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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청난 이웃

by. Abyss

 

 


08

 

 

 

08. 사실 알고 보면

 

 

 

 

 

 

햇수로 7년 차였다, 내 짝사랑은. 이성열이 연습실에 들어서던 그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이미 베테랑 연습생으로 그 소속사에서 몇 년을 연습해왔던 나는 어느 날 아침부터 사무실로 불려갔다. 다음에 나올 그룹에 메인 보컬로 데뷔가 확정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실장님이 다른 애들 동요하니까 픽스난 건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셔서 쿨한 척 OK를 했지만 속으론 아주 팡파레를 불고 삼바 춤을 추고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애써 근엄하게 혹은 당연하다든 듯이 내 데뷔를 맞아 들였다. 이 날이었다. 이성열이 연습생으로 들어온 날이.

우리 팀을 기획하고 전담하게 될 실장님 말씀으로는 메인 보컬로는 내가 확실하고, 나머지 연습생들 중에서 춤과 랩에 능한 두 명의 멤버와 이번에 연습생으로 새로 들어온 애들 중에서 괜찮은 2명을 추려서 5인조로 그룹을 만들 거라고 했다. 이번에 공개 오디션 봤다더니, 실력 괜찮은 애들이 좀 들어왔나. 원래 이런 거에 무심해서 그냥 내 할 일이나 열심히 하던 나도 이번 새 연습생들에게는 왠지 관심이 갔다. 내가 속하게 될 그룹의 멤버가 될 아이들이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대개 연습생이 되면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각을 잘 하지 않는다. 어쩌다 한다고 해도 곧 그만 두거나 다른 회사로 옮겨가는 케이스였다. 그런데 이성열은 연습 첫 날부터 지각을 했다. 새로 온 애들은 태가 난다. 이리저리 둘러보거나 연습하는 애들 보면서 쫄아 있거나 그도 아니면 핸드폰만 들여다보면서 선생님이 오시길 기다린다.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이 딱 신입들이구나 싶었다. 감히 떠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얼어 있는 애들을 슥 훑어보았다. 딱히 눈에 드는 애들은 없다. 다 고만고만하게 생겼다.

...어유, 저 형님은 노래가 엄청 나나 보네. 그래도 아이돌은 무리겠지,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데. 일단 탈락. 쟤 랩 되게 잘하게 생겼다. 옷도... 촌스러워. 너도 탈락. 넌...넌...여잔가? 여자도 뽑았나? 그래, 여자 연습생 애들 몇 명 있으니까. 일단 넌 여자니까 통과. 이런 식으로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을 때 레슨 쌤이 오셨다. 연습하고 있던 애들이 건성으로 인사를 하자 레슨 쌤이 저것들 다 모가지를 쳐 내야겠다며 겁을 주신다. 늘상 있는 콩트인데, 신입들은 그게 좀 웃겼는지 여기저기서 풋풋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니들도 곧 저렇게 될 거다. 대충 사이즈를 재 봤으니 볼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목을 풀었다. 오늘따라 목구멍이 탁 트인 게 고음이 쭉쭉 올라간다. 좋은 소식을 듣고 와서 그런가. 좀 으쓱해졌지만 내색은 하지 않으려 애쓰며 연습에 집중했다. 신입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부러움과 동경에 가득 찬. 이런 건 벌써 몇 년 째 받고 있어서 익숙하지만 매번 기분이 좋다. 레슨 쌤도 내 쪽을 돌아보시더니, "남우현 오늘 컨디션 굳이네?" 한 마디 해 주신다. 그리고 다시 애들 쪽을 보시며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셨다.

"이성열."

대답이 없다. 쌤이 다시 이름을 부르셨다.

"이성열? 이성열 안 왔니?"

웅성거리며 이리저리 서로를 둘러보는 신입들. 끝내 이성열은 손을 들지 않았다. 레슨 쌤이 고개를 한 번 흔드시더니 다음 사람 이름을 불렀다.

"이성종."

"네!"

발랄한 목소리에 시선이 간다. 목소리도 얇아가지고.. 쟤 진짜 여자앤가? 이름은 여자 같지 않은데. 레슨 쌤도 나와 같은 생각이신건지 고개를 갸웃거리시더니 그 애에게 물으셨다. 선생님 생각, 내 생각 같다면...b...

"너, 여자애니?"

"아니에요! 남자에요 남자!!"

앙칼지게도 남자..애는 벌떡 일어나 대답했다. 목소리 톤도 굉장히 높고 미성인 게, 아직 변성기가 안 왔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너 옷차림도.. 참.. 여자 같다. 핑크색 스키니 진에 후드... 레슨 쌤이 장난치고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신데 아마 이성종이 새 타깃이 된 모양이다. 자꾸 애더러 바지를 벗어 보라는 둥, 호적 등본을 떼 오라는 둥 저질스런 농담을 막 해댄다. 요즘 때가 어는 땐데요. 그러나 쇠고랑 차십니다 썜. 둘의 대거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연습실 문이 벌컥 열렸다. 사장님이 새 연습생 애들 보러 오신 건가보다 하고 난 눈을 감고 부르던 노래를 마저 불렀다. 오늘 컨디션도 좋아서 노래도 아주 만족스럽게 뽑아진다. 이런 날 녹음을 해야 하는데. 듣고 있나 사장님? 노래를 마치고 흡족한 표정으로 눈을 딱 떴을 때, 거울에 비친 이성열과 눈이 마주쳤다. 기다랗고 맹하게 생겨서 교복을 입고 손에는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든 이성열의 첫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넌...누구니?"

정적을 깨고 레슨 쌤이 그 애에게 물었다.

"네? 아, 네, 저, 그게요. 전 이성열인데요. 오늘 여기 오기로 했는데요, 여기 앞에서 길을 매가지고. 근데 또 커피는 먹고 싶어져서요, 커피집 아르바이트생이 길 안다고 알려줬는데 그게 아니었고요, 막 이상한 데여서 돌아다니다 보니까..."

뭔 소린지 싶을 정도로 횡설수설을 하는 이성열. 그러니까 길을 헤매서 좀 늦은 모양인데 뭘 그리 주절주절 변명을 하는지. 어리버리한 이성열의 모습을 보고 레슨쌤은 알겠다며 자리에 앉으라고 하셨다. 쭈뼛쭈뼛 아무데나 가서 앉는 이성열. 키도 큰 게, 저렇게 어리숙한 모습이라니. 그런데 그 남자애를 보고 좀 귀엽다, 고 생각했다.

 

이성열은 생각보다 연습생 생활에 잘 적응했다. 애들과 두루 친해지기도 하고 레슨도 곧잘 받았다. 우리 그룹에 합류할 후보로 이성열 이름이 오르내렸다는 걸 듣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거였다. 고만고만하다는 거. 얼굴도 눈에 확 띌 정도로 (나만큼) 잘생긴 것도 아니고 노래나 랩을 (나만큼) 뛰어나게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키가 크고 말이 많다는 게 강점이라면 강점이었는데, 그 정도 키라면 이성열보다 5cm는 더 큰 연습 3년차 형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이성열은 긴장을 하면 말수가 확 적어졌다. 몇 번 카메라 테스트 받는 걸 봤는데 평소에는 그렇게도 잘 떠들던 녀석이 카메라 앞에 서자 움츠러들면서 말을 잘 못 했다. 카메라는 제법 받아서 화면에는 예쁘게 나오는데 입주변이 온통 굳어서 버벅거리다가 결국 발음이 꼬이고 말았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한숨을 훅 뱉었는데... 그게 몹시... 그러니까.. 섹시했던 모양이다. 제대로 섰다.

 

 

 

 

 

미쳤다고 생각했다. 남자를 상대로 ㅈ....!!... 아니 그러니까, 이건 아마 내가 그동안 금욕을 좀 해서 그런 걸 거다. 여자를 만나거나, 욕구를 좀 풀거나 하면 괜찮아 질 거야. 남우현 정신 차려. 미쳤다고 세상에 널리고 널린 아리따운 여성들을 뒤로 하고 그냥 길다랗게 생긴 남자애한테 꼴... 하아. 진짜 미치겠네.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30분은 고민한 것 같다. 결론은 요즘 내가 여자를 안 만나서 그런 거야. 난 정상이고. 왜 이성열이 얼굴형이 좀 여자 같아서 착각한 거야. 난 정상이야. 변태 게이 따위가 아니라고. 이렇게 가까스로 나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일을 쳤으니 세면대에서 손도 깨끗이 씻고. 핸드 타올로 손을 닦으면서 화장실 밖으로 나왔는데, 바로 앞에 이성열이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게, 혹시.. 울었나? 내가 멈칫하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성열이 움찔한다. 이거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야 돼, 아니면 뭐 인사라도 해야 돼? 이성열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인사를.. 하자.

"하이"

어정쩡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별 반응이 없다. 무안하게. 뭐라고 대꾸라도 좀 하지. 천천히 손을 내리면서 지나가려고 했을 때, 아직도 물기가 남은 눈을 하고 있는 이성열과 눈이 마주쳤다. 아, 씨발.... 또...

 

 

 

 

 

 

 

"그래서. 걘 아직도 모르고?"

"알 리가 없지. 엄청 무신경하다니까, 그런 면에서는. 연애도 안 해봤나봐."

"고백해. 뭐가 무서워서 천하의 남우현이 고백을 못 하고 찌질대냐."

하긴 그렇다. 난 남우현인데 내가 사귀자고 하면 넙죽 감사합니다, 해야 하는 거 아냐? 술기운이 좀 올랐던지 용감하게 이런 생각을 했던 머리를 탈탈 털었다.

"걔한테는 그거 안 통해. 너 좋아해 하는 순간 싸다구 쳐 맞을 거다."

"완전 노말이야?"

"...모르겠어. 딱히 여자를 만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여자의 흔적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성열의 방과 핸드폰을 떠올렸다. 자신의 전화 아니면 핸드폰 열어볼 일조차 없는 성열이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홀애비 냄새까지 풍기던...

또 홀짝 단번에 술을 들이키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 성규 형이 급하게 마시면 취한다며 수습하기 귀찮으니까 천천히 마시란다. ....네^^ 이형... 참 그룹 생활할 때부터 이랬어. 이기적이고, 이기심 쩔고, 이기적이고. 내 고민과 우울<<<<넘사벽<<<<<<<<<귀찮음

"아 진짜... 어떡하지, 형?"

머리를 감싸 쥐고 테이블에 쿵 박자 안주를 먹을까 말까 고민하며 새우튀김을 만지작거리던 형이 움찔거리며 던지듯이 툭 내려놓는다. 진짜 새가슴이라니까. 리더는 어떻게 했대.

"그냥 뭐. 차근차근 널 좋아하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누가 그걸 몰라서 그러냐구요.

"어떻게."

"일단, 남자든 여자든 선물 공세가 짱이야. 나한테 선물 주는 사람을 어느 누가 싫어하겠어?"

대충 말하는 것 같은데 묘하게 설득이 된다. 별 기대도 않고 물은 건데 형은 의외로 솔깃한 답변을 해주었다. 선물 공세라. 좋았어. 내일부터 당장 선물 크리다.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어필해주겠어.

"...근데 형. 선물은 뭘 하지?"

 

 

 

 

 

 

 

 

 

 

 


더말하기

 

불금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심심해 죽을 거 같아요............ 내일 또 오빠색기가 오는 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오지마 제발ㅠㅠㅜ

 

 

 

 

 

읽어주신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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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왕 재밌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편도 기대할게요!!!!!! 언넝 담편 들고와주세용

12년 전
Abyss
으잌ㅋㅋㅋㅋ감사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담편도 얼ㄹ른 가져 올게요!!ㅋㅋㅋㅋ근데 오빠가 안가ㅠㅜ
12년 전
독자2
쭈구리예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은 공부하고 자고왔어여!잘했져? 아그대ㅠㅠㅠㅠㅠㅠㅠㅠㅠ레알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재밌는데 왜 댓글을 안달아 주시나 몰라ㅠㅠㅠㅠㅠㅠ진짜 좋아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남우현왜이렇게 귀엽노ㅠㅠㅠ
12년 전
Abyss
쭈구리 그대 웰컴!!!ㅎㅎㅎ공부 열심히 잘 하셧어요?ㅋㅋㅋㅋㅋㅋ저도 그대 사랑해요ㅎㅎㅎㅎㅎ시험 잘 보시기 바래요ㅋㅋ제몫까지ㅋㅋㅋ
저도 댓글 좋아하는데 왜 댓글이 없는진 몰르겟...ㅋㅋㅋㅋ제가 곶아손이라 재미가 없어서겠죠ㅋㅋㅋ큐ㅠㅠㅠ

12년 전
독자3
이성열 저거 패기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대 저 수달이에요!!! 성경ㅋㅋㅋㅋㅋㅋㅋ 겁나게 재밌어요 그대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Abyss
수달그대 하이요ㅋㅋㅋㅋ이성열 바봌ㅋㅋㅋ신입주제에 패기 넘침ㅋㅋㅋㅋ재밌었어요?ㅠㅠㅠ고마워영
12년 전
독자4
비엔나에여녀욘!ㅋㅋㅋㅋㅋㅋㅋ 으억!ㅋㅋㅋㅋㅋ 선녀리 오ㅑ이렇게 귀요미하지요?ㅠㅠㅠㅠㅠㅠㅠㅠ 역시 이런모습에 우현이가 빠졌을꺼에요!ㅋㅋㅋ 긴장만 안했으면 데뷔를 했을지도 모르겠어요ㅠㅠ 성열아 화이팅이다! 나중ㅇ에 꼭 좋은일이 있을꺼야! ㅋㅋㅋㅋㅋㅋㅋ 아잌 그대 오늘도 너뮤 잘읽고가요!
12년 전
Abyss
줄줄이 비엔나 그대 어서와욬ㅋㅋㅋㅋㅋㅋ선녀 어리바리터짐ㅋㅋㅋ우현이는 귀여윤 걸 좋아하나봐요^^ㅋㅋㅋㅋ우리 성열이도 인피니트였을 수 있는데 말이죠ㅜㅠㅠ
12년 전
독자5
그댕그댕피트리에용또와써용사실학원인데공부하다말고보고싶어서왔어용ㅎㅎㅎ아..띄어쓰기가없어섴ㅋㅋㅋㅋ미안해유~ 그나저나 남으현시키랑성열찡이랑 알콩달콩하는 모습을 보고싶네유~ㅇㅁㅇ
12년 전
Abyss
아닠ㅋㅋㅋ피트리그댛ㅎㅎ공부하셔야죠ㅠㅠㅜ이거때매 시험 망치시면 안돼요ㅠㅎㅎㅎ근데 나무랑 선녀는 언제쯤 붙어먹을까욬ㅋㅋㅋ
12년 전
독자6
아잌 늦었죵 ㅋㅋㅋ한익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현이 ㅋㅋㅋㅋㅋㅋㅋㄱ오 ㅋㅋ완전 재미지다 ㅋㅋ그대 담편도 기대할게용!!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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