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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종] 차가운 숨 11

 

w. 발발

 

 

 

개학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여름방학은 원래 짧은데 왜 이제야 개학을 하는지 모르겠을만큼 길고 긴 방학이였다.
보통은 학교가기싫어 몸부림쳤지만, 이번 여름은 힘든 일의 연속이라 차라리 학교라도 다니면서 딴 곳에 정신팔고 싶었다.
세훈은 잡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다소 부산하게 책가방을 챙겼다.
종인은 그 날 이후로 당분간 제 집에서 지내겠다며 세훈의 집을 떠났다.
그리고 얼마 전 세훈의 생일에 전화해 짤막하게 생일축하인사를 전한 것 왜엔 아무 연락없었다.
'생일축하해'라는 한마디와, 숨소리도 들리지 않던 5초간의 고요함을 끝으로 끊겨버린 통화에 세훈은 휴대폰을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그날은 종인의 생일일지도 모르는 날이였다.
정확히 말하면, 오세준일지도 모르는 김종인의 생일.
세훈에게 전화해 축하를 전하는 종인은 어떤 마음이였을까,
세훈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생일축하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다.
고맙다는 말조차 못했다.
세훈보다 감정적으로 유악한 종인 앞에서 말은 냉정하게 했어도, 저 역시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몇 번을 입을 달싹이며 더듬더듬 말하는 것도 종인이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십대의 마지막 생일을 절절하게 보내버린 두 사람은 각자의 집에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교재를 펴고 공부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개학날이 되었다.

 

 

 

"어머 세훈아, 넌 어째 더 하얘진 것 같다? 계속 집에만 있었어?"
"그냥 뭐, 고삼이 가긴 어딜 가."

 

반 친구들의 반가운 인사에 웃으며 화답했는데, 억지로 웃는 게 이렇게 힘든건지 세훈은 새삼 느끼고 있었다.
세훈이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지 아니면 상대방이 눈치가 없는건지, 반아이들은 세훈을 중심으로 모여 왁자지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떠들긴 하는데, 귀에 들리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세훈의 온 정신은 제 옆에 엎드려 있는 종인에게 가 있었다.
종인과는 아직 인사는 커녕 눈도 못 맞춘 상태였다.
세훈보다 먼저 등교해 이미 자리에 앉아 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 종인은, 세훈과의 서먹함을 들키지 않으려 몸이 좀 안 좋다고 몇 명에게 미리 언질을 해두고 엎드려 있었다.
세훈은 어느새 아무말도 하지 않는 저를 빼고 저들끼리 신나서 수다를 떠는 친구들에게 빠져나와 제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엎드려있는 종인의 등을 바라보았다.
저와 함께 살 때는 생각날 때만 다려서 반듯하지 않던 셔츠가 깔끔하게 선까지 살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인의 등은 한없이 작아보였다.
그 초라한 등에 손을 펴 닿을락말락하게 갖다댄 세훈이 미련하게 손을 거두었다.
종인의 등은 따스한 온기가 가득했다.

 

 

 

개학날부터 시간표에는 체육이 들어있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는 공부만큼이나 학생들의 건강도 챙겨야 한다며 고3 2학기임에도 불구하고 체육수업을 진행했다.
원하는 학생들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형식이였지만 원래 못한다고 생각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라 반 아이들이 모조리 체육관으로 향했다.
물론, 3년 내내 체육수업을 듣지 않은 세훈과 종인빼고.
종인은 옆에 앉아있는 세훈을 보면 감정이 격해질 것 같아 계속 책상에 엎드려 얼굴을 가렸다.
세훈의 익숙한 바디워시향이 무의식적으로 종인을 끌어당겼지만, 거부하려고 코까지 막고 입으로 살살 숨쉬었다.
너무도 조용해서 살짝 정신이 아득해졌다.
제 이런 어설픈 숨소리가 반 안에 퍼지는 것 같았다.
세훈이 들을까봐 잠시 숨을 멈추었는데, 주변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세훈이 나갔나 싶기도 했다.
슬그머니 코를 쥔 손을 떼니 다시금 세훈의 향기가 났다.
종인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항상 상상했었다.
나중에 제가 한 서른 즈음되어 훌륭한 어른의 모습을 하면, 지금의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친부모를 찾는 것을.
만약 찾게 된다면 늠름한 모습으로 인사드릴 것이다.
이렇게 잘 컸어요, 그 동안 많이 힘드셨죠.. 위로도 해드리고, 친부모님과 양부모님 모시고 근사한 식사도 대접해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얼결에 찾은 제 핏줄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였다.
신께서 딱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주저없이 세훈과 제가 알아버린 이 사실을 지워달라고 할 것이다.
싹 기억을 잊고 사이좋은 친구이자 연인으로, 그 마음이 다할 때까지 함께 하고 싶다.
종인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세훈의 부모가 제 친부모라는 것도, 세훈이 제 형제라는 것도 아니였다.
세훈이 제 쌍둥이동생이라서 저희가 나눈 사랑이 근친상간으로 치부된다는 것, 그 자체가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애초에 종인에게는 근친상간이란 단어 자체가 와닿지 않았다.
세훈이 제 형제라는 것을 부정하는게 아니라, 이미 세훈의 대한 마음이 겉잡을 수 없이 커져서 진실이고 현실이고 신경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감정적인 종인과 다르게, 세훈은 마음을 추스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거고, 하루빨리 서로의 감정을 정리해서 종인에게 제 부모님을 소개시켜야 한다.
결국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고, 거스르게 되면 모두가 힘들어질 것이란 건 대중매체에서 많이 접해봐서 알 수 있다.
근친이 더 기막힌 것일까, 동성애가 더 기막힌 것일까.
저들의 마음 하나로 양쪽 부모님을 마음아프게 할 순 없다.
종인과 저의 사랑은 그저 뒤늦은 사춘기의 불장난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세훈은 눈을 질끈 감으며 모질게 입술을 깨물었다.
제 마음을 외면하기로 했다.
그게... 순리다.

 

 

 

 "좀... 어때,"

 

어렵게 입을 열었다.
종인은 오랜만에 세훈의 목소리를 듣고 귀가 쫑긋했지만, 못 들은 척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제가 아는 세훈은 지금쯤 이성을 되찾아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론이 무엇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린 끝이겠지..
종인은 고집스레 얼굴을 들지 않았다.
세훈은 그런 종인의 미세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봐주는 거 없이, 세훈이 말을 이었다.

 

"피한다고 해결될 일 같았으면 벌써 니 손 잡고 저기 외딴섬 같은데로 도망쳤어."
"..."
"내가 무슨 소리하는지 알겠지,"
"..."
"한 번에 정리하긴 나도 힘들어.. 일단 정리하는데까지 해보고-"
"무슨 방 정리하듯 말한다?"
"..."
"...너한테는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야?"

 

세훈의 담담하기까지 한 음성에 종인은 다시금 감정이 격해졌다.
엎드렸던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쏘아붙인 종인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인한 약간의 떨림이 베여있었다.
이런 말을 쉽게 내뱉는 세훈이 너무 밉다.
너무 미운데, 그런 세훈을 사랑한다.
그래서 너무 화가 났다.

 

"너 니 가족찾고 싶어했잖아, 그럼 진짜 행복할거라고 했잖아."
"내 진짜 행복이 뭔지 알고 말하는거야?"
"진짜 가족을 원했잖아.. 널 낳아준 부모님과 너의-"
"아니, 너 아직도 날 잘 모르는구나,"
"..."
"내 진짜 행복은, 널 보는거, 너하고 같이 있는거, 널 사랑하는거!!
있는 그대로 말해볼까? 난 지금 이 순간에도 너랑 뒹굴고 싶어, 물고 빨고 오만짓거리 다 하고 싶어!
미안한데 나한테 강요하지마.. 미쳐서 죽어버리기 전에,"
"..."
"미친놈인 거 알아. 짐승만도 못 한거 아는데, 상관없어. 널 사랑하면서부터 평범한 인간이길 포기했으니까."

 

타이밍좋게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렸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세훈을 옭아매던 종인의 눈빛은, 곧이어 앞문, 뒷문으로 우르르 들어오는 아이들에 의해 풀어졌다.
종인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수술부위가 찌릿찌릿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진 말은 뱉는 세훈도, 악을 쓰며 대항하는 종인도 방식은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너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들게 말하는건지 모르지."
"..."
"나도 그냥 모르는 척 너랑 사랑하고 싶다고.."
"..목소리 낮춰, 애들 들어."
"근데 이거 범죄야, 종인아."
".."
"범죄라고."

 

세훈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들어왔는지, 땀도 식히고 옷도 갈아입으면서 수다를 떠느라 세훈과 종인에게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종인은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너한테 가장 중요한 게 뭐야,"
"무슨 뜻이야?"
"우릴 바라보는 시선이야, 준법정신이야, 나와 사랑하는거야-"
"..김종인,"
"아니면 진짜로 너랑 내가 가족이라서?"
"지금 니 말, 말도 안되는 억지인거 알고 있지,"
"난 잘 모르겠어. 나한테는 3번째가 제일 중요해. 그래서 첫번째, 두번째까지는 상관없어."
"..."
"넌 아니잖아. 넌 3번째가 가장 나중이잖아. 그래서 범죄니 동성애니 핑계되는거잖아."
"..핑계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
"그래, 혈연관계이기까지 하니 말도 안되지. 근데 너와 나의 차이점이 뭔줄 알아?"
"..."
"난 오세훈이니까 사랑했고, 넌 김종인이라서 사랑한거야."
"..."
"니가 김세훈이 되어도 난 너니까 사랑하겠지만, 김종인이 오세준이 되면 넌 날 떠나겠지."
"..."
"그 말이 하고 싶었어."
"..."
"내 마음, 알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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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슬슬 속도 좀 내야 겠어요. 제 글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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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진짜 어우 세훈아 종인아...ㅠㅠㅠㅠㅠ헝헝 안타깝네요 그저
10년 전
발발
그저울어줄뿐이죠ㅜㅜ
10년 전
독자1
겁나잘쓰는듯
10년 전
발발
겁나고마운듯
10년 전
독자2
잘보고있어요ㅜㅜㅜㅜ 아.. 어떻게 해결이 나야 잘.되는걸까요ㅠㅠㅠㅠ ㅇ..이미제마음은 살짝 ..아니 조금많이; 기울......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0년 전
발발
해결을할수나있을까요ㅜㅜ그래두끝까지지켜봐주세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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