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재회하는 썰 8
낭만적인 어른이 되어서
w. 랑데부
41.
"재미없을 건 뭔데,"
짝.
영현의 고개가 반대로 돌아갔다. 뒤따라 붙잡고 하는 소리가 뭐? 재미없을 건 뭔데?
"그래, 넌 재밌겠지. 재밌어 죽겠지! 근데 너, 어떻게 끝날 때나 지금이나 왜 그 재미에 난 없어?"
"너만 할 말 있는 거 아니야. 보기 싫음 네가 보지마, 미련 있어?"
너 진짜..
영현이 새로 쓴 원고를 들고 출근했었다. 출근하는 이틀에 영현이 마음에 걸렸다. 아무래도 작업하는 영현을 도와야 할 거 같아 새로 썼다는 그 원고를 들어 읽어나갔다.
"미련 없어! 없어도!! 넌.. 넌 진짜 끝까지 개자식이야"
우리 이야길 담는 건 아니잖아
42.
"우유!"
"우유 먹고 싶어? 큰 거로 살까?"
"아니아니. 작은 거면 돼"
"어머 새댁이야? 너무 잘 어울린다 둘"
새댁은 아닌데 그 말 되게 듣기 좋네요. ㅇㅇ는 영현을 바라보고 해맑게 웃었다, 우리 잘 어울리나봐. 좋아? 응 좋아. 영현은 해맑게 웃는 ㅇㅇ의 입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어?
"너만 해?"
그리고 떨어진 영현의 멱살 부근을 쥐고 끌어 당겼다. 발꿈치를 들고 영현의 입술에 영현보단 좀 더 길게 입을 맞추고 떨어지는 ㅇㅇ였다. 황당한데 너무 사랑스러웠다, 진짜 예뻐가지고. ㅇㅇ의 손을 잡고 카트를 밀며 영현은 메모지를 확인했다. 이건 샀고, 어 이건 안 먹는다고 했고. 꼼꼼하게 확인하는 영현에게 폭 매달린 ㅇㅇ는 저도 메모지를 보겠다며 고개를 빼꼼 올렸다.
"보여?"
"응"
영현은 메모지를 ㅇㅇ의 시선에 맞게 내려 주었다. 거의 다 샀는데? 술! 술? 못 먹으면서 좋아하긴 엄청 좋아해. 카트를 밀고 쫑쫑 달려가는 ㅇㅇ를 영현은 쉽게 따라 잡았다.
"속 버리지 않을만큼만 사기"
"이만큼?"
영현이 푸읍 터졌다, 그리고 이내 ㅇㅇ의 양볼을 쥐었다.
"잉거 앙푸러?"
(이거 안풀어?)
"아가씨"
"넹"
"다 드실 수 있겠어요? 빨리 내려놔"
순식간에 다람쥐가 되었던 ㅇㅇ는 치사하다는 눈빛으로 오른손에 있던 맥주 피처를 내려 놓았다. 빵리 푸러저, 볼따구를 양쪽으로 잡혀 웅엉웅엉 거리는 ㅇㅇ는 억울한 눈빛으로 영현을 올려다 보니 금방 영현은 양볼을 놓고 큰 손으로 ㅇㅇ의 얼굴을 쥐어 입 맞추었다.
"착해"
"원래 착해"
"알아"
*
영현이 중간 중간 따라부르고 흥얼거리는 음악에 맡겨 한참을 왔다. 자주 멀미를 해서 차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나 어쩔수 없이 차를 타야 하는 상황엔 영현이 유독 신경써 운전대를 잡았다. 오늘은 멀미의 기미는 없어 보였다, 아니 더 기분이 좋아 보였다.
"피곤하지 않아? 조금 쉬었다 갈까?"
"아니야, 거의 다 왔어"
멀리 멀리 가고 싶었으나 서로 스케줄 상 가평으로 왔다. 녹음이 지고 펜션은 꽤나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최대한 잘 예약한다고 했는데 ㅇㅇ가 영현의 눈치를 살폈다.
"예약 잘 했네. 예뻐"
"그럼 안아줘"
"알겠어, 이리와"
짐이고 뭐고 영현은 ㅇㅇ를 안아 빙글빙글 돌려주었다. 이거 너무 좋아, 너라서. ㅇㅇ는 영현의 목을 끌어 안았다. 그 다음에서야 짐을 풀었고, 나가니 영현이 먼저 저녁 기본 재료를 씻어 놓고 있었다.
"같이 하자니까"
"안돼, 칼에 베이면"
"나 잘한다고"
"그럼 옆에서 안아줘"
이게 도와주는 거야? 응 엄청 도와주는 거야. 영현은 재료를 썰으며 웃었다, 간단히 손질만 해놓으면 되는 거라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거의 영현이 재료 손질을 마치고 손을 씻으며 옆에 꼭 붙어 서 있던 ㅇㅇ에게 물었다.
"다리 안 아파?"
"안 아파"
ㅇㅇ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웃는다. 영현은 흐르는 물에 손을 씻고 잔물기를 ㅇㅇ에게 튀겼다. 야, 너무 해맑게 웃는 거다. 그럼 나도 하면 되지 뭐. ㅇㅇ 역시 흐르는 물에 손을 담구었다 빼 영현에게 튀겼다. 이리와, 야 이건 반칙. 반칙 없어. 그런 ㅇㅇ를 안아버려 뭐 제대로 물을 묻히지도 못하고 두 사람은 다락으로 올라갔다.
"아 잠깐만"
"안돼 잡았으면 빼기 없어"
"쓰러질 거 같은데?"
"네 차례 아니면 나란 말이야. 아 쓰러져라 제발"
대단한 걸 한 건 아니었다. 근데 제발 쓰러져라, 스물 하나 먹고 이렇게 젠가에 집중하다니. 뭐 어때 동심이지 뭐. 영현은 아슬아슬하게 나무 조각을 빼냈다. 아 강영현 진짜.
"잠깐만, 으..아 으으!"
그래 이럴줄 알았어, 하. 반쯤 빼내기도 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운빨도 더럽게 없어라, 엎드려 있던 ㅇㅇ는 영현을 올려다 보았다. 빨리 대, 진짜 때릴거야? 응. 아 정 없게, 영현은 웃으며 ㅇㅇ의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 올렸다. 내가 다음은 꼭 이긴다. ㅇㅇ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
"왜"
이마에 닿은 건 영현의 입술이었다. 뭐야? 뭐한ㄱ, 또 입술에 짧게 맞추는 거다.
"내가 널 어떻게 때려, 때릴 곳이 어딨어서"
"...난 때릴 수 있는데"
"그럴수 있어?"
"응"
"그래도 괜찮아"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진심에 영현은 터졌다. 넌 괜찮아, ㅇㅇ는 영현에게 안겨 파고 들었다. 왜? 좋아서. 네가 너무 좋아서.
그렇게 다락에 함께 누웠다. 이렇게 온전히 보고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언제나 함께 있으면 행복했으나 오늘은 좀 더 행복했다. ㅇㅇ의 조막만한 손을 영현이 쥐었다.
비가 내려 계곡에 가지 못한 건 좀 속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혹시나 아주 혹시나 해 작게 내부에 딸린 수영장, 아니 풀장이 있는 펜션으로 잡은 게 다행이었다. 물에 좀 있을래? 응.
"아 야아!"
"왜왜"
아니 전투라고.
당연지사 물총 싸움마냥 놀았다. 참 공 하나 던져줘도 그렇게 잘 놀았다, 한참을 물을 뿌리고 함께 빠지고. 인간적으로 내가 불리하잖아, ㅇㅇ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진짜?"
그 입술에 입술이 닿았다. ㅇㅇ의 볼을 감싸쥔 영현이 웃었다. 내가 불리한 거 같은데. 니가 뭐.
"춥진 않아?"
"응"
밥 먹으러 갈까? 응. 정말 해가 어떻게 지고 시간이 어디로 흘러가 버렸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을 함께 요리를 했고,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아니 밥을 먹은 건지 밥을 맥인 건지.
"아"
먹여주는 게 더 맛있는 거야. ㅇㅇ는 말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한참 설거지로 실랑이를 하다 그 좁은 주방에 둘이 붙어 분담해 설거지를 하고 나서야 두 사람은 떨어졌다. 계속 비가 내려 밖으로 나가지 못하였으나 설거지를 하고 나니 비는 어느새 멎어 있었다.
"영현아"
"응?"
"별 보러 가자"
차 썬루프를 열어 두고 의자를 한껏 뒤로 밀어 누웠다. 보여? 아니. 사실 나도. 사실 별은 없었다, 그냥 그렇게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을 뿐이다. 졸리면 얘기해, 영현은 ㅇㅇ의 머리를 쓸어 올려주었다. 한참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바라 보는 ㅇㅇ를 영현은 그렇게 한참 바라 보았다.
*
"하아,"
침대 옆 협탁엔 스탠드가 없었다, 정말 밖에서 들어오는 잔빛만이 두 사람을 비추어 줄 뿐이었다. 탐하고 탐해도 달아 녹아 내릴거 같았다, 지난 번 깨물었던 곳에 다시 아프지 않게 물어 흔적을 남기는 영현을 꼭 쥐었다 놓았다. 옷 안으로 들어오는 조심스러운 손길이 차갑지 않았다, 영현은 하나하나 눈을 맞추었다. 숨을 주고 받으며 달아지는 시간 속에서, ㅇㅇ는 영현만큼 조심스럽게 벨트에 손을 대었다.
푸읍, 아 웃지마. 그러다가도 퍽 웃음을 주고 받았다. ㅇㅇ는 부끄러운 눈으로 영현을 나무랐다, 하지마라. 알겠어 안 할게. ㅇㅇ의 손가락이 천천히 탄탄한 가슴선을 타고 내려가 판판한 복근을 꾹 눌렀다. 하지 말라며, 알겠어. 진지해지려하면 두 사람 중 꼭 한 사람이 장난을 걸었다.
"아흐.."
"아프면 말해, 응?"
ㅇㅇ는 깍지낀 영현의 손을 꼭 잡은 채 입술을 물고 끄덕였다.
지칠 수가 없었다, 너는 너무 아름다웠고 그걸 담아내기까지 아니 더 애닳았다. 닳아 없어지지 않을 걸 알면서 끝내 갈증이 났다.
43.
"아니 자기 계약 3개월 밖에 안 남았고.. 무엇보다 우리끼리 정규직 전환 이미 이야기 끝냈었어. 무슨 일이야, 자기 강작가랑 무슨 일 있었어?"
"...아뇨, 없었습니다. ..그냥, 죄송합니다"
ㅇㅇ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놓았다. 아, 튼 입술에서 뜨끈하게 피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개자식. 편집장은 사표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저가 보기에 괜찮은 인턴이었고 최근 강작가의 말로 굉장히 일을 잘한다고 했다. 인재를 놓치는 건 회사 입장에서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번 계약 ㅇㅇ씨가 진행했고, 또 강작가 입장에서 어떻게 나올 지 몰라서.. 우선 사표 수리는 보류할게. 우리측에서도 시간은 좀 줄 수 있으니까, 자기야 좀만 더 생각해보고 다시 이야기 하는 걸로 하자"
"...네"
ㅇㅇ는 꾸벅 허리를 숙이고 편집장실의 문을 닫고 나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영현의 일을 진행하는 1팀의 분위기가 조금은 낯설게 ㅇㅇ를 바라보았다. ㅇㅇ는 일일히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할까, 내가 강영현이랑 같이 일을 할 수가 있을까. ㅇㅇ는 망설임 없이 내민 사표에 대해 생각하다 이내 출입 카드를 자리에 놓고 회사를 나왔다.
영현의 태도가 미웠다. 너는 우리의 시간이 그렇게 쉽게 꺼내지니, ㅇㅇ는 전화기를 껐다. 당분간 뭐든 하기 싫었다. 배가 불러 때려쳤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반박할 기운도 그럴 의지도 없었다. 그 날 ㅇㅇ는 도어락이 고쳐지지 않은 자신의 집 현관에서 잠이 들었다.
*
- 한 번만 어떻게 안 될까? 강작가가 죽어도 ㅇㅇ씨 아니면 안 한대, 촬영 지연 되고 완전 얼음장이야 여기.
- 아직 사표 수리 안했어, 자기 이거 보면 연락해.
강영현 너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도어락을 고친 다다음 날이었다. 스케줄로썬 영현의 촬영과 인터뷰가 있는 날이었다, 끝까지 ㅇㅇ의 생각으로 영현은 자신을 괴롭혔다. 너무한 거 아니냐. 원필의 전화도 근근히 찍혀 있었으나 ㅇㅇ는 하나도 받지 않았다. 제길 진짜, ㅇㅇ는 쌓이는 문자에 결국 블라우스를 찾아 입었다. 넌 끝까지 잔인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ㅇㅇ는 수없이 허리를 굽혀 연신 죄송하단 말과 함께 촬영장으로 들어섰다. 다행히 팀내 사원들을 비롯한 사람들은 ㅇㅇ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언제 편집장에게까지 연락이 갔는지 고맙다는 문자도 왔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눈 앞에 있는 네가 문제지.
아닙니다. 뭐가 아니야, ㅇㅇ는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영현을 대하려 했으나 촬영이 재개되고 인터뷰 대본을 확인하려 돌아선 ㅇㅇ의 눈엔 잠시 눈물이 고였다. 안돼 지금 울면 진짜 끝나는 거야, 강영현이고 뭐고. ㅇㅇ는 부르튼 입술을 깨물었다.
쟨 연예인이야 뭐야. 기다리는 동안 뒤에 서 영현을 보고 있었다, 작가라며 아니 넌 작가도 아니야. 남의 추억이나 팔아 먹는 양아치지. 계속해서 메이크업을 수정 받고 옷을 갈아입고 몇 시간이고 촬영하는 영현을 정말 오랫동안 째려 보았다. 아주 셀럽 납셨네, 그리고 영현을 좋아하는 직원들의 발걸음도 끝기질 않았다.
"조금 쉬고 바로 인터뷰 진행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쉴 틈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영현은 한참을 서 화보를 찍었으나 절대 표정을 구기거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그리 ㅇㅇ의 눈에 담기지 않았다. 세트장은 금방 깔끔한 배경 연출에 이리저리 사람들이 오갔고, 영현은 대기실로 들어간 후였다. 연출이 거의 끝이 보일쯤엔 의자 하나가 놓여졌고 화보 촬영 인원의 거의 대부분이 나가고 소수의 인원만 남아 인터뷰 진행을 준비했다.
"슬레이트 치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카메라 두 세대의 앵글은 영현을 줌인 혹 줌아웃해 자리를 잡았다. 하 진짜, ㅇㅇ는 카메라 옆 대본을 확인하고 영현과 눈이 마주쳤다. 제대로 해, 내가 뭘.
"요즘 굉장히 핫하시잖아요, 실감 하시나요?"
"아뇨. 사실 밖으로 나갈 일도 별로 없고 지금은 새 작품 진행에 실감은 못하고 있어요"
"아 그러시구나, 저희도 되게 섭외하기 어려웠는데"
대본에 없는 질문 아닌 질문을 영현에게 시속 140km로 웃으며 던졌다, 우리 한번 제대로 해보자.
"노출되는 것을 굉장히 꺼려해서요. 성격상 그런 걸 좋아하지도 않고, 근데 되게 열심히 연락하시고 섭외하셔서. 하도, 그.쪽이"
ㅇㅇ는 웃으며 그 직구를 잡고 되려 엿을 맥이는 영현을 보고 웃었다. 똑바로 안해? 눈웃음엔 심한 욕을 가미했다.
"아 그러셨구나. 바로 본론으로 이번 신작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합니다. 아마 모든 독자분들이 궁금해 하실 부분을 질문 해보려 하는데요"
"네"
안 궁금해 이 새끼야.
"데뷔작부터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대부분 마이너틱한 주제를 다루셨는데, 장르를 급 선회하신 이유가 혹시 있으신가요?"
"아, 그 부분이요"
네 그 부분이요 이 새끼야.
"글을 쓰는 모든 분들이 그러시진 않겠지만, 저 자신에게는 '뮤즈'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타입이에요. '뮤즈'만의 독특한 매력이 곧 글에 담기는 편이죠. 그 부분을 보충할 수 있어서 장르를 새롭게 바꾸었다고 말해 드릴수 있을 거 같네요"
영현의 말에 ㅇㅇ를 뒤로 관계자들은 술렁였다. 뭐야 강영현 애인 있었어? 정확하게 말 안 한거 보니까 애인이 아닐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아 그럼 지금 사랑하시고 있는 중? 그렇게 물어봐도 될까요?"
이미 외워둔 대본은 집어 던졌다. 막 나가보자, 한번.
"당시엔 있었어요. 저에게 꽤 큰 존재였고, 정말 많은 영감도 줬고요. 지금은 아니지만"
"아 이별하셨는데 제가 너무 직접적으로 물어봤나요? 이거 죄송해서 어떡해.."
와 진짜 하나도 안 미안해 강영현. ㅇㅇ는 아주 미안하다는 말을 아주 딱딱한 기계적으로 덧붙였다. 근데 ㅇㅇ씨는 왜 저래? 모르겠어요, 강작가랑 작업하면서 무슨 일 있었나봐요. 없어도 이럴 예정이었습니다만. 거의 3-40분의 인터뷰를 종료했다, 아마 편집으로 다 잘려 나갈테지만.
"수고 하셨습니다. 강작가님도, 아주 수고 많으셨습니다"
슬레이트를 치고 ㅇㅇ는 깍듯이 주위에 인사를 했다. 막내 인터뷰 잘 따던데? 맞아 재치있게. 네? 저요? 영현과 작은 다툼을 일으키듯 진행 해버렸는데 말도 안 되는 칭찬이 입에서 튀어 나왔다. 나 이거로 정말 끝내려 했는데 뭐지.
역시 이 회사에 내 의사는 없다. 첫 인터뷰였고 다들 고생했다며 회식 자리를 마련한 상황에 결코 빠질 수 없는 입장이었다. 아니 다들 고생했으면 집 가서 쉬어야지 회식은 개뿔, 영현을 또 또 마주치는 것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다 못해 다시 한 대 칠 분노였지만 우선 사회생활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지랄 김원필 얜 왜 와, 영현 역시 측근들과 함께 회식을 참여하겠다고 일러둔 상황이었다.
"다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히 우리 강작가, 진짜 프로였어"
"우리 막내도, 어이구 정말 잘했어"
잘했으면 집에 보내주세요.
ㅇㅇ는 어색하게 웃으며 잔을 받았다. 회식은 즐거웠다. 딱 ㅇㅇ만 빼고. 회식은 일찍히 끝났지만 또 2차엔 ㅇㅇ의 의사가 없었다. 자리를 옮겨 조금 조용하고 더 개인적인 장소로 옮기고 오가는 술잔에서 ㅇㅇ는 어색하게 웃으며 낑겨 있었다.
"ㅇㅇㅇ씨는 술 정말 못 드시나보네요, 계속 물이랑 바꿔 치시네"
어쩌면 여기서 한 대치고 퇴사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아하하 제가 언제, ㅇㅇ는 웃으며 영현을 있는대로 씹었다. 재빠른 아양으로 넘어가긴 했으나 혈압 올라 죽을 거 같았다. ㅇㅇ씨 다음 주부터 재출근하는 거지? 아 막내 다시 오네, 좋다 좋아. 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여기 출발해주세요! ㅇㅇ는 택시 다섯대를 그렇게 열심히 보냈다. 반겨주시는 건 감사한데 저 정말 재출근하는 건가요. 그리고 마지막 택시를 보냈을 때 ㅇㅇ는 올렸던 입꼬리를 팍 내리고 돌아서 딱 한 마디했다.
"뒤졌어, 강영현"
이마가 슬쩍 드러나도록 뛰어 문을 연 ㅇㅇ는 그대로 그 문을 쾅 닫았다.
"딱 앉아"
그리고 맥주잔 위로 깡소수를 들이 부었다. 영현은 어이없게 ㅇㅇ를 올려다 보았다. 그 눈에 ㅇㅇ는 노려보며 그 잔을 그대로 들어 원샷했다. 아 목이 뜨겁게 타오르다 못해 불이 난 거 같았다.
"...나 내일 출근해서 먼저 간다"
말리려면 진작 말렸어야 했는데, 그 잔을 내려 놓자마자 영현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제 맥주잔에 똑같이 소주를 들이 붓는 것을 보고 원필은 이마를 짚었다. 의외로 영현은 자리를 뜰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물이랑 바꿔 먹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말로 나가지만 않았지 ㅇㅇ는 영현을 비웃으며 다시 잔을 채웠다.
"야야 너 미쳤어? 너 술도 못하면서..,"
"냅둬"
"마신대잖아"
진짜 갈 걸, 아니 지금이라도 뜰까. 차갑게 저지하는 영현에 원필은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 해야할까 고민하다 가방을 챙겼다. 몰라 너네가 알아서 해결해라, 둘이 치고 박으면 어차피 불려갈 거 과정은 안 볼란다. 원필이 가방을 챙기든 말든 ㅇㅇ는 정말 다시 채운 잔을 다시 들이켰다. 영현은 어이가 터졌으나 그를 받아 똑같이 마셨다.
"넌 대체 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쁜데"
"닥쳐"
너랑 말하려고 마시는 거 아니야. ㅇㅇ는 영현을 노려 보고 손도 안댄 새 소주를 깠다. 영현 역시 그 반문에 비소를 터뜨리고 기꺼히 ㅇㅇ의 술을 받았다. 정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끝끝내 죽일듯 노려보기만 했다. 이게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44.
망할 놈의 축제. 제기랄 진짜 망할 놈의 축제. 재미도 감동도 없는 이 축제에서 왜 난 전만 수백개 부치고 있는 걸까, 제사 한 번 안 차려봤는데. 역시나 ㅇㅇ의 과도 주점을 했다. 당연히 1학년인 원필을 비롯해 몇몇의 그리고 ㅇㅇ까지 가장 힘든 노동을 맡았다. 영현이 도와주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때 당시는, 아니 지금은 비밀연애를 고수 하고 있었다.
"..조금만 해"
"그 있으, 느 괜츠느"
(가 있어, 나 괜찮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씩이나 영현이 도우려했으나 더 안타깝게도 영현은 과대였다. 원필은 이미 체념의 체념을 넘어섰다, 그래 시발 손목 뽀사지는 것도 아니고 하면 되지. 나 다신 전 안 먹을 거야. 다행히 주정을 부리고 진상에 진상은 보지 않았으나 축제는 드럽게 일찍 시작해서, 드럽게 늦게까지 했다.
- B동 이층 강의실
내가 전을 부치는 건지, 전이 날 부치는 건지. 의문이 들다 못해 욕이 나오기 직전 영현에게 온 문자에 ㅇㅇ는 조금씩 취해가는 선배들의 경계에서 잠시 빠져 나왔다. 아니 아주 앞치마를 잔디에 집어 던지고 뛰어갔다. 학교에서 가장 낡아 곧 재건축에 들어가는 건물이라 인적이 뜸했다, 특히 축제 같은 경우 올 일이 없는 곳이었다. 강영현 여기 있다고?
"강영현"
아 있다. 영현은 강의실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너무 보고 싶어서 강의실 문을 꼭 닫고 달려가 안겼다. 아 기름냄새, 야 잠깐만 떨어져봐. 괜찮아. 아냐 안 괜찮아. 영현은 ㅇㅇ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 야 너 취했지"
"후으, ..엉"
내가 이럴 줄 알았어. ㅇㅇ는 열심히 영현에게 떨어져 영현의 볼을 작은 손으로 감쌌다, 어디 봐봐. 베시시 웃는 영현을 보고 알았다. 맛갔네 이미.
"얼마나 마신 거야"
"야"
하 진짜, 그와중에 귀엽네. ㅇㅇ는 얠 대체 어떡하지 하는 사이 영현은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뭐 초코우유?"
"너 좋아하잖아"
너 취해서 어디 돈 뿌리고 온 건 아니지? 응 아냐. 아닌데 몇 갤 사온 거야, 죽을래? 정말 딱 ㅇㅇ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만 사왔다. 하 이건 또 어떻게 들고 가. 정신 좀 차려ㅂ,
영현은 ㅇㅇ의 입술을 물었다. 아프지 않게, 놀라지 않게 달콤하게 혀를 섞었다. 허리를 꼭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내가 미쳐. ㅇㅇ 역시 영현에게 안겨 고개를 비틀어 깊게 탐했다. 강영현 숨, 숨. 타액이 섞이고 늘어났다. 이렇게 올려다 보면서 섹시하기 있어? 있어. 이번엔 ㅇㅇ가 먼저 다가갔다. 너 진짜 좋은 거 알아?
45.
"아으으...."
아 머리 깨질 거 같아. 아 허리도 아파, 아.. 근데 여기 어디야? 눈이 환하다 못해 쨍하게 부신 빛에 부스스하게 깨어난 ㅇㅇ는 눈을 비비다 주변을 살폈다.
"...허"
여기 강영현 침실인데.
나 여기서 잔 거야? 미친 거 아니야, 진짜? 아 추워. 그와중에 추워 저를 살피니 네? 나 왜..
"아으...아 머리야....하"
죽었다. 아니 정말 미쳤다.
옆에 누군가 부스럭거리며 일어날 기미가 보였다, 상의를 훤히 벗으신 채로. 아니 지금 나도라고, 뭐야 이 상황? ㅇㅇ는 당황을 넘어 정말 놀라 급하게 이불을 끌어 당겨 안았다.
"..아 뭐ㅇ,..."
상황 파악 안 된 강영현과 정말 제대로 눈이 마주쳤다.
나 설마 얘랑 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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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댓글 보며 정말 힘든 인생 탈출중입니다. 다 답글을 달아 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하며 동시에 절 올리겠습니다,
매번 부족하고 실수를 안고 올리는 글을 너그럽게 봐주시고 이해해 주시는 모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늘은 No Point!입니다.
매일매일 감사하며 초심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한 화 한 화 정성껏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