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자, 이제 시작이야.
대! 박! 사! 건!
독자들아 나 축하해줘 ㅠㅠㅠㅠㅠㅠ
나 드디어 취업함.
알바가 아니라 정식직원으로 취업을 했다니까!!
비록 하는 일은 알바 같긴 하지만 내가 정직원이래 ㅠㅠㅠㅠ
무엇보다 취직한 그 직장이 무려 엑!소!마!트! EXOMART!!!!!!!!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그래서 지금부터 그 썰들을 풀꺼야~~~
지체하지말고 ㄱㄱㄱㄱ
***
내가 처음 글을 쓴 날 이사때문에 피곤해서 일찍 잔거 기억해??
그래, 그때 컴퓨터 끄자마자 침대에 누워서 바로 잠이 들었어.
누가 업어가도 모를정도로 엄청 깊게 잠들었었지.
한번도 안깨고 일어나보니까 다음날 오후가 되어있더라.
진짜 피곤했나봐 ㅋㅋㅋ
장 봐오고선 식탁에 그냥 올려둔 짐들을 정리하고 개운하게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서 세수하려고 손에 물을 묻혔는데
그제야 잊고있었던 무언가를 발견하고 소리지르면서 손을 내뺌.
"아앗!! 민석오빠 번호!!!"
하마터면 손을 써져있던 번호를 그냥 지워버릴 뻔.. ㅠㅠㅠㅠ
이미 물에 손에 물이 닿아서 그런지 조금 흐릿해진 번호에 울상을 지었어.
그대로 욕실을 뛰어나와 재빨리 번호를 폰에 저장해두고 다시 들어가서 씻음 ㅋㅋㅋㅋㅋㅋ
샤워하고 나와서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면서 나왔는데 폰을 확인해보니까 카톡이 와있네??
친구겠거니 하고 나중에 답장하려고 아무생각없이 폰을 소파에 던져두고 로션을 쳐발랐지.
근데 몇시간 지나서야 폰을 찾아들고 카톡을 확인해보니까... 두둥! 민석오빠였던거야.. ㅠㅠㅠㅠㅠ
왜 폰에 번호를 저장하면 내 카톡에는 자동으로 추가되고 상대방에게는 친구추천에 뜨잖아?
씻기 전에 번호를 저장했으니까 민석오빠한테도 내가 친구추천에 떴나봐 ㅠㅠ
- 무슨 일 있어?
라고 와있는거... ㅠㅠㅠㅠㅠㅠ
읽자마자 난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어.
신호음이 얼마 가지않아 바로 받아서 좀 놀랐는데 곧 아무렇지 않은 척 침착하게 말을 꺼냈지.
"오빠~ 나 징어야!"
[응. 기다렸어. 어제 바로 연락할 줄 알았는데..]
"미안.. 어제 너무 피곤해서 잠들어버렸어 ㅠㅠ"
[그래?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어. 다행이다.]
하... 목소리가 달아... 너무 달다 ㅠㅠㅠㅠㅠㅠ
귀에 설탕물이 들어간 것 같이 달아서 온몸이 베베 꼬여.
하루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다고 걱정해주는 것도 너무 설레이잖아 ㅠㅠ 안그래??
사람 잘 챙겨주는건 예전과 똑같아.
운도 좋았는지 마침 오빠가 휴식타임이라서 꽤 길게 통화할 수 있었음.
예전 얘기도 하고 그동안 각자 살아왔던 얘기도 하면서 이어나갔지.
근데 갑자기 오빠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얘기를 꺼냈어.
[징어야. 혹시 직장 다니고 있어?]
"어? 아니.. 이사 온 뒤로 아직 못 구했어.."
[그럼 우리 마트 면접 한번 봐 보는건 어때?]
"오빠네 마트라면... EXOMART?!"
[응. 이번에 사람 뽑는다는데 징어랑 같이 일하면 좋을 것 같아서.]
"할래할래! 나 해볼래!!! "
생각지도 못한 정보에 놀라면서도 정신을 놓지 않고 덥썩 물었지.
갑자기 소리쳐서 놀랐건지 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수화기 너머에서 오빠가 ㅋㅋㅋㅋㅋ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미 나에겐 그딴거 안중에도 없었음.
오빠랑 통화하면서 바로 사이트 찾아 지원서를 보내버림.
어차피 직장을 구해야했기에 이력서는 항상 준비해놓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수정하면 바로 올릴 수 있었어.
지원서를 무작정 넣어놓긴 했는데 면접에 관한건 준비가 하나도 안돼있어서 걱정이 드는거야.
오빠한테 좀 불안하다고 하니까 오빠가 바로 이것저것 알려주기 시작했어.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자세하게 알려주는데 새삼 이오빠가 진짜 나랑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느꼈음 ㅋㅋㅋ
그때부터 오빠가 얘기해준 것들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면접 때 예상질문의 답도 달달 외우면서 준비했지.
그리고 드디어 면접보는 날이 됐어!
오랫동안 옷장에서 썩고 있던 정장을 꺼내입고 마트로 향했어.
내가 원래 치마를 잘 안입어서 그런지 치마랑 하이힐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꾹 참고 맨 윗층인 3층에 마련된 면접장을 찾아갔어.
3층은 누가봐도 마트가 아니라 어느 대기업 건물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음.
그래서인지 괜히 더 긴장돼서 물만 죽어라 마심.
듣기론 두세명 뽑는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면접자가 별로 없었어.
한 열명정도...?
그냥 알바도 아니고 정직원을 뽑는건데 보통 두세명 뽑는다고 하면 지원자는 몇십명, 아니 몇백명 되잖아?
근데 고작 열명 뿐이라 이상했지만 경쟁자가 없으니까 잘됐다 싶었지.
나는 맨마지막 순서라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먼저 들어갔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모두 새하얗게 질려서 나오는거야.
어떤 사람은 나오더니 눈물까지 흘리면서 엉엉 우는 모습에 진짜 입술이 바싹바싹 말랐어.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야.
내 앞사람이 면접실에서 나오면서 앞에 명단 들고 서있던 사람이 내 이름을 불러.
크게 쉼호흡을 하고 당당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응? 하게 되더라.
큰 면접실에는 달랑 한명이 앉아있는거야.
근데 그 사람 얼굴이 낯익었음.
그 사람은 며칠 전 장보러 왔을 때 화장품 코너에서 만났던 직원이었어.
어? 하고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손가락질하면서 문앞에 멍하게 서있으니까 그 사람이 당황해하다가 미소를 짓고 자리에 앉으라고 하는거야.
괜히 헛기침을 하면서 손을 얼른 내리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쭈뼛쭈뼛 그 사람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지.
의자에 앉아 면접용 미소를 지으면서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까 그 사람이 자신을 소개하면서 면접을 시작하는 듯 했어.
"EXOMart 점장 김준면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오징어입니다 ^^"
"아까 왜 그랬어요?"
"네? 아.. 그게..."
"괜찮아요. 편하게 말해보세요."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는데 오히려 더 긴장되고 불편해지는거야 ㅠㅠㅠㅠ
섣불렀던 행동에 후회하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그 사람이 엄청 다정한 목소리로 다시 물어봐..
그래서 결국 대답이나 꼬박꼬박 잘 하자 생각하고 미소를 유지한 채 대답했지.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최대한 둥글게 그렇지만 똑부리지게 대답하니까 그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곧 얼굴이 밝아지면서 손가락을 튕겨.
그 사람도 그제야 날 알아봤나봐 ㅋㅋㅋㅋ
"아. 기억났어요. 그때랑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몰라 봤습니다."
그래... 이 면접을 위해 얼마나 공들인 메이크업인데 달라야지 ㅠㅠㅠㅠ
근데 날 기억하고 있었구나..
들어보니 그 날 화장품 매장 직원에게 사정이 생겨서 하루만 대신 일해준거래 ㅋㅋㅋ
그때 손님이 별로 없는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며칠전 일인데 날 기억한다는 게 기분이 좋아졌어 ㅋㅋㅋ
덕분에 그때부터 편하게 면접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이후로도 준면이라는 점장은 면접이라기에는 너무 편한 질문만 던졌어.
내 전의 지원자들이 왜 울면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너무 좋았음.
그 사람의 얼굴도 밝았고 목소리도 다정해서 그냥 친한 오빠랑 대화하는 느낌이었달까?
한동안 얘기를 나누다가 점장이 시계를 들여다보고는 정리하려는지 마지막 질문을 했어.
"오징어씨. 당사에 지원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진짜 처음으로 면접에 관한 질문이었어 ㅋㅋㅋ
더군다나 너무도 예상가능한 질문이었지.
내가 가장 열심히 준비를 했던 질문이었기도 하고 ㅋㅋㅋ
아주 당당하게 허리를 곧게 펴고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지.
"이미 알고 계시듯 저는 며칠 전 이 마트에 고객으로 방문했습니다. 처음 방문이라 마트 전체를 둘러보았죠.
2층의 가전제품 매장부터 지하의 식품 매장까지 둘러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직원의 친절함이었죠.
어딜 가나 고객들을 마주할 땐 항상 미소를 보였고 진심으로 고객들을 대해주더군요. 그 점에 반했던 것 같습니다.
마트 전체에 분위기가 따뜻하고 가족 같았습니다. 실제로 직원들을 보며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원을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망설임 없이 지원서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대답을 하면서 면접관의 표정을 살펴보니 꽤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려.
그래서 더욱 자신있게 말을 마치고 나니까 그 사람이 또 질문을 하는거야.
"특별히 인상깊었던 매장이 있습니까?"
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순간 머리를 굴렸어.
날 보는 눈이 반짝거리는게 기대하는 대답이 있는 것 같은데...
근데 저 얼굴을 보면서 파악을 할 수가 없었어...
아까 대답하면서도 느낀건데 저 얼굴을 오랫동안 마주보는 것은 왠지 신성모독죄를 짓고 있는 느낌이라고 ㅠㅠㅠㅠ
그래서 그냥 바로 떠올린 사람을 대답하자 생각하면서
장난감 코너에서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준 직원 얘기를 꺼냈어.
아이에게 웃어주던 그 웃음이 너무 매력적이고 인상적이었거든.
근데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나봐...
어깨가 살짝 시무룩하니 처져보이는게 실망한 표정으로 날 보는거야 ㅠㅠㅠㅠㅠㅠ
뭐가 잘못된거지.. 속으로 울면서 그 사람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데 한숨을 푹 쉬더니 끝났으니 이제 나가보래.
마라톤에서 잘 달리다가 결승점 앞에서 발목 삐끗한 느낌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계속 맘에 걸렸어 ㅠㅠ
나오자마자 대기의자에 털썩 앉고 내가 한 실수가 뭐였는지 고민했지.
"앗, 차가워!"
고민하는데 갑자기 볼에 차가운 기운이 닿아서 깜짝 놀라 옆을 바라보니까 언제 왔는지 민석오빠가 아이스커피를 흔들면서 날 보고 있었어.
"오빠! 왜 여기 있어?"
"너 잘했나 궁금해서 왔지."
"당연히 잘했지~"
"그래? 장하네. 우리 징어."
움츠려있던 어깨를 피고 당당히 말하니까 오빠가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어렸을 때도 오빠가 자주 이렇게 쓰다듬어줬는데.. 그리운 기분에 헤헤 웃어버렸어.
민석오빠가 내 옆에 앉아서 면접에 대한 얘기를 들어주고 있었는데 면접실에서 점장이 서류를 챙겨서 나오는거야.
나는 그대로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고 민석오빠도 웃으면서 일어나더니 점장에게 말을 건넸는데 이 두 사람 꽤 친한가봐.
인사를 나누더니 꽤 자연스레 대화를 하더라고.
"수고했어."
"그래. 근데 너 오늘 쉬는 날 아니었나?"
점장의 말에 민석오빠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니까 나한테 어색하게 웃어보이더니 점장을 좀 멀리 데려가더니 다시 대화를 하는거야.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하긴 했는데 그냥 의자에 앉아 혼자 놀면서 기다렸어.
조금 지나서 얘기가 끝난건지 민석오빠가 다시 걸어오고 점장은 그 자리에서 내게 인사를 건네고 그대로 사라짐.
점장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민석오빠가 내 시선에 얼굴을 빼꼼 들이밀더니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하는데 얼마나 귀엽던지 ㅋㅋㅋㅋ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임.
"쉬는 날이었는데 일부러 온거였어?"
"응.. ㅎㅎ 징어야, 우리 밥 먹으러 갈까?"
"그래! 안그래도 긴장 풀려서 그런지 갑자기 배고팠어. 오빠가 쏘는거지?"
"물론이지."
말을 돌리는 것 같긴 한데 밥먹으러 가자는 오빠의 말에 나는 조금도 망설임없이 덥썩 물었어 ㅋㅋㅋㅋㅋ
알잖아.. 나 먹는거에 약한거.. ㅋㅋㅋ
밥 사준다니까 신이 나서 오빠 뒤를 쫄쫄 따라가고 있는데 1층에서 어떤 여직원이 민석오빠를 발견하고서 불러.
민석오빠가 금새 돌아오겠다면서 그 여직원한테 달려가고
나는 멀뚱히 그 자리에 서서 발장난을 하고 있었지.
근데 누가 내 어깨를 톡톡하고 치는거야.
뭐지? 고개를 돌렸는데 손가락이 내 볼을 쿡 찔러.
아.. 유치한 장난에 표정관리가 안되는 것 같아
입가가 씰룩씰룩 거린다 ㅋㅋㅋㅋㅋ
뒤를 돌아보니 전에 에스컬레이터에서 나를 도와준 직원이었어.
장난이 성공해서 좋았는지 ㅋㅋㅋㅋ 웃으면서 나에게 물어.
"또 장보러 왔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내가 EXO마트에 밥 먹듯이 가는 이유!!!
이제 내 직장이기 때문임 ㅋㅋㅋ
그래서 아주 썰들이 많아짐 ㅋㅋㅋㅋㅋ
그럼 다음에 또 올게~ 빠222222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