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해가 지고도 남은 시간이었어, 와 지금 이 시간까지 잠들어 있었던 거야? ##ㅇㅇ은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무릎 위로 툭 떨어지는 물수건에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저만큼 뜨끈한 온도로 쥔 영현의 손이 있었다.
“...야”
침대에 불편하게 상체만 반쯤 걸쳐 잠든 영현의 손에 들린 물수건을 보고서야 ##ㅇㅇ은 상황파악을 종료했다. 또 너야, 퍽 곤히도 잠든 영현을 깨우지 않고 일어나려 했으나 잠꼬대일까 손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ㅇㅇ은 난색을 표하다 영현을 흔들어 깨웠다.
“..야, 나 퇴근할게”
“어? ...아 죽 먹고 가”
〈o:p>〈/o:p>
됐어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그나저나 너 허리 안 아파? 영현은 고개를 젓고 침실을 나갔다. 야 그냥 가도 되는데. ##ㅇㅇ이 옷을 챙겨 입고 나왔을 땐 이미 영현이 죽을 그릇에 퍼 담아 식탁에 조용히 올려 두었다. 이거 먹고 약도 먹고 나가. 너는. 나는 생각 없어. ##ㅇㅇ은 끌어온 의자에 앉았다. 아 머리 아파,
“맛없어도 먹어, 너 오늘 하루 종일 잤어”
“네가 했어?”
〈o:p>〈/o:p>
사올 시간이 있었겠어? 영현은 속을 민감하게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냉장고를 열어 반찬을 두어개 꺼내 열었다. 같이 먹어. 너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 내가 뭘. 딱딱하게 받아치는 영현에 ##ㅇㅇ은 입술을 삐죽였다. 하여튼 까칠하게.
“내일 인터뷰인 거 알아?”
“알아”
“제대로 해줘, 저번에 편집하다 죽을 뻔 했거든?”
“내가 뭘, 너 출근하게?”
“어쩔 수 없잖아”
병원 가는게 좋을 거 같은데. 무슨 병원은 병원이야, 괜찮아. 너 열 엄청 올랐었거든? ##ㅇㅇ은 힘 없이 수저를 들었다 내리길 반복하며 답했다. 힘들어? 아니.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 가방을 챙겨 나오는 ##ㅇㅇ의 뒤로 영현은 따라 나왔다. 뭐해 너,
〈o:p>〈/o:p>
“볼 일 있어”
"그래?“
##ㅇㅇ은 고개를 끄덕이고 영현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뭐야, 그리고 불쑥 이마를 덮는 큰 손에 올려다보았으나 영현의 얼굴은 표정 변화 없이 그저 아무렇지 않았다.너 갑자기 왜 이래? 내가 뭘, 자꾸 친절하게 그러냐고 적응 안 되게. 친구끼리 걱정도 못하냐. 그렇긴 하지.
“들어가”
..너도. 결국 영현은 ##ㅇㅇ을 데려다 주었다. 뭐야 이게 볼 일이야? 아니야. 더 묻기엔 몸이 피곤해 그냥 영현을 돌려 보내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 좀 살 거 같네. 아깐 정말 죽을 거 같았는데. ##ㅇㅇ은 침대에 몸을 묻었다. 아 이렇게 다시 잠들면 좋겠다, 근데 강영현 생각은 지금 왜 하고 있는 거야.
63.
“아 망할”
늦었다. 아주 제대로, 멍멍한 정신을 부여잡고 일어나 시계를 확인하니 여덟시 십오 분이었다, 어디서 들리네. 내 밥줄이 잘려나가는 소리가. ##ㅇㅇ은 부리나케 몸을 일으켰다. 가뜩이나 없는 정신으로 정말 초스피드 출근 준비를 했다. 하 제발 지각은 안 된다고, ㅇㅇ의 입에서 곡소리가 흘러 나왔다. 망할 택시까지 잡고 타서야 ㅇㅇ는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쳤다. 아 약 빼먹었네, 강영현한테 한 소리 듣겠고만.
"ㅇㅇ씨 오늘은 좀 늦었네"
"..좋은 아침입니다"
고나리 먹기 참 좋은 아침입니다. 제길
불행 중 한 개쯤 다행이라면 영현의 인터뷰로 다들 팀 분위기가 바빠 나의 작은 지각을 보고 무심하게 넘길 정도였다는 거다. 강작가 언제 온대? 지금 출발했다는데, 스튜디오로 슬슬 자리 옮길까요? 그렇게 따라간 곳엔 영현이 있었다. 일찍 왔네, 잠자코 앉아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영현에게 미리 인터뷰 질문지를 건넸다. 제대로 답변해, 우리 제발 싸우지 말자.
"생각해보고"
재수없게, 씨.
오늘은 화보 촬영과 지면 인터뷰였다. 지면 인터뷰인걸 다행으로 알아야 하는 걸까, 강영현이랑 기싸움 할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었으니까. 화보 촬영은 꽤 오래 걸렸다. 쟤는 어떻게 저걸 다 소화하지. 가까히 있으면서도 멀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쉬와 강한 조명판을 아무렇지 않게 받으며 임하는 모습이, 딱 그 모습만 조금 멋있어 보였다. 프로다워 보였다고.
"그럼 ㅇㅇ씨가 인터뷰 하고 넘기는 걸로, 강작가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하실 거에요? 어떻게 자리 마련할까요?"
"저는 상관 없습니다"
"그럼 ㅇㅇ씨 2회의실에서 할래? 여기 정리하고 또 세트 바꿔야 돼서"
어쩌면 사람이 덜한 장소가 나았다. 강영현도 좀 피곤한 눈치였고, 회의실로 들어가 마주하며 ㅇㅇ는 영현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마셔. 고마워. 지면 인터뷰이나 녹음이 기본으로 깔리기 때문에 ㅇㅇ는 휴대폰을 열었다.
"그냥 편하게 얘기해 어차피 지면이라 다 수정 볼 거야, 아 반말만 빼고"
"그냥 반말로 하면 안돼?"
편집 내가 한다고. ㅇㅇ는 강경히 고개를 저었지만 영현은 택도 없단 눈웃음을 지었다. 아 저게 또 약 오르게.
"첫 인터뷰가 나가고 연인에 대한 소문이나 이슈로 자자했는데 혹시 덧붙일 이야기가 있을까요?"
나한테 그 물 뿌린 그 애 얘기 좀 해봐, 벌써부터 화나니까.
"있어도 없어도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믿겠지만, 정말 없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만 있어요"
뭐야 강영현 짝사랑 중이었어. ㅇㅇ는 노트북을 두들기다 영현으 흘낏 쳐다보았다. '뭐' 아 저걸 그냥. 여튼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쟤 좋아하는 사람 있구나. 근데 왜 기분이 별로지.
"폭탄발언이 되실 수도 있겠네요"
"알아서 잘 편집해주겠죠"
너가요.
영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나보고 이거 포장하라는 거냐. 아 진짜 저걸 확. ㅇㅇ는 영현의 알 수 없는 마음을 결국 읽지 못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려 질문지를 확인했다.
"아 이 부분만큼 많은 이야기가 들어왔는데, 강작가님 취향탐구 좀 해달라는 이야기.. 혹시 뭐 로맨스나 서스팬스 둘 중에 꼭 고르신다면?
로맨스겠지, 뭐
"로맨스죠. 제 취향은 로맨스로 올곧은 편이에요, 글을 써오고 써내는 내내"
"작업의 시간 아 정확하게 낮 밤 나누어서 작업하시나요? 작업은 대부분 낮 밤?"
밤이겠지, 뭐.
"밤이요. 낮은 시끄럽고 잘 집중을 못해서 시나리오 작성이나 구상만 하고 제대로 된 작업은 대부분 밤으로 넘기는 편입니다"
ㅇㅇ는 다 아는 이야기였다. 이걸 왜 궁금해하지. ㅇㅇ는 휴대폰으로 녹음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질문지를 들었다, 아니 무슨 연인에 대한 질문이 이렇게 많아. 강영현 정말 연예인이야?
"첫 질문이랑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혹시 이상형에 대해 말씀 해주실 수 있나요?"
"이상형이요? 정말 딱히 없어요. 어떤 사람을 만나야겠다라는 생각보단 이 사람이구나 하는 순간이 있는 거 같아요"
네가? ㅇㅇ는 어느새 영현의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강영현은 저런 스타일로 연애를 했구나, 나는 한 번도 하지 못했는데.
"사실 신작 출간이 그리 오래 되진 않았지만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 중인가요? 아니면 데뷔작부터 솔직히 쉼 없이 작품을 냈는데 짐시 휴식기를 가질 생각이 있으신가요?"
"꼭 내고 싶은 작품을 진행 중이라 그 작품을 내고 좀 오랜 휴식기를 가질 예정입니다. 뭐 어떤 작품을 출간할 것인가에 대한 여부는 말씀 드릴 수 없지만, 가장 심여를 기울이는 중이라고 맺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영현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굉장히 진지하고 확고했다. 물론 ㅇㅇ도 역시 그랬다, 답변을 받아 타이핑하며 영현을 바라보고 집중했고 계속적으로 영현을 살폈다. 우리 이렇게 보고 있는 것도 조금 이상한 거 같아. 그냥, 되게 아무것도 아닌 채로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던 거 같은데 너는 무언가가 되고 나도 무언가가 되서, 그렇게 어른이 되서 마주보는 순간이 조금 낯설어. 너는 안 그래? ㅇㅇ는 영현에게 물을 수 없는 질문을 개인적으로 던졌다.
"수고하셨습니다"
"끝?"
"응. 가도 돼"
ㅇㅇ는 약 한 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종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 퇴근 시간이네, 난 언제 퇴근해. ㅇㅇ는 화면에 작성된 답변으로 스크롤로 내리며 검토했다. 너 안가? 그런데 자리를 뜨지 않고 맞은편에서 노트북을 끄집어 내는 영현을 ㅇㅇ는 올려다 보았다.
"김원필이 태워 달래, 한 시간 기다려야 돼. 너도 같이 갈래?"
"난 언제 끝날지 모르겠는데"
"오늘 안에 할 거 아니.."
"강작가 회식 갈 거에요? ㅇㅇ씨 회식 가자"
여긴 강영현 인터뷰 따는 날마다 회식인가요. 얼른 가방을 챙기라는 상사의 말에 ㅇㅇ는 죽을 상으로 가방을 챙겼다. 너네 먼저 가, 나는 잠시 지옥에 다녀올테니까. 노트북을 끄고 휴대폰을 챙겨 나가려는 ㅇㅇ의 팔목을 잡은 건 영현이었다. 왜 뭐.
"저도 같이 갈게요"
넌 왜 따라와.
ㅇㅇ는 회식이 그리 당기지 않았다. 빨리 정리하고 집 가서 쉬고 싶은데, 원필을 기다리는 엘레베이터 앞에서 ㅇㅇ는 아린 허리를 툭툭 두들겼다. 오랜만에 힐 신으니까 허리 부러질 거 같아, 아.
"그리고 너 김원필한테 말하지마"
"뭘"
"혹시 우리 잔.."
조용히 안해? ㅇㅇ는 급하게 뒷꿈치를 올려 영현의 입을 양손으로 막았다. 하 이 시한폭탄, 큰소리는 낼 수 없고 눈빛으로 닥치란 말만 덧붙였다. 어떡하지 이미 아는데, 이 사실을 알면 정강이를 까일까 영현은 그 뒷 내용은 목구멍 안으로 삼켰다. 알겠어 말 안할게. 구두를 신고도 한참을 올려야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키 좀 낮춰 배려 없게. 그것도 알겠어.
64.
언제나 회식은 노잼이다. 이 공식은 정말정말 깨질 생각을 안 한다. 그래 한낮 인턴이 회식도 못 빠지고 술도 받아 먹어야 하고, 안주도 챙겨야 하고, 참 좋은 회식이ㄷ..
"근데 둘이 아는 사이에요?"
"켁, 아뇨. 콜록 흐..콜록 아뇨"
지나가는 사람이 봐도 내 대답 보고 아는 사이겠네 할 답이었다. 단지 너무 당황해서 넘어가던 안주가 목에서 퍽 걸려버렸다. 아으, 기침은 계속 나오고 그와중에 손사레를 쳤다. 죽어도 아는 사이는 아닐 거에요, 여기서 너랑 친구로 엮이는 것도 조금 그러니까.
"뱉어"
영현은 아무렇지 않게 ㅇㅇ의 입 앞에 손을 댔고 ㅇㅇ는 아무렇지 않게 걸린 음식물을 뱉었다. 물론 그걸 보는 원필은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을 할 거면 둘이 짜고 하던가 아님 한 명이라도 제대로 숨기던가. 하, 뭐하는 거야 쟤네. 괜찮아? 영현은 손을 닦고 ㅇㅇ를 살폈다. 아니, ㅇㅇ는 습관처럼 도리질쳤다. 목이 따가웠다.
"물 더 먹을래? 여기 휴지"
눈이 발갛게 충혈 되어 올라왔다. 영현의 얼굴에 그늘이졌다, 많이 힘들어? ㅇㅇ는 정신 없이 물을 받아 마시고 진정을 하려 숨을 내쉬었다. 시끄러운 회식 분위기 속 하나의 에피소드일뿐 둘을 크게 무언가로 의심하지는 않았으나 확실히 두 사람이 '아는 사이'임은 들켜버렸다. 물론 그런 사실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둘 모두.
"데려다 줄까?"
"어? 너 상관 없으면"
"야 나는"
원필이 제가 먼저라고 ㅇㅇ를 뒤로 재껴 주었다. 이게 안 꺼져? 데려다 준다잖아 너 택시 타고 가. ㅇㅇ는 원필의 옷자락을 잡고 뒤로 당겼다. 편하게 퇴근 좀 하자, 그러니까 넌 이제 좀 꺼져. 원필은 ㅇㅇ에게 치여 ㅇㅇ를 노려보며 택시를 잡았다. 기지배, 아니 강영현 저거 배신 때리네.
강영현은 운전을 잘했다. 이건 하나 인정 해야겠다, 정말 잠에 빠지기 직전까지 편하게 운전했다. 적당히 취해 적당한 에어컨 바람을 쐬니 졸음이 밀려 왔다. 졸린데, 어떡하지. 눈꺼풀이 자꾸 내려오는 것이 곧 잠에 들 것만 같았다.
"왜, 졸려?"
"..어 조금"
"도착해서 깨워줄게. 자"
"자도 돼?"
"어 자. 자도 돼"
영현은 흘낏 쳐다본 ㅇㅇ의 눈꺼풀이 끔뻑끔뻑 내려가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 신호등을 확인했다. 의자 젖혀줄게, 영현은 조금 ㅇㅇ에게 가까히 다가가 의자를 젖혀 주었다. 어차피 차 막혀서 오래 걸려, 자. 알겠어 도착하면 깨워줘. 진짜 조금만 잘게,는 무슨 진짜 나 푹 잔다.
ㅇㅇ는 아침부터 정신없이 나돌아다닌 덕에 까무룩 잠에 들었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영현은 교통체증에 차가 설 때마다 최대한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려 했다. 금방 잠드네. 영현은 뒷자석에서 제 재킷을 꺼내 덮어주었다. 아마 도착을 해도 깨지 못할 거 같아 어떻게 데리고 올라가야 하는지 영현은 고민을 품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
"으으..응"
역시나였다. 주차장에 도착한지 삼십분이 넘었지만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차에서 오래 자면 허리 아픈데, 영현은 새근새근 잠든 ㅇㅇ를 보다 결국엔 깨우기로 마음 먹었으나 ㅇㅇ는 잠에서 깰 생각이 1도 없어 보였다. 잘자네. 영현은 ㅇㅇ를 조심히 안아 들었다. 집에 들어서 문을 조심히 닫았다. 그때까지 깨기는커녕 숨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잠에 든 ㅇㅇ를 계속 살피며 영현은 침실 문을 열었다.
"음마아..으"
"괜찮아 괜찮아. 자도 돼"
침실로 들어오다 한번 크게 뒤척여 영현은 숨을 흡 참았다. 다행히 영현의 조용한 말에 편하게 잠이든 ㅇㅇ를 침대에 눕힐 수 있었다. ㅇㅇ를 내려 주고 일어선 영현의 이마에서 땀줄기가 흘렀다. 포근한 감촉은 정확히 느꼈는지 바로 옆으로 굴러 침대 끝까지 가버리는 ㅇㅇ를 급하게 다시 돌려 놓느라 땀을 닦을 새도 없었지만 말이다.
"잘자"
오늘도, 잘자
65.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
"응?"
"이 소설 결말, 조금 남았지 이거. 결말이 뭐야?"
"안 알려줄 건데?"
이 시키 보소. ㅇㅇ가 원고를 손에 쥐고 영현을 올려다보았다. 결말이 뭔데, 둘이 헤어져? 슬퍼? 어떻게 되는 거야? 영현은 모두 들었으면서 ㅇㅇ를 피해 집 안 이리저리를 걸어다녔다. 그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영현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 아 강영현. 강영현 치사하게 진짜
"안 알려줄 거야"
"치사해"
"정말?"
아니. ㅇㅇ가 영현에게 안겼다, 알려주면 안돼? 너 잡았으니까 이제 도망은 못 가. 이러려고 안긴 거다. 난 이 결말을 꼭 들어야겠어 그러니까 넌 빨리 답만 하면 돼. 제대로 약 올릴 셈인 건지 영현은 함구했다. 알려달라고, 알려달라고 강영현. 오늘따라 치사하게 왜 그러냐, ㅇㅇ의 볼이 붕어처럼 불어났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
영현은 웃으며 볼을 크게 부풀린 채 올려다보는 ㅇㅇ를 캠코더에 담았다. 시위하는 거야? 응. ㅇㅇ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까 더 알려주기 싫은 건데. 영현이 고개를 뒤로 젖혀 웃었다. 넌 지금 이게 웃겨? 엉? 웃기냐고. 더 삐지기 전에 말을 해줘야 했다. 알겠어, 이리 와.
"..끝이야?"
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렇게 끝나? ㅇㅇ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 해피엔딩이 아닌거야? 울지마. 영현이 붉어지 눈시울에 눈물을 닦아주었다. 소설이잖아, 매번 행복할 수는 없어. ㅇㅇ와 거의 매일을 수정하고 적은 글이었다, 유달리 애착을 가진 소설의 비극에 ㅇㅇ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우네.
"계속 울 꺼야? 머리 아플텐데"
"....너무 슬프잖아"
"우리는 행복하잖아"
영현이 ㅇㅇ의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쳤다. 나중에 소설 다 나오면 얼마나 울려고 그래, 그만 울자 응? 너 미워. 나 미워? ㅇㅇ는 비극의 결말을 지은 영현을 보고 말했다. 이것도 찍으면 혼나겠지. 영현은 밉다고 이야기하는 ㅇㅇ를 꼭 안았다.
"나는 너 안 미워"
"좋아해"
***
"솔직히 자기 강작가건으로 살아남았지, 그렇게 고개 빳빳히 들 능력 아니야. 알아?"
"제대로 하라고. 알았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밀리는 잡무를 처리하다 된통 깨졌다. 이틀 동안 야근을 하고 언제 시켰는지 기억도 안 나는 보고서를 대신 올렸는데 오타로 된통 후드려 맞고, 잡무에 잡무를 거듭하다보니 한 개 더 실수를 범했다. 강영현빨, 낙하산, 이틀 내내 대리님에 입에서 찰싹 붙어 내려올 생각을 안 했다. 기라면 기어야지 별 수 있겠냐마는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잘하는 것도 드럽게 없어 ㅇㅇㅇ.
그래도 하루는 갔다, 점심도 못 먹고 대신 눈칫밥을 제대로 먹었다. 차라리 강영현 오피스텔로 출근하는게 마음이 편할 거 같았다. 아니 뭐래. 퇴근도 다들 짐을 챙겨나가고 나서야 느릿느릿 짐을 챙겼다. 아, 그리고 등짝에 이내 작은 마찰이 일었다.
"야"
아파 이 새끼야, 아프다고. 원필이었다 아 강영현도 옆에 있었다. 아프다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팍 터졌다. 뭐야 얘 왜 이래? 원필이 당황해 ㅇㅇ의 팔을 붙잡았다.
"..아프,끅..다고 끅"
"미친 많이 아파? 살짝 때렸는데"
"나와 봐"
아프다고 이 새끼야. 누가 팍 치니까 정말 눈물이 엉엉 터져 나왔다. 피부에 갑갑하게 올려진 화장이 지워지는 게 느껴졌다. 마구잡이로 눈물을 닦아내었으나 그건 별로 소용이 없었다. 진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원필을 조금 뒤로 물러서게 하고 옆에 있던 영현은 ㅇㅇ의 얼굴을 살짝 보더니 미약하게 안아주었다.
"..힘들었지"
그 말은 아예 ㅇㅇ를 터뜨렸다. 헤어진 건 헤어진 거고, 눈만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느낌은 갔다. 영현의 품에서 엉엉 우는 ㅇㅇ를 영현은 천천히 쓸어주었다. 어 힘들었어, 사람들이 다 나한테만 뭐라고 해. 내 잘못이 아니여도 나한테 뭐라하고 나보고 낙하산이라 하고, 홍수처럼 쏟아지는 아픈 이야기를 영현은 하나하나 들어주었다.
"그랬어?"
"힘들었겠네. 잘못도 안 했는데 하나하나 듣고 있었으니까"
"지쳤겠다, 그치"
ㅇㅇ가 울며 영현을 끌어 안았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원필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내가 울린 거 아니여서 그건 다행인데 쟤 저러다 탈수 오는 거 아니야?
"밥은 먹었어?"
도리도리
"배 안 고파?"
도리도리
"밥 먹으러 가자"
*
영현은 턱을 괴고 밥알을 세는 ㅇㅇ를 바라보았다. 저거 먹는 거야 마는 거야, 원필이 영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닥치고 기다려, 영현이 원필에게 눈치를 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밥알을 세던 ㅇㅇ는 조금씩 수저로 밥을 떠먹었다.
"이것도 먹을래?"
"..응"
텐션 올라오는데도 시간이 걸리는 거잖아. 영현은 ㅇㅇ의 수저에 반찬을 올려 주었다. 애 키우냐, 닥치고 있으라고. 원필은 음식을 조금씩 집어 먹으며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ㅇㅇ는 영현 앞에서 그렇게 운 게 그리 쪽팔리지 않았다, 그건 왜 그랬는지 나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다. 조금씩 밥을 밀어 넣는 ㅇㅇ의 물컵에 꾸준히 영현은 물을 따라 주었다.
"너 먼저 가"
"알겠어"
오늘은 태워달라 말라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 오늘 강영현 차는 내가 양보할게, 원필은 ㅇㅇ의 등을 잘게 두들기고 버스에 올라탔다. 달리는 차 안은 별 말이 없었다. 그 정적이 조금 어색해질쯤 영현은 휴대폰을 두드려 작게 음악을 틀어주었다.
"잠깐 바람 쐬고 들어가자"
영현은 대로변에 차를 세웠다. 이거 입고. 응. 바람이 살짝 차가우니 영현은 제 가디건을 건넸다. 조금 걸으면 괜찮지 않을까, ㅇㅇ는 차문을 열고 내렸다. 단숨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살 거 같다, 이제 좀.
영현은 ㅇㅇ에게 무리하게 말을 걸지 않았다. 계속 ㅇㅇ의 컨디션을 살피며 발걸음을 맞춰줄 뿐이었다. 찬공기를 조금 들이키니 머리가 맑아지는 게 ㅇㅇ를 진정시켰다. 이제 돌아갈까, 영현이 ㅇㅇ에게 묻고 차키를 꺼낼쯤이었다.
"강영현"
ㅇㅇ가 영현에게 말을 걸었다.
"..너 나 좋아하지"
그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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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부분은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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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복과 중간중간 제가 수정을 해도 자꾸 이상한 영어가 뜨는 부분을 이제서야 수정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주의하고 읽으시는데에 불편한 점 없게 더 꼼꼼히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