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루한이 다가가면 화장실을 간다며 빠져나오고
루한이 말을 걸려하면 다른 애들에게 굳이 말을 걸어가며 눈에 뻔하게 자신을 피하는 민석에 결국 루한의 표정이 한없이 굳어져갔다.
하지만 민석은 모든 것이 정리될 때까지 루한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겨우 정리되가고 있던 모든 것이 다시 섞여 혼란스러워질 것만 같았다.
"이제 슬슬 이동하자."
"그러고보니 이제 차 두대로 이동해야겠는데?"
"어? 나 벤 끌고 왔는데. 다같이 갈 수 있ㅇ..."
"루한이형, 민석이랑 와요."
찬열이 차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종대가 손을 번쩍 들더니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종대의 말은 백현에 의해 끝나기도 전에 잘려 무시당하고 말았다.
민석이 깜짝 놀라 백현을 바라보니 찡긋하며 윙크를 날린다.
눈치 빠른 녀석이 꼭 이럴때 제일 넌씨눈이 되버린다.
민석이 탈 차를 바꾸기위해 말을 꺼내려했지만 루한이 먼저 그래, 대답하고 민석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거친 손길에 민석이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루한은 민석을 거칠게 차에 태우고 나서야 손목을 놓았다.
얼마나 세게 잡았던지 벌써 부어오르는 손목을 감싸고 운전석에 오르는 루한을 바라보았다.
이런적이 전에도 한번 있다. 그때도 루한은 화가 나있었는데...
자신이 주춤하고 그에게서 한발자국 물러서면 루한은 항상 화를 내며 두걸음 세걸음 다가오니 오히려 가까워지는 관계에 민석은 어설프고 소심한 자신에 대한 씁쓸한 비웃음을 속으로 삼켰다.
"이제야 보네?"
"..."
"시우민. 아까부터 의도적으로 날 피했어. 왜?"
흥분했는지 말투가 격해졌지만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또박또박 말을 하는 루한의 차가워진 눈동자에 민석은 다시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 행동이 발화점이 되었는지 루한은 결국 참지 못하고 큰소리를 내버렸다.
"시우민!"
그때 뒤따라 나온 백현이 아직 출발하지 않은 루한의 차를 보고 다가와 조수석 쪽의 창문을 두드렸다.
사실 백현도 오늘 계속 루한을 피하는 민석을 눈치채고 있었다.
싸움이라도 했나싶어 화해의 기회를 줄 겸 일부러 두시람을 붙여놓 것이다.
하지만 아까보다 더 굳어버린 두사람의 표정을 보고 일이 잘못되가고 있음을 느꼈다.
백현은 민석에게 가면서 할말이 생겼다며 냉큼 종대와 자리를 바꿔 민석을 빼왔다.
루한에게서 멀어지고나서야 잔뜩 굳힌 몸과 표정을 푼 민석은 조용히 찬열의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앞좌석에서 백미러로 민석을 본 찬백은 서로 마주보며 어깨를 으쓱거릴 뿐 일부러 민석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괜히 건드려봤자 상태만 안좋아질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들의 판단이 옳았던건지 움직이는 차안에서 가만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민석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고마워."
"뭐가?"
민석이 백현에게 인사를 하니 백현은 시치미떼며 모른척한다.
자신을 배려해주며 더이상 묻지않겠다는 백현의 속마음을 읽은 민석은 더 고마울 따름이다.
민석이 공연장 앞에 도착하고 뒤이어 거칠게 루한의 차가 섰다.
조수석에서 종대가 비틀거리며 빠져나오더니 당장에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화가 난 상태로 운전하다보니 굉장히 거칠었는지 변기를 붙잡고 심하게 헛구역질 하는 종대의 뒷모습에 백현이 괜히 미안해져 등을 토닥여주었다.
"루한."
"..."
"미안해."
민석이 아까의 일을 사과하며 오늘 처음으로 루한을 향해 웃어보였다.
운전하는 내내 어떻게 자신을 보게 할까, 어떻게 자신을 보며 웃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루한은 갑자기 태도가 바뀐 민석이 못마땅했지만 일단 민석이 자신을 보고 웃었으며 말을 섞었다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대기실에서 잠깐 빠져나온 민석이 숨을 훅 내뱉으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걱정을 끼치기 싫어 웃는 얼굴로 루한을 마주하긴 했지만 그 꿈을 꾼 이후부터 루한의 얼굴을 보면 한꺼번에 물밀듯 밀려오는 기억들에 숨이 턱턱 막혀온다.
가슴까지 저릿한게 병에 걸렸나 싶을 정도로 심장은 미친듯이 뛰어댄다.
그렇게 민석이 거친 숨을 내뱉고 있을때 누군가가 뒤로 와 민석의 어깨 위에 손을 턱, 올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너무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고개를 천천히 뒤로 돌리니 머리가 민석보다 한참이나 위에 있는 강한 인상의 남자가 민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어디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