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빴다면 미안한데 머리 자르고 옷만 바꿔도 지금보다 훨씬 멋있을 것 같아'
그말에 만지작 거리던 손을 놓고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똥강아지 마냥
그리고 나는 왜 의무감에 불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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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도와줘'
아놔, 도와달라는 말에 무언가 홀리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사실 오빠가 있어서 남자들 스타일도 잘알고, 무엇보다 간절해보이는 똥강아지 눈빛에 넘어갔다.
연신 나에게 고맙다고 꾸벅거리는 찬열이에 나도 덩달아 꾸벅꾸벅-
얘만나니까 나도 좀 찌질해지는 것 같..
아무튼 그렇게 헤어지고 둘이 공강인 금요일날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사실 박찬열이 우리집앞으로 온다는 걸 극구 말렸다)
하..멀리서도 눈에 띄는 모습에 (물론 다른의미로^^) 괜히 내 얼굴이 붉어진다.
여전한 더벅머리에 뿔테안경, 그리고 오늘은 낡아빠진 스웨터와 운동화
'나왔어'
한발자국 앞에 서니 고개 들어 나를 마주본다.
왜 웃고 그르냐 사람 맘 약해지게
'왔어?'
작게 고개 끄덕이고는 퉁명스럽게 쳐다봤다
'돈 많이 가지고 왔지? 오늘 살거 진짜 많다?'
앞서 걸어가기 시작하고는 뭐부터 해야할지 곰곰히 생각하는데
또 우물쭈물 뒤에서 걸어오는 찬열이의 손을 잡아 옆에 세웠다.
'다리도 긴게 왜이렇게 느려, 내 보폭 맞춰서 와'
'아..으..응..'
우선은 통큰 저 바지부터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요즘 핫한 편집샵으로 들어갔다.
아씨, 찬열이에게 쏠리는 시선에 애써 당당하게 웃고는 박찬열에게 바지 사이즈를 묻자
모른다고 도리도리, 내가 허리사이즈도 모른다고 핀잔주자 그세 또 기죽어서 우물쭈물 거리길래
더이상 물어보지도 않고 가장 무난한 검정스키니진을 건냈다.
'이..이거 내다리 들어갈까? 너무 좁은데 통이..'
연신 이리저리 살피는 찬열이를 탈의실에 반강제로 밀어넣고 (대답하기 귀찮았음)
위에는 뭐를 입힐까 매장을 둘러봤다.
그리고 세가지 정도 골랐을 때 작게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돌아보니
헐렁한 바지대신 매끈하게 긴다리를 가진 찬열이가 뙇!
왐마~다리 긴거보소~
다리가 어색한지 연신 만지작 대는 찬열이에 엄지척!내밀고는 윗도리랑 같이 다시 한번 탈의실에 골인
'야, 촌스럽게 바지 그만 만지고 옷 위에 입어봐, 이쁜걸로 사자'
탈의실 앞 의자에 앉아 지루하게 기다리자 여전히 쭈뼛거린채로 찬열이가 나온다.
'저기..이거 빨간색 너무 튀지않을까..'
빨간 맨투맨을 입고는 연신 머리 긁적이는데, 진짜 사람은 옷이 날개랬던가
더벅머리가 이제 귀여워 보임!
'아냐아냐 진짜 잘어울려! 완전! 와씨! 이렇게만 입어도 인물사네'
연신 이리저리 돌리면서 보다가 이내 검정색 티셔츠도 입어보라고 탈의실로 넣어버림
보통 이런거 남자가 기다리는거 아닌가?
여하튼, 한 5분정도 지나자 아까보다 조금 더 차분한 느낌의 올블랙 찬열 완성.
뭔가 근데 좀 나이들어보이는 거서 같아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자, 입술 삐죽-
'음..이거 입어봐'
마지막으로 고른 청남방과 스웨터를 건네주고는 탈의실 앞에서 발장난치며 기다리자 찬열이 등.장!
그리고 어느샌가 주인언니가 연신 찬열이를 훑어본다.
아까는 흘겨보더니, 괜히 밉상이라 주인언니 밀치고는 구겨진 남방 정리해주자
땡글땡글 눈만 굴린다.
'이거 하자, 이거 이뻐~'
배시시 웃고는 계산대로 그대로 직행!
물론 계산은 찬열이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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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왈왈왈
머리랑 신발이랑 그외에 변신을 빙자한 데이트는 다음편에
왜냐면 졸려요...
그리고 암호닉은 신청해주시면 받아요
제가 뭐라고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