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회식에 가면 소맥을 말아줘요~
이번에는 첫 회식날 있었던 얘기야.
첫 출근날에 첫 회식을 하게 됐어.
전 층을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끝내고 다시 주임에게 돌아간 나랑 웬디야.
첫 날이라서 아직 자리 배정은 되지 않고 주임이 이것 저것 시키는 것을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왔지.
주임이 수고했다면서 어깨를 두드려주는데 표정이 밝은 것 보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우리가 마음에 들었나봐.
웬디랑 마주보면서 서로 안도의 웃음을 지어보였어 ㅋㅋㅋ
퇴근하기 한시간 전에 주임이 우리에게 오더니 마침 오늘 회식자리가 있으니 들렸다 가라고 하는거야.
첫 날의 긴장감이 컸던지라 나도 웬디도 몸이 많이 지쳐있었지만
주임이 먼저 얘기를 꺼내줬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회식자리에 가서 직원들과 더 친해져야 앞으로 편할 것 같단 생각에 가자고 정했음.
마무리 일까지 마치고 주임하고 같이 마트 근처의 회식자리에 갔음.
시작한지 꽤 됐는지 이미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모양이야.
한 10개의 테이블에서 각자 얘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데 가게 안이 정신이 없음 ㅋㅋㅋ
우리는 어딜 앉아야하나 어정쩡하게 서있는데 주임이 친한 사람을 발견했는지 먼저 쏙 가서 앉는거야.
웬디랑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그냥 조용히 구석에 앉으려고 했지.
그 때, 누가 우릴 발견했는지 큰 소리로 우리를 불러.
"박웬디!! 오징어!! 여기, 여기~"
박찬열이었음.
어찌나 큰소리로 불렀는지 주위의 시선이 모두 우리쪽으로 쏠리는거야.
당황해서 어... 어..? 하면서 바라보니까 힘껏 손을 까딱이며 이쪽으로 오라고 소리질러.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변백현도 가세해서 우릴 부르니까 점점 더 시선이 쏠리는 것 같아 부리나케 자리를 옮겼음.
"아, 진짜. 쪽팔리게 뭐하는거야?!"
"왜? 뭐가 쪽팔린데? 기껏 자리 만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화내고 난리냐?"
"웃기네. 너네가 우릴 뭘 기다.. 어? 진짜 밥도 안 먹고 있었네?"
"응, 징어 너 기다림 ㅋㅋㅋ"
".. 나?"
웬디가 테이블에 앉자마자 박찬열하고 변백현을 나무라니까 박찬열이 툴툴거렸어.
진짜 테이블이 깨끗한게 아직 식사도 시작하지 않았더라.
우리가 여기 오는건 한 시간 전에 정해진건데 무작정 우리가 오겠거니 밥까지 굶으며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인거야.
날 보면서 배를 부여잡고 낑낑거리는 비글들을 보고 왜 그랬어 ㅋㅋㅋ 하면서 밥을 시키니까 징어랑 같이 먹으려고! 라는거야 ㅋㅋㅋ
나 잘했지? 라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보는 두 사람이 귀여워서 우쭈쭈하면서 손. 하니까 변백현이 내 손위로 지 손을 턱 올림.
변백현의 행동에 네 명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고 웬디는 "미친 ㅋㅋㅋ 지가 진짜 강아지인 줄 알아." 하면서 변백현을 놀렸어.
"징어야, 술 잘 먹어?"
"그냥 보통이야~"
"올~"
웬디가 날 보며 묻길래 대답하니까 변백현이 옆에서 리액션하면서 날 흘겨보는거임.
사실 난 주량 아직 모름.
제일 많이 마셔본게 소주 한 병인데 한 병으로는 취하지 않는 듯.
근데 보통 한 병 가지고 잘 마신다고 하지 않잖아?
그리고 한 병은 마시니까 못마시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보통이라고 말한건데 변백현이 얄궂은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괜히 찔렸음.
"왜 그렇게 봐?"
"보통 여자들은 못 마신다고 빼지 않나?"
"그건 잘 보일 남자가 있을 때 얘기고 ㅋㅋㅋ"
"아 ㅋㅋㅋㅋㅋ"
내 대답에 변백현이 혼자 ㅋㅋㅋ 웃으면서 뭐라 중얼거리는데
안들려서 응? 하고 다시 물으니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내 잔에 소주를 따라.
근데 옆에서 보던 웬디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변백현의 행동을 제지함.
"야, 잠깐만."
"?"
"변백현. 너 뭐하냐, 지금?
나랑 변백현이 웬디의 진지한 표정에 당황해 하니까 변백현 옆에 앉은 박찬열도 덩달아 진지해져서 한다는 말이..
"야, 회식엔 당빠 소맥이지."
하면서 소주잔에 따랐던 술들을 모두 맥주가 들어있는 통에 부어버림.
미친 ㅋㅋㅋㅋㅋ 나랑 변백현이 그 행동을 멍하니 보다가 진짜 쫄았던게 민망해서 눈 마주치고 소금 찍어먹음 ㅋㅋㅋ
사실 웬디랑 박찬열 둘 다 외모가 끝내주는 사람들이지만
생김새의 느낌이나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쌍둥이라는 소릴 들어도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날 술을 마시면서 확실하게 두사람은 쌍둥이가 맞구나 인지할 수 있었어.
말하지 않아도 행동이 척척 맞아떨어지고 생각하는 것도 똑같아 ㅋㅋㅋ
"오징어의 입사축하를 위하여~!!"
"위하여~"
"야, 나는?!"
네 사람의 잔에 모두 맥주를 채운 찬열이 먼저 잔을 들고 외침.
덩달아 나랑 변백현도 따라 외치면서 잔을 들었는데 웬디가 툴툴거렸어.
툴툴거리면서도 잔을 들어 부딪히는 웬디를 보며 ㅋㅋㅋ 웃으면서 술을 넘겼지.
"캬~"
술이 목을 자극하며 넘어가는 느낌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와.
근데 불쑥 얼굴 앞으로 무언가가 나타났어.
변백현이 턱을 괴고 실실 웃으면서 고기 한 점을 집어 들이민거야.
나는 당황했지만 입을 벌려 고기를 덥썩 받아먹으니까 변백현이 팔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어.
"아이구, 잘먹네~"
헙... 순간 너무 놀라서 씹지도 않은 고기가 목구멍으로 바로 넘어갈 뻔.
겨우 막고 기침을 콜록콜록 해대니까 웬디가 옆에서 등을 두드리며 물을 건네줬어.
변백현도 내가 그렇게 놀랄 줄은 몰랐었는지 미안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음.
내가 물을 마시고 겨우 숨을 내쉬니까 "미안.. 괜찮냐?" 고 작게 속삭이는데 얼른 손을 저으면서 괜찮다고 웃어보임.
내가 혼자 설레서 그런건데.. ㅋㅋㅋ
괜히 분위기가 어색해지니까 내가 일부러 큰소리로 떠드니까 박찬열이 받아줌.
너 이자식... 쫌 고맙다?
곧 변백현도 곧 돌아와 웃고 떠드니 금세 분위기가 바뀌어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었어.
분위기에 취해 술술 들어가는 술때문에 빨리 마셔서 그런지 화장실이 가고싶어져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박찬열 깜짝 놀라 날 올려다보는거야.
"어디가?"
"어.. 잠깐 좀.."
"어디가는데?"
아씨... 그래도 남자인데 남자앞에서 대놓고 화장실 간다고 하기 뭐해서 얼버무리고 나가려고 하는데
이 눈치없는 새끼가 날 붙잡고 자꾸 어디가냐고 쳐물으면서 놔주질 안잖아.
내가 말을 못하니까 나머지 두 사람도 궁금해졌는지 날 빤히 바라보는데 순간 술김이 확 올라오면서 빡쳐가지고 체면이고 뭐고 다 말해버림.
"오줌 누러 간다. 화장실 간다거. 새꺄!!!!!"
약간 알딸딸한 상태에서 말하니까 입에서 바람이 줄줄줄 새는구나...
내가 소리치니까 박찬열이 민망했는지 아,그래.. 하면서 그제야 내 손을 놔주고 변백현은 뭐가 웃기다고 낄낄거리는거야.
씩씩거리면서 빠져나와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취기가 올라와서 순간 휘청거림.
"조심해여. 누나."
"어?!"
넘어질 뻔한 나를 붙잡아 준 건 오세훈이었음.
허리를 단단하게 붙잡고 나를 받쳐준 오세훈이 빤히 내려다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어.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어.. 아냐~ 나 마니 안마셔써~"
"잠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러 가여."
내가 헤헤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오세훈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나를 끌고 가게 밖으로 나갔어.
밖에 나가니까 뜨거웠던 볼에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기분이 너무 좋더라.
문득 옆에 서있는 오세훈을 바라보는데 고개가 너무 올라가서 목이 아파.
저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 않나...?
괜히 짜증이 난 내가 갑자기 오세훈에게 떽떽거림 ㅋㅋㅋ
"야! 너!"
"?"
"키가 왜 이러케 커?! 내가 널 보고싶은데 목이 아프자나..!"
"ㅋㅋㅋㅋㅋ"
"우씨.. 왜웃냐.. 누가 그러케 잘생겨가지고 웃으면 넘어갈 줄 알고... 너 웃으면 못생겨써, 임마..."
"아 ㅋㅋㅋ 진짜 미치겠다. 누나, 취했어여?"
내가 하는 말에 오세훈이 웃었어.
진짜 배까지 부여잡고 끅끅거리는데 난 그런 오세훈한테 계속 뭐라뭐라 중얼거린 것 같아..
그러다가 갑자기 자기 얼굴을 내 쪽으로 확 들이밀었음.
갑자기 훅 들어오는 얼굴에 화들짝 놀라 당황했는데
얼굴을 뒤로 빼고 싶어도 어느새 손으로 내 머리통을 꽉 잡고 있는 오세훈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눈만 꿈뻑이면서 침을 꿀꺽 삼킴.
"이러면 얼굴 보기 쉽죠? 많이 봐여."
"야.. 이거 놔.."
"왜여, 제 얼굴 많이 보고 싶다면서여 ㅋㅋㅋ"
"그래도.. 이건 좀..."
"떨려요?"
"어..?"
"난 지금 굉장히 떨리는데."
얘가 뭐라는거야... 심장 떨려죽겠다..
눈빛이 너무도 진지해서 아무 대답도 못하고 오세훈의 눈만 뚫어져라 쳐다봄.
오세훈도 내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동자를 내려.
새까만 눈동자에 내 입술이 비치는 걸 확인하고 그대로 숨을 멈추고 눈을 질끔 감았어.
잠시 후 나를 잡은 오세훈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내 머리를 놓아줌.
눈을 슬쩍 떠보니 오세훈이 땅바닥에 주저 앉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미친듯이 웃고 있네..
아... 이 미친... 저새끼한테 내가 농락을 당했구나...
이 놈의 술이 문제지... 순간 술이 확 깨면서 몰려오는 민망함에 얼굴이 금세 달아올랐음.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열이 나는 얼굴에 열심히 부채질하다가 아직도 웃고있는 오세훈을 째려봄.
"... 죽어!"
"윽! 누나, 잠깐만여~ㅋㅋㅋ"
있는 힘껏 오세훈을 걷어차주고는 실내로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까 얼굴이 시뻘게져서 돌아온 나를 보고 무슨일이냐며 물었지만
난 그저 앞에 놓인 술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오세훈에 대한 분노를 삭혀야했음.
그걸 어떻게 말해... 꼭 내가... 바, 바란 것 같잖아?!
"오세훈, 죽일 놈..."
"뭐? 오세훈?"
나도 모르게 나온 소리를 변백현이 용케 들었나봐.
오세훈이랑 무슨 일 있었냐며 나한테 묻는데 뭐라 해..
그냥 아무 일도 아니라며 넘기는데 변백현이 날 보는 눈이 심상치가 않다.
얘.. 오세훈한테 가서 묻진 않았겠지?
결국 쓸데없는 걱정만 생겨버린 회식이었어.. 그냥 집에 갈 걸 그랬나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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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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