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오늘도 아무도 없더라고요. ”
“ 그래? 아, 이제 나가는 건 그만 둘 거야. 무기도 부족하고 인원도 이 정도면뭐… ”
“ 응, 그래요. ”
“ 그럼 일단 애들 좀 데려와봐. ”
해가 질 무렵에 원식과 지은이 돌아왔다. 원식은 많이 피곤한 듯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뻐근해 보이는 목을 꺾어가며 들어왔다. 그러나 지은은 뭐가 그렇게 신 나는지 생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런 둘을 바라보다 학연은 손짓하며 불렀다. 택운은 말없이 밖으로 나가 낙훈과 윤설을 데리고 왔다. 들어온 둘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멀뚱멀뚱 바라봤다. 홍빈은 괜히 말했나, 불안해져서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있자 앞자리에 앉은 재환이 씩 웃어 보이며안심하라는 듯 웃었다. 그 웃음에 괜히 마음이 놓여서 같이 앉아 웃었다. 학연이 가만히 바라만 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 홍빈이가 얘기했던 건데 하며 운을 땠다. 그 말에 넷의 시선이 홍빈에게 잠깐 닿았다가 다시 학연에게로 옮겨갔다. 홍빈이 했던 얘기에 조금 더 살을 붙여 이야기를 했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만 했다.
“ 난 괜찮은 것 같아, 세명? 그 정도만나가면 반나절, 길어봤자 하루 정도만걸릴 거니까. ”
“ 맞아. 하루 정도면 버틸만하지 않을까? ”
“ 그래, 일단 내가 갈게. ”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았다. 예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세 명 정도만 나가자며이야기했고 윤철이 그 말에 거들었다. 그리고선 낙훈이 제가 가겠다며 자진해 손을 들었고 그 말에 홍빈은 자신이 의견을 냈는데 안 가기엔 꽤나 미안해 저도, 저도 갈게요. 하며 급하게 손을 들었고 원식도 자신이 가겠다며 손을들었다. 그런 모습에 학연은 의외라는 듯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위험한 일이다 보니 다들 한 발짝씩 물러설 줄 알았는데 적극적으로 해서 인 듯 보였다. 택운이 말없이 지켜보다가 그렇게 셋이 갈 거야? 하고 묻자 가만히 듣고 있던 지은이 손을 번쩍 들며 홍빈 오빠대신 제가 가면 안될까요? 하고 물었다. 분명 원식 때문인 게 분명했다. 학연은 곤란하다는 듯 남자들끼리 가는 게 나을 텐데. 하고 말하자 가고 싶다며 울먹이며 말했다. 전부 홍빈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원식은 또 그러는구나 하며 탐탁지 않아 했다. 홍빈은 그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냥 자신이 간다고 말하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던데, 하며 홀로 생각했다. 여자의 미움 같은 걸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그럼 가세요, 하고 이야기하자 고맙다며 방긋 웃었으나 별로 달갑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나가라며 자리에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가는 택운의 말투가 왠지 언짢아 보였다.
“ 조심해서 다녀와, 기름 빵빵하게 채웠고 너무 기다리지 않게 해. ”
“ 네, 금방 다녀올게요. ”
“ 혹시 갔을 때 여분 화살 있다면 좀 부탁해. ”
“ 몸조심해서 다녀와. ”
어깨를 토닥였다. 한 명 한 명 일일이 품에 안아 토닥이는 윤설이었고 오글거린다며 툭 밀어내는 원식을 몸으로 한번 박았다. 피식 웃어 보이다 택운이 빨리 나오라며 총을 장전했고 그들이 타기 전까지 근처로 다가오는 좀비들을 막아세웠다. 울컥울컥 피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보니 역겹기 그지없었지만 숨을 내쉬며 참았다. 이젠 익숙해져야 했다.
***
떠나는 차 안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정적이 돌았다.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한 그런 정적.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들의 얼굴을 한번 더 바라보고선 차를 출발했다. 옆을 흘끗 바라보니 입가엔 미소가 가득한 지은이었다. 이런 상황에도 웃음을 짓는 지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놓자 썩은 내와 울음소리가 짜증 나게 들려왔고 창문을 닫자 총들을 정리하던 낙훈이 슬쩍 원식을 바라보다 눈을 내리깔고 다시 정비하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 걸릴 줄 알았더만 생각보단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단지 도로에 깔린 차들을 피해 가는 게 힘들었을 뿐. 창문을 내리고 살짝 바라보자 좀비들은 별로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가방을 챙기고 주머니에 꽂은 총을 한번 쓰다듬고 손에 쥔 칼을 한번 돌렸다. 낙훈과 지은이 먼저 나간 걸 확인하고 몸을 낮추고 삥 돌아 걸어갔다. 뭔가 눈치를 챈 건지 몇몇이 다가왔지만 미리 나가 준비하고 있던 낙훈과 지은덕에 소리 없이 죽어갔다. 결국 별 탈 없이 건물 안에 들어섰고 들어가자마자 시체를 발견했다. 툭, 옆으로 밀어내고서 걸음을 이끌어 근처에 있는 총과 총알은 무작정 가방에 집어넣었다. 다른건물로 옮겨가려 조심조심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니 뒤에 따라오던 지은이 크게 비명을 질렀다. 함부로 큰 소리를 냈다간 큰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고 있는 낙훈이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으나 이미 건물 안에 울려 퍼졌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고 돌아서자 지은은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낑낑거렸고 신발에는 깨진 유리창의 유리가 박혀있었다. 신발을 뚫을 정도로 날카로웠다면 살도 뚫렸겠지. 인상을 찌푸리며 신발을 벗겨내자 유리도 뽑혀 나왔다. 상처가 별로 깊지는 않았으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돌아가야 했으나 지금까지 챙긴 무기로는 약간은 모자랐다. 낙훈은 말없이 자신이 올라가겠다며 지은을 원식에게 기대게 했고 원식은 빠득빠득 우기며 자신이 올라가겠다 했다.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비명을 질렀을 때도 좀비들이 다가왔을 텐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낙훈이 결국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원식은 빠르게 올라갔다. 낙훈은 말없이 지은을 계단에 앉히고선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양손으로 얼굴을 한번 감싸고 한숨을 내쉬다 고개를 들어 많이 아파? 하고 물었다.
“ 네, 좀… ”
눈물을 닦아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지은이 제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앞에다 대고 여러 번 쐈다. 총성이 크게 울렸고 미쳤냐며 말리는 낙훈을 무시한 채 제 총알이 다 닳을 때까지 쏴댔다. 충분히 위험한데 이렇게 총알까지 쏜다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낙훈이 일어나 계단 손잡이에 기대 아래쪽 계단을 내려봤다. 결국 좀비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씨발. 주머니에 총을 꺼내잡으려는 순간 뒤에서 밀리는 힘에 의해 앞으로 고꾸라져버렸다. 계단에 굴러떨어진 낙훈이 정신을 차리니 제 눈앞에는 혐오스럽게 변해버린 좀비들의 모습이 보였다. 여러 번 총을 쐈으나 덜덜 떨리는 손 때문에 전부 빗나가 팔과 몸통만 뚫을 뿐 정작 맞춰야 하는 머리는 맞출 수 없었다. 결국은 물려버린 낙훈이 세게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보며 지은은 낄낄 웃으며 바보, 하며 비웃었다. 낙훈의 몸이 빨간 피로 뒤덮일 무렵 뒤에서 원식이 지은을 잡아끌었다. 낙훈에게 정신 팔린 그들이 원식과 지은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원식은 옆쪽으로 이어진 건물로 뛰어들어가 조심스럽게 건물 밖으로 나왔다. 뒷좌석에 무기들이 담긴 가방을 집어던지고 다시 차 안에 올라탔다.
“ …… ”
아무 말이 없었다. 처음과 같은 정적이었다.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서 원식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총알과 총을 챙기는 행동을 멈추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결국 보이는 모습은 처참하게 붉게 물들어 먹히고 있는 낙훈과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소름 끼치게 웃는 지은의 얼굴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녀를 끌고 나갔다. 끌고 나온 이유는 낙훈도 없는데 지은마저도 없다면, 그건 아무리 총과 총알을 챙겼대도 다른 사람 얼굴을 보기 껄끄러워서였다. 그러나 금방 후회했다. 차라리 거기서 낙훈과 함께 죽어버리게 둘걸, 하며.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던 지은이 백화점에 다다르자 히죽히죽 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원식이 욕을 뱉으며 차를 멈춰세우고 지은을 바라봤다.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듯 바라보는 지은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울분을 참느라 억눌린 목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왜, 그랬어?
“ 내가, 뭐라고 대답했으면 좋겠어요? ”
“ 뭐? ”
“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식량은 점점 없어져요. 한 명쯤 없어져도 상관없잖아요? ”
“ …… ”
“ 오히려, 이득일 거예요. ”
나중에 고마워할지도 모르죠. 씩 웃는 얼굴을 보며 화가 나지도, 열 받지도않았다. 그냥 미친년, 하며 욕을 뱉었을 뿐. 정말 미친 게 아니고서야 그런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저 좀비들이 가득한 바깥에 밀어내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도 다치지 말고 돌아오라는 그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울려서 이빨만 갈고 있을 뿐이었다. 대충 주차하고선 먼저 내렸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현관문 가득 좀비들이 가득했다. 셔터는 올려져 있고 유리문은 깨져있었다. 이미 몇몇은 이미 들어간 듯 보였다. 비명이 가득했으며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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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또 와쪄염!☞.☜
아 나 근데 아까부터 배가 너무 아파서 급하게 쓰느라 오타는 없나 몰라요.. 내용은 막 쓴걸 알기때문에 해탈..ㅎㅎ
방학이라서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먹기만해서 그런지 배가ㅠㅠㅠㅠㅠㅠ아파여ㅠㅠㅠㅠㅠ
그러니 오늘은 말을 조금만 해야지ㅠㅠㅠㅠ
저번편 댓글 달아주신 분들과 신알신해주신 분들
갑대님 망고님 포근님 정모카님 모카콩님 바람님 전부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