 끝날 것 같다.”

- “…….”

- “여보세요?”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분명 반가운 목소리였다. 내용은 심히 반갑지 않았지만. 침묵의 도가니탕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현재의 나와 그를 보면 된다. 콧등을 긁적거리다 건조한 숨을 삼켰다. 괜찮아, 오늘만 날도 아닌데 뭐……. 오늘만 사는 내게 존재하지 않는 내일을 들먹이는 건 사치다. 새벽 비 소식에 서두르는 동기들의 발걸음이 부럽다.




- “늦게라도 갈까.”

- “아냐. 사실 나도 좀 피곤했던 참이라…….”

- “그래? 난 준비 다 했는데.”

- “무슨 준비?”

- “벚꽃 구경.”




뒤돌아서 왼쪽. 아바타 마냥 목소리를 따라 뒤를 돌자, 사과대 현관 맞은편 벚꽃 나무 옆에서 장난스레 손을 흔드는 그가 있었다. 정신 빼면 벚꽃 못 본다. 웃음을 꾹 참는 목소리에 즐거움이 배겼다. 이지훈, 이리 와. 대찬 스텝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내게 필살기인 보조개를 내민다.
*사과대: 사회과학대학.




- “속이는 족족 진짜 웃겨.”

- “날 갖고 놀았다 이거지.”

- “반응이 너무 재밌잖아.”

- “그래? 그럼 이 반응도 볼래?”




어깨 부분을 가격하는 두 주먹에 행복을 느낀다. 지금도 즐겁냐. 힘 진짜 세. 널 위해서야. 핑계가 늘었어. 더 이상 때리지 못하도록 날 끌어안고 둥실둥실 춤을 춘다. 이 와중에 안겼다고 오히려 즐거워하는 난 도대체 뭘까. 억지로 밀어내고 세 배로 물어 주기로 약속한 위약금을 당당히 요구했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파워 뒷걸음질로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그를 오래 봐온 나로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 “정말 안 되겠구나.”

- “벚꽃이 많이 폈네.”

- “말 돌리기 학원 다니신다고.”

- “일곱 살 때부터 대회 상을 휩쓸었죠.”




……저는 듣지 못하였으니 벚꽃 놀이나 갑시다. 가방을 고쳐 매고 앞장서 걷는 나를 졸졸 따라오며 그는 진지한 투로 상황을 설명했다. 말 돌리기 대회 참여자는 생각보다 임기응변이 탁월했다는 둥, 하마터면 대상을 놓칠 뻔했다는 둥, 현재 그의 상태는 승관을 뛰어넘을 만큼 능글거림의 대명사였다.

아, 배고프다. 밥 먹어야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다 지쳤는지 고양이 옹알이 소리를 내며 내 어깨를 먹는다. ‘옴뇸뇸’은 딱 그를 위한 부사였다. 갑자기 미친 것도, 그렇다고 변한 것도 아니다. 그는 의외로 이런 시답잖은 장난을 좋아했다. 정말로.











12.
어깨 물고 시선 피하기, 옆구리 찌르고 모른 척하기, 내 이름 부르고 딴청 피우기, 즐거운 순간에 일부러 정색하기 등 갖가지 방법으로 놀리는 걸 좋아했다. 여기서 포인트는 표정 변화가 전혀 없다는 거다. 근 이십 년간 모아온 내 유머 사전에 이런 말이 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맘먹는 분위기로 장난을 거는 건 거의 자신 학대나 다름없다고. 미안하지만 이지훈이 그렇다. 흔히 다큐를 찍는다고 한다. 위트 가이 승관 마저 헷갈릴 정도였으니 그가 얼마나 진지한 농담을 건네는지 알만했다.




- “장범준은 벚꽃 연금을 다 쓸 수 있을까.”

- “유부남이야.”

- “인생 곡으로 얼마를 버나 궁금한 거지.”

- “포기해.”




여의도를 향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찌릿한 감정이 오고 간다. 맨 뒷자리에 앉아 정답게 한쪽씩 나눈 이어폰에 때마침 ‘그대’를 찾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그가 슬쩍 눈을 피하며 자연스레 화음을 넣는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조곤조곤 멜로디를 따라 움직이는 말랑한 입술과 뽀얀 얼굴에 난 솜털이 시선을 끈다. 날렵한 턱선도 사로잡는데 한몫했다. 한 마디로 죽여준다는 의미였다.

훔쳐보지 말고 당당히 봐. 자신을 뜯어 보는 진득한 시선에 대항하듯 얼굴을 들이밀고 강제 눈 맞춤을 시전한다. 턱부터 열이 달아오르는 기분은 발표 수업 이후 오랜만이다. 거진 매일 봐도 적응 안 되는 얼굴이다. 하나씩 뜯어 봐도 한 번에 뭉쳐봐도 너무 내 스타일이라, 특히 왼쪽 눈물점은 마음을 끓어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눈물 점 예쁘다. 많이 운다는 뜻이더라. 그게 나였으면 좋겠네. 나쁜 쪽 말고. 자신의 왼뺨을 어루만지는 손에 제 것을 얹고 비스듬히 고개를 뉘었다. 딱 일분 만. 눈을 감고 고른 숨을 내쉰다. 잔잔한 게 꼭 새끼 고양이 같기도 했다. 자면서도 입꼬리가 웃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이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 “오만 원.”

- “……뭐?”

- “얼굴 관람료.”

- “무이자 60개월 어떻게 한번 해줘?”




핑크빛 기류를 박살 낸 장본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창문에 달라붙어 맨 얼굴로 바람을 맞았다. 도시 바람을 직격탄으로 맞고도 피부에 광채 도는 건 네가 처음이야. 보습 크림은 둘째 치고 심지어 스킨 로션에 친숙하지 않다는 그는, 아마 피부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의 질투 대상일 것이다. 얼굴 관람료 대신 츄파츕스로 값을 대신했다. 녹여 먹는 행위가 답답해 아그작 깨물어 먹는 습관이 여전한 스무 살이다.

송곳니 요즘도 별일 없지? 반듯해. 어디 보자. 아아-. 입을 벌려 작은 송곳니를 자랑한다. 음, 4월이 이갈이 시즌이었던가. 어깨로도 모자라 이번엔 검지를 깨물더니 깜빡깜빡 눈을 맞춘다. 송곳니 안녕하냐고 물었지 먹으라는 얘기는 아니야. 그는 어금니를 악물고 복화술을 시도하는 날 가볍게 젖히고 벨을 눌렀다. 먼저 내리는 사람 솜사탕. 솔깃한 제한은 거부할 수조차 없다. 막상 버스가 정차하자 느긋하게 자리를 터는 그와 달리, 순간 스퍼트로 무작정 튀어나가는 내가 있었다.




- “가자. 솜사탕.”

- “사주고 싶다고 그냥 말해.”

- “알겠어. 솜사탕.”

- “난 가끔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솜사탕?”




……그래, ‘솜사탕 병’에 걸렸구나. 솜사탕은 무조건 꼭짓점부터 떼어먹으라는 말에 이과 냄새가 난다. 입가에 달라붙던 말던 솜뭉치를 와구와구 씹는다. 옥수수 수염 같다. 내 입 주변을 둥글게 가리키며 애처럼 웃는다. 뭔데 귀여워. 이게 뭐라고 귀여울 일이야. 미안하지만 종일 외쳐도 모자라다. 볼 따귀가 움직이는 것마저 귀엽다. 특히 먹을 때 복스럽게 튀어나오는 두 볼이 하이라이트다. 본래 생활 자체가 귀여움 일수도 있다. 솜사탕을 먹고 있는 것뿐인데 심장이 으스러진다. 미운 네 살 때도 저랬을까. 에어 드랍으로 사진 대량 공유 당하고 싶어.




- “너 그거 같다. 배추 도사 무 도사.”

- “분위기 깨지 말아줘.”

- “진짜 잘 왔다 여기.”

- “내 수염 보면서 얘기하지 마.”




혼난다 진짜. 솜사탕 막대기로 정확히 그를 지목하며 경고장을 날린다. 서둘러 과잠 자크를 올린 그가 그 안에 작디작은 얼굴을 숨긴다. 웃고 싶지만 웃지 못하는 괴로움을 저렇게 승화하는 것이다. 이내 반달 눈으로 다가와 벌어진 내 점퍼를 여몄다. 여주야. 귓가에 소곤대는 목소리에 하마터면 녹을 뻔했다는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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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혼내 줄 건데.”

……

- “떨려.”




시답잖은 장난이다, 무의미한 장난이다 최면을 걸어 본다. 속에서 용솟음처럼 튀어나오는 까만 악마를 잠재워야 한다. 난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솜뭉치를 앙-, 무는 상대방의 입술을 보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정말 절대로 그런 사람이다. 망했어.










13.
야간 개장을 시작한 여의도 공원은 인파로 대단했다. 새벽 비 소식에 너나 할 것 없이 몰려든 까닭이었다. 상대방을 잃지 않으려면 손을 잡아야 했다. 깍지를 낄 수 있는 핑계였다.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특히 솜사탕 주인.




- “지훈아, 좀만 더 앞으로.”

- “어차피 똑같아.”

- “똑같다는 의미를 혹 배우지 못했니?”

- “말투 봐.”




점 찍어 둔 벚나무 아래 셀카 모드를 장전했으나, 유독 작은 상대방의 얼굴 덕분에 상대적인 대두가 되어 버린 나는 마치 모아이 조각상과 비슷한 처지였다. 이럴 거면 그냥 독사진 찍자. 두 발짝만 떨어 질게. 독사진 하자니까. 한 발짝만. 결국, 어정쩡한 자세와 어색한 표정으로 벚꽃 놀이 기념 최초의 사진을 찍었다. 삭제 감이었다.

공원 길을 따라 좀더 안쪽으로 걸었다. 미니 콘서트가 한창인 곳은 손님들도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아주 대단한, 그런 완벽한 곳이었다. 대담한 오른손이 무대 앞으로 그를 밀었다. 뭐 하냐는 물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행자와 짧은 눈빛을 교환한다. 이지훈을 꼭 무대로 보내야 합니다. 이 목소리는 전 세계가 알아야 하거든요.




- “……어, 그냥 아무거나 부르면 되나요.”

- “여자친구 분을 위한 노래면 더 좋겠죠!”

- “아…… 그러면…….”

- “준비되셨어요?”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망설임 끝에 내린 선곡은 ‘그대를 사랑하는 열 가지 이유’, 내 옆이 그대라서 행복하다는 목소리는 분명 천상계 것이었다. 불가사리 ‘개’선배가 왜 그를 탐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표정과 손동작 하나까지 놓치기 싫어 눈을 뗄 수가 없다. 나 지금 사람들 앞에서 고백받은 거 맞지. 마지막 소절 끝나고 나 보면서 웃은 거 맞잖아. 나만 본 거 아니지. 분명히 나 맞지. 마이크 내려놓고 수줍게 점퍼 안으로 얼굴 숨기는 저 사람 내 꺼 맞지.




- “나만 덥나.”

- “녹음을 못 했어.”

- “그걸 왜 해.”

- “잘 때 맨날 듣고 자려고.”




소정 상품으로 받은 커플 키링을 각자 손가락에 끼고 벚나무 길을 걷는다. 너무 집중해서 보느라 사진도 못 남겼어. 부러 통통한 볼로 아쉬움을 말하는 내게, 그가 손에 깍지를 끼며 무심히 말을 건넨다. 잘 때 전화해. 불러 줄게. 그게 뭐 별일이냐며 아무렇지 않게 답하는 목소리가, 멍하니 입술을 꼭 깨물고 웃지 않으려 애를 쓰는 날 보는 살가운 눈빛이, 복잡한 틈바구니 안에서 잃지 않으려 꽉 잡은 손이 너무 따뜻해. 몸을 기대 눈을 감으면 머리 위로 제 것을 기대며 온기를 나눈다. 나는 사랑을 받고 있구나. 이젠 물음표가 아닌 온점. 나는 사랑을 받고 있다.




- “작년에도 이번에도 같이 보네.”

……

- “둘 다 예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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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봄. 흐드러진 세상 아래.
우린 다시 그 절정에 서 있었다.
























Epilogue.
기숙사 남녀공용 휴게실에 앉아 타닥타닥-, 노트북에 불을 태웠다. 오늘은 '이지훈 보고서'를 마감해야만 하는 날이었다. 주제는 ‘이지훈에 대한 고찰’. 개요는 작성했으나 본론, 그러니까 성격 서술에 애를 먹던 참이었다. 냉정하지만 따숩고 날카롭지만 부드러운 그런 성격을 뭐라고 하더라. 코끝에 걸친 동그란 안경을 ‘개’선배처럼 바짝 올리며 피치를 더했다. 이지훈은 평소 냉담하다는 주변 반응을 토대로 일 년간 관찰을 시도했으나, 그가 사실은…….




- “요정.”

- “사실은 요정…… 뭐?”

- “과제 한다고 야식 조공 어쩌고 그러더니 뭔 추태냐 지금?”

- “태클은 노노해.”




승관은 양손 무겁게 달고 온 야식이 부끄럽다며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등골이나 빼 먹는 자식을 내가 왜 낳았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까치집 지은 머리까지 쥐어짜며 자식의 행태를 비난하던 녀석은 노트북을 뺏어 멀찌감치 떨어졌다.

고찰은 무슨, 관종이세요? 내놓으라고 했다. 아주 팬클럽을 만드시지? 안 그래도 티스토리 초대장 얻었어. 승관은 뻔뻔하게 받아치는 공격에 고개를 젓다, 한심하다는 투로 논문에 태클을 걸었다. 얻은 정보가 고작 이것 밖에 안 되냐는 뜻이었다.

양파 껍질 같은 놈을 페이지에 어떻게 담냐. 그리고 기본 프로필부터 다시 작성해. 이거 실제 기사였으면 난리가 났을 거야. 언론계 발칵 뒤집혔을 걸. 초딩이 잠결에 쓴 거 같잖냐. 야, 가운데 정렬 뭔데. 블로거냐? 연타로 받은 비판 화살에 쓰러지길 여러 번, 콧잔등을 살살 긁으며 첫 페이지를 넘겼다. 아니 도대체 어디가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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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 이지훈 (李知勳)
2. 나이: 스물인데 속은 열 살 더 많은 것 같음 (추측)
3. 특이사항: 때에 따라 다름.
4. 생활패턴: 같이 살아보지 않아서 알 수 없음.
5. 관찰결과: …………정?




















승관이는 참 좋은 친구다. 수많은 꿈 중 하나였던 ‘기자’를 맘 편히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으니. 오늘은 꿀밤 말고 함께 야식을 나눠 먹으면서 깊은 우정의 밤을…….




- “나쁜 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잠결에 쓴 건 아니거든?”

- “야, 레포트는 잘 쓰고 다니냐?”

- “헛소리 생각하지 마.”

- “너희 과 교수님 안경 새로 하나 맞춰 드려. 난제 같은 네 레포트에 안구 건조증 걸리시……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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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자님들, 개강 개학 화이팅입니다.

모든 게 처음이 다 어렵지 시간이 가면 익숙해지고...... 괜찮아지고...... 힘들고...... 서럽고....... 술 먹고...... 흑흑 우리 모두 힘을 내요........

암튼 본격적인 4화부터 열심히 또 달려요!


+ 암호닉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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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리우지입니다!!
6년 전
독자3
오늘도 너무 좋은 글이네요ㅠㅠ 항상 글은 재밌게 읽고 있지만!! 예전 리턴즈 글이 머릿 속에 떠돌아다니네요 이쯤 되면 두 버전을 (?)
뭐가 달라졌는지 생각하면서 보는 게 재밌는 거 같아요 리턴즈는 작가님이 평생 연재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ㅎㅎ
대학 졸업 후 회사 생활도 결혼 생활도 전부 오래 보고 싶어요

6년 전
독자2
트윅슈 입니다! 이번 화는 커플들의 로망이자 중간고사의 뜻, 솔로들의 천적인 벚꽃이 중심적으로 다뤄지는 건가요! 진짜 얼마 안 남았다고 하니 참담하지만 (...) 지훈이와 함께라면 선곡 리스트에 올려뒀던 '봄이 좋냐?', '벚꽃엔딩', '봄 사랑 벚꽃 말고' 와 같은 커플 파멸/ 네버엔딩 솔로를 위한 곡들을 하나둘 지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짜 오늘도 솜사탕처럼 입 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단내를 풍기며 녹는 그런 달달한 화가 된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ㅠㅠ 오늘도 어김없이 하는 그 말 사랑합니다,,, 💞💞💞💞💞
6년 전
독자4
은블리입니당! 오늘의 글은 마치 봄을 미리보기 한 것 같네요 :) 봄, 벚꽃, 커플, 사진, 중간고사 정말인지 참...씁쓸해지네요....올해는 지훈이 같은 남자와 봄을 보내고 싶...(울컥) 괜찮아, 괜찮아 세븐틴만 있다면...ㅎ...날이 많이 따뜻해졌는데요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올해 봄도 달달함이 넘치는 오엠알과 함께!!!! 오늘 너무나도 달달함이 가득하다 못해 넘쳐흐르는 화였던것 같아요 매화 매화 달달함만 있었으면 좋겠네용ㅎㅎ오늘도 너무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6년 전
독자5
소나무입니다
벌써 차트에서 벚꽃엔딩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하.. 커플의 계절이 돌아왔다니...ㅠㅠㅠㅠㅠㅠ 지훈이 같은 남친이랑 벚꽃구경가면 정말 좋으련만 어딜가야 만날수있죠..? 평소에도 오엠알 읽을때마다 몇번이나 계속 읽어서 느리자만 오늘은 특히나 더 오래 걸렸네요 너무 좋아서 계속 읽었어요ㅜㅜㅠㅠ 지훈이랑 여주랑 대화하는 게 너무 귀엽고 쿵짝 잘맞고ㅋㅋㅋㅋㅋㅋ 인생친구, 애인인것같아서 너무 부럽네요

6년 전
비회원112.212
손가락근육입니다!!휴...곁에 그 어떤 것도 없는 나에게 벚꽃이란 시험이라는 꽃말만 전해주는데..엉엉 이 글만 보면 그렇게 연애가 하고 싶어요 별로 생각도 없으면서 ㅋㅋ 능력있는 지훈이가 멋있고 서로 사랑하는 두사람의 모습이 이쁘고 그럽니다 하여튼 벌써 봄이네요.. 겨울에서 식ㄴ이 지나지 않길 원했는데..개강 넘나 싫은것 휴 벌써 종강만을 바라는 이 기분.. 개강을 모르는 슈아가 되고싶다..ㅋㅋㅋㅋㅋ 챠...이제 둘의 이쁜 모습은 봄기운을 더욱더 몰고 올텐데 저는 앞으로 들어올때마다 더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어용 아 맞다 솔직히 그 부분 넘나 상상되서 좋아죽겠습니다. 잠바속으로 얼굴숨기는 장면...ㅠㅠㅠㅠㅠㅠ거기에 눈웃음은 사망이에요ㅠㅠㅠㅠㅠ으아아아아 나 죽을라..ㅠㅠㅠㅠㅠㅠㅠ휴...작가님 앞으로도 잘부탁드려요 젭알 완결까지 가시죠!!!
6년 전
독자7
물민이에요! 요정 지후니 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귀여워요!!! 이번화도 달달한 솜사탕같은 내용에 미소 지으며 봤어요 ㅎㅎㅎ 특히 오늘은 마지막에 나온 하트만드는 지훈이 짤이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았어요 ㅎㅎㅎㅎ!!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작가님도 저도 모두 현생 화이팅 ㅠㅠㅠ!
6년 전
독자8
너라는 꽃입니다 :) 봄날, 솜사탕처럼 달달하고 몽글몽글한 마음이 피어나는 예쁜 글이네요. 글을 읽으며 글 속에 등장하는 지훈이 같은 남자가 실제로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물론 어딘가엔 있을지도 모르겠죠? 하하(눈에서 흐르는 눈물...) 많이 포근해졌다고 생각했더니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쌀쌀한 날이 되었네요 ㅜㅜ 그래도 작가님 글을 읽으며 봄 내음을 느껴봅니다. :) 일단 브금이 너무 잘 어울리고 벚꽃이 만개하던 길을 걸어가던 날을 회상하는 계기도 되었던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우리 모두 지친 하루에 힘냅시다!(눈물)
6년 전
독자9
다흰이예요 작가님❤❤ 이번편 너무 달달해요 솜사탕보다 달달하다구 자부합니다. 제가 방금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그게 이상한나라의 솜사탕이었거든요! 아이스크림과 솜사탕을 한입에 넣은 듯 달아요....❤ 폭신폭신 사르르 녹아내리는게 진짜 봄이네요. 읽는 동안에 저 또한 저 포근한 봄날에 함께하는 것 같아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저에겐 올해도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이기에...^^이른 벚꽃구경은 오엠알에서 여주와 지훈이와 함께한걸로 대신할래요...^.ㅠ 제가 사랑하는 봄이 작가님을 통해서 조금 더 일찍 온 것 같아요:) 오늘도 감사히 읽고갑니다🌸🌸🌸
6년 전
독자10
1123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온거같아서 죄송해요ㅠㅜ 그래도 오늘이라도 확인해서 다행이에요ㅎㅎ 벌써 봄이네요 얼마 전까지만해도 추워서 밖에 나가기도 싫었는데 날씨가 많이 풀렸더라고요 근데 또 갑자기 오후에 비가와서ㅠㅜ 이번화도 달달하니 너무 좋아요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오지를 않아요 저도 지훈이같은 남자랑 벚꽃을 보러갈 수 있을까요..? 얼른 벚꽃보러 가고싶네요 항상 시험이랑 겹쳐서 못본지 벌써 몇년은 된거같은데ㅠㅜ 오늘도 잘읽고가요! 이렇게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1
베리소스윗입니다 저도 미친사람처럼 벚꽃피면 그냥 혼자 보고 지내야겠어요 차라리 그렇게라도 소소한 웃음이 있었으면ㅜㅜ 지훈이랑 여주 예쁘게 사귀는걸 보니 진짜 봄같네요ㅠㅠㅠㅠㅠ 곧 다가올 미세먼지 조심하세요 작가님!
6년 전
비회원160.132
끄아아아아 너무 귀여워ㅜㅜㅜㅜㅜ 그리고 사담글 정말 이해가요.... 이제 새내기인데도 말이죠..
6년 전
독자12
아움이에요 현생에 치여 이제서야ㅠㅠㅠㅠㅠ 봤어요.. 진짜 개학 하고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와중에 글이 너무 설레고 예뻐서, 힐링됩니다 항상 감사해요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3
우즈입니닷 ~!
요즘 인티가 아픈가봐요... 나만 알림 안떴어 ㅠㅠㅠㅠㅠㅠ대학교에는 왜 지훈선배.. 같은 사람 없죠 ...? 저도 같이 벚꽃 구경하고싶네요 ㅠㅠ 벚꽃보는날은 항상 시험기간 ㅎㅎ 대학와도 똑같을것같아여 ㅠㅠㅠㅠ 개학이아닌 개강이라서 그런지 낯설고 적응하기도 힘든데 이때 지훈이가 딱 ..! 하 ㅎㅎㅎㅎ ㅎ ㅎ 글에서 벚꽃냄새나는것같아요 ❤️ 작가님 잘 지내구계시나요??! 작가님도 항상 활기찬 하루됐시길바래요 ~~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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