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말도..."
"미안.미안해요 호석씨.그게..."
"나만 몰랐던거에요?"
"아니에요,그런거"
윤기가 생각했던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호석의 반응에 당황해 우물쭈물하고있었다.깨진 유리조각들을 정리하고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후다닥 연구실을 나와버린 두사람은 길고 긴 복도를 걷고있었다.실망했다는 듯한 호석의 말투에 윤기는 깊은 한숨을 쉬고 모든 것을 말해줄수밖에 없었다.
"들어봐요"
"우선 나는 내가 가이든지 몰랐어요.그래서 지금도 사실 당황스러워."
"그런데 센티넬 협회.그러니까 SA와 연락이 닿았어요.그래서 사모님과 만나게 된거고."
"그런데 사모님이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니라고 조금 더 호석씨를 알아가는게 좋겠다고 했죠."
"....응"
"그런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사건이 생기는 바람에.그래서 그냥 털어놓은거에요"
"...아"
"나도 당황스러워.그러니까 이해좀 해줘요"
윤기가 다정하게 호석의 손을 잡아왔다.어릴때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다정함에 마음이 녹은 듯 했다.호석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윤기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그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호석은 생각했다.
"잘 지내봐요,우리"
호석이 윤기의 손을 맞잡아왔다.
"지루하다"
"책 읽어줄까요?"
"아뇨.그런거 안읽어요"
"심심하면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아요.여기 놓고 갈게"
"그러든지.."
호석의 낯빛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폭주했다는 이유만으로 일주일동안 강제로 입원하게 된 그는 병원에서 주는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고 영양제까지 주기적으로 맞으니 생기가 생겨났다.내일 하루를 더 버텨야 호석은 퇴원을 할수있었다.항상 하루의 심심함을 덜어주는 것은 그의 옆에 자리하고있는 윤기였다.
"근데 그 분은 안와요?"
"누구요?"
"그..그날에 갑자기 사라진 그분이요"
"...아.김남준?"
"김남준?"
"에.있어요.이상한 사람"
호석의 눈빛에 묘한 그리움이 섞여들었다.정체를 알수없는 사람.사실 호석도 그가 어떻게 그곳을 알아내고 왔는지 궁금했다.허나 그 뒤로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남준을 찾을 방도는 없었다.문득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첫만남과 남준이 자신의 휴대폰에 남겨두고 갔던 번호에 호석의 눈이 커졌다.그리고 그와 동시에 윤기가 읽고있던 책을 덮었다.
"호석씨,나 이만 가봐야할 것 같아요"
"아..그럼 가봐야죠"
"미안해요.내일 퇴원할때 꼭 올게"
"잘가요.내일 봐"
스르륵 닫힌 문과 병실안에 정적이 흘렀다.어느새 호석의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져있었고 조심스럽게 연락처로 들어갔다.
"찾았다.."
건조하게 이름으로만 저장되어있는 남준의 번호에 단번에 찾을수 있었다.허나 호석은 쉽게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침만 꿀꺽 삼켰다.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어두컴컴한 어둠이 내려앉아있었다.
"이 시간이면 민폐겠지.."
조심스럽게 전화를 내려놓은 호석이 다시 침대에 누웠다.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이 곂쳤지만 잠을 청하기로 했다.내일 퇴원수속을 밟고 집에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호석은 생각했다.곧 호석의 호흡이 일정해지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민윤기....?"
몇일째 곱씹어대는 그이름.호석의 가이드가 나타났다는 생각이 남준의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못했다.자신이 호석을 품에 가두었을 때와 달리 윤기가 그를 끌어안았을 때에는 바람이 잦아들었던 것또한 남준은 신경쓰였다.호석에 관한 일이여서 그런지 모든 신경이 곤두세워져있었다.
"정호석.."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뭘 하든 눈 앞에 아른거리는 그 얼굴에 남준은 자신이 미친건 아닌지 생각도 했었다.호석의 폭주가 꽤 시간이 지났지만 머릿속에 너무 강렬히 남아있었다.
덜덜 떨리던 왜소한 몸.자신의 살결을 관통해 여기저기에 피를 흩뿌려댔던 칼날같은 바람.그리고 그렇다해도 품에서 떼어내고 싶지않은 호석.무리한 도전으로 인해 남준의 몸은 크게 상처를 입고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왔었다.피를 토하며 기절하듯 잠들었던 남준이 힘들게 눈을 떳던 시간은 사흘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뒤였다.피와 같이 얼룩져 바닥에 붙어 굳어버린 남준이 몸을 일으켰을때 집 안은 피비린내로 가득 채워져있었다.그리고 화장실로 힘겹게 걸어간 남준이 속에 고여있던 핏물을 토해낸 뒤 샤워를 했고 거실에 뿌려진 피들도 청소했었다.
"대체.."
이상하게 그 뒤로 쉽게 호석을 찾아갈수 없었다.윤기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다.그러나 그 끈기는 오래가지 못했고 지금은 이런 상황까지 와버렸다.남준은 그런 자신이 한심해 한숨을 쉬었다.감정표현이 서투른 것을 탓하기도 했다.고개를 숙이고 마른세수를 하던 남준이 벌떡 일어섰다.그 반동에 바퀴달린 의자가 뒤로 밀려나 벽에 부딪혀 소음을 만들어냈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남준이 의자에 걸쳐놓았던 자켓을 들고 서둘러 바깥으로 향했다.목적지는 단 한곳,호석의 집이었다.일주일이상 호석의 얼굴을 안보고 살수는 없을것 같았다.
"남준형?어디가요?"
"회장님께 잠시 외출좀 하겠다고 해줘"
"에..?네.."
호석.정호석.그가 너무 보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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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님 짐니님 BEEN님 독자님들은 마이럽...♥ 오늘 분량이 좀 짧죠...사실...이유가 있어..그것보다 다음 글이나 다다음글에 수위가 들어갈수도 있을 것 같아..순수하신 분들은 수위를 넘겨주기를...ㅎ...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사실 내일 학교 쉬어서 왔지롱ㅋㅋㅋ난 고 3이 아니라서 학교 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