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식 호그와트가 보고 싶어서 만든 세계관 입니다. 해리포터와 유사성 있을 수도 있습니다.
* 동호의 출연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축하 기념으로 카테고리는 '뉴이스트'입니다.
* 내용은 노잼인데 설명이 많음. 마치 사용 설명서 읽는 기분이더라도 나중에 필요한 지식이니 읽어주셔야 합니다.
*짤 많습니다. 로딩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노래 있습니다.
음양학당(陰陽學黨)
"여주야, 좋아해"
"...."
"너한테 반했어"
"...."
"네가 내 첫사랑이야"
".... 와, 불도저를 의인화하면 저 형일거야"
5교시 수업 시작 전, 10분 전, 여주에게 대차게 까였던 민규는 1학년 수업실에 앉아서 여주에게 고백을 퍼붓고 있었다. 자신의 고백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고 생각한 민규는 여주의 수업실에 찾아와 다시 한번 고백했다. 초무심 상태의 여주도 옆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리니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정신 차려 옆을 보니 커다란 남자애가 꽃받침 자세로 여주를 쳐다보며 고백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대답은 별로 중요하지 않는지, 아니면 대답을 기다리는 건지 모르겠는 여주는 민규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그저 미간만 찌푸리고 있을 뿐이었다.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은 민규의 불도저 같은 모습에 감탄만 하고 있었다.
"정말 좋..."
"그래서. 어쩌자고"
"우와, 대답했다"
계속되는 고백에 짜증 난 여주는 민규를 고개를 확 돌려 쳐다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민규에게 물어보았다. 그 모습에 민규는 해맑게 웃으며 여주가 대답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 모습에 여주는 크게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다시 민규를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네가 나 좋아하는 데 뭐. 어쩌라고. 사귀자는 거야?"
"...."
"미안한데 너랑 사귀고 싶은 마음 없"
"나 사귀자고 말 안 했는데?"
여주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민규는 꽃받침 자세를 풀어 의자에 등을 기대어 여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여주의 말을 자르며 여주의 말에 반박했다. 그것도 해맑게 웃으면서. 여주는 민규의 말에 곧바로 입이 다물어졌고, 그저 민규만 쳐다보았다. 여주의 눈빛은 '그럼 도대체 왜 고백하는 건데'라고 말하는 듯했다. 민규도 그렇게 느낀 것인지 아주 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귀자고 말하면 차일 게 뻔하니까 말 안 할 거야!"
"...."
"그냥 알아만 둬"
민규는 마지막 말을 하면서 윙크까지 날렸다. 여주는 인상을 찌푸렸고 민규는 크게 한 번 웃은 후에 몸을 일으켜 자신의 수업을 들으러 나갔다. 그리고 뒤에서 가만히 그걸 지켜보던 아이들은 쏜살같이 여주의 옆, 앞자리를 차지하더니 온갖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물론, 여주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빨리 수업종이 치길 기다릴 뿐이었다.
-
"여주야, 특별 수업 가지? 같이 가자"
5교시 쉬는 시간에도 민규의 고백을 들어야 했던 여주였고, 학교를 마치는 시간에도 복도에서 크게 외치는 민규 덕분에 빠르게 특별 수업실로 향했다. 그러다 종현과 마주쳤고 종현은 웃으면서 같이 가자고 얘기했다. 여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곧바로 종현의 옆으로 가 걸음을 맞춰 걸었다.
"김종현!"
뒤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남자 목소리에 놀란 여주는 바로 뒤를 쳐다보았고 처음 보는 얼굴의 남학생이 여주와 종현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남학생은 몇 걸음 만에 여주와 종현 앞에 섰고 웃으면서 종현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다가 옆에 있는 여주를 보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같이 가. .... 어? 김여주 아니야?"
".... 네, 맞는데요"
"진짜 반갑다! 나는 최승철이야, 3학년"
"...."
"신수는 특별 수업받는 거 보면 알 수 있지? 해태라는 거"
"....아, 예"
"대결 잘 봤어, 진짜 멋있었어. 언제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서 진짜 반갑다"
"....아"
"진짜, 진짜 반가워"
"이거 좀, 놓으시는 게"
"아, 미안해...! 반가워서 그랬어"
남학생은 3학년, 신수가 '해태'인 '최승철'이다. 승철은 여주가 정말 반가운 것인지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었고 목소리도 약간 격양되어 있는 듯했다. 그러고선 여주의 두 손을 잡고 방방 뛰기까지 했다. 호들갑스러운 승철의 모습에 반감을 품게 된 여주였고, 퉁명스럽게 대했다. 원래 서로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고, 처음 본 사이인데 반가울 수가 있는 건가. 아무리 자신을 만나보고 싶었다지만 이렇게 반가워하다니. 이해가 안 되는 행동에 여주는 괜히 퉁명스럽게 대했다. 하지만 승철은 워낙 쾌활한 성격 탓인지 여주의 무뚝뚝한 대답에도 웃고 넘겼다. 가운데 여주를 둔 채 자연스럽게 셋이서 교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사소한 이야기를 서로 하다가-당연히 여주는 거의 참여 안 했다.- 승철은 환하게 웃으면서 여주에게 말했다.
"확실히 신수가 해태라서 그런지 네가 진짜 반가운가 봐. 아직도 심장 뛰어"
"네?"
"그렇지? 나도 처음 봤을 때 여주 진짜 반가웠는데. 사실, 그런 감정이 드는 건 우리가 아니라 신수지만"
승철과 종현의 말에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여주가 쳐다보자 그걸 알아차린 종현은 바로 그걸 얘기해주었다.
'해태', 해태도 천마와 같은 전설 속 동물이다. 온몸은 흰 털로 덮여있으며 사자와 비슷하나 머리에 뿔이 하나 달려 있다. 해태는 선악과 시비를 구분할 수 있는 동물로, 이 신수의 주인이 된 자는 그 누구보다 선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그 누구보다 정직해야 한다. 특히, 해태는 주인과의 신뢰도, 친밀감을 쌓기 가장 어려운 신수중 하나로, 신뢰도, 친밀감을 쌓지 못하거나, 선한 마음이 없는 경우, 또한 정직하지 않은 마음을 가진 경우, 크게 화를 내고 자발적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그 음양인은 다른 신수를 발현하게 되지만 그 음양인에게 정신적 충격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해태는 음양 세계가 만들어진 초기에 음양 신수가 기르는 애완동물이었다. 월신과 일신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항상 충심을 다하던 동물이었다. 그런 정신이 후대에까지 전해져 왔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해태를 신수로 가진 음양인은 월신, 일신의 신수를 가진 음양인에게 잘 따랐으며 항상 충심을 다했다. 이 경우가 여주와 승철, 종현에게도 적용된 것이다.
"거기다가 우리 세대의 일신이 19년? 정도 적군한테 봉인되었다고 했나. 그래서 더 반가운가 봐"
"일신이 봉인 당했다고요?"
"대충 그렇게 알려진 거지. 봉인한 게 적군이 아니라 전 주인이 했다고도 들었, 어. 도착했다. 여주야, 수업 잘 들어, 다음에 또 보자"
승철이 말하다 도중 교실에 도착했고 여주는 원하는 답을 못 들은 채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19년의 봉인의 의미가 궁금한 채로 수업을 듣는 여주였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여주 학생. 발현식 이후로 처음 뵙네요"
특별 수업을 끝내고 종현과 함께 교장실로 향했고, 교장실에 다다르자 종현은 인사하며 자리에서 떠났다. 종현이 사라지니 괜히 긴장되는 기분에 목도 한 번 다듬어보고 옷매무새도 한 번 정리해 보는 여주다. 여주는 이제 더 할 게 없다고 생각하고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데 미닫이문의 두 짝이 활짝 열렸다. 쭈뼛거리면서 들어가는 여주였고 그 안에는 사무용 책상에 앉아있다 여주가 들어오자 하던 걸 멈추고 자리에서 일이서는 교장이 보였다. 교장의 명패가 눈에 띄었다. '교장 이규원'이라는 글귀, 맨 왼쪽에, 달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여주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뻘쭘하게 인사했고 교장은 그런 여주를 인자한 미소로 받아주었다.
"일단 여기에 편하게 앉아요"
"여주야, 안녕!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아, 네. 안녕하세요"
교장은 소파를 가리키면서 편하게 앉으라고 했고, 어디선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발현식날 갑자기 나타났던 여자가 자신의 앞으로 와서 인사하는 모습에 흠칫 놀란 여주였다. 교장은 그 모습을 한 번 보고는 차를 끓이러 갔고, 여자는 여주를 소파에 앉히면서 맞은 편에 자신도 앉았다. 그리고 한 번도 쉬지 않고 입을 움직였다. 그 모습에 자연스레 아이들이 생각난 여주였다.
"무영 세계에 있다가 음양 세계에 적응하기 힘들지?"
"아니, 뭐. 나름 잘 적응 중이에요"
"정말? 그럼 다행이다. 학교에 친구는 좀 생겼어?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중에 하나잖아"
"...."
여주가 여자의 말에 우물쭈물하고 있는 도중, 교장이 차를 다 끓여진 석 잔과 다과를 주술로 보내 테이블 위로 보냈고 여자는 차를 보자마자 여주의 답을 듣지 못한 채 차에 집중했다. 여자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던 여주도 차를 바라보았다. 연한 초록색이었고 작은 나뭇잎도 띄워져 있었다. 곧 교장도 여주와 여자의 가운데 있는 소파에 가서 앉아, 차를 음미했다. 교장이 차를 마시자 여주도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여주가 녹차라고 생각했던 차는 녹차와는 다른 맛이 났다. 박하처럼 시원하고 톡 튀는 맛이었다. 나름 여주의 입에 맞았다.
"아, 옆에 있는 분은 저의 신수에요. 월신이죠"
".... 월신이요?"
"응. 나는 월신, 김예원이야. 아직 날 모르고 있었구나?"
교장은 여주 앞에 있는 여자를 소개했고 여주는 월신이란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음의 신수가 교장의 신수였다는 게 꽤 충격인 듯했다.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여주한테 교장은 예원처럼 학교생활에 관련된 질문을 하였고 여주는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여기서 어떻게 불만, 투정을 말할 수 있겠나 싶은 마음이기도 한 여주였다.
"여주 학생, 일단 감사 인사 먼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학교에 입학해주셔서 고마워요"
교장은 여주를 향해 웃으며 감사 인사를 건넸고, 그 인사에 머쓱해진 여주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네' 한마디만 하고 끝냈다. 말주변이 더럽게 없는 여주였다. 교장은 인자한 미소를 띤 채로 입을 열었다.
"어제 신수 대결했다면서요? 완벽하게 완패를 시켰다더군요"
"아, 그건 그냥 일신이 세서...."
"그렇게 센 일신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죠"
교장은 어제 있었던 신수 대결을 언급했고 자신은 그저 순영을 소환하고 순영의 힘으로 인해서 이겼다고 생각한 여주는 말끝을 흐렸다. 교장은 다정한 목소리로 여주의 자존감을 올려주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교장의 목소리로 나오는 뻔한 말은 참 힘이 있게 느껴졌다. 뭔가 누군가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여주였다.
"저, 궁금한 게 있는데"
"뭔가요?"
"대결에 이겨서 음양 포인튼가 뭔가가 저한테 보상이 온다던데 그게 뭐예요?"
음양 포인트는 음양 학당에서의 학생이 학교 안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포인트이다. 입학생들에게는 기본으로 500점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이 음양 포인트를 제일 많이 쓰는 용도로는 음양 학당 안의 매점에서 음양 포인트로밖에 못 사는 물건, 음식들이 있었고 그것들은 학생들에게 꽤 인기가 있어 학생들은 열심히 포인트를 모아서 사용한다. 학교 행사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며 포인트가 많은 학생의 경우에는 나중에 진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음양 포인트를 모으는 방법은 여주처럼 대결-신수대결, 주술 대결, 무도 대결 등-을 통해 승리를 쟁취해 얻는 방법이 있고 해마다 10000포인트를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을 통해 얻는 방법이 있다. 아, 선생님은 차감도 가능하다. 지급과 차감 시 선생님은 항상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므로 지급과 차감에 신중히 처리한다.
"일종의 돈이네요?"
"그렇죠. 학생회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서 이 방법에선 부패도 거의 없죠"
"...."
"대충 설명이 된 것 같네요. 또 궁금한 거 없어요?"
"도대체 회장한테 뭘 그렇게 많이 시키... 아, 아니에요"
교장의 물음에 여주는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민현의 이야기를 꺼냈고 중간에 정신 차린 여주는 말이 거의 끝나갈 때쯤 말을 말았다. 교장과 예원은 그런 여주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여주는 뭔가 창피해져 애꿎은 목덜미만 만져댔다. 예원은 교장을 쳐다보며 자신도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니까! 나도 궁금해, 규원! 왜 민현이한테 힘든 일, 잡다한 일 등등... 학교생활도 못하게 그렇게 시키는 거야?"
"하하, 여주 학생에게도 그런 이야기가 들어갔다니. 음, 그건 좀 나중에 알 게 될 거예요. 예원님도, 여주 학생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할까요"
여주는 교장의 말에 고개만 끄덕했고, 그 모습을 본 교장은 소파 뒤에 기댔던 등을 떼서 곧은 자세로 앉았다. 등을 기대고 있어도 곧은 느낌이 가득 했지만, 자세까지 완벽하게 잡으니 확실히 곧은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여주 학생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모른다고 들었어요. 혹시 이름도 모르는 건가요?"
".... 네"
"그렇군요. 여주 학생에게 부모님 얘기를 꼭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꼭 알아야 한다고도 생각했고"
'부모님'이라는 단어에 여주의 기분은 뭔가 묘했다. 민현을 만나기 전에는 '부모'라는 단어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정말 아무런 생각이 안 들기도 했고. 하지만 음양 세계에 오고선 느낌이 달라졌다. 둘 다, 이 세계 사람이라니. 그리고 민현의 말로는 유명했다고 하니. 뭐라고 설명할 수 없지만, 확실히 뭔가가 전이랑은 달랐다. 교장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책꽂이로 가더니 한 권을 꺼내와 자리에 앉아 다시 나긋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였다.
"여주 학생의 아버지는 '김 형안'군이예요. 이 친구예요. 딱 보기에도 장난기가 많아 보이죠? 정말 장난기가 많았고 귀여운 학생이었어요"
"...."
교장이 들고 온 건 음양학당의 졸업 앨범이었고 정확히 기억한다는 듯이 페이지를 펼치는 교장이었다. 그 페이지에서는 여주의 아버지, '형안'의 사진이 있었다. 처음 보는 아버지의 사진. 여주는 아까보다 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이건 무슨 감정인지. 반가움? 그리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섞인 것인지 마음속에 뭉쳐진 이 덩어리가 뭘 의미하는지 여주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장난기가 많아서 여러 재밌는 장난들을 만들어 선생님들을 골탕 먹이기로 유명했죠"
"맞아. 형안이 진짜 웃겼는데. 장난도 기분 나쁜 장난이 아니어서 귀여웠어"
"형안 군이 제일 잘 쳤던 장난이 뭐일 것 같아요?"
교장은 형안의 사진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손가락을 천천히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엄지손가락으로 허공에 원을 그려 넣었다. 곧, 교장이 손가락으로 그렸던 허공이 흐물흐물 해지더니 스크린처럼 영상이 재생되었다. 그리고 그 영상의 주인은 형안이었다. 살아 움직이는 형안의 모습에 여주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아버지의 이름, 처음으로 본 아버지의 얼굴, 그리고 처음으로 본 살아있는 아버지의 모습. 여주는 넋 놓고 쳐다보았다. 그 모습 속에 형안은 정말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학교 구석에 처박힌 채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형안 곁으로 지금보다는 젊어 보이는 교장이 다가갔다.
교장이 형안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마자 형안은 쥐고 있던 물건을 교장한테 겨냥했다. 그것은 총이었다. 놀란 교장은은 형안을 보고 주춤거렸고 형안은 한쪽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한쪽 입꼬리를 틀어 올린 모습은 굉장히 여주의 모습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형안 학생? 지금 뭘 하는...."
"이런 곳에서 교장 선생님을 다 만나네요"
형안은 손에 쥐고 있던 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선생님은 바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고 오히려 얼굴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뜨니 총에서 많은 가짜 돈이 뿌려지고 있었다. 앞에 있는 형안은 학교를 떠나갈 듯이 웃기 바빴고 교장은 상황을 이해하기 바빴다.
"형안 학생?"
"교장 선생님, 부자 되세요! 그럼 저는 이만!"
형안은 그 상태로 어디론가 뛰어갔다. 영상은 이 내용이 전부였다. 그걸 보고 있던 예원은 영상 속의 형안처럼 교장실이 떠나갈 듯이 웃었다. 교장도 작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여주는 그저 멍하니 멈춰진 영상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형안 군은 이런 장난을 꽤 자주 쳤어요. 무기를 실제처럼 만들고 그 안은 진짜 총이 아닌..."
"아, 맞아. 그랬던 것 같아. 그래서 무기제작자가 되었구나?"
"....무기 제작자?"
여주는 특별 수업, 첫날이 생각났다. '훼제무기'라는 주술을 사용했을 때, 자신이 선택했던 무기. 책의 무기 사진 밑에 적혀져 있던 얼마 없던 설명들. 그리고 만든 사람의 이름이 '김 형안'이었던 것. 여주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 많은 무기 중에서 그걸 선택했다는 사실이 여주는 정말 어이없었고 신기했다. 이렇게 인연이 이어져 있는 거구나. 아무리 의식하지 않고 살아도 이렇게 인연은 인연이란 게 나타나는 거구나. 여주는 계속 실소가 새어 나왔다.
"꽤 우리 세계에서 이름을 날린 무기 제작자가 됐죠"
".... 그렇군요"
"그럼 이번에는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까요"
교장이 몇 장 넘기지 않고서 나온 여주의 어머니 사진이었다. 사진 밑에 큼지막하게 '윤 재이'라고 쓰여 있었다. 역시나 오늘 처음 보는 이름. '김 형안', '윤 재이' 여주의 뇌리 깊이 박힌 이름이었다. 재이의 모습은 형안의 모습과 반대되게 정말 단정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여주와 풍기는 분위기는 달랐지만 생김새는 여주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여주는 그것이 신기한지 뚫어져라 사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재이 양은 정말 수수하고 단정한 학생이었어요.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했고, 약해 보이면서도 강한 학생이었죠"
"나는 진짜 재이가 군인을 할지 생각도 못 했어. 주술 쪽에 관심 있길래 그쪽으로 나갈 줄 알았는데"
"군인이요?"
"네. 재이 양은 군인이었어요. 군인으로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죠"
여주는 재이가 군인이였다는 말에 재이의 모습이 왠지 늠름해보였다. 그리고 뭔가 자랑스러웠다. 그런 마음이 드는 자신의 모습에 가족은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여주였다. 그러다 궁금한 게 하나 생겼다. 어머니와 아버지, 둘 다 무슨 이유로 돌아가신 것일까. 대충 짚이는 원인이 있긴 하지만.
"두 분 다 왜 돌아가신 거예요? 그것도 제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음, 역시나 이유는 마군전쟁이겠죠"
교장의 대답을 듣자마자 역시라고 생각한 여주였다. 마군전쟁으로 인해 형안과 재이는 죽음으로 내몰려야 했다. 형안은 여주가 태어나기 3개월 전, 전쟁 중 죽임을 당했고 재이는 여주가 배 속에 있는 채로 전쟁에 참여하긴 했지만 많은 활약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여주를 출산하게 되었고, 임신한 몸으로는 아주 적은 주술을 씀에도 불구하고 몸에 무리가 갔던 모양인지 여주를 낳자마자 세상을 뜨게 되었다. 슬픈 것인지, 화가 나는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여주는 그 말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이 이후, 부모님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은 여주였다. 나름 재이와 형안과 친해진 느낌이 드는 듯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나서 교장은 여주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
"일단은 예원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순영님과의 만남을 원하고 있습니다. 혹시 가능하다면 지금 소환이 될까요?"
"예? 아, 네. 아마 될 거... 예요"
교장의 부탁에 여주는 교장의 시선을 피한 채로 대답했다. 어제, 대결에서 한 소환이 첫 소환이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두 번째 소환. 자신이 할 수 있는지도 몰라 대답이 굉장히 애매했다. 거기다가 예원은 옆에서 정말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오늘 갑자기 안 되면 어떡하지. 하필 교장 앞이라서 그런지 여주는 입술이 말랐다. 그렇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제보다는 교장 앞이 훨씬 나아.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내가 더 열심히 연습하는 수밖에. 여주는 생각을 마치자 곧 왼손을 동그랗게 말아쥐어 입 근처로 가져갔다. 그리고 주술을 읊고 바람을 불어넣었다. 역시나 온몸이 뜨겁게 끓기 시작했고 몸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듯했다. 마치 화산 폭발하기 전 화산 속에 내재하여있는 용암이 몸 안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확실히, 어제보다 이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뭔가 확신이 들었다. 순영이 나올 것이란 것을.
"오, 오랜만이네. 규원. 내가 없는 사이에 주름이 좀 많이 는 것 같기도"
"정말 오랜만입니다, 순영님. 다시 봐서 너무 반갑습니다"
어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순영의 모습이 나타났다. 높은 높이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공중에 떠 있던 순영은 천천히 발을 바닥에 놓았다.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로 실없는 농담을 교장에게 날리면서. 순영이 나타나자 교장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여주는 그 모습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교장이 순영에게 공손하게 행동하는데 자신은 어제부터 반말에, 욕설에....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보는 여주였다.
".... 진짜, 진짜 오랜만이다"
"크흠, 19년 정도 못 본 거 가지고. 몇백 년 동안 봐놓고선"
예원은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순영에게 말을 건넸다. 눈에는 반가움과 또 다른 무언가가 가득 차 있는 듯했다. 그 무언가는 예원의 얼굴을 슬퍼 보이게 만들었다. 그 눈을 본 여주는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분명 기쁨이 가득 찬 것 같은데 왜 슬퍼 보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예원의 눈이 부담스러웠던 순영은 무심한 말을 툭 내뱉었다. 그리고 그 말에 예원은 아까의 눈을 거두고 환하게 웃음 지었다. 말투 하나 바뀌지 않은 순영의 모습에 정말 순영이 자신 앞에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인 것 같았다. 둘 사이의 정체 모를 분위기에 괜히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는 여주였다. 눈치를 봐서는 둘은 정말 깊은 유대감을 가진 듯했다. 하긴, 일신과 월신은 태어날 때부터 같이 있었다고 했으니. 거기다가 몇 세기를 같이 보내왔고.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가 19년간 이유도 모른 채로 사라졌으니 저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예원에 행동에 대한 분명한 인과관계에 여주는 슬며시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오랜만에 다과회라도 하려고 부른 건가"
순영은 여주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다리를 꼬고선 앞에 있던 다과를 한 입 베어 먹었다. 여주는 그 모습이 신기한지 순영을 계속 쳐다보다가 순영이 다과 하나를 입에 다 넣자 물어보았다.
"일신도 인간이 먹는 걸 먹어?....요?"
"왜. 먹으면 안 되냐. 물론, 배가 고프다거나, 이런 존재가 아니긴 하다만. 그리고 왜 갑자기 어색하게 존댓말?"
"아니, 뭐...."
"우와, 여주, 순영이한테 반말해? 나 순영이한테 반말하는 인간 처음 봤어! 색다르고 좋다!"
그저 순수한 호기심에 질문하던 여주는 이내 교장의 깍듯한 행동들이 생각나 바로 존댓말로 정정했지만 '먹어'와 '요'사이의 꽤 긴 텀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순영의 귀에 거슬렸던 건지 순영은 한 번에 알아차렸다. 예원은 여주가 반말을 쓴다는 사실에 놀라 감탄했고 거기다가 환히 웃으며 좋다고 말했다. 여주는 예원의 말에 '아, 그런가 '하며 그냥 되지도 않는 존댓말을 치우기로 했다.
"나도 놀랐어. 나한테 반말 쓰는 인간이 있어서"
"이거 맛은 느껴져? 맛은 알고 먹는 거야?"
"일신이면 미각도 없을 것 같냐. 너네처럼 배고프다는 것만 모를 뿐이지, 맛은 다 느껴진단다, 인간아"
대화 주제는 '반말'인 것 같았지만 여주는 다 무시하고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했다. 아까보다 꽤 풀린 분위기였다. 약간의 정적이 흘러들어오자 교장은 '크흠'거리는 소리와 함께 본론을 위해 입을 열었다.
"순영님을 소환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역시 다과회는 아니었어"
"순영님, 이때까지 정말 봉인 당하셨던 겁니까?"
"흐음"
"이미 세계에서는 순영님이 마군전쟁 중에 적군 하나가 봉인 주술을 걸었다는 소문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꽤 직선으로 들어오는 교장의 질문에 순영은 다시 탁자 위에 있던 다과 하나를 집어 먹었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허공을 쳐다보며 순영은 그저 다과만 입에 굴리고 있었다. 교장실 안은 순영의 입안에서 다과가 부서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셋 중 누구도 순영한테 무슨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 그저 순영이 입만 열기를 기다렸다, 순영은 다과가 입안에서 다 없어진 후에야 입을 열었다.
"뭐, 아무래도 봉인 당한 게 맞는 것 같긴 하네"
"네? 일신에게 그런 게 가능한겁니까?"
"19년간 어딘가에 가둬져 있었긴 했던 걸 봐서는 일신도 봉인 당하나 보지"
순영의 한마디에 교장은 곧바로 의문점을 제기했고 순영은 마치 자기 일이 아닌 마냥 건성으로 대답했다. 순영의 대답에 다시 아무런 소리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번에는 다과 씹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곧 순영에 의해서 교장실 안은 음성으로 채워졌다.
"근데 적군한테 봉인 당한 건 아니야"
"뭐? 그럼 누가 그런 건데?"
"...."
또 다시 순영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허공을 응시하던 시선을 돌려 옆에 앉아서 순영만 보고 있던 여주와 눈을 맞췄다. 갑자기 맞춰진 시선에 여주는 놀라서 고개를 앞으로 돌렸고 순영은 한 손을 여주의 뒷머리에 갖다 대고선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꺼냈다.
"왜 계약이 애매하게 맺어졌는지 알려줄까?"
"지금?"
"엉. 지금"
자신의 뒷머리에 얹힌 손에 다시 순영을 쳐다보았고 순영은 꽤나 장난기 서린 눈빛으로 여주를 쳐다보고 있었다. 순영의 말에 당황한 여주는 멀뚱멀뚱 순영만 쳐다보았고 순영은 또다시 다과를 집어 들었다. 순영의 이런 행동은 아까의 질문의 대답에 대해서 모른다거나 아니면 아는데 말해주기 싫다거나. 둘 중 하나로 유추할 수 있는데, 예원과 교장 둘 다 순영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순영의 행동의 원인이 후자임을 눈치채고 더 물어보지 않았다.
"봉인을 풀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까 너랑 계약을 맺는 거였어"
"...."
"내가 가둬졌던 곳은 네 피를 묻힌 그 족자였거든. 그래서 네 피를 일부러 각인해서 봉인을 풀 수 있었고, 신수 계약도 그렇게 해서 된 거야"
집에 걸려있던 그냥 비싸 보이는 족자가 순영을 가둬두었던 것이었다니. 여주는 속으로 꽤 놀랐다. 19년 동안 봉인이었다는 것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봉인 당했다는 것인데. 그럼, 그 족자는 왜 우리 집에 있던 것이지. 여주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순영을 쳐다보았고 순영은 여주의 얼굴에 피식 웃더니, '뭐야, 궁금한 게 또 있어?'라고 말하며 여주의 질문을 들어주겠다는 의사로 아예 여주 방향으로 몸을 틀어서 소파에 얼굴을 기댄 채로 여주의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럼 그 족자, 왜 우리 집에 있었던 거야?"
"그 족자 주인이 너희 엄마니까?"
".... 뭐?"
"즉, 날 봉인한 사람은 너희 엄마라는거지"
순영은 다시, 다과를 집어 들었고 역시나 교장실 안은 순영 입안의 다과가 부서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 다음 편에 계속
+인물 정리(새인물 빈도수가 올라가고 있어!!!)
1학년 - 부승관, 배성연, 박시연, 최한솔
2학년 - 김여주, 전원우, 김민경, 정은우, 이지훈, 강예빈, 이석민, 강경원, 김민규《 new!
3학년 - 황민현, 김종현, 강동호, 최승철《 new!
+ 늦게 와서 죄송해요 ㅠㅠㅠㅠ 제가 이번주에 시험이 있어서 글을 못 썼어요 ㅠㅠㅠㅠ 하지만 시험은 내일로 끝! 꺆!
+오늘은 약간... 설명충이된 편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주 아버지에 대한 떡밥이 기억나실려나 모르겠네요... 떡밥이 어디 나왔디? 하시는 분들은 요깃!
> http://www.instiz.net/writing?no=5148540&page=1&stype=3
+하악하악,,, 드디어,,, 해태,,,, 봉인해제,,, 하악,,,
해태(훨씬 큼)
+내가 쓰고 싶은 편이 두 번이나 미뤄졌다.... 역시 나는 설명충이라서 진도가 이따구일 수밖에.... (운다)(광광)
+여주의 아버님 생김새는 저는 찬열님 생각하며 썼어요! 여주 어머님은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박수진님이 저절로 생각이,,,,
"선생님, 부자 되세요!"
존잘
댓글 하나하나 읽어보고 다시보고 곱씹어보고 있습니다 ㅠㅠㅠ 댓글 볼 때마다 행복해요 ㅠㅠㅠㅠ 읽어주시는 분들,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다 사랑합니다... ♥ 그리고 감사드려요!!
암호닉 원래 안 받으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글 싸지르고 글태기 오면 잠수타거든요.... 그래서 너무 죄송해서ㅎㅎㅎㅎㅎ 안 받으려고 했는데, 지난편에 신청해주신 분들이 꽤 있으시더라구요. 그래서 받을지 말지 고민중입니다 ㅠ_ㅠ 충분히 고민하고 다음화에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