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는 연하남과 철벽게임썰 (No Point!)
고무줄다리기
w. 랑데부
1.
"누나아"
"밥 사주세요"
"따라오지 말라고 했지"
"내 어제 사줬잖아요. 배 등딱지에 달라 붙을 거 같은데"
죄라면 복학한 죄 밖에 없다. 진심으로 살면서 나는 최대한 평범하게 살아본다고 산 거 같은데
"아 누나아"
"누나아"
우주 또라이 같은 애가 자꾸 쫓아다닌다.
2.
"어서 오세요, 빠리바.. 어 누나!"
너 왜 여깄어. 내 여서 알바 하는데 누나 내 보러 온 거에요?
설마, 빵 사러 왔거든. ㅇㅇ는 빵모자를 쓰고 빵실빵실 웃는 도운을 피해 쟁반을 집었다. 일하는 거 아니야? 왜 자꾸 뒤 따라와. 도운은 쟁반을 들고 빵을 고르는 ㅇㅇ의 뒤를 강아지마냥 졸졸 쫓아다녔다. 지금 손님 내쫓는 신개념 방법인 건가. 사장님 얘 좀 잡아가세요, 부담스럽게 진짜.
"이 맛있는데"
"하나 사주까요?"
"가라"
"누나 마카롱 뭇나"
안 먹어 안 먹는다고. 안 가? ㅇㅇ가 참다참다 날카롭게 뒤돌아서 올려다 보았다. 등치는 대형견만해가지고 삽살개인지 쪼끄만 똥강아지인지 쫄쫄 자꾸만 쫓아오는 도운에게 날카롭게 답했다.
"그스 일흐르.."
(가서 일해라..)
"끝나고 같이 가요"
"한 대 맞고 갈래?"
철판을 깔아서 낯짝이 두꺼운 거야 달팽이관이 튼튼한 거야. ㅇㅇ는 무심하게 답했다, 끝날 때까지 기다릴거라고 약속 하믄 내 그때 갈게. 너 말이 짧다? ...요. ㅇㅇ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이제 가. 넹. 그제야 도운은 뽈뽈뽈 카운터로 돌아갔다. 저렇게 일 하는 애를 데리고 있는 사장님도 대단하신 분이겠네. ㅇㅇ는 대충 모카빵과 집히는 달달한 빵을 쟁반에 대충 올렸다.
"누나 해피 포인트 있나"
"없어"
"내꺼 있는데 내 주까요?"
"계산해라 그냥 좀.."
"알았다 알았다"
도운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여전히 방실방실한 웃음으로 빵을 계산해 담았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저렇게 웃는 거야, ㅇㅇ는 캡모자를 눌러쓰고 바라 보았다. 동전도 손바닥에 올려놓고 하나둘 세는데 저렇게 일 해도 정말 안 짤리는 건가.
"저 앉아 있어요. 내 을마 안 남았다"
"알겠어"
하 내가 왜 쟤를 기다려야하는데, ㅇㅇ는 피곤한 표정으로 도운을 바라보다 테이블에 앉아 모카빵을 꺼냈다. 뭐야? 한 입 베어물자마자 입가를 쓱 쓸고 지나가는 감촉에 ㅇㅇ가 올려다 보니 또 언젠가 도운이 앞에 서 있었다. 크림 묻어가지고. 너 언제 또 따라나왔어.
"누나야가 막 묻히면서 묵었잖아요"
"빨리 계산대로 안 돌아가?"
"내 여기 청소할긴데, 마감 할 낀데"
아 저 멍멍이를 진짜. 물걸레는 또 언제 들고 나온 거야. 도운은 아무렇지 않게 크림을 빨아 먹고 물걸레질을 시작했다, 나 살면서 저렇게 뻔뻔한 애 처음 봐. 헤실헤실 물걸레질을 하며 힐끔힐끔 ㅇㅇ를 바라보는 도운의 얼굴은 매우 귀여웠으나 ㅇㅇ는 그 시선조차 느끼지 못하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어느새 졸고 있었다. 어어어 고개 떨어진다. 그러다 퍽 고개라도 떨어지려하면 도운은 달려가 ㅇㅇ의 턱을 살짝 받쳐주었다.
"마이 졸려요?"
"별로"
"에이 아일낀데, 쫌 자요. 이따 깨워주께"
안 졸려 빨리 마감이나 해. ㅇㅇ는 아예 테이블에 엎드렸다. 그러니까 내가 얠 왜 기다리고 있는 거야. 아 기차, 미친 기차 아아. ㅇㅇ는 테이블에 소리나게 무릎을 박았다, 아 아오.
"누나 니 괘안나"
"어? 어어"
"함 봐봐"
"개수작 부리지마라"
"아이다. 아 빨리"
도운은 ㅇㅇ의 무릎을 쥐었다. 아이고 멍 들겠네, 그러게 와 거기다 무릎을 박노. 내가 박을 줄 알았어? ㅇㅇ는 속상한 멍멍이를 한번 보고 나서 휴대폰을 들었다. 아 예매 안했는데. 이런 프로통학러가 실수를, ㅇㅇ는 급하게 코레일앱으로 꾹꾹 손가락을 눌렀다.
"하 씨"
"어 누나야 좌석 내가 예매했는데"
"뭐?"
"아까 내 예매했다. 아 그거 때문에 박았나"
도운은 휴대폰으로 좌석 예매를 보여주고 다시 휴대폰을 집어 넣었다. 그건 또 언제 했어. 누나야 잘 때 했제. 도운은 다시 대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았다, 하 쟤 없었음 집에 못 갈 뻔했네. ㅇㅇ는 얼굴을 쓸어 내렸다. 이게 다행인거야, 아님 아닌거야.
"..얼씨구"
"누나야 잠깐만 드가 있어라"
"왜, 야!"
말이라도 하고 가. 딱 나가려니 주룩주룩 쏟아지는 비에 한숨을 푹 내쉬자 도운은 ㅇㅇ를 가게에 두고 빠르게 빗속으로 뛰어갔다. 뭐야 쟤. ㅇㅇ는 으슬한 팔을 매만지며 발을 동동거렸다. 아 운동화 다 젖겠네 진짜. 예고도 없이 쏟아지는 비는 생각보다 많은 양으로 퍼부었다, 소나기인가 뭐가 이렇게 많이 내려.
"마이 안 늦었제"
"뭐야 너 다 젖었.."
"신발 벗어봐요. 이 맞을라나 모르겠네"
이 샌들은 뭐야. 야 너 우선 수건으로 좀 닦아, 그리고 달려온 도운은 ㅇㅇ의 앞에 앉아 샌들을 내밀고 그 앞에 쭈구려 앉았다. 가다가 운동화 다 젖어삔다, 슬리퍼는 다칠 거 같아가지고. ㅇㅇ는 우물쭈물하다 운동화를 벗었다. 샌들을 신고 끈을 채워준 도운은 ㅇㅇ를 향해 올려다보았다.
"맞나"
"어? 맞긴 한데.. 야 너 많이 젖었어"
"괘안타. 누나야 좀만 기다려라"
너 또 어디가. 이번엔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도운에 또 뭔가 싶어 붙잡으려 했지만 도운은 빠르게 사라졌다 빠르게 나타났다.
"가다 젖으면 감기 들린다. 입고 가요"
"..그냥 너 갈아 입어"
"아이다. 빨리 입고 가요, 기차 놓친다"
도운은 답답한지 티셔츠를 우선 ㅇㅇ의 얼굴에 씌었다. 입고 가믄 덜 젖을거니까 좀 낫겠제. 야야, ㅇㅇ는 결국 팔을 끼워 넣었다.
"...근데 너 우산 있어?"
"내 없는데"
망했다 진짜.
3.
결국 역까지 엄청 뛰었다. 다행히 도운의 맨투맨 덕에 머리만 흠뻑 젖었다지만 도운은 이미 퍽 다 젖어 있었다. 너 우산 어디서 사왔어? 편의점에 하나 있길래 후딱 사왔어요. 그리고 급하게 기차에 올라타는 도운에 ㅇㅇ는 도운의 머리를 털어주었다.
"야 근데"
"왜요"
"막차 끊게면 어떡하려고 따라 탔어"
"끊기믄 누나야 집에서 자고 가도 돼요?"
안돼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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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썰 마지막화가 같이 올리려다 마지막화 작업이 늦어서 먼저 올려봅니다.
다정한 영현이만큼 사랑받았으면 하지만 모두 제가 하는 것에 달렸기에 더욱 열심히, 초심 잃지 않고 노력하고 그렇게 새로 달려가겠습니다. 꾸준히 부족한 글을 너그러히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꼭 건강 챙기시길 바라며 다음 화에서 제대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