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랑 연애?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네-
W.춘북
**
#01: 작곡하는 남자요?
오늘도 문 앞에서 망설였다.
기름칠 전혀 안되어 밀때마다
녹슨 고물소리를 내는 이 망할 철문을 밀고
한창 작곡중인 옹성우를 찾아 두리번 댈 나를 상상하니
민망하여 괜시리 손에 들린 두 잔의 자몽에이드 중
한잔을 벌컥 들이켰다.
아씨, 누군가 자연스럽게 이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주었으면...
엄청난 타이밍을 외치며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을.
"어? ㅇㅇ야! 왜 여깄어?"
예스굳- 하고는 엄청난 타이밍에 속으로 뽕짝를 추고 있었으나,
마주하자마자 얼굴에 화색을 띄며 내 이름을 적막 그 자체인 작곡실이
전부 울리도록 외치는 민현이에
눈은 최대한 눈웃음 지어보이며
자연스럽게 작곡실로 들어갔다.
"와아- 안 그래도 머리 식힐 겸
나갔다 오려 했는데."
잘 마실게 ㅇㅇ야-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자상함이 뚝뚝 묻어나게 내 두 눈을 마주하며
내 호의에 대한 감사표시를 민현이는
자몽에이드를 양손으로 꼭 쥐고 잘도 마셨다.
누가 큐티뽀쨕뽀둥 애옹이 아니랄까-
에이드를 스트로우로 한번 쭉 빨아드릴때마다 생기는
입꼬리 주변 동굴부터
한 모금의 에이드가 마음에 든다는 듯이 흐응- 하고
눈웃음 짓는 것까지.
아구, 잘먹네 우리 민현이- 하고 궁디팡팡! 어화둥둥 내새끼!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요즘 같이 무서운 세상에 일찍이 두꺼운 손목에
시린 은색팔찌를 낄지도 모른다.
에이드를 겟한 인간 사막여우 황민현를 엄마미소로 보고있자면,
내 뒤에서는 그 누군가가 또 그 특유의 힝구 표정을 지으며 다가올 것이 뻔했다.
"야, 그거 내꺼거든?"
치사하게 왜 니가 먹어-
맛있게 잘도 마시고 있는 민현이의 에이드를 얄밉게 빼앗고는
플라스틱 뚜껑을 열어 남은 에이드를 원샷을 했지만,
바닥에 남아있던 덜 갈린 자몽 과육이 목에 걸려
곧장 사레가 들린 옹성우다.
고통스럽게 기침하는 옹성우가 쪽팔려 당장에라도 피하고싶지만,
곁에 민현이가 있으니 꾹 참고 옹성우만 볼 수 있도록 무성이지만
또박또박 육두문자를 빠르게 날리고
가방 안에서 생수 한 병을 건넸다.
일생에 도움이 안되요, 아주.
생수 한 병을 다 비워낸 옹성우는 내가 보낸 무성의 육두문자는 가볍게 무시하고는
내 손에 들려있던 또 다른 자몽에이드 한 잔에 매우 반가워하며
그대로 뺏어가 얄밉게 마셔댔다.
"아까 아이스초코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얄미운 시누이 역할을 맡는다면 연말연기대상감인 옹성우는
금세 에이드 한잔을 비우고는 작곡하던 제 자리 옆,
그것도 바짝 날 붙어 앉히고는 다시 작곡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옹성우가 날 지 옆에 앉혀둔 덕에
난 강제로 옹성우 옆태를 관찰하기로 했다.
유치원때부터 객관성이 탁월했던 내 안목은 옹성우가 여자 꽤나 울릴 것을 직감했고,
내 예상에 적중하듯 옹성우는 몽달귀신을 작정한건지
오는 여자들을 그리 매정하게 다 쳐냈다.
혼자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던 나와는 달리,
곧장 작곡에 몰입을 한 옹성우는 내가 빤히 쳐다보는 것도 느껴지지않나보다.
.....이래서 일하는 남자가 가장 섹시하다고 하는건가.
작곡에 집중할때마다 나온다는 잘생긴 직사각형 눈썹과
그 사이로 깊은 미간주름,
존재감 쩌는 콧날을 미끄럼 타고 내려오듯이 타고 내려오면
마주하는 일렁이는 목젖...
.............아.
변태같았나.
아 미친, 아 뭐래.
잠시 들끓었던 더러운 욕망을 주체 못한 나를 욕하며
더럽혀진 정신을 정화하기위해 건너편에 있는 민현이에게로 고개를 돌리면,
전부터 나를 지켜보고있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치는 민현이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싱긋 웃더니
마지막으로 브이까지 하는 민현이에
나도 모르게 조신하게 두 손을 포개어 심장 위에 놓고 호흡을 골랐다.
민현아.....니가 그렇게 웃으면
누나 심장 아파......
민현이의 웃음 한 방은 마치 핀란드 자작나무의 숲을 그대로 담아놓았나보다,
보고만 있어도 자작나무 숲의 피톤치드를
모두 머금은 내 눈이 그대로 정화가 되고 상쾌해지니.
황민현,
그 말로만 듣던 인간 피톤치드 그 자체였다.
"입 찢어진다, 찢어져."
헤벌쭉, 민현이를 향해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으면
내 얼굴에 바짝 제 얼굴을 붙이고는 나보고 들으라는 듯이
한 소리를 하는 옹성우에 덤덤하게 얼굴을 쳐내었던 예전과는 달리
등이 뒤집힌 사슴벌레마냥 팔다리를 퍼덕이며 소란을 피웠다.
"......? 왜 이래? 뭐 잘못 먹었어?"
열있나 이마에 손 올리기! 슈발, 예상했다.
내 넓적한 이마에 손을 대려 다가오는 옹성우에 질색하며
나는 가방을 들고 빠르게 작곡실을 빠져나왔다.
마치 사춘기 소녀소년들이 겪는,
호르몬 이상으로 예민해질대로 예민한 여드름성 피부마냥
난 요즘따라 옹성우의 스킨쉽에 극도로 예민해져있다.
이게 전부 다 조별과제와 매주마다 보는 의학용어 퀴즈로
미쳐버린 내 두뇌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굳게 생각했다.
일주일에 듣는 전공과목 수가 여섯개인데,
조별과제는 일곱개인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 못하겠는 수업 뿐만 아니라.
이론으로 배운건 ㄱ,ㄴ,ㄷ,ㄹ....인데 실전에서는 한국어 통번역가 이상을 원하는
교수님들에 이미 내 두뇌는 이성을 잃은지 오래였다.
그래서, 지금.
인지능력을 상실한채로 옹성우를 보고있자니.
"가방 줘, 무거울 거 아니야-"
유치원 다닐때부터 성인이 될때까지 그려온 나만의 왕자님,
내 테리우스 왕자님이.
..........22살 옹성우와 겹쳐 보였다.
*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 테리우스 왕자님이 옹성우라고?
..........야, 거기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어쩌면 탯줄을 끊기전,
그러니깐 어머니의 자궁에서 의사의 손에 끄집혀 나와
강제로 두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수술실 스탠드 조명을 맞이한 그 순간부터
나와 옹성우는 친구라는 그 명목하에 서로를 마주했을 것이다.
정말 어렸을 때는 외갓댁에 놀러가서
시냇가에서 서로 등에 물을 끼얹어 주는 등목도 하고,
두 볼에 빨간 과즙 다 물들일 정도로 수박도 잘라 먹고...
조금 커서는 누가 누가 구구단 빨리 외우는지
내기해서 딱밤 맞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우리 사이를 정의하는 친구라는 말보다는
남매라는 말이 어쩌면 더 어울릴 지도 모른다.
피만 안 나눴지, 거의 레알 남매 저리가라할 정도인
옹성우에게 떨림을 느끼는 나레기는 정말 핵폐기물이다.
백이면 백, 미친거 아니야? 라는 대답을 들을 것이 뻔한 질문인
"혈육한테 떨림을 느끼고 있어요, 이거 이상한가요?" 라는 질문에
나는 "...ㄱ,그럴 수도 있죠....." 라는 대답을 할 지도 모른다.
왜냐,
내가 지금 옹성우한테 그 떨림을 느끼고 있거든......
그래서 더더더더욱 난 옹성우 친구인 황민현한테
부쩍 많이 치대고 있는 중이였다.
"너 아직도 민현이 좋아해?"
"미쳤냐."
"? 방금까지 두 손 경건히 모으고
민현이 쳐다봤던 사람이 누구지?"
"닥쳐."
진짜 궁금한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날 보며
질문을 하는 옹성우에 딱딱하게 욕으로 받아치며
말이냐 방구냐- 라는 표정을 짓자
아님 말고 식으로 그대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옹성우에 몰래 들숨날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럽게 얼굴을 들이밀면 심장 터질 것 같은데,
우리의 옹청이는 그걸 몰랐나보다.
갑작스럽게 펌프질을 빠르게 시작하는 심장에 걸음을 조금씩 늦추면,
제 템포 그대로 걸어나가는 옹성우의 뒷모습이 보였다.
의학전공서적이 그득히 든 내 백팩을 오른손에 쥐고
걸어나가는 옹성우의 뒷모습을 보자면,
다들 기럭지에 말도 안된다며 감탄에 감탄을 지어낼테지만.
노노, 다들 틀렸다.
내 시선을 강탈한 옹성우의 피지컬은
바로 성난 오른손 힘줄이다.
언제 운동했는지 모르지만, 오른 팔뚝에 오밀조밀 돋아난 잔근육들과
존재감 뚜렷한 오른손 힘줄에 난 오늘도 누텔라처럼 발렸다.
팔뚝 하나로 사람 하나를 이리 쉽게 조져버리다니.
예전같았으면 하핫, 고놈 참 잘 컸네- 라고 웃으며
넘길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옹성우한테 떨림을 느끼고 있는 나에게는
오늘내일 터질지 모르는...
저기 북조선 동무들이 만들어낸
대륙간 탄도 미사일같은 존재였다.
**
"나 라면 끓여줘."
"내가 왜."
"어제 니네 집 방범창 달아줬잖아."
"그게 뭐 대수라고."
"와- 김ㅇㅇ, 인성보소"
도합 열 걸음도 채 안되는 옹성우와 나의 집은
주택 단지내에 있는 개인주택이다.
어린 나이에 벌써 내 집 장만을 마쳤다고? 라는 생각은 버려라,
우리가 성인이 되자마자 부모님들께서는 일찌감치 귀농이라는
소박한 꿈을 위하여 시골로 내려가셨고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개인주택에 남게 되었다.
(물론, 이 집의 명의는 부모님 성함으로 되어있다.)
어쨌든, 으레 그래왔듯이 옹성우네 집으로 향한 우리 둘은
6교시까지 이어진 풀강에 지쳤다는 듯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고,
옹성우 피셜 짜리몽땅한 나는 소파 4칸을
전부 차지한 채로 누워있는 반면에
옹성우는 뼈가 없는 연체 동물마냥 흘러 내릴듯이
소파 한칸에 몸을 걸쳐놓듯 앉았다.
"김ㅇㅇ한테 부탁한 내가 죄인이지-"
집에 라면은 있나 몰라-
쑤셔오는 허리를 두어번 콩콩 쥐어박던 옹성우는
주방으로 발을 옮겼고 곧장 주방에서는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파도 넣어?"
"응- 청양고추도 썰어 넣고-"
"......먹고 죽게?"
"응- 먹고 죽을 거야 성우야-"
위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매운맛을 사랑하는 불알친구 덕에
오늘도 옹성우는 챌린지를 해야만 했다.
뜨거운 거, 매운 거 제일 못 먹는 옹성우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애기입맛이다.
쪼꼬묻은 과자, 슈크림 빵....
카라멜 마끼야또, 사이다...등에 환장하는 옹성우는
굳이 내 입맛에 맞추려고 제 위에 화학물질 수준인 매운 라면을 끼얹어댔고,
나는 따로 끓여도 될텐데....라는 생각을 3초간 했지만
부질없다, 라는 생각이 더 커서
내 앞에 놓인 라면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쭈, '잘 먹겠습니다' 도 안 해?"
고작 라면 하나 끓인 것 갖고 생색은.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만,
우리 물개옹을 위해 물고기 하나 쯤은 던져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핵카와이하게 "이타다끼마스!" 하고 찡끗! 윙크를 빠르게 한 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 한 젓가락을 했다.
나의 초카와이한 눈웃음을 직격타로 맞이한 옹성우는
헛웃음을 두어번 짓더니 챙겨온 국자로 국물까지 퍼서
내 그릇에 옮겨 담아주었다.
"크으- 이게 사는거지!"
국물이 끝내주는구만!
거하게 단체 회식을 한 다음날,
숙취해소를 위해 해장국을 들이킨 아재마냥 무릎까지 탁! 찰지게 친 나는
내 앞에서 생수 빨리 마시기 대회를 하고 있는 옹성우가 보였다.
"이게 안 맵다고? 이게?"
와아- 뒤에 확! 오는데?
매운지 구슬땀까지 뻘뻘 흘리며
라면먹기 챌린지를 계속하는 옹성우에 한심하다는 마음도 잠시.
"? 왜?"
"내 턱에 국물 묻었어?"
자극적인 국물에 금새 빨갛게 일어난 입술이 내 눈에 들어왔고,
...........
시벌 이젠 중증이다.
두껍게 일어난 입술마저도 조낸 이쁘다......라고 생각이 든
나레기는 본능에만 충성하는,
옹성우의 모든 것에 관한 것이라면 반응하는 속도가
마치 파블로프의 개 수준인 내 두뇌를 원망하며
밥 먹다말고 머리를 냅다 바닥에 쳐 박았다.
밥 먹다말고 땅에 머리박는 내 모습을 본 옹성우는
"....오늘도 퀴즈 망쳤냐....ㅇ,야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구...그런거지 뭐-" 라며 내 속을 전혀 모르는,
그런 속 편한 소리나 해대었다.
옹성우의 빛나는 똥촉은 중딩때부터 알아봤다만
.....사람이 그리 한결같기도 어려운데,
장하다 성우야.
카일리 제너 입술 저리가라 할
섹시한 입술을 한 옹성우를 마주하고
다시 속편하게 라면을 먹지 못할 것 같아서
난 내 스스로 발걸음을 주방으로 향했다.
만약, 주방으로 향하지 않고 그대로 옹성우와
마주보고 라면을 계속 먹는다면,
.........난 내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라면이 아닌,
옹성우 입술을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ㅇㅇ, 뭐하게-"
"너 라면 새로 끓여주려고."
"어!? 진짜?!"
"어- 진짜-"
"나 그거! 짜왕!
면은 덜 익은거 꼬들꼬들하게!"
오냐, 제발 이 짜장라면 먹고
그 부풀은 입술 좀 어떻게 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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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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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본능에만 충실해서 썼나요.
(붂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