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종대는 눈시울이 붉어져 찬백에게 안겨들었지만 찬백은 종대를 밀어내고는 구타부터 시작되었다.
악악, 거리는 종대에 주위에서 뭐하는거냐?! 그 손 안놔?! 하는 경악어린 소리가 들려온다.
찬백은 혀를 차고는 종대를 번쩍 보쌈해서는 인천공항을 빠져나갔다.
뒤따라오던 사람이 허둥지둥 따라갔지만 종대는 이미 찬백에 의해 택시에 구겨넣어져 떠난 상태였다.
찬열이 앞자리에 앉았고 백현이 발로 종대를 밀어 옆에 앉았다.
정신없이 납치된 종대는 겨우 자세를 고쳐앉더니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어댄다.
그런 종대가 얄미웠는지 백현이 종대의 머리를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
"이 개새끼. 넌 좀 쳐맞아야해."
"아,아, 아악! 아파아파아파아아아아!!"
찰진 백현의 손길이 닿을때마다 종대는 시끄럽게 소리지르며 찡찡거렸다.
찬열은 기사님에게 웃으며 양해를 구하고 백현의 손은 멈출줄 몰랐다.
어딜 감히 동무소식을 기사로 듣게 한단말인가?
처음 종대의 기사를 접했을 때 얼마나 어이없었는지 모른다.
손가락이라도 부러졌나 싶을 정도로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종대를 만난 기사에서 그는 '첸'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캐나다에서는 모를 사람이 없는 가수가 되어있었다.
자신도 무엇을 잘못했고 왜 맞고있는지 알았는지 찡찡대면서도 한참을 맞던 종대가 백현의 손을 덥썩 잡더니 껴안았다.
그제야 백현이 씩씩 숨을 고르고 안긴 종대의 머리를 헝클였다.
백현의 어깨에서 떨림이 느껴지고 옷이 따뜻하게 축축해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두사람이 조용해지자 찬열 역시 촉촉해진 눈가를 슥슥 문질렀다.
"근데 찬열이랑은 어떻게 됐어? 사겨?"
"응. 너 이제 왕따됨."
마음을 추스린 종대가 백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백현이 팔짱을 낀 채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백현은 아직 종대에 대한 꽁한 마음이 완전히 풀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종대가 괜히 오~ 얼레리꼴레리~ 깐죽대면서 백현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유일한 약점 옆구리를 쿡쿡 찌르자 곧바로 킥킥,거리는 백현을 계속 괴롭히다 결국 제일 세게 한대 맞은 종대는 맞은 곳을 부여잡으며 쌩쌩 달리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고보니 우리 어디가는거야? 그제야 목적지를 묻자 백현이 씩씩거리며 간결하게 대답했다.
"연습실."
연습실? 종대가 의문을 가지자 찬열이 친히 뒤돌아 설명을 해주었다.
밴드라는 말에 종대의 눈이 빛났다.
곧 자신만 빼놓고 그런걸 만들었냐는 종대의 찡찡거림이 아슬아슬 타고있던 촛불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훌쩍 떠나고 연락 한번 없던게 누군데?!
다시 눈을 희번득하게 뜨며 종대를 죽어라 때리는 백현에 기사아저씨는 어색하게 웃으며 조심히 엑셀을 세게 밟았다.
도착한 찬열과 백현, 종대가 문을 열고 연습실로 들어서자 연습실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던 민석이 그들을 반겼다.
종대가 온다는 것을 백현에게 미리 들어 알고있던 민석은 왠일로 종대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귀여운 인상의 민석이 웃으며 다가오자 종대는 덥썩 민석을 껴안고 난리였다.
찬열이 겨우 풀어주었지만 한동안 종대에게 붙잡혀 이런저런 얘기를 강제로 나눈 민석은 진이 빠져갔다.
자신과는 달리 종대에게 먼저 다가간 민석이 괘씸하던 백현은 쌤통이라며 놀려댔다.
민석은 앞으로 먼저 다가가는 것을 꺼려할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미니형이 여기 보컬이라고?"
"미, 미니형?"
"응. 너보다 훨씬 잘할껄?"
"헐... 이래뵈도 나 가수거든?"
"가수는 무슨. 요새 적당히 올라가면 다 가수래요."
갑작스레 불린 애칭으로 넋이 나가버린 민석을 제쳐두고 종대와 백현이 다투기 시작했다.
민석은 점점 격해지는 뉘앙스에 두사람이 이러다 진짜 싸우는거 아닌가 걱정했지만 찬열은 여유만만 원래 저랬으니 괜찮다며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백현이 결국 참지못하고 벌떡 일어나더니 민석을 보며 얼른 노래해보라며 아우성이었다.
갑작스레 노래를 하게된 민석은 어리둥절했지만 종대의 부담스런 눈길을 받으며 마이크 앞에 섰다.
노래 시작했다 ♪ 노래 끝났다 ♬(*^^*)
민석의 노래가 끝나자 종대는 벌어졌던 입을 굳게 다문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경건하게 박수를 쳤다.
그런 종대에 괜히 백현이 콧대를 높인다.
종대는 음악가로서 순수하게 민석에게 반해버렸다.
저 작은 몸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성량과 깨끗한 고음은 누가 들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 팬이 되버릴 것만 같아..."
민석이 부끄러움에 볼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부터 종대는 매니저를 닦달하여 한국에서 잡힌 모든 스케쥴을 취소시키고 매일같이 연습실을 드나들며 멤버에 자신도 넣어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백현은 한 밴드의 두명의 보컬은 필요없다며 단호하게 거부했다.
또한 이미 가수의 길로 접어들어 꽤 유명해진 종대가 멤버로 들어오면 밴드의 분위기가 자칫 종대에게 치우칠 수 있기 때문에 백현은 종대의 영입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