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청난 이웃
by. Aby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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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이미지 바겐세일
문이 닫혔다. 이성열이 사라졌다. 꿈인가? 내가 술 처먹고 지금 꿈을 꾼 건가? 그럴 리가 없지. 그렇다면 이건, 이성열이 나를 그냥 내버려 두고 집에 들어가 버린 거다. 괜스레 열이 뻗쳤다. 이게 진짜. 얼마 만에 보는 건데 이렇게 허무하게, 어? 왜 이렇게 무심한 건데???? 나 남우현이야!! 신기하지도 않아??? 초인종을 눌렀다. 한 번 눌러서는 이 둔탱이가 반응하지 않을 것 같아서 여러 번 눌렀다. 절대 열 받아서 그런 건 아니다. 씩씩 거리면서 그 앞에 서 있으려니 이 둔탱이 진짜 반응을 안 한다. 아주 한참 후에야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묻는다. "누구세요?" 누구겠냐. "나." 빼꼼 301호 문이 열린다. 겁먹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게 느껴ㅈ.. 아 얜 왜 이렇게 키가 크고 난리. 깔창 두 개 더 깔아야겠다. "...왜?" 왜? 왜라니? 왜? 지금 그런 말이 나와? 왜라니? 이 남우현한테 그런 대접 밖에 못하겠어? 어이가 없어서 기찬 한숨만 턱턱 내뱉자 성열이는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풀이 죽어서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다. "좀 비켜 봐." 현관문을 활짝 열면서 말하자 어정쩡하게 서 있던 성열이가 슬쩍 몸을 틀어 비켜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 여기서도 습한 내가 진동을 한다. 이 건물은 사람 대신 곰팡이가 입주해 살고 있는 건지. "집 참, 엉망진창으로 해놓고 사는구만." 실은 별로 엉망진창까지는 아니다. 남자 혼자 사는 집치고 깔끔한 편이다. 가재도구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휑한 느낌마저 드는 방에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이 날씨에 보일러도 안 돌리는 지 발밑으로는 싸한 냉기가 돈다. "보일러 안 돌려놨냐?" "요즘 기름 값이 얼마나 비싼데." "여기 기름보일러 아니잖아." 이성열은 답이 없다. 눈치를 보아하니 몰랐던 모양이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한참을 생각하는가 싶더니 멘탈 붕괴가 오는 듯 머리를 싸매고 엎드린다. 대체 쟤는 뭐가 저렇게 매사 헐렁헐렁한 건지... 물가에 내놓은 애 마냥 뭘 하든 불안불안하고 걱정되는 게 내버려 둘 수가 없다. 쟤네 부모님은 쟤를 어떻게 독립시키실 생각을 하셨을까. 이성열이 고뇌하는 틈을 타 방을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내 방과 별로 다를 바는 없지만 거의 마주보고 있는 식이라 그런지 뭐든 반대다. TV다이가 놓인 위치도 반대. 에어컨이 붙어 있는 벽도 나는 저 쪽인데 얘는 이 쪽. 부엌이랑 화장실도 반대편. 소소한 집 구경을 마치자 이성열도 생각을 마쳤는지 굳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일어났다. 저벅저벅 걸어가서 보일러 버튼을 눌러 난방을 돌린다. 오랫동안 보일러를 안 돌렸는지 털털털털 보일러 터지는 소리가 난다. 아랑곳 하지 않고 매트리스 위에 벌러덩 누운 성열이가 가만히 그러고 있다가 나를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근데, 왜 왔어?" ....예상치 못한 질문이다. 왜 왔냐고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을 줄이야. 뭐라고 대답하지? 뭐라고 대답해야 내가 이 시간에 여기 처 들어 온 게 정당화가 될까. 뭐라 그러지? "화, 화장실 좀 쓰려고." "화장실?" "어. 우리 집 화장실이 좀 문제가 있어서 말이다." "그래. 뭐. 써." "고맙다." 이성열이 가리킨 문으로 들어왔다. 변기 커버를 내리고 그 위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남우현 이 바보 멍청이 등신 쪼다 같은 놈아. 화장실이 뭐냐. 아니, 아무리 변명거리가 없어도 그렇지. 화장실이 뭐냐고, 화장실이!! 이성열이 날 똥쟁이로 생각할 거 아냐! 똥 싸러 자기 집에 왔다고!!! 약 오 분간 화장실에서 소리 없이 발작을 좀 하고 밖으로 나오자 이성열이 싱크대 앞에 서 있었다. 라면이라도 끓이려는 듯 냄비에 물을 붓고 있다. "라면 먹냐?" "어. 너도 먹을래? 근데 라면이 하나 밖에 없어." "됐다. 이 시간에 무슨 라면을 먹냐." "난 이 시간에 일이 끝나서 이 때 아니면 밥 먹을 시간도 잘 없거든여." 툴툴 거리면서 이성열이 다 끓지도 않은 물에 스프를 풀고 면을 집어넣는다. "야야, 넌 라면을 그렇게 끓이냐." "어떻게 끓이든 남이사. 뱃속으로 들어가면 다 똑같아져. 배고파 죽겠는데 언제 끓을 때까지 기다려?" 물이 좀 끓어오르자 다 풀어지지도 않은 면을 젓가락을 몇 번 성의 없이 휘저은 성열이 냄비를 받쳐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텔레비전을 켜고 채널을 마구 돌리더니 내가 예전에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멈췄다. 하필 내가 벌칙으로 바람을 맞고 얼굴과 머리가 마구 흩날리는 장면이 나오는 그 방송을 틀어 놓는다. 창피해 죽겠는데 이성열은 아주 뒤집어지게 웃으며 나에게 삿대질을 해댄다. "남우현 너도 바람 맞으니까 별 수 없구나. 진짜 못생겼다." ...너도 저 바람 맞으면 저렇게 될 거거든여. 그리고 저거 은근히 아퍼.... 제 허벅지를 내리치며 낄낄 거리던 성열이는 좀 진정이 된 다음에야 라면을 입에 가져다 댄다. 김치 하나 없이 라면만 먹고 있는... 조금 안쓰러운 모습이다. "김치 없냐?" "어. 밥도 없다." 후루룩 후루룩 면발 넘기는 소리만 요란한 방안. 어색한 침묵이 싫어서 물어봤다. "부모님이 반찬 안 갖다 주시냐?" "돌아가신 지 좀 됐는데." 헙. 이건 소식통한테도 못 듣던 얘긴데. 더 이상 말을 꺼냈다간 또 말실수를 하게 될 거 같아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내가 막 웃긴 얘기도 하고 춤도 추고 여자 연예인한테 마음에도 없는 대본상의 대쉬를 하는 그런 재미난 프로그램인데도 이성열이나 나나 웃지 않았다. 난 내가 나온 거니까 그렇다 치고, 아까 나 벌칙 받는 거 보면서 낄낄거리던 이성열까지 안 웃고 저렇게 정색을 타다니. 아닌 게 아니라 이성열은 예쁘고 둥글둥글하게 생겼는데도 무표정일 때면 좀 무섭다. 무표정일 때 안 무서운 사람이 어딨으랴 마는 얘는 유독 얼굴에 핏기가 하나 없이 싸해져서 인형 같기도 하고 진짜 말랐을 때는 시체 같기도 했다. 가끔 얘 연습 끝나고 힘아리 하나 없이 무표정으로 벽에 기대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게 쫄아서 인사도 못하고 그냥 지나가고 그랬는데. 어느 새 라면을 다 먹고 국물까지 후룩후룩 다 마셔버린 이성열이 냄비를 내려놓고 배를 통통 두드리며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먹고 바로 누우면 안 좋은데. 내 생각이 전달 됐는지 이성열이 벌떡 일어나서 냄비를 싱크대에 가져다 놓고 물을 한 잔 따라와서 옆에 앉아 마신다. 갑자기 이성열이 물어봤다. "너 왜 여기 살아?" 오늘 얘 기습 공격 많이 하네. 또 머리가 멍해졌다. 뭐라고 변명해야 그럴 듯 할까. 아까 같은 화장실 드립은 이제 그만여. 이미지 실추는 이쯤이면 됐어. 사실 그럴 듯한 변명거리를 만들었는데, 뭐더라.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노릇이잖아. 무수한 변명거리를 만들긴 했는데 내가 여기 사는 궁극적인 목적은 너야. 너 때문이라고 이성열. 이렇게 말할 순 없잖아. 쟤가 또 날 무슨 또라이라고 생각하겠어. 아 어쩌지? 뭐라 그러지? 어떡하냐고!! 갈등에 갈등을 거듭한 끝에 나는 결국 "서민의 생활을 체험해보려고." 이딴 개드립이나 치고 말았다. "뭐?" 이성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황당을 넘어서 짜증까지 난 표정인데 저건. "내가 앞으로 연기를 함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모르잖아. 내가 다른 건 대충 다 해봤는데 일반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 지는 잘 몰라서 말이야. 이런 데서 살아보면 좀 도움이 될까 하고." 별 거지 같은 말이 청산유수로 터져 나온다. 내 입을 나도 통제할 수가 없어.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말에 이성열은 허, 탄식을 내뱉으며 대꾸한다. "그래서 그 서민 역할을 위해서 미리 예행 연습 중이시다?" "그..그래, 그거지! 야. 역시, 응? 이성열, 좀 똑똑해?" 어색하게 하하하하 웃으며 눈길을 피했다. 진짜 미치겠다. 무슨 말이 저래... "근데." 긴장된다. 이성열은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 걸까. "너 집에 안 가냐?" ....아. 나 얘네 집에 화장실 간다고 온 거였지. 가야지... 화장실 갔다 왔으니까. "가, 갈 거야. 가려고 했어." "잘 가라." 다시 무심한 얼굴을 텔레비전으로 향하고서 채널을 휙휙휙 돌리는 이성열. 발을 질질 끌면서 내 집으로 돌아와서 이불킥을 백 만 번은 찼다. 아오 진짜!!! 나 이런 이미지는 아니었어!!!!! 나 남우현이라고!! 월드스타 남우현!! 남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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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한달 만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마 정확히 한 달만엨ㅋㅋ미안해요 죄송해요 사죄드려요 저 방금 절 했음
사정이 있었어요 변명하자면 그래요ㅋㅋㅋ
보는 사람 별로 없다고 막 소흘하고 그런 여자는 아닌데요ㅋㅋㅋ
사실대로 말하자면ㅋㅋㅋ사고가 좀 나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교통사고 나면 엉덩이를 조심하세요ㅋㅋ엉덩이 뼈가 깨질 수도 잇슴ㅋㅋㅋㅋ
제가 원래 엉덩이에 살이 없긴 하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 다친 건 아닌데 회복이 더뎌서ㅋㅋㅋㅋ컴퓨터를 오래 못해욬ㅋㅋ엉덩이 암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지금도 엎드려 있어요..ㅠㅠㅠㅜㅠㅠㅠ
병원에 있는 동안 소재는 팍팍 떠오르는데 컴퓨터를 할 수가 없으닠ㅋㅋㅋㅋㅋㅋㅋ
엄마가 노트북을 안 갖다 줘서 심심해 죽는 줄 알았어욬ㅋㅋㅋㅋㅋㅋㅋ
저번 주에 퇴원해서 이제야 거동하고 인간답게 살고 있어서 노트북 가동시키기 시작함ㅋㅋㅋㅋㅋㅋ
암튼 죄송해요 이따위 글ㅜㅜㅜ별 것도 아니면서 기다리시...는 분이 있나요....하...눙무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겁게 즐기소서ㅋㅋㅋㅋ이미 이건 개판이 됐어ㅋㅋㅋㅋㅋ그럼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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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