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재회하는 썰 Fin
낭만적인 어른이 되어서
w. 랑데부
81.
"왜애"
"아니 그냥"
이제 자. ㅇㅇ의 작은 손이 영현의 눈을 덮었다, 졸리잖아 지금. 젖은 머리칼을 조금 넘겨주려니 손목을 잡아 끌어당기는 영현에 품으로 도르르 파묻혔다. 야 옷 좀 입지? 감기 걸려. 알겠어. 말만 하지 말고, ㅇㅇ는 영현의 쇄골에 입 맞추었다.
"옷 입고 자라며"
"응 오늘 말고"
대신 내가 안아줄게. ㅇㅇ는 영현의 판판한 상체에 얼굴을 폭 묻었다, 따뜻해. 따뜻해? 영현이 ㅇㅇ의 말려올라간 나시를 내려주고 웃었다. 이제 진짜 자라구. 알겠어, 알겠어. 영현은 ㅇㅇ의 작은 손을 꼭 잡아 입 맞추었다, 그리고 앞머리를 넘겨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이마에도 입 맞추어 주었다.
"잘자"
오늘도.
*
"먹어봐"
"으응"
"싫어?"
"응"
영현은 수면제를 끊었다, ㅇㅇ 역시 소화제를 버렸다. 문제는 입이 짧은 ㅇㅇ의 밥을 먹이는 것이었다. 다섯 입 밖에 안 먹었어. 다 먹었다구. 숟가락을 든 영현 앞에 안 먹겠다고 쭉 엎어지는 ㅇㅇ를 달래 딱 한 입 더 먹였다. 이제 가도 돼. 저렇게 먹다가 쓰러질까 걱정이었으나 ㅇㅇ는 뽈뽈 잘도 돌아다녔다. 영현이 남은 밥을 먹는도중 자리를 떠난 ㅇㅇ는 또 어디선가 무언가를 주워 입고 나타났다.
"야 그거, 콜록 이리와봐"
추우면 말을 해야지. 영현의 집업을 입어 소매가 줄줄 흘렀다, 퍽 귀여운 모양에 영현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소매를 네번이나 접어 막 꼬물거리는 손이 보이자 다시 뽈뽈 거실로 가버렸다. 또 어디가. 책 읽을 거야. 영현은 비운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고무장갑을 끼다 소파에 포르르 드러누워 책을 보는 ㅇㅇ를 보고 웃음이 터졌다. 귀여워.
"ㅇㅇ야"
"응"
"이리 와봐"
"싫어"
책 읽는 중이잖아. 한 번만 응? 아 진짜 방해하네 왜 뭐뭐. ㅇㅇ는 영현에게 다가갔다.
"뽀뽀"
기본적으로 키를 맞춰 달라구. 영현이 ㅇㅇ의 시선을 맞추어 주자 ㅇㅇ는 영현의 입술에 쪽소리가 나게 맞추고 떨어졌다. 이제 간다, 그리고 쿨하게 돌아서 거실로 달려갔다. 깨지 않는 꿈이었음 좋겠는데, 그런 현실이 고마웠다.
"강여혀ㅇ"
(강영현)
"응? 아"
뭐가 불쑥 들어온다했더니 칫솔이었다. 막 고무장갑을 벗어두고 돌아서니 칫솔을 물고 제 칫솔을 물려주는 ㅇㅇ를 영현은 꼭 안아 욕실로 데려갔다. 비행기 탄다. 한번 더 해줘? 응. 영현은 칫솔을 물고 다시 한번 ㅇㅇ를 안아 빙그르르 돌려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을 거울을 보고 양치를 했다.
"야아 아 야!"
"왜 왜"
물 튀기지 말라고 했지. 폼클렌징으로 세수를 하는데 자꾸 목 뒤부근에 물을 툭툭 떨어뜨리는 영현에 ㅇㅇ는 눈을 꾹 감고 옆으로 손을 휘저었다. 가라고 가. 싫은데? 거품이 눈 안으로 들어갈까봐 눈을 뜨지도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ㅇㅇ를 보고 뒤에서 주저 앉아 웃던 영현은 웃음을 그치고 ㅇㅇ에게 다가갔다. 내가 해줄게
"으으응"
"흥해"
코 풀어. 내가 애야? 애 아님 뭐야. 결국 옆구리 한 대 맞았다, 수건으로 얼굴을 말끔히 닦고 욕실을 나서는데 영현은 그런 ㅇㅇ를 안아 올렸다.
"뭐야 내려줘"
"싫어"
"오빠"
끅, 뭐라고? 영현은 ㅇㅇ를 떨어뜨릴뻔했다. 오 이거 효과 좋은데, 진작 써먹을 껄. ㅇㅇ는 아무렇지 않게 영현을 앞서 걸었다. 영현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ㅇㅇ는 짐을 챙겼다, 아 월요일이 사라졌음 좋겠어. 출근하기 진짜 엄청 싫다. 짐을 챙기다 너무 출근이 싫은 나머지 바닥과 한 몸이 되어버린 ㅇㅇ를 영현은 다시 자지러지게 웃었다. 왜 이렇게 귀여워졌어
"이리와 바닥 차가워"
"안아줘"
"그래 알겠어"
영현은 ㅇㅇ를 번쩍 안아 침대에 눕혔다. 침대? 응 침대. 꺼져, 허리 아파. 옆구리 한 대 더 맞았다. 영현이 꾹 찌른 옆구리를 문지르자 ㅇㅇ는 픽 웃음이 터졌다. 뭐하냐. 엄살. 우리 떨어져 있는 동안 좀 변한 거 같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 너 좀 귀여워졌어. 영현은 어이없게 웃었다, 내가?
"응"
"그래 네 말이 다 맞아"
"오 완전 영혼 없는데"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맞추고 꺄르르 웃음이 터졌다. 아 진짜 사랑스러워 죽겠다. 어?
"한 번만이야"
"..모르겠는데"
"아 안 해"
"알겠어 알겠어. 안돼 이리와"
꼬물꼬물 영현의 위로 올라탄 ㅇㅇ가 말했다. 싫음 됐어. 영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ㅇㅇ를 제 위에 앉혔다. ㅇㅇ는 두 손으로 영현의 눈을 가렸다. 눈 감고 있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안해 안해"
"씁 이리와"
지금 나랑 밀당해? 응 밀당해. 우리 연애 다시 시작했다고 밀당도 다시 해? 응 다시 해. 영현이 얼굴을 가리고 끅끅 웃었다. 하 진짜 ㅇㅇㅇ. 영현은 ㅇㅇ와 마주본 채 웃으며 입술을 물었다. 치열을 훑고 밀어오는 영현에 ㅇㅇ는 영현의 목에 손을 둘렀다. 숨차게 하지마. 싫어. 한참을 엉키다 영현이 살짝 풀린 눈으로 떨어졌을 때 늘어난 타액에 작게 웃었다.
"숨 차?"
끄덕끄덕.
알겠어 안 할게. 영현은 웃으며 다시 ㅇㅇ에게 입을 맞추었다. 영현의 큰 손이 ㅇㅇ의 옷 안으로 들어와 속옷을 풀러냈다, 이내 차가운 온기가 가슴에 닿았다. 으응. 천천히 할게. ㅇㅇ는 영현의 버클을 툭 풀러냈다.
"영현아"
"응?"
"봐줄게 두 번"
아. 영현이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알겠어 이리 와. 무르기 없어. ㅇㅇ는 영현에게 쏟아져내렸다.
82.
"출근하기 싫어어.."
"그래도 해야지, 내가 데려다줄게 응?"
그러니까 내가 두번만 하라고 했지. ㅇㅇ는 부스스한 눈으로 영현을 노려보았고 영현은 작게 웃었다. 미안. 영현은 침대에서 떨어진 티셔츠를 끼어 입고 ㅇㅇ의 상체를 안아 일으켰다. 잠 깨야지 응? 싫어 싫다구.. ㅇㅇ의 눈이 자꾸 끔뻑끔뻑 감기며 영현에게 쏟아졌다. 영현은 ㅇㅇ를 달래다 안 되겠다 싶어 결국엔 ㅇㅇ를 안았다.
"아가씨 출근 진짜 안 할거야?"
"으으응"
결국 영현이 ㅇㅇ를 안고 거실을 몇 번이고 돌아다녔다. 아 햇빛 진짜.. ㅇㅇ는 영현의 품에 더 꼬물꼬물 파고 들었으나 환한 햇빛에 두 손을 들었다. 알았어 잠 깼다고 깼어. 그리고 영현에게서 내려 비척비척 욕실로 향해 걸어갔다. 어어어 조심, 하도 비틀거려 영현은 그 뒤를 쫓아 걸었다.
"블라우스 꺼내 놓을게 씻고 나.."
"...ㅇㅇ야"
하 저 애를 어떡하면 좋지.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다 드라이기를 쥐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ㅇㅇ에 영현은 웃으면서 다가갔다. 머리는 내가 말려줄게, 빨리 칫솔에 치약 짜.
"으 뜨그으.."
(아 뜨거워)
"뜨거워? 미안, 이제 괜찮아?"
머리를 살살 말려주며 영현은 물었다. 눈은 뜨고 대답해야지, 양치를 하는 도중에도 눈은 다 감겨서 우물거리는 ㅇㅇ에게 영현은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잠이 많아서 어떡해. ㅇㅇ는 잼을 바른 식빵을 물고 블라우스 단추를 꿰었다. 오늘 퇴근하구..
"단추 잘못 채웠잖아. 이리와봐"
"빵 먹어 내가 해줄게"
애 다 됐어 응? 아라따. ㅇㅇ는 우유를 꼴깍 삼켰다. 영현은 잘못 채운 블라우스 단추를 다시 채워주었다. 이제 나갈까?
"퇴근할 때 데리러 올게"
"응"
"영화 보러 갈까?"
"우리 집에서 보자"
ㅇㅇ는 가방을 챙겨 차를 나섰다. 이따 시간 맞춰 올게, 회사로 걸어가는 ㅇㅇ를 영현은 한참 바라보았다.
*
"니네 연애질 할 때 난 부르지 말라고 했지"
"영화 보자고 불렀잖아. 아싸 구제해줘도 지랄이야"
"차라리 혼자 보고 만다"
원필은 ㅇㅇ의 집 소파에서 굴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발 내가 진짜 연애를 하던가 해야지 이것들 나한테 맨날 엿이나 맥이고. 도와주긴 원필이 가장 많이 도왔으나 항상 만만한 상대였다. 으유 이것들 으유으유. 영현은 ㅇㅇ의 입에 과자를 넣어줬다, 딱딱해? 아니아니.
"나 집 간다"
"어 같이 가"
"니네 살림 차린 거 아니였어?"
아니야 새끼야. 원필은 감흥없이 두 사람을 쳐다봤다, 그러던가 말든가. 열두시를 조금 넘었을쯤 원필과 영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거야? 응. 원필은 차키를 흔들고 먼저 집을 나섰다. 다신 영화 본다고 부르면 니네 집 불 지를 거야. 쟤는 나이 먹고 저렇게 말하고 싶나봐. 원필은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어쩌겠어 쯧.
"내일도 와"
"알겠어"
"가서 전화해"
"당연하지"
ㅇㅇ는 전화기 모양으로 손을 흔들었다. 잠 안 오면 전화하고. 알겠어. 이렇게 보내는 것도 아쉽다, 마치 우리 지하철에서 헤어지던 그때처럼. 가겠다고 말은 했는데 발걸음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영현은 현관에서 뒤돌아섰다.
"한 시간만 더 있다가 갈게"
"그럼 새벽 한 시야. 안 졸리겠어?"
"응"
알겠어. 이렇게 한 시간만 또 한 시간만 하다가 밤을 꼴딱 새울거면서, 다시 이렇게 헤어지는 순간이 아쉬웠다.
83.
우리 다신 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힘만 빠지는 이불빨래 하지 말자고 하지 않았니. ㅇㅇ는 영현의 손을 잡고 이불을 퍽퍽 밟아대며 물었다. 그러게 우리가 그걸 기억 못했네. ㅇㅇ의 투정어린 이야기를 영현은 눈을 맞추어 들어주며 ㅇㅇ의 머리를 헝클였다.
"그래도 마주보고 있잖아"
"이렇게"
그래서 나는 좋은데. 야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미끌거리는 발의 감촉이 썩 좋지는 않았으나 그 불편함을 영현이 감싸 안아주었다. 바지 자꾸 흘러내리는데 다시 접어줄게. 영현은 자꾸만 종아리까지 흘러내리는 ㅇㅇ의 바지를 다시 꼭꼭 접어주었다. 어어,
"어어 조심 조심"
"엄마, 으아!"
미끄러운 거품에 쭉 넘어졌다. 아 다 젖었어 어떡해, 아니 그전에 네가 어떡해. ㅇㅇ를 끌어안고 넘어진 영현은 ㅇㅇ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끅끅 웃었다. 왜 웃어. 아니 그냥. 이불빨래하려다 우리를 빨아야 할 지경이 되어버렸는데 뭐가 웃겨. 아니 그냥 웃겨, 아니 그냥 너랑 이렇게 있어서 좋아. 영현은 ㅇㅇ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
"응. 좋아"
"나두"
질퍽거리는 이불을 깔아 앉고 거품을 영현의 볼에 쿡 묻혔다. 뭐야 이리와. 아니 장난이야 장난이라고. 영현은 바디워시를 손으로 짜 금방 거품을 냈다. 아 싫어 싫다고! ㅇㅇ의 머리 한가운데 거품이 포르르 올라왔다. 너 죽었어, 빨리 와. 2차전은 거품이었다. 서로 옷에 거품을 묻혀가며 아니 근데 진짜 드럽게 안 져주네. 결국 거품을 손에 잔뜩 묻힌 ㅇㅇ를 영현은 끌어 안았다.
"씻어야겠다 그치"
"응"
씻고 나오면 토스트 해줄게. 맛있게 해줘. 맛있게 해줄게.
근데 우리 이불 언제 다시 빨아?
*
"이렇게 삼초에 한 걸음씩 걸을거야?"
"...."
아니 진짜 가기 싫다고, 싫다니까. 내가 어린 애도 아니고 말이야. ㅇㅇ는 손을 잡아 이끄는 영현에서 버팅기고 있었다.
"집에 가기 싫단 말이야"
"그래도 가야지"
"아 싫다구우.."
알겠어 천천히 가자 응? 영현은 아쉬움이 가득한 ㅇㅇ의 볼에 입을 맞추어 주고 정말 삼초에 한 걸음씩 걷는 ㅇㅇ에게 맞춰 걸었다. 그러게 강영현 넌 왜 이사를 가 가지구. ㅇㅇ는 영현을 미운 눈초리로 올려다보았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장난 치지 말라잖아 앞에 봐. 정말 앞에 봐? 에스컬레이터에 타 곧바로 뒤돌아서 ㅇㅇ를 올려다 보는 영현은 물었다.
"뽀뽀"
ㅇㅇ는 영현의 입술에 짧게 입 맞추었다. 에스컬레이터에 내리자마자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안내음이 역 안으로 울려퍼졌다. 응? 안 갈래. 결국엔 ㅇㅇ가 영현의 품에 안겨 시위를 했다. 안 갈거야, 안 간다구. 애 다 됐어 응? 그렇게 꼭 안긴 ㅇㅇ를 영현은 차마 밀어낼수가 없었다. 그렇게 열차를 보내야만 했다. 두번째 열차가 왔을땐 영현이 품에 안겨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 ㅇㅇ를 번쩍 안아 들었다.
"야 이건 반칙이잖아"
"집엔 가야지"
"너 미워"
"나는 안 미워"
너 싫어. 나는 안 싫어. 어? 울지마 ㅇㅇ야. 아 ㅇㅇ야. 야 내가 애도 아니고 왜 자꾸 보내려하는데, ㅇㅇ는 서러운 마음에 영현에게 퍽 안겨 눈물을 보였다.
"울지마 응?"
"...너 미워"
"ㅇㅇ야"
이름 부르지마 너 미워. ㅇㅇ는 더 꽁꽁 영현의 품에 안겨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으이그 이 애를 어떡해, 영현은 ㅇㅇ의 얼굴을 확인하고파 했으나 ㅇㅇ는 끝까지 보여주지 않았다.
"맨날 이렇게 아쉬워서 어떡해"
"그냥 같이 살아야지 뭐"
"그치?"
ㅇㅇ는 끝내 영현에게 얼굴을 보이지도 답을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목적지에 내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 순간이었다. 어? ㅇㅇ는 영현의 손을 꼭 잡고 냅다 반대편 열차에 몸을 실었다.
"내가 데려다줄래"
아 ㅇㅇㅇ 진짜. 그제서야 맑게 웃는 ㅇㅇ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알겠어. 그렇게 다시 영현의 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둘은 반대편으로 뛰어가 열차를 탔다. 계속 이렇게 반복해도 보고싶어, 네가 가지 않았음 좋겠어. ㅇㅇ는 깍지낀 영현의 손을 보고 영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응?"
"이렇게 헤어지기 싫어"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기가 그렇게 보내기가 너무 아쉬워.
84.
뭐 그렇게 떨어지기 헤어지기 싫어 온갖 짓을 다하면서도,
"너 이 문 안 열어?"
"야!"
싸우기도 질리도록 싸웠다. 연애는 항상 달콤하게 퍼지는 초콜릿이 아니었다, 가끔은 쓰다 못해 뱉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쓴맛도 주곤 했다. 다시 만났다고 서로에 대해 우려하고 조심하는 것도 한 두번이지 결국 우리는 또 싸웠다. 사실 이유는 기억도 안났다. 그저 자존심 싸움. 강영현 너 이 문 안 열어?
"민원 들어와 그만 해"
"너 내가 싸워도 전화 씹지 말라했지"
"배터리 나갔었던 거라고 내가 말했잖아. 좀 믿으면 안돼?"
사람 걱정하게 만들지 말라고 너 때문에 내가 일도 못하고 이게 뭐야. 나는 뭐 일 잘 했는줄 알아?
"우선 들어와"
영현은 ㅇㅇ의 손목을 끌어 당기고 문을 쾅 닫았다. 언성 높은 상처 대신 서로를 죽일듯 노려 보았다. 뭘 봐, 뭘 보냐고.
"푸읍"
아니 이 새끼가? 왜 웃어 왜 웃냐고, 이게 웃겨? 서로를 열심히 노려보다 이내 웃음이 터져버리는 영현에 ㅇㅇ는 더 열이 뻗쳤다. 죽을래 진짜?
"잠깐만 와봐"
"아 싫어"
"아 잠깐만"
알겠어 그럼 내가 갈게. 영현은 ㅇㅇ에게 다가가 천천히 안았다. 뭐하는 거야?
"내가 미안해"
"이런다고 화 안,"
"안 풀려도 내가 미안해. 사실 먼저 연락하려 했는데 정말 휴대폰이 고장나서 그랬어, 그래도 다른 사람한테 빌려서 연락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네 감정 상하게 한 것도, 내가 심했어. 충분히 화 낼수 있는데 내가 예민했어. 미안해"
..안 풀린다고.
영현은 ㅇㅇ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사과했다. 내가 좀 더 생각했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
"많이 반성하고 고칠게. 정말 잘못했어"
"용서해주라"
씨..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ㅇㅇ는 고개를 끄덕이고 영현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미안해"
"아니야"
"소리 지른 것두, 너 이해 못한 것도"
"아니야. 그럴 수 있어"
그래서 일 못 했어? 못했어. 미안해. 영현은 허리를 꼭 안은 ㅇㅇ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울기 없기. 울지마 너 울면 너무 마음 아파. 또 눈물이 그렁그렁한 ㅇㅇ에 영현은 속상한 표정으로 달랬다. 많이많이 잘못했어, 내가. 영현은 소파에 앉아 ㅇㅇ를 무릎에 앉혔다. 영현의 손가락에 눈물이 묻어났다.
"울지마 응?"
"..알겠어"
ㅇㅇ가 영현의 목을 끌어 안았다. 보고싶었어. 나도 많이. 영현은 그제서야 한숨을 놓았다. 정말 네가 없으면 안 될 거 같아. 그렇게 서로를 아프게 찌르면서도 끌어 안았다. 다신 안 볼 거처럼 다투면서도 서로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다시 만나 변한 건 없었다. 그냥 또 서로를 갈구하고 달콤하며 쌉싸름한 연애의 진행이었다.
85.
"나 이거 좀 올려줘 팔이 안 닿아"
"응? 알겠어. 머리 조금만 앞으로 해줘"
영현이 조심히 ㅇㅇ의 머리를 앞으로 넘겨주었다. 원피스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리본을 깔끔하게 묶어준 다음 영현은 ㅇㅇ를 돌려 세웠다.
"누가 신부야? 응?"
"거기서 그런 말 하면 돌 맞아"
"알겠어 알겠어"
ㅇㅇ는 영현의 셔츠 깃을 제대로 잡아주었다. 역시 수트가 강영현빨이네. 자켓까지 입고 서니 정말 멋있었다, 괜히 화보 찍는게 아니지 뭐. 이제는 정말 수트가 익숙하게 베었다. 너 처음 수트 입은 거 내가 본 거 같은데. 아 그때? 네가 운동화 사준 날. 영현은 원피스를 다시 한번 살피는 ㅇㅇ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때 생각난다"
"나도"
"그때보다 예뻐졌어"
"알아"
그건 나도 알아. 알아? 영현이 웃으며 머리를 헝클였다. 가자.
어쩌다보니 서로에게 아픈 상처만 남겼던 곳이었다. 네 옆에 그 사람이, 내 옆의 그 사람이. 서로가 끝내 행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으로 들어서며 둘은 손을 맞잡았다. 그건 과거지, 과거는 흘러갔지. 우리는 지금 행복하잖아.
"발 아프면 바로 이야기 해야 돼 알겠지?"
"응"
저 멀리 원필이 보였다. 너 또 혼자냐. 죽고 싶지 않으면 둘이 동시에 닥쳐. 그래 안쓰러운 우리 필이, ㅇㅇ는 왜 원필에게 여자가 없을까 잠시 생각했다. 저정도면 커버해줄수 있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결혼식은 조금 지루했다, 그러나 그 지루함을 참고 오늘은 조금 진지하게 하나하나 살폈다. 그렇게 바라보는 ㅇㅇ의 손을 영현은 깍지를 껴 잡았다. 찰그락 거리는 금속 두 개가 맞닿았다. 네 손 따뜻해. 따뜻해? 응.
"발 아프지 않아?"
"응. 어차피 밥도 못 먹고 가니까 좀 참고 다 보지 뭐"
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끝무렵 사진 촬영의 순서가 오고 셋 모두 카메라 앞에 섰다.
"부케 받을 신부 친구분도 나오세요"
"야 나가"
원필은 ㅇㅇ의 등을 퍽 밀었다. 아주 퍽, 아 이게 성격 나오게 진짜. 제대로 밀려 나온 ㅇㅇ는 하나 둘 셋하는 짧은 카운트다운과 작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부케를 받았다. 와 향 되게 좋다. ㅇㅇ가 부케를 받고 다시 돌아왔을때 영현은 ㅇㅇ를 찍은 사진을 확인하며 물었다.
"향 좋아?"
"응"
사진 촬영이 끝나고 대부분은 식당으로 향했으나 ㅇㅇ와 영현은 바로 원필에게 먼저 가겠단 인사와 함께 나왔다.
"날 좋은데 조금만 걸으면 안돼?"
"안 될 거 없지. 발 아프지 않겠어?"
"응"
"그래 가자"
영현은 ㅇㅇ의 손을 꼭 잡고 그렇게 길로 나섰다. 가로수길의 바람은 적당했고 더위도 한층 물러난 날이었다. 진짜 날 좋다. 그러게. 영현은 ㅇㅇ의 손을 깍지로 바꿔 잡곤 ㅇㅇ를 내려다 보며 웃었다.
"영현아"
"응"
"우리도 하겠지 언젠간"
"할 거야 우리도 언젠가"
정말로 낭만적인 어른이 되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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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재회하는 썰 [낭만적인 어른이 되어서]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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