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꼴뚜기인데..또 왔어.근데 저번 편 보니까 진짜 쓸데없는 말 완전 많더라.오늘은 그런 말 줄여야겠어.바로 시작!
나는 선천적으로 피부염이 있는게 그게 아토피야.어릴때 되게 심했다가 학교 들어가고 괜찮아져서 일상생활은 가능한 정도였음.
근데 이게 갑자기 진짜 갑자기 심해진거야.밀가루도 못먹을 정도로.근데 요즘 음식에 밀가루 안들어가는게 거의 없잖아..
그래서 진짜 죽만 먹고 살아야하는 그런 상태가 되버린거..진짜 먹는게 세상의 낙이였던 나에게는 엄청난 고문이었어.
근데 그 때가 방학인데다가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 하시거든.게다가 두분 다 직업 특성상 늦게 오셔.
그래서 그날 저녁에 내가 혼자 챙겨먹어야했는데 아토피가 일어날 줄 생각도 못하고 라면을 끓여먹고 잤었어.생각해보니까 이게 문젠거 같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부모님은 다 일하러 가셨고 나는 막 팔이랑 다리랑 다 따갑고 아프고 이상한거 피부에 올라와있고 막 그런거야.
병원을 가야하긴 하는데 혼자가는 것도 싫고 뭔가 외로워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근데 이 야속한 것들이 안받아.한명 받았는데 오늘 약속이 있대..
그래서 나는 아 혼자 가야하는구나..하고 우울해 하고 있었는데 딱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애가 남우현인거야.얘라면 같이 가줄수 있을거 같은..?
조금 기대 걸고 전화를 해봤는데 그때가 방학인데 9시쯤이었나 그랬거든.자는건지 전화 신호음이 오래 가더라.그래서 끊을라고 귀에서 휴대폰 떼냈는데.
"왠일...이야"
저렇게 말하는데 목소리가 완전 잠겨있는거야.방금 일어난 것 같더라.어제 늦게 잔건가.좀 미안해지는 거 있지ㅠㅠ 괜히 나 좋자고 애 깨우고...
목소리 듣고 약간 당황해서 어..어..그게 우현아..이러면서 얼버무리고 있었는데 전화기 너머로 약간 웃는소리 들리더니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는거야.
"충분히 잤으니까 미안해하지마"
"어떻게 알았어..?"
"그냥..목소리?"
"아..."
되게 멍했어.그렇게까지 신경쓰는줄은 몰랐거든.나는 그렇게 세심하지 못했다는 거에 반성도 좀 했지.그 짧은 시간에.
"그래서 무슨일인데"
완전히 잠에서 다 깬 목소리로 내가 무슨일 있다는거에 확신한다는 듯 물어보더라.아침에 전화한게 처음이여서 더더욱 그런것도 있었을 것 같아.
나는 우물쭈물 대답했지.병원 같이 가줄수 있냐고.정말 횡설수설해서 사실 어떻게 말했는지 기억도 잘 안나.
기억나는건 내가 그냥 다짜고짜 같이 병원가줄수 있어?이랬던것 같은데 애가 놀란게 전화에서도 느껴졌다는 거??
"뭐?너 지금 어딘데?"
"나 지금 우리집.."
"3분만 기다려"
"응"
이러고 끊었어.나는 잠옷이 바로 외출가능한 트레이닝 복이라서 그냥 위에 후드집업하나 걸치고 모자하나 썼어.얼굴에도 빨갛게 올라왔거든.
막상 부르고 나니까 얼굴도 못생겼는데 그냥 혼자 갈껄..하는 생각이 들더라.괜히 잠만 깨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약간 시무룩해졌었어.
대충 머리 정리하고 신발은 슬리퍼 신었을거야 아마.생각해보니까 진짜 너무 후줄근하다.미친거지 이거??날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하..(한숨)
"어?"
"하아...하아...어디가 아픈데"
밖에 나와서 문 닫은 다음에 도어락 잠기는 거 확인하고 뒤를 돌았는데 우현이가 뛰어오고 있는거야.그래서 되게 바보같은 감탄사 내뱉었는데 벌써 내 앞까지 왔더라.
헉헉거리고 숨고르면서 말할건 다 하더라.근데 얘도 엄청 급하게 나왔는지 옷이 입고자는 잠옷같은 검정 트레이닝복에 흰 면티였어.
나 솔직히 이때 이렇게 뛰어올것 까진 없는데..하는 생각에 좀 당황해서 아..아토피가 심해져서..이렇게 그날따라 말을 좀 더듬더듬 거렸어.
숨 몰아쉬면서 난 또 뼈라도 부러진줄 알고..놀랬네..이렇게 중얼거리더라.많이 걱정한것 같았어.근데 기분은 은근히 좋은거 있지ㅋㅋ
그러다가 다 쉬었는지 허리피고 얼굴줘봐.하면서 내 턱을 딱 손으로 잡는거야.근데 모자때문에 잘 안보이니까 턱 살짝 들어올리고.
".....빨갛게 올라온거 봐"
"앞으로 밀가루 먹지마"
"...응"
"내가 다 뻇어먹어야지"
이러고 손 떼더니 갑자기 실실 웃으면서 하는말이.
"생각해보니까 좋은데?내가 다먹어야겠다."
이러더라 ㅋㅋ애 같은 모습이 있어서 그때 좀 웃었던것 같아.약간 아프면 울적한거 있잖아.그때 기분이 그랬었는데 풀어주려고 그랬던건지는 잘 모르겠고 풀어졌었어.
그래서 나도 우현이랑 같이 있으니까 역시 사람은 사회화 동물인지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거야.그래서 가는 동안 장난도 쳤는데 오늘따라 우현이가 다정하더라.
"저녁에 뭐먹었어"
"라면..."
"앞으로 라면 먹지마"
"아...맛있는데..."
"라면 먹지말고"
"응?"
"내 사랑만 먹어라"
"이제 잠 다 깨니까 농담하냐?하나도 안 웃겨ㅋㅋㅋ"
"지금 웃고있으면서"
이렇게 농담도 막 던져주고,가는 길이 심심하진 않았어.도착하고 우현이는 밖에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나는 진료실 들어갔어.
인자하게 생기신 병원 원장님과 나는 매우 친숙한 사이였지.어릴때부터 이 병원만 왔으니까ㅋㅋ 오늘도 보살미소로 날 반겨주시더라.
"어이구.아토피 일어났어요?"
"네...(찡찡거림)"
"허허허.어디 보자.팔 걷어봐요"
내가 후드집업에 가려져있던 팔을 걷으니까 빨갛게 올라온거를 원장님이 보시더니 어허허.저녁에 밀가루를 과다섭취했나?왜이러지??이러심 ㅋㅋㅋ
원장선생님 웃음 자체가 약간 멋쩍은데ㅋㅋ우현이 아는 동생중에 호원이라는 애가 있는데 호원이랑 비슷하게 웃으심ㅋㅋ그래서 더 친근한거 같아.
내가 한참을 찡찡거리다가 어제 라면을 먹고 잤는데 아침에 이렇게 막 올라와서 엄청 놀랬는데 막 가렵고 어쩌고 저쩌고 주절주절..
그래서 결론은 직접 바르는 약이랑 먹는 약 처방받기로 하고 인자한 웃음으로 배웅을 받으며 진료실을 나왔어.그리고 약 처방 종이 받아서 우현이한테 갔지.
"심해?"
(도리도리)
"그럼 다행이다.약국 가자"
(끄덕끄덕)
"말좀 해봐"
내 얼굴에 자기 얼굴 가까이 갖다대면서 저런말 하는데 오우..나 지금 숨멎..?쓸데없이 잘생기고 ㅠㅠㅠ설레게ㅠㅠ
하지만 난 티를 내지 않고 내 손으로 남우현 이마를 밀어버렸어.그러니까 어어-하면서 밀려나주더라.그 표정이 얼마나 어벙하던지ㅋㅋ
괜히 혼자 얼굴 빨개져서 빨리 걸어가서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으니까 우현이가 또 쫄래쫄래 따라와서 내 기분 맞춰줄라고 애교부리고 막 그랬어.
"아아-.이번엔 왜 또.뭐 때문에 삐졌을까?"
"안 삐졌거든?"
"그럼 왜 이럴까나?"
"뭐.뭐.아무것도 안했거든?"
"오늘따라 뾰루퉁하잖아 지금"
"전~혀?"
이러고 1층 도착해서 나혼자 홀연히 약국으로 걸어 들어감.그러니까 남우현이 뒤에서 허?하고 약간 멍때리다가 웃고 따라들어옴.
이 놈의 넉살은 진짜 국보급이다.국보급.나는 약사분께 종이 드리고 의자에 앉아있었어.자연스럽게 옆에 앉아서는 또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기 시작함.
"아아아.피곤하다아아아아"
이러길래 아무 말 안하고 그냥 힐끔 쳐다보기만 했어.
"누가 불러서 피곤해도 나왔는데-"
"야 니가 안피곤.."
"들어봐,좀"
(뚝무룩)
"응?내가 이렇게 급하게 나왔는데 니가"
"응.."
"이렇게 막 아프다고 쳐져서 나 안봐주면"
"응...."
"기분이 좋아 안좋아"
"안 좋지..."
"그러니까 좀 웃어봐"
"응..."
"웃는게 제일 예뻐"
(얼굴이 화르르륵 타들어가는 소리)
"농담인데 얼굴 왜이렇게 빨개져?"
"아 씨 진짜.."
"얼굴이 아주 빠아아아알개"
"안 빨갛거든!!"
"빨간데?설렜어?"
"진짜 죽는다!!"
니가 그러면 그렇지 하고 남우현 등짝을 시원하게 후려치려고 했어.얘도 맞을걸 각오하고 한 말이었는지 이미 눈 꼬옥 감고 웅크리고 있더라.
"꼴뚜기 님-"
"네!!"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약이..그래서 때리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다가 그냥 약 받으러 감.남우현은 눈만 꿈뻑꿈뻑 뜨고있다가 안심하고.
"매 끼마다 식후 30분 후에 같이 복용해 주시고,바르는 약은 간지러울 때마다"
"네."
그렇게 약 처방도 다 받고 우현이 데리고 약국을 나왔어.근데 내가 알약을 못먹는단 말이야.그래서 원장 선생님이 그거 아시고 매일 가루약으로 처방을 해주셔.
아토피 걸려본 사람들은 알텐데..그..약이 엄청...써...특히 가루약...그래서 내가 아토피 약 먹는거 진짜 어릴 때부터 싫어했거든.
근데 이렇게 약 받고 먹어야 되니까 자동으로 인상이 막 찡그려지는거지.근데 우현이가 그걸 잘 알고있거든.그래서 내가 약을 안 먹을 것 같았나봐.
"니 집 가자"
"우리 집?갑자기 왜?"
"밥 먹자.벌써 점심시간이야"
이렇게 약간 태평하게 말하는거야.그래서 나는 뭐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고 집에 혼자 있는 것도 심심했으니까 오케이했지.
집에 도착하니까 생각이 난건데 집에 반찬이 없다는거..?ㅎㅎ..밥 밖에 없었어...그것도 아침에 먹고 남은 밥..그래도 2인분은 훨씬 넘는 양이였어.
근데 내가 요리를 진짜 못하거든.아예 손재주 자체가 없어..그래서 서둘러 냉장고를 뒤지는데 나오는 것들이 볶음밥은 할수있는 재료더라.다행히도!
"오오.햄도 있다!"
"바보야.시끄러"
"아!왜 때려 진짜"
"바보라서"
"이게 아까부터 자꾸!!"
"때리면 밥 안해줌"
때릴라다가 흠칫.하고 슬며시 손을 내려놓았었지.그러니까 좋은지 실실 웃던데 아주 얄미워가지고.괜히 딱밤맞은 내 이마만 아프고..
그래도 지금 이순간 나의 밥줄은 남우현이었으므로 나는 빌빌 기어야했다..남우현이 익숙하게 재료들 썰고 팬에 기름 두르는거 나는 의자에 앉아서 구경하고 있었어.
근데 앞치마 매고 그러고 있는게 뭔가 귀여운거야.그래서 실실 웃다가 채소 볶기 시작하고 밥이랑 햄도 넣고 볶으니까 그 햄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나는거야.
그 냄새에 취해 킁킁거리다보니 어느새 볶음밥이 완성됐는지 그릇에 옮겨담고 식탁으로 들고 오더라.완전 먹음직스러웠어.
"야.너 장가가도 되겠다"
"그래?너한테 갈까?"
이러면서 눈 접어서 웃는데 심장어택..꺼지라고 받아쳐주긴 했지만 또 얼굴 토마토 될뻔 했어.오늘따라 왜이러는지 정말(화끈화끈)
밥 다먹고 설거지는 내가 다 한다음에 티비보고 있는 남우현 옆에가서 같이 티비 봤음.보고있었는데 갑자기 팔이 간지러운거야.근데 긁을 수가 없잖아.
"아오..간지러.."
이러면서 살살 긁다가 못 참겠는거 있지.그래서 팔을 때렸어.그러면 덜 간지럽잖아.자꾸 간지러우니까 자꾸 착착.때리고 그러고 있었지.
근데 때려도 때려도 계속 간지러운거야ㅠㅠ.못 참겠어 진짜..계속 팔 때리면서 그제서야 약 찾을라고 일어섰어.
언제 갔다왔었는지 남우현이 한발 먼저 약 들고 와서는 여전히 팔 때리고 있는 내 팔 잡아서 내려놓는거야.
"아프잖아.이봐 빨갛게 부었다."
이러고 약 뚜껑 열어서 면봉에 짜가지고 살살 발라줌.근데 진짜 많이 때려서 아팠거든..근데 거기에 약이 닿으니까 아픈거야.
그래서 진짜 작은 소리,나만 들을수 있을만한 소리로 아..했는데 그걸 들었는지 면봉 움직이던 손이 멈추더니 고개 확 쳐들고 나 쳐다보는거야.
"아파??많이??"
이러는데 뭔가 혼나는 표정 같아서 아니라고 해줬지.다시 발라주는데 손길이 더 섬세해졌어ㅋㅋ.그렇게 약 다바르고 뭔가 나혼자 뻘줌해서 큼큼거렸었지.
시계를 딱 봤는데 약먹을 시간인거야.근데 먹기 싫어서 남우현 눈치 한번 보고 모르는 척 했지.이 귀신같은 놈이 눈치는 빨라가지고..
"약 먹을 시간이네?"
이러고 약 가져 오더라...진짜..그렇게 미울수가..가루약 흘리지 말라고 숟가락이랑 물이랑 철저히 가져옴...ㅎ...치밀한 놈...
내가 안먹을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자기가 숟가락에 가루약 탈탈 털어서 내 입에 넣을라고 하더라.
"시..싫어"
"떽.먹어야지"
"시러시러시러시러시러"
말로만 해선 영원히 끝나지 않을거란걸 알았나봄...갑자기 내 턱 잡고 눌러서 아 벌리게 한다음에 숟가락을 입속으로 쏘옥...ㅎ....
그리고 바로 내 손에 물 쥐어줌.병주고 약준다는 말이 바로 이런건가.울며 겨자먹기로 물 원샷하고 그래도 써서 토하는 시늉도 하고 가관이었어.
"옳지.다먹었다"
"애기 키우냐 지금?"
이러고 쏘아보니까 그냥 방실방실 멍뭉이 웃음 발사함.그래서 그냥 약 먹은것도 다 치워놓고 다시 티비봄.티비는 진짜 시간 떼우는데 최고야..
그러다 문득 오늘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는데 생각해보니까 너무 고마운거야.
근데 막..오히려 친한 사이 일수록 고맙다거나 그런 말 꺼내기가 뭔가 쑥쓰럽고 이상하잖아ㅋㅋ그래서 쉽사리 말을 못함.
"야..남우현.."
"응?"
"..고마워"
".....뭐라고?"
"고맙다고,..."
내가 저렇게 말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나봄.진짜 내가 본 남우현 중에 역대급으로 눈이 커져서는 되묻는데 ㅋㅋ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해줬어.
그러니까 막 여러번 머릿속에서 리플레이하는 듯 하다가 예쁘게 웃고는,
"..나도"
이러더라.
암호닉+사담 |
멍님 힛님 요거트스무디님 눈꽃님 크라운님 꼴뚝꼴뚝님 민트초코님 딸기요꾸르트님 암호닉 신청 고마워요. 안녕 독자님들 뚜기 또 왔어요~.읽어줘서 늘 고맙고 오늘은 뚜기가 아픈썰!아파서 그런지 글 초반이 많이 밝은 분위기는 아니네. 금요일이 휴일이어서 그런지 완전 행복한 나날을 보냈어ㅋㅋ독자님들은 어땠어요?잘 보냈죠?나 독자님들 보고싶어서 좀 일찍 왔는데. 늘 댓글 달아줘서 고맙고 우현이랑 다 같이 행쇼해요!나는 매일 금 토 일 중에 한번 와 ㅋㅋㅋ한주에 한편이네.ㅂ 우현이라고 늘 귀여워야 되는건 아니니까...가끔은 이렇게..다정할줄도 아는 너란남자..헤어나오지를 못해..인피니트 1위 축하하고 우현아 아프지마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