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청난 이웃
by. Abyss
06 |
06. 변수 등장
...저건 뭐야. 무슨 그림인건데. 기분이 좋지 않다. 서로 얼싸안고 방방 뛰는 두 남자. 그 한 쪽이 이성열이고 다른 한 쪽은... 뭐야, 저 새낀 진짜. 뭐가 저렇게 무시무시하게 잘 생겼어? 일반인 맞아? 이름은 또, 뭐? 명수? 하..... 이름이 옥의 티로구만. "잘 지냈어? 이야, 너 좀 멋있어졌다?" "나야 늘 잘 지내지. 넌 살 좀 빠진 것 같다. 얼굴이 안 됐네, 아주." ...억양과 목소리도 좀 싸구나. 옥의 티 두 번 머겅. 세 번 머겅. 이성열을 꼼꼼히 훑어보던 그 놈의 시선이 나와 마주친다. 저 경계하는 눈빛. 아까 계단을 올라올 때부터 그랬다. 주인 기다리는 개새끼마냥 현관 앞에 조신하게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나를 보고서 대번에 실망하는, 또 경계하는 저 눈빛을 보였다. 지가 뭔데 탑스타 남우현을 저딴 시선으로 봐? 기분 나쁘다. 그 둘 사이를 지나서 내 집 앞으로 가 띡띡띡 비밀번호를 눌렀다. "우현아. 들어가게?" 그제야 내가 있다는 걸 알아챈 건지 이성열이 묻는다. 대답을 않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아오! 짜증나!! 쟤네들 진짜 뭐야? 뭔데 저 놈이 이성열을 저렇게 애틋한 눈으로 보는데?? 침대 위에 올라가 방방 뛰고 베개를 때리고 허공에 수 십 번 발차기를 해봐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간신히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부엌으로 가서 물을 마시는데 식탁에 올려두었던 태연 싸인이 눈에 들어왔다. 태연 싸인.... 하.. 내가 탑스타 자존심이고 뭐고 일단 이성열이 좋아할 거 같아서 이거 진짜 쪽팔린 것도 무릅쓰고 받아왔는데. 아까도 몇 번이나 이거 줄 거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영 쑥스러워서 말을 못 꺼냈다.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가서 주려고 운동 끝나자마자 편의점으로 갔는데 이성열이 그 안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고 이상한 짓하고... 아무튼 정상적인 상태는 아닌 듯 보여서 그냥 이성열 구경만 했다. 저런 모습 처음 봐서 신기하고 막 좋아서 그냥 4시간 넘게 차에 있었던 건 진짜 아니다!!!! 차에 잠깐 잠들었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이성열 퇴근 시간에 맞춰서 다시 나오리라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태연 싸인을 받고 좋아할 이성열을 생각하니 잠이 잘 안 왔다. 왜 하필 태연 싸인인지. 왜 내가 아닌 태연인지, 좀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좋다. 남자가 여자 연예인 좋아하고 막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난 대인배니까 용서한다. 그리고 뭐 어린 날의 치기, 한 순간의 풋 사랑 뭐 이런 걸로 끝날 테니까. 더욱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건, 진정한 사랑이기보다는 동경이나 부러움에 가깝다잖아. 승산 있어, 남우현. 근데 아까 그 남자는 용서 못한다. 뭐, 명수? 눈빛이 심상치 않았어. 왜 명수 주제에 이성열을 그렇게 애틋한 시선으로 보는데? 오랜 연인을 바라보는 듯한 눈길인데? 왜 갑자기 나타나서 이성열이랑 껴안고 방방 뛰고 난리인 건데? 아 짜증나!!! 열 받은 김에 태연 싸인도 발기발기 찢어버릴까 하다가 나중에 이성열한테 주리라 다짐하고 책장 아무데나 쑤셔 박아 두었다. 그러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이성열 퇴근시간에 맞춰서 일어나려고 무리했나본지 피곤함이 급 몰려온다. 일어나서 이성열 집 가야지. 그 명순가 뭔가 하는 새끼는 좀 갔으면 좋겠다.
잠을 푹 못 자서 찌뿌둥한 몸으로 우리 집을 나섰다. 내 걸음으로 네 발자국만 걸으면, 우리 성열이 집이다. 여기 살기 정말 잘 한 거 같아. 손가락을 뻗어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좀 기다렸다. 반응이 없네? 한 번 더 눌렀다. 띵동. 대답이 없다. 이쯤이면 짜증내면서 문 열어줘야 하는데? 아, 씨발 남우현 뭐 이런 소리가 들려와야 정상인데? 다시 한 번 눌렀다. 띵동. 여전히 반응이 없다. 집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연속 누르기 스킬을 발휘해도 내 손가락만 아프고 이성열은 나타나지 않았다. 뭐지. 얘 한창 잘 시간인데. 갑자기 이성열이 아픈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아파서 쓰러진 건가? 일어날 힘도 없는 건가? 아니면 의식이 없나?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서 지금 이성열이 고열에 쓰러졌으며 의식을 잃은 지 수 시간이 흘렀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해 방치된 상태로 오랜 시간 추운 방 안에 있어서 저체온증으로 발전했으며 심장 박동이 미약하고 어쩌고 저쩌고.. 평소 메디컬 드라마에 봤던 내용들과 위기 탈출 넘버원 등에서 나온 말들이 뒤섞여 이성열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오마이갓!! 안돼!!!! 성열아ㅠㅠ헝헝헝 나는 거의 울면서 이성열을 불렀다. 쾅쾅쾅 현관을 내리치는데도 답이 없다. 성열아 안돼ㅠㅜㅜㅠㅜ그러다가 나는 문득 이성열이 전화는 받지 않을까 싶어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쳐 쓸데없이 길다. 빨리 받아라, 빨리 받아 성열아ㅠ내가 구해줄게. 성열아 성열아 성열아ㅠㅠ
"여보세요?" 받았다!!!! "성열아!!!!!!" "어....우현아. 왜?" ...가만. 목소리가 너무 멀쩡한데. "너, 집 아니야?" "어. 나 지금 밖인데. 왜? 또 우리 집 왔어?" ...하. 나갔구나. 그것도 모르고 난 니가 아프다고 혼자 쇼를 하고 수선 피우고.... 내 자신이 창피해졌다. 힘없이 돌아서서 내 집으로 들어왔다. 너 진짜 우리 집 간 거야? 시끄럽게 물어대는 성열이의 말은 무시하고 내 할 말만 했다. "어딘데? 너 외출 잘 안 하잖아." "아아. 나? 지금 명수네 집." "명수네.... 뭐? 누구?" "명수. 명수네 집. 아까 봤잖아, 내 친구 명수. 걔네 집 왔어." "그, 그 새끼 집엔 왜 가?" "야 너 내 친구한테 말 이쁘게 안 할래?" 지금 말 이쁘게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하냐 이 돌팅아!!! 걔네 집엘 왜 가는데! 걔가 어떤 흑심을 품고 너를 불러 들였는지도 모르는데 넌 애가 진짜 그렇게 경계심도 없고, 어?? 이걸 내가 차마 말로 할 수도 없고!!! "걔네 집에 왜 갔냐고 물어보잖아." "너 진짜 말 좀 예쁘게 해. 듣는 내가 다 기분 나빠." "그러니까, 걔네 집 왜 갔냐고." "그리고 너 요즘 자꾸 나한테 막 잔소리하는데, 내가 니 여..." "왜 갔냐고!" 아...또 소리 질러 버렸다. 왜 얘한테는 자꾸 버럭버럭 하게 되는지. 답답해서 그런지, 걱정 되서 그런지. 이성열은 참 어디 있든지 간에 걱정이 된다. 애가 허술하기도 하고, 덜렁 거리기도 하고, 사람도 가리는 편이 아니라서 사기 당하거나 나쁜 짓을 당하지는 않을까 자꾸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이렇게 소리 지르는 건 아닌데. 벌써 오늘만 두 번째다. 아무 말도 않고 있는 성열이에게 미안해져서 내가 먼저 입을 뗐다. "야, 화 났..." "...명수 어머니가 밥 해주신다고 오라 그랬다!! 됐냐? 자기 빼고 우리 둘이만 밥 먹으러 갔다고 어쩜 이렇게 쫌생이같이 구냐?" 아.... 그래? 명수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구나. 별로 심각한 변수가 아니었네. 어느새 싱글 벙글하면서 나는 그 새끼를 명수라 부르며 친근하게 대하고 있었다. 이름이 낯설지가 않고 참 친숙해. 좋아. 응. 얼굴도 잘생기고, 부모님이랑도 같이 살고. 그래, 이게 제일 중요한 거지. 집에 부모님이 다 계신 집에 친구 데려와서 밥 먹이는 거. 이게 친구로서 할 도리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 나도 배고픈데 너만 맛있는 거 먹으러 가서 그랬다." "하여튼. 좀 싸갈테니까 기다리던가. 얘는 나 하루라도 안 괴롭히면 입에 가시가 돋치나 왤케 날 귀찮게 해? 끊어. 밥 먹어야 되니까." 우리 성열이, 참 착해. 끊어진 전화에 대고 우리 성열이 우리 성열이 해대면서 웃고 있는 이 남자, 저요. 전직 대한민국의 내로라는 아이돌 그룹의 메인보컬이었으며 현재 배우로서 숨쉴 시간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금은 잠시 휴식기라 이렇게 빈둥거리는 꼴만 보이고 있는, 하지만 사실은 바쁜, 탑스타 남우현이 맞습니다. 미친 놈 아니에요. 아무튼 성열이가 안전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니 안심이 된다. 안심이 되니까 긴장도 풀리고, 긴장이 풀리니까 졸리고. 그래서, 잤다.
띵동띵동띵동띵동 집안 가득히 울려 펴지는 미친 초인종 소리에 짜증에 절어서 일어났다. 아 씨발 누구야... 어떤 미친놈이 이 시간에 초인종 질이야. 내가 여태 이성열에게 한 짓이 이거였구나. 당해보니까 알겠네. 역지사지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어. "어떤 미친 놈이야?" 욕을 하며 현관문을 홱 열어젖히니 이성열이 가관이라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 보고 있... 아 시발 집에서도 깔창 깔고 다녀야 되나. 아무튼 이성열이 보였다. 이성열은 뻘쭘하게 서 있는 내게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이거나 처먹어 미친놈아." 성열이 준 종이봉투 안에는 락앤락 그릇에 담긴 반찬 몇 가지가 있었다. 이걸... 사왔나? 얘가 어디서 이런 걸 구했지? 자고 일어나서 그런 지 머리가 더 안 돌아간다. 주웠나? "이게 뭐야?" "명수 어머니가 싸주신 건데, 옆집에 불쌍한 미친 놈 하나 산다고 하니까 너 갖다 주시라드라. 이딴 애를 왜 챙기시는지." 성열이 툴툴 거리며 계단으로 내려간다. "나 지금 알바 좀 늦을 거 같아서 나가 봐야 되거든? 다 먹고 그릇 깨끗이 씻어서 내일 우리 집에 갖다 놔라."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성열이는 들어가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럴 수야 없지. 너 가는 거 보끄양. 문고리를 잡고 저가 내려가는 걸 보고 있는 나를 갑자기 휙 돌아본 성열이가 말했다. "그리고. 초인종 어택 당해보니까 어때? 특히 자다가 깨니까. 기분 좆같지." 성열아 넌 참 어휘 선택이.... 찰지구나. 내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자 이성열이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번 만 더 나 잘 때 초인종 눌러봐. 죽여버린다." .....넌 일진이었니 성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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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하던대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입원 확ㅋ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 이번엔 노트북과 핸드폰을 사수했어욬ㅋㅋㅋㅋㅋㅋ근데 충전기를 안챙겼다는 게 함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병원 컴퓨터로 한 시간만에 휘갈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병원 컴퓨터를 낮에는 초딩들이 점령하고 있는짘ㅋㅋㅋㅋㅋ밤에는 아저씨들이 고스톱을 치고 계시는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에는 안 된다는 거 간호사 언니 설득해서 차지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병원 원래 그래요? 휴게실 컴퓨터 막 전원 내리고? 나 이런 병원 첨 봤음ㅋㅋㅋㅋ개인 병원이라 그런갘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은 오빠가 충전기 갖다 주겟죠.......... 엄마 내일 출장가셔서 오빠가 오기로 했는데 이 샛끼가 날 괴롭힐 거 같다는 불안감잌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 저번에 입원했을 때도 물리 치료 받는데 지가 도와준다고 더 꾹ㄱ 꾹 누르고ㅋㅋㅋㅋ 내가 괴로워하는 거 사진 찍어 놓고ㅋㅋㅋㅋ카톡 프사해놓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얘 아주 개새끼임ㅋ
낼도 쓸 수 있으면 써볼게영ㅋㅋㅋㅋ충전기 갖다주면..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님들 신화방송봐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티비 잘 안 봐서 이게 뭔가 했는데ㅋㅋㅋ아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배 쨰짐ㅋㅋㅋㅋ나만 그런가..... 암튼 그대들 온도니 조심하세영 여기는 잘 아물지도 않고 의사쌤 오시면 아주아주아주 매우매우매우 엄청엄청 시발!!! 민망해 죽겠다고1!!!!!!1111 왜 여자 의사쌤이 없는 거야ㅠㅠㅠㅜㅠㅠ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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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