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EXO - XOXO
06. 동기를 사랑합시다.
"또 장보러 왔어요?"
"그런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 뭐 한거에요?"
"재밌죠? ㅋㅋㅋ 근데 마트에 장보러 온 거 아니면 뭐하러 온거에요?"
찔렸던 볼을 슥슥 문지르며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니까 개구지게 웃으면서 천진난만한 대답을 하는데 내가 뭐라 할 수 있겠어.. ㅋㅋㅋ
그냥 그 사람 질문에 대답이나 해줬지.
"면접보러 왔어요."
"면접? 설마 이번 공채 면접?"
"네. 설마 그 면접 맞아요."
내 대답에 왜 놀랐는지는 모르겠지만 곧 무언가 골똘하게 생각하는 모습에 난 다시 눈을 발끝으로 돌렸어.
안그러면 괜히 얼굴을 빤히 바라볼 것 같았거든 ㅋㅋㅋ
그러고 있으니까 그 사람이 갑자기 자기소개를 하는거야.
"카트직원, 오세훈이에요. 전 21살인데."
"?"
"그쪽은 소개 안해줄거에여?"
뜬금없는 소개에 내가 얼빠져서 바라보니까 온 얼굴로 환하게 웃으면서 내 소개를 해달래.
어느새 말투까지 완전 친근해졌어 ㅋㅋㅋㅋㅋ
얜 뭔가 싶어서 허허 웃으니까 나도 빨리 소개하라고 계속 보채는거 ㅋㅋㅋ
"23살 오징어에요."
"누나네? 뭐 상관없어요."
"네?"
"아니에요. 말 놔여. 누나"
"어? 아... 으,응"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하는 오세훈에 내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니까 혼자 신나서 막 얘기를 거는데 뭐가뭔지 정신이 하나도 없는거야.
본건 두번째인데 마치 몇년을 본 사이처럼 얘기를 거니까 나로서는 좋으면서도 어리둥절했던거지 ㅋㅋㅋ
그래서 나는 제대로 된 대답도 못하고 한동안 오세훈 혼자 떠들었음...;;
친해지자고 계속 말거는데 이러는 건 아니다 싶어서 정신차리고 대답해주려는데
"징어야~!"
하면서 잠시 떠나있던 민석오빠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뛰어와.
오세훈이 나랑 오빠를 번갈아 보면서 아는 사이냐고 묻길래 고개를 끄덕이니 무슨 사이냐고 물어보는거야.
어느새 내 옆에 선 민석오빠를 바라보면서 난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대답했지.
"내 첫사랑."
".. 어?"
"..."
내 대답에 민석오빠가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보고
오세훈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없이 민석오빠를 주시함.
나도 오빠를 힐끔 보면서 반응을 살피는데 오빠 표정이 점점 진지해지는거야..
이런... 괜히 이렇게 대답했나..? 후회하면서 오빠 눈치를 보다가 결국 급하게 손을 내저으면서 말을 바꿨어 ㅠㅠㅠㅠ
"장난이야, 장난! 그냥 어렸을 때 친한 동네 오빠였어. 세훈아."
"뭐에여 ㅋㅋㅋㅋㅋ"
애써 웃음으로 씁쓸함을 감추고 얘기함..
아무래도 내 첫사랑은 이대로 떠나보내야 하나봐.. ㅋㅋㅋ
내 대답에 오세훈이 그럼 그렇지하면서 웃어보이는데 민석오빠도 그제야 표정을 풀고 나를 보면서 피식 웃어.
나 왜때문에 더 슬퍼지는걸까.. ㅠㅠ
괜히 의기소침해져서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었어.
"막내야. 준면이 곧 올텐데 가봐야하는거 아니야?"
"아! 누나, 저 이제 가봐야하는데 다음에 봐요! 취직한거 축하해여!!"
"어? 나 아직 면접 안 붙었는데?!"
민석오빠의 말에 오세훈이 시계를 보더니 급하게 인사를 해.
마치 내가 이미 면접에 붙은 마냥 축하인사를 던지는 세훈의 뒤로 내가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민석오빠한테도 인사를 마치고 사라져버림 ㅋㅋㅋ
근데 세훈이 떠나가고 나랑 민석오빠 사이에 애매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어..
그래서 일부러 더 활발하게 오빠에게 말을 걸면서 밥을 먹으러 갔지.
덕분에 오빠도 금방 다시 예전처럼 대해줘서 밥 먹으면서 체할 일은 없었어 ㅋㅋㅋ
밥 다먹고 집에 돌아가는데 민석오빠가 데려다 줌.
초저녁에다 밥 먹은 곳이 집이랑 멀지 않아서 굳이 데려다 줄 필요는 없었는데 한사코 데려다주겠다는 오빠의 고집에 결국 내가 졌지..
집 앞에 도착하니까 오빠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들어가라고 말하는데 또 설레는 마음에 한숨이 나왔어.
"갑자기 왠 한숨이야?"
"응? 아니야~ ㅎㅎ"
내 앞에 서서 얼굴을 들이밀면서 묻는 오빠에 상체를 뒤로 빼면서 손을 내젓다가 오빠를 돌려세워 등을 떠밀며 이제 집으로 가라고 했어.
오빠가 고개를 돌리며 집에 초대도 안해주는거야? 하는데 집 상태를 떠올리고 정색하면서 다음에 초대한다고 말했지.
아쉽다는 표정이 가득한 오빠를 겨우 보내고나서 집에 들어와 난장판인 집을 보며 또 깊은 한숨을 쉬었지.
나도 아쉽다아쉬어.
집만 깨끗했으면 라면 먹고갈래...? 시전하는건데!!!ㅋㅋㅋㅋㅋㅋㅋ
면접결과는 이틀 후에 문자로 찾아왔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겨우 진정시키고 번쩍 만세를 하며 소리침.
"합격이다~~~!!!"
집이라 다행이지 밖이었으면 사람들이 하얀병원을 찾을 정도로 발광을 해댔음 ㅋㅋㅋ
그것도 한낱 알바생이 아니라 정직원이 되심을 축하한다는 문자 내용에 울컥해서 눈이 시크거렸다니까 ㅠㅠㅠㅠ
나도 이제 드디어 어엿한 직장인이라고!!!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바뀌지않는 합격이란 글자에 미친듯이 웃었음 ㅋㅋㅋ
정식으로 출근하는 날은 다음주부터였어.
바로 폰을 찾아 민석오빠한테 연락함.
[응, 징어야.]
"오빠! 나 합격했어! 합격이라고 ㅠㅠㅠㅠ"
[정말? 축하해~]
"흐어어유 ㅠㅠ 오빠덕분이야 고마워어어 ㅠㅠㅠㅠ"
[내가 한게 뭐있다고. 난 징어가 붙을 줄 알았어.]
진짜 울먹이면서 폰을 양손으로 고이 붙잡고 수화기 너머 오빠한테 말했어. 절이라도 하고싶었다니깐.. ㅠㅠ
오빠는 마치 다 알고있었다는 듯이 담담하게 허허 웃으며 축하해주는데 사실 난 아직도 내가 EXOMart에 다닌다는게 믿기지가 않아.
하루하루 출근할 때마다 새로운 설레임에 심장병 걸릴 것 같다는.. ^^
일주일동안 축하한답시고 광란의 밤을 보내고나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간 첫 출근은 정신없었어.
사람들에게 인사다니면서 얼굴 외우는게 보통 일이 아니었지.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만 100명이 넘는 것 같은데 일일히 인사하러 다니는데 하루를 다 쓴 것 같아 ㅋㅋㅋ
다행히 동기가 있어서 서로 의지할 수 있었지 안그랬으면 첫날부터 나가떨어질 뻔 했다니까 ㅠㅠ
아, 나와 같이 입사하게 된 동기는 나랑 동갑이었고 얼굴도 무지 이뻐!
성격도 밝아서 직원들이랑 금세금세 친해지더라.
나도 이에 질세라 웃으면서 인사하고 다녀서 퇴근하고 입에 경련이 일어나기도 했음 ㅋㅋㅋ
"웬디씨~ 우리 저기부터 가볼까요?"
"징어씨. 우리 말 편히 하는게 어때요? 동기에다 동갑인데 멀어 보이잖아요~"
"그럴까? ㅋㅋㅋ 웬디야, 우리 저기부터 가보자!"
웬디의 제안에 내가 거리낌없이 말을 놓으니까 웬디가 시원하게 웃고는 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어.
근데 갑자기 당황하더니 저곳은 혼자 다녀오라며 난색을 피우는거야.
내가 더 당황스럽게... ;;
그러지말고 인사하러 가자고 웬디를 질질 끌고 겨우 도착한 곳은 가전제품 매장이었음.
매장에 와서도 우물쭈물하는 웬디가 이상했지만 인사를 해야한다는 사명감으로 큰소리로 넙죽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지.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오징어입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내 인사가 매장 안에 울려퍼지면서 매장에 있던 몇 명의 직원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쏠렸어.
몇몇 직원은 웃으면서 받아주고 누군가는 우리에게로 다가오는데 전에 봤던 그 잘생긴 직원이었음!
괜히 긴장되서 침 꼴깍 삼키고 웬디를 봤는데 아직도 인사는 커녕 뚱하니 서있는거야.
얼른 인사 안하냐고 웬디의 옆구리를 쿡 찔렀지만 오히려 낯빛이 어두워져.
왜 그러지.. 웬디가 걱정되어도 발을 동동 굴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지 ㅠㅠㅠㅠㅠ
"박웬디. 니가 왜 여기 있냐?"
"... 하아...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박웬디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뭐? 니가 신입사원? ㅋㅋㅋㅋㅋ"
인사도 안했는데 이름을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웬디의 소개에 미친듯이 웃고있는 직원을 보며 의문이 생겼지.
내가 당황해서 두사람을 번갈아 보니까 웬디가 한숨을 쉬면서 얘기해주는데..
"징어야, 여기 실성한 선배님이 내 쌍둥이 오빠야.. 사실 면접도 몰래 본거라 한동안 피해 다니려고 했는데..."
"헐, 야. 조금 후에 다 모여서 신입들 인사하는데 진짜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함?"
"시끄러. 난 한다면 하거든?"
"근데 여긴 왜 왔냐 ㅋㅋㅋ"
"징어가 끌고 와서 온거야. 안그랬음 내가 미쳤다고 여길 오겠냐?"
"징어? ... 아! 징어씨? 미안해요. 아까 우렁찬 인사 징어씨 맞죠? 반가워요."
쌍둥이 오빠...?!!
헐... 웬디야, 내가 잘할게... ㅋㅋㅋㅋㅋ
두 사람을 얼빠진 상태로 관찰하는데 웬디의 쌍둥이 오빠라는 사람이 웬디와 투닥거리다가 그제야 날 바라보면서 인사를 건넸어.
허허... 이때까지 난 안 보였던 건가봐 ㅋㅋㅋ
그래도 최대한 상큼하게 웃으며 다시 인사를 하니까 그 사람도 나한테 자기소개를 하면서 악수하자는 손을 내밀어.
"가전제품 영업팀 팀장 박찬열입니다."
"아.. 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처음부터 나를 향해 정중하게 내밀어진 손을 바로 잡지 못하고 옷에 슥슥 문지르고선 큰소리로 씩씩하게 말하면서 악수에 응했지.
근데 그 사람이 ㅋㅋㅋㅋㅋ 웃는거야.
뭐가 잘못됐나? 하고선 약간 초조하게 바라보는데 박찬열이..
아, 인사했으니까 편하게 이름으로 말하겠어 ㅋㅋㅋ
박찬열이 시원하게 웃으면서 말했음.
"아까 웬디랑 얘기하는거 보니까 친구 맞죠? 그럼 저랑도 말 편히 하는게 어때요? 괜히 불편해 보이잖아요~"
그땐 당황해서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웬디랑 쌍둥이가 맞긴 맞나봐.
하는 말이 완전 똑같쟈나쟈나.. ㅋㅋㅋㅋ
박찬열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그래도 선배인데 웬디처럼 바로 놓을 수는 없잖아.
그래서 아.. 그래도 선배님이신데.. 하면서 망설였지.
그런데 옆에서 듣고있던 웬디까지 선심쓰듯 그렇게 해~ 하면서 부추기는 바람에 결국 말 놓게 됨 ㅋㅋㅋ
박찬열도 처음 얘기를 나누는데 소꿉친구처럼 짖궂은 장난을 치면서 깐죽거리는게 오세훈도 그렇고 새삼 이 마트는 일부러 이런 캐릭터만 뽑는건가 싶었음 ㅋㅋ
웬디도 그래보였고 사실 나도 얼굴에 철판 까는건 잘하는 편이거든 ㅋㅋㅋ
꽤 소란스러웠던 박찬열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다른 매장에도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해야했어.
같은 층에 있던 완구 매장과 애완용품 매장에도 당연히 인사를 가야했지.
먼저 완구 매장으로 가기로 했는데 가보니까 전에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신나서 뛰어다니고 있는거야.
거기를 뚫고 인사를 하기엔 좀 막막해져서 일단 애완용품 매장에 먼저 가자는 결론을 냈음 ㅋㅋㅋ
근데 Lucky~
애완용품 매장 직원과 함께 있는 사람은 완구 매장 직원!
아이들을 뒤로여기로 온 게 최고의 선택이었던야 ㅋㅋㅋ
우리는 두두두 달려가면서 인사를 했어.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인사를 받아서 좀 당황한 것 같았지만 곧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긴 했는데.. 이 사람들도 웬디를 보고 당황당황해 ㅋㅋㅋ
그걸 본 나는 완전 순진하게 물었지.
"웬디야.. 이 두 분도 막 친오빠인건 아니지..?"
내 질문에 웬디가 빵 터져버리고 두 사람은 처음엔 못알아듣다가 웬디의 설명에 똑같이 빵~ 웃음을 터뜨림.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멍청한 질문이긴 했어 ㅋㅋㅋ
폭소하던 두 사람이 겨우 정신차리고 해명같은 소개를 건넸어.
"완구매장 관리 담당 변백현입니다. 박찬열하고는 입사동기입니다."
"애완용품 담당 김종대에요. 저도 찬열이랑 동기라서 웬디를 알고 있는 것 뿐이에요~ ㅋㅋㅋ"
하면서 말하는데 괜히 얼굴이 붉어져서 부채질하니까 세명이 그런 날 보면서 다시 웃음을 터뜨려 ㅠㅠㅠㅠ
실컷 웃다가 갑자기 김종대가 어? 하면서 내 얼굴을 자세히 살펴.
모두가 왜 그래? 하면서 묻는데 난 괜히 뻘쭘해서 어색하게 웃기만 했어.
근데 아! 하더니 손뼉을 치면서 날 기억하는거야.
"며칠 전에 우리 매장에서 강아지 간식 사가지 않았어요?"
"어? 절 기억하세요?"
"그럼요~ 제가 예쁜 사람은 기억 잘하거든요."
"네? 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듣기 좋은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웃었는데 이번엔 변백현이 날 뚫어져라 쳐다봤어.
징어씨. 하고 진지하게 부르길래 괜히 쫄아서 왜, 왜요..? 말을 더듬으면서 대답하니까 ㅋㅋㅋ 웃으면서 나도 본 적 있지 않아요? 하는거야.
며칠 전에 장 보러 왔을 때 본 적 있다며 얘기하니까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나누고 얘기를 하다보니까 어느새 박찬열 얘기로 두사람이랑 친해져버림 ㅋㅋㅋ
박찬열하고 말을 놓았다고 하니까 바로 자신들한테도 말 놓으라고 하는 두 사람때문에 또 당황하긴 했지만
한 번 한거 두 번이 어렵겠니.
바로 쿨하게 오케이 해버렸고 변백현은 어느새 92라인이라고 모임까지 만들더니 잔뜩 신나했음ㅋㅋㅋ
-
♥ 암호닉 ♥
승꺄꺄 / 큥
암호닉 걸어준 독자들 고마워 ㅠㅠㅠㅠㅠㅠㅠ
좋은데 취직하니까 암호닉도 받고 좋다좋다 완전 좋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에 더 재밌는 얘기 들고올게!!!
독자들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