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시간이 끝나고 넌 급하게 재환을 찾으러 나갔어.
홍빈이 모자장수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들만 늘어놓는 재환에게 화가 난 너야.
이번엔 기필코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겠다고 다짐하고, 분노에 찬 발걸음을 옮겨.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가던 너의 팔을 누군가 잡아당겨.
옆을 보니 어느새 나타난 재환이 약간 슬픈 얼굴로 널 보고 있었어.
그 표정에 화가 조금 누그러진 네가 네 팔을 잡은 재환의 손에 네 손을 겹쳐잡고는 말해.
"이해 안되는 것들 투성이야."
"... 알아."
"왜 얘기해주지 않는 거야?"
재환이 너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내리고는 잠시 머뭇거려
"난 네가 위험하지 않기를 바라니까."
그 말을 하고 재환이 너의 뒤를 보더니 너를 끌어당겨 사각지대로 들어가.
그리고 얼마 뒤, 홍빈이 너와 재환이 있던 자리를 지나갔어.
"아까부터 홍빈이는 왜 피하는 거야."
"절대 그럴 일은 없다는 걸 알아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서."
또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재환의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쉰 네가 비스듬히 서 있던 몸을 재환에게로 향하게 해.
"그럼, 그렇게 숨기면 내가 안 위험해져?"
재환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가로저어.
그리고 답답한지 제 머리를 마구 헤집어 놔.
"결국엔 나조차도 위험해지겠지..."
너도 그런 재환이 답답하긴 마찬가지였어.
"그냥 다 이야기해주면 안 될까?"
재환은 고개를 숙였다가 헛웃음을 짓는 둥 약간 불안해 보이는 행동들을 하더니 한숨을 쉬고 결심한 듯 너를 똑바로 쳐다봐.
"네가 아는 이상한 나라는 낭만적인 동화 속 세상이지?"
"....."
"그곳은 지옥이야"
***
지옥이라는 말만 하고, 재환은 다시 심각한 얼굴이 됐어.
너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표정.
너는 그 표정을 보고 재환이 결심이 설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어.
재환이 다시 입을 열어.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는 우연히 시계 토끼를 따라와 길을 잃은 아이였지?"
너는 고개를 끄덕여.
"그리고 그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힌 이방인이기도 하지."
"....."
"하트 여왕은 그 이방인에게 몹시 화가 났고, 그런 앨리스에게 벌을 주기 위해 앨리스가 만났던 인물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또 그들의 이름에 그들이 해야할 일들을 부여했어. 다들 하트여왕의 개였지."
네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고, 재환은 그런 너를 보고 한숨을 지어.
아직도 말을 하기 꺼려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너의 단호한 모습에 계속 이야기를 해 나가고 있어.
"유일하게 체셔에게 부여된 뜻은 두 개였어.'길잡이'와 '집행자'"
너는 약간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어.
"'독재자'가 '집행자'에게 내린 명령은.."
"....."
"다른 세상에 있는 모든 '앨리스'들의 몰살"
너는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재환을 봤어.
이미 머뭇거리던 재환의 태도는 온데간데없었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어.
"그리고 '집행자'가 지금까지 처단한 '앨리스'의 수는 12명."
"....."
".......현재 13번째 세계에 도착해, 13번째 '앨리스' 수색 중."
너는 손발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어.
재환의 말이 전부 거짓처럼 느껴지는데 네 몸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어.
재환은 덜덜 떨리는 네 손을 꼭 잡아줘.
"13번째 '앨리스'는"
"....."
"별빛, 너야."
짧게라도 쓰고 가요ㅠㅠ
이렇게나 시간이 없을 줄이야.....
나라세~ |
루시퍼님 팜므파탈님 나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