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재회하는 썰 15
낭만적인 어른이 되어서
w. 랑데부
76.
"...엎었어"
"알고 있었어"
원필은 아무렇지 않게 수저를 뜨며 답했다. 알고 있었다고? 응 알고 있었어.
"네가 말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그래서 결혼 엎으시고 다음 할 일은 뭔데"
"옮기려고, 지사로"
"...뭐?"
이건 또 무슨 전개야. 원필은 ㅇㅇ를 올려다 보았다, 미쳤어? 아니 안 미쳤어. 신청은 했는데 고려해보겠다고 우선 답은 그렇게 왔어. 아마 이렇게 계속 마주치다간 걸릴 거 같아서, 이 방법 밖에 없는 거 같아. 내가 떠나는 게 맞는 거 같아. 꼭 그렇게까지 해야 돼? 원필은 딱딱하게 물었다.
"강영현이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겠는데"
"세번은 너무 하잖아"
"다시 만나서 헤어질 거라는 보장있어? 왜 이별부터 앞서 생각하는데. 너 결혼하는 거 안 말렸으니까 이건 좀 말리자. 가지마"
다시 올 거야. 다 잊으면 다시 올게, 지금은 갈래. 원필은 단호했다, 너 진짜 가면 나 강영현한테 말할 거야.
"야"
"한 번만이라도"
"터놓고 얘기해 제발"
그때 끝을 봐도 되는 거잖아. 너네 더 갈 곳도 없어, 원필이 진지하게 마음을 토로했다.
*
"...그게"
ㅇㅇ는 영현의 눈치를 살폈다. 아 오늘 나오지 말껄, ㅇㅇ는 말을 길게나 끌었지만 영현은 조용히 기다렸다. 뭐라고 해야할까. ㅇㅇ는 짧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이내 흐린 자국만 남은 약지를 매만지며 시선을 떨구었다.
"..결혼 안해"
"뭐?"
"...엎었어"
그냥 결혼 안 한다고 한 것뿐이었는데 그냥 눈물이 차올랐다. 절대 너 때문이거나 그런 거 아니야 단지 내가 나빠서 그래서 엎은 거야. 급하게 덧붙이는 말까지 영현은 조용히 들었다. ㅇㅇ는 미안하다며 손부채질로 눈물을 말렸다.
"울지마"
영현이 휴지를 내밀었다. 울지마, ㅇㅇ야.
인터뷰는 결국 미뤘다, 강영현이 스케줄 있다고 먼저 일어났거든. 눈 붉어져서 나오니까 다들 무슨 일 있었냐고 그러는데 그 무슨 일 내가 만들었지. 아무래도 강영현 다시 보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 같은데. 다시 모으고 모아두었던 휴가를 딱 하루 쓰고 집으로 돌아왔어. 잠깐 바람 좀 쐬고 싶어서. ㅇㅇ는 간소하게 옷가지를 담고 휴대폰을 켰다.
"..아나"
추석으로 기차는 만석이고 버스도 간당간당한데 지금 왜 데이터가 안 켜.. 망했네. 결제창을 누르자마자 첫화면으로 돌아가 급하게 다시 들어가니 어느새 누군가의 좌석이 되어 있었다. 나 여행가지 말라고 누가 지금 조종하니. ㅇㅇ는 원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왜"
"너 내일 출장 가지"
"응"
"나 좀 타자"
원래 히치하이킹이란 자고로 이렇게 하는 거지.
77.
"...죽을래?"
"내가 언제 내 차 타고 간다고 했냐?"
그렇다고 강영현 차 타고 간다고는 안했잖아, 이 시벌롬아. ㅇㅇ는 멀리서 오는 차량을 보고 원필의 등짝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내가 지금 강영현 때문에 가는 여행을 강영현 차 타고 가야 하냐? 원필은 사정없이 처맞으며 실실 웃었다. 웃어? 더 맞아 더 맞으라고.
"난 안전하게 뒤에 갈게"
끝까지 김원필은 엿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네가 아직 덜 맞았구나, ㅇㅇ는 머리를 쓸어올리고 영현의 옆좌석 문을 열었다. 너 지금 한창 스케줄 아니야? 나도 머리 좀 식힐 겸해서. ㅇㅇ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다물었다.
"..넌 어디로 가?"
"부산"
ㅇㅇ는 급하게 원필을 돌아보았다. 설마 여기까지 흘렸냐, 원필은 답대신 혀를 쭉 내밀고 메롱을 했다. 등신 초딩이야? 영현은 위험하다며 ㅇㅇ의 팔목을 잡았다. 어? 알겠어. ㅇㅇ를 제외하고 차 안은 평온했다, 원필과 영현은 계속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분위기는 그저 흐름에 하나였다. 아 어지러워. 오늘 아침이 그닥 속을 좋게 만들진 않았다. ㅇㅇ는 창에 머리를 기댔다.
"멀미해?"
"어? 아니. 아니야"
"나 멀미약 있는데"
아니야. ㅇㅇ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표정관리를 했으나 영현은 고개를 살짝 틀어 ㅇㅇ의 표정을 살폈다. 좀 쉬다가자, 영현은 휴게소로 차를 틀었다. ㅇㅇ는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계속 이렇게 속이 뒤집어지니 입가도 텄다, ㅇㅇ는 몇번이고 속을 게워내고 다시 차에 탔다. 기운이 쭉 빠졌다. 창을 여니 바람이 좀 차 창은 닫았고 이내 영현과 원필이 다시 차에 탔다.
"다시 보지 말자"
"그럼 둘이 올라가든가"
저거 더 때릴 수도 없고, 원필은 가방을 챙겨 내리며까지 ㅇㅇ의 속을 긁었다. 그래 이제 나도 내릴거니까 데려다 준 것일 뿐이지 같이 다닐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ㅇㅇ는 그나마 속을 안정 시켰다. 근데
"예약이 안됐다고요?"
왜 나한테 자꾸 엿 먹이는 거야. 당신네들이 강영현이야 뭐야, 아니 김원필이야 뭐야. ㅇㅇ는 뒷목을 잡았다. 분명 예약 확인했는데 왜 예약이 안 되어 있냐구요.
"왜 무슨 일 있어?"
"..그게"
노숙각이야.
*
"...하"
"불편하면 내가 다른 데 잡을게"
"아냐아냐 진짜 안 그래도 돼"
결론은 영현의 방으로 왔다. 당장 돌아다닌다고 잡힐 것도 아니었고 왜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방이 없냐고. 정말 답이 없어서 영현도 망설이다 물었다. 괜찮으면 같이 쓸래? 이건 수락이고 거절이고 노숙을 할 수는 없으니까. 너를 잊어버리려 온 여행을 너랑 같이 다니는 거 되게 신기하다. 사실 무언가를 계획하고 떠나온 게 아니였으니, 사실 객실에서 네 책 끝까지 읽고 정말 보내주려 했거든.
"이따 저녁 같이 먹을래?"
"..어? 어 그래"
"나갔다와서 연락할게"
그냥 편하게 쉬어. 영현은 ㅇㅇ를 위해 차키를 챙겨들고 방을 나왔다. 이런 상황으로 올 거라는 예상은 없었으니까, 영현은 얼굴을 쓸어 내리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ㅇㅇ는 영현이 나가고 책을 꺼내 침대로 누웠다. ..좀 두껍네. 책을 펴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내가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ㅇㅇ는 표지를 쓸었다. 이거 다 읽으면 정말 나 너한테서 떠날게 정말로.
"입에 안 맞으면 더 안 먹어도 돼"
"어, 어? 아니야. 먹을 수 있어"
영현은 가방에 소화제를 만지작거렸다. 표정이 정말 괜찮은 건지 아닌 건지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ㅇㅇ는 방 안에서 책장을 넘기며 크게 웃다 또 작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를 회상했다. 감정의 수많은 요동침 후에 식사는 그리 당기거나 잘 넘어가지는 않았으나 영현과 더 이렇게 단둘이 먹는 것도 아마 더 있을 거 같진 않아 젓가락을 들었다.
"천천히 먹어도 돼"
"..응"
영현은 ㅇㅇ의 컵에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괜찮은 거 맞나. ㅇㅇ는 사실 그리 괜찮은 편은 아니었다. 책 조금만 덜 읽고 나올껄. 여러가지 과거의 네가 섞여 식사에도 너한테도 집중이 되지가 않았다. 여차여차 식사를 마치고 영현은 조금 있다 들어가겠다는 말에 ㅇㅇ는 급하게 올라와 다시 속을 게워냈다. 소화제도 안 챙겨오고 아무것도 챙겨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점심쯤에도 토하고 난 상태라 목까지 헐어버린 거 같았다.
"욱, 우욱"
그때였다. 누군가 천천히 등을 토닥였다, 아 너였다. 정신이 없어 문이 열리는지 닫히는지도 몰랐다. ㅇㅇ는 당황할 새도 없이 끝까지 속을 괴롭히는 것에 치여 다시 속을 게웠다.
"입 좀 헹구게 물 줄까?"
다 속을 게워내고 체력적으로 나가떨어진 ㅇㅇ는 영현은 자연스럽게 안았다. 물로 입안을 헹구고 ㅇㅇ는 땀을 닦아냈다, 그때까지 영현은 자신에게 기대 앉은 ㅇㅇ의 등을 토닥였다. 끝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거였으나 뭐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화를 낼수도, 없었다. 조금 쉬고 싶다는 ㅇㅇ를 침대에 눕혀주고 영현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의 시선에 닿은 제 책이 보였다. 읽다 만 거 같은데. 영현은 지쳐 누운 ㅇㅇ를 쓸어주고 방 밖으로 나갔다. 옆에 있으면 제대로 쉬지도 못할 거 같아서.
영현이 나가고 ㅇㅇ는 마저 책을 읽었다. 아니 읽어냈다. 그리고 결국엔 그 책을 안고 울었다, ㅇㅇ의 울음소리가 방을 끝없이 메웠다. 이건 반칙이지 강영현. 등이 덜덜 떨릴 정도로 눈물을 쏟아냈다. 결말이 어떻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소설이 끝나고 추가로 인쇄된 몇 장의 내용이 문제였다.
"...하"
이렇게 계속 울다 영현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바람을 쐬러 ㅇㅇ는 바닷가로 나왔다. 눈물을 그치려 온 곳에서도 ㅇㅇ는 그 백사장에 주저앉아 울었다. 미안해, 끝까지 나는 너에게 정말로 미안해. 부록처럼 달린 그 몇 장은 과거의 영현의 원고 부분부분의 스캔본이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자신이 영현의 원고에 적어둔 자신의 글씨가 선명한 그 부분부분을 스캔해 영현은 자신의 책에 담아 놓았다.
"...흐, 흐으"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보다 ㅇㅇ의 울음이 더 컸다. 저 사람 뭐야,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끌만큼. 주체없이 백사장에서 엉엉 울었다. 나는 다 버렸는데 네 흔적을 전부. 영현은 하나하나 가지고 있었다, 기억을 하지 못했던 그 조그만 추억까지 책 속에 묻어날때는 울음을 참을 수 있었는데 결국 그 스캔을 뜬 한장 한장이 ㅇㅇ를 무너뜨렸다. 너는 이걸 어떻게 가지고 있었어.
"춥지"
"..야 흐으, 야 강영현"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어깨에 덮히는 자켓과 끼쳐오는 목소리는 영현의 것이 맞았다. 너는 이걸 어떻게 썼어, 이걸 어떻게 가지고 있었어. 아이처럼 우는 ㅇㅇ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어 앉은 영현의 표정이 속상해보였다. 그만 울어. 그 말이 더 기폭제가 되어 울었다. 나 너한테서 어떻게 떠나야 해. 못 가고 있으면 네가 힘들텐데, 널 좋아한다고 할 수도 없어.
"괜찮아"
영현은 ㅇㅇ를 안아주었다. 그만 울어 응? 이렇게 행동을 해도 될까 했지만 너무 아프게 우는 ㅇㅇ를 계속 보고있는 것도 힘들었다.
"나는 안, 끅, 괜찮아"
"..미안해 흐으, 미안해 영현아"
너를 너무 아프게 해서 미안해.
"네가 정말 그만하자고 했을 때"
"이야기 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우리 끝은 네 잘못이 아니라고"
ㅇㅇ에게 해야했던 말이었다. 잊으려고 애쓰는 ㅇㅇ에게 전해야 했던 말이었다. ㅇㅇ와 떨어져 있으며 영현은 알았다, 분명 이 이별을 후회한다면 그 책임을 모두 ㅇㅇ 자신이 지려 할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땐 그제야 행복할 거라 믿었는데, 다시 그 결혼이 엎어진 것까지 자신의 책임으로 돌릴 게 뻔했다. 영현이 옆에서 지켜본 ㅇㅇ는 그랬으니까. 모든 걸 안고 갈만큼 착하고 또 어렸으니까.
"네 잘못이 아니야"
"ㅇㅇ야"
"..그러니까 제발"
울지마.
서로의 자리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너무 죄책감에 시달렸다. 너무 많이 사랑했어서,
"네가 안 와도"
"나는 괜찮아"
순간 영현의 입술에 ㅇㅇ의 입술이 닿았다. 가늘게 떨렸고 끝내 눈물에 젖어버렸다.
"..조금ㅁ, 조금만 끅, 흐으..."
"조금만 기다려줘"
ㅇㅇ의 작은 손에 영현의 볼을 쥐었다. 네가 너한테 다시 갈 수 있을 힘이 생길 때까지만 기다려줘, 영현아 제발. 입술을 떼고 울음에 섞여 나온 말을 영현은 고스란히 들어주었다. 이리와. 영현은 ㅇㅇ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사랑해"
기다려줄 수 있어, 천천히 와도 돼. 급하게 오지 않아도 돼.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고 있으니까.
78.
나는 그곳에 살았어
너는 오지 않아도
아카시아가 피고
여우비가 내리고
된바람이 불었어
개운한 하늘이 지나고
너랑 본 꽃이 다시 피었어
흔적이 하루를 걷고
선잠 들었다 깨고
조용한 숨을 내쉬며
추억의 너는 나에게 말을 걸었으니까
- 제 5장 p219-
79.
"그래서 결말이 뭐야. 그게 끝이야?"
"응"
참나 니네 짜증나게 굴래? 서로 알았고 키스까지 했다매, 그럼 다시 만나는..아! 키스에 중점 두지만 새끼야. ㅇㅇ는 원필의 등짝을 강타했다. 왜 니 흑역사로 존나 남겨먹을거야. 그전에 죽고 싶지? 으유 말을 해야지 몸이 먼저 나가냐, 강영현 도망 안 간게 신기하다..아! 원필은 또 처맞았다. 아퍼 아프다고! 아프라도 때리는 거야 아프라고. ㅇㅇ는 아예 핸드백으로 원필을 구타했다. 조용히 하라고 좀
"그래서 둘이 다시 언제 만나시는데요"
"만나고 있어"
"허참, 사귀자고만 안 하고 할 건 다 하시겠다? 왜 저래"
조용히 해. 너 안 태워준다. 니 차야? 니 차냐고. 원필은 다시 정강이를 까였다. 강영현 차잖아 내가 뭐 잘못 말했어?
영현은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ㅇㅇ가 다시 용기낼 때까지, 그렇게 우리가 다시 갈 수 있게. 후련한 마음으로 조금씩 영현을 만났고 영현 역시 그런 ㅇㅇ를 잡아주고 도와줬다. ㅇㅇ는 영현의 차가 보이고 원필을 옆으로 치웠다. 시발 진짜 솔로는 죽어야지 원.
"졸리진 않아?"
"응"
"난 졸려"
"어 넌 자, 입도 뻥끗하지마"
이거 먹을래? 영현은 초콜릿을 내밀었다. 야 나도 줘. 한 개 밖에 없어. ㅇㅇ는 영현이 내민 초콜릿을 까 입안에 넣었다. 달콤하다, 달콤함에 베시시 웃는 ㅇㅇ를 영현은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뒷자석의 원필은 퇴근할 때 당장 피곤해 죽을 거 같아도 꼭 주유는 하고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시발 이 차 다시 타나봐라.
*
"김원필 소리 좀 줄여"
"싫어"
"줄이라고"
내 집에서 음악도 못 들어? 애 잠들었잖아. 원필은 기가찼다, 아니 그러게 누가 영화 보다 잠들래? 불금 원필의 집에 모인 세사람은 맥주 한 캔씩 까고 영화를 보는 중이었다. 피곤했나봐. 고개가 푹푹 떨어지길래 맥주를 마시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졸음에 고개가 이리저리 돌아가는 ㅇㅇ를 보고 영현은 작게 웃었다. 어찌하다 영현의 어깨에 안착한 고개에 영현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좋냐? 좋아? 좋으면 제발 둘이 나가서 놀아. 왜 내 집에서 이러고 있는데"
"..잘잔다"
환장해 돌아버리겠네. 저러면서 어떻게 기다린거야, 원필은 이마에 손을 얹었다. 이젠 말도 안 들리는구나. 영현의 귓가에 새근새근 ㅇㅇ의 숨소리가 들렸다, 아 웃으면 안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는 영현에 원필은 정말 주먹을 들어올렸다 내리길 반복했다.
"근데 너 되게 잘 참는다"
"뭘"
"둘이 안 사귄다며"
"응"
어떻게 한 번도 보채지 않고 기다릴수가 있지. 영현은 남은 맥주를 꼴깍 넘기고 원필을 바라보았다.
"궁금해?"
"어"
"그럼 사랑해봐"
시발 나가. 안 나가?
그전까지 넌 죽어도 몰라. 아니 죽어서도 모를껄. 나가 시발 둘 다
80.
"강작가 요즘 표정 되게 좋네. 무슨 일 있어?"
"아뇨 딱히"
영현은 웃으며 답했다. 그런 일은 딱히 없는데, 영현은 니트를 받아 입으며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카메라 앞에 서고 조명이 켜질 때 그 앞에 ㅇㅇ가 질문지를 갖고 서 있었다. 뭐야. 구경. 영현이 촬영 대기중 입모양으로 물었다. 영현이 화보 촬영하는 것을 힐끔거리기만 했지 제대로 본 적은 없었으니까, ㅇㅇ는 일 하라며 턱짓했다. 잘하네, ㅇㅇ의 입가에 미소가 아른거렸다.
"수고하셨습니다"
"10분 후에 인터뷰 진행하겠습니다"
이번은 영상 인터뷰였다. 영현이 잠시 물을 들이키고 어느새 세트 안에 들어온 의자에 앉았다, ㅇㅇ 역시 카메라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고 영현이 내민 물을 받아 마셨다. 슬레이트 치겠습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인터뷰 역시 순조롭게 돌아갔다. 다행히 작년처럼 스파크는 안 튀기네요, 지켜보는 동료가 지나가듯 한 마디 던졌다.
"강작가님 마지막 질문인데요"
"네"
"여자친구 있으세요?"
"네?"
뭐야 대본에 없잖아. 지켜보던 팀원들은 질문지를 확인했다, 괜히 또 시비 터는 거야? 두 사람 괜찮아 보이던데요. 뭐야? ㅇ대리 왜 저래 인터뷰 전에 싸웠나?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거에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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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화로 빠르게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