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진짜 옛날얘긴데, 백현이랑 나랑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었잖아. 며칠 전에 내가 백현이한테 너 나 언제부터 좋아했었냐고 물으니까 엄청 당당하게 고2, 하고 대답했었거든. 난 끽해봐야 대학생때부터 그랬으려니했는데 생각지도않았던 고등학교때라고 얘기해서 되게 당황했었어. 쨋든, 백현이는 항상 나한테 지극정성이었기에 난 얘가 언제부터 날 좋아했던건지도 눈치채지못했던거지. 대부분 자기한테 누가잘해주면 아, 날 좋아하나? 이러잖아. 근데 백현이가 나를 챙겼던건 정말 너무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졌었거든. 내가 눈치가 많이 없는 편이기도 했고. 백현이가 날 좋아한다고는 생각한적 없었지만 얘가 진짜 든든하게 느껴진 적은 되게 많았었어. 그 중에 하나가 내가 대학다닐 때 변백현은 마치 우리학교를 다니는 애처럼 울학교를 들락날락거렸었지.. 김종대가 나랑 같은학교 같은과 출신이라고 했잖아, 근데 변백현이랑 나랑 김종대랑 셋이 친했으니까 변백현이 우리학교로 정말 많이 왔었어. 또 백현이네 학교랑 우리학교가 버스타고 20분밖에 안걸리는 거리였거든. 내가 학교다닐 때 우리 과에 정말 이상한 동기 한명이 있었거든? 재수생이라 우리보다 한살 많아서 우리가 오빠라고 불렀었어. 근데 그 오빠가 처음에는 나랑 종대랑 딱 붙어다니니까 친해지고 싶었는지 막 다가왔었어. 근데 간호학과 특성상 남자도 별로 없는데 내가 맨날 김종대랑 다니니까 그냥 남자인 친구가 필요한가보다, 했지. 그래서 같이 밥도 많이 먹고 그랬는데 이 오빠가 점점 행동이 이상해지는거야. 김종대랑 나랑 같이 있으면 항상 나만 어디로 데려가려하고 자꾸 스킨십을 하는거야. 김종대가 내 어깨에 손 걸치고 다니는게 습관이었거든? 그러니까 어깨를 감싸는게아니라 자기 팔을 내 한쪽 어깨에 얹어놓고 다녔어. 내 키가 자기 팔걸이에 딱 맞는 길이라고. 고등학교때도 항상 그러고다녀서 대학와서도 자연스럽게 그러고 다녔거든. 솔직히 누가봐도 어깨를 감싸는게 연인이지 걍 팔 한쪽 떡하니 얹어놓는 건 그냥 친한 친구사이로 보였으니까 아무도 우리한테 사귀느니 어쩌니 그런 의심을 하진 않았어. 그런데 그 오빠는 유독 꼬치꼬치 캐묻는거야. "너희 정말 사귀는거아니야?" "오빠, 전 김종대같은 남자만 아니면 다 좋거든요?" "저도 기분나쁘니까 형 앞으로 말 조심해주세요." 첨에는 김종대나 나나 장난으로 저렇게 받아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거든. 근데 이게 자꾸 묻는 빈도가 높아지는거야. 하루는 내가 먹던 음료수 김종대가 뺏어 먹는거 보고는, "너네 솔직히 어디까지 갔냐?" 딱 이러는데, 김종대 얼굴이 싹 굳었어. 김종대가 원래 엄청 서글서글하게 웃으면서 다녀서 한번도 정색한 적 없었거든. 대학와서는. "너, 잠깐 나가있어봐." 김종대가 눈도 안마주치고 나보고 나가라는데 나도 쫄아서 그냥 가방 주섬주섬 챙겨서 나갔어. 나는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고 한 10분?정도 있다가 김종대가 나오더니 진짜 그냥 평소처럼 내 어깨에 손걸치고 집에 가자, 이러는거야. 무슨 얘기했냐고 묻고싶었는데 물어봤다가 다시 정색할까봐 걍 입다물고 집에 갔지.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그 오빠랑 김종대는 한마디도 안했어. 근데 그오빠는 정말 김종대가 내 옆에 없을 때만 쏙쏙 골라서 나한테 추근덕대는거야.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친하지도 않은 남자가 몸 터치하거나 그러는거였거든. 근데 자꾸 어깨랑 등 언저리 쓸어내리는데 이걸 김종대한테도 말 못하고 나혼자 계속 피해다니고 있었어. 어차피 김종대가 거의 항상 내옆에 붙어있기도 했고. "아싸!" "뭐가 아싸야?" "실습 조 나왔어요 아줌마야." "제발 김종대랑 다른 조 되게 해주세요.." "안그래도 다른 조거든요, 아 하느님.." 김종대랑 나랑 하도 지랄맞게 교양같은것도 같이들어서ㅠㅠ 우리 그만붙어다니고 캠퍼스생활을 누리자, 너 때문에 내가 씨씨를 못한다 이런말을 입에 달고 살았거든. 근데 김종대가 실습 조 편성표 확인하더니 다른 조라고 환호성을 지르는거야. "너 나랑 한달동안 못보겠다. 종대 보고 싶으면 전화해요~" 우리가 실습2주 수업2주 이렇게 나가는 커리큘럼이었거든. 그러니까 내가 실습할 동안 김종대는 수업하고 내가 수업할동안 김종대가 수업하고 이렇게되는거야. 게다가 실습은 직접 병원가서하니까 학교에서 수업받는 애랑 마주칠 일이 없지. 어차피 우리학교병원이라 바로 옆에 붙어있긴 하지만. 무튼 그래서 나는 실습 조 편성표 보지도 않은 채로 실습을 갔어. 그냥 김종대가 너 첫째주부터 실습이야 이러길래 ㅇㅇ그런가보다..하고 실습날 실습복 챙겨서 갔지. 내가 그때 3학년이었으니까 병원실습은 처음 나가보는거였어. 그냥 정맥주사나 이런건 학교에서 여러번 해봤는데, 대상이 김종대 팔뚝이었기 때문에 사실 긴장을 많이 덜었었지. 근데 병원실습은 정말 병원이니까.. 긴장도 많이 했었어. 그 날 탈의실에서 실습복 갈아입고 여자애들이랑 이런저런얘기하면서 대기 장소에 도착했는데, 그 오빠 있지. 그 자꾸 추근덕댄다는 오빠가 실습복입고 대기실에 앉아있는거야. 나 진짜 깜짝 놀라서 김종대한테 문자를 타다닥 쳤어. -김종ㅠㅠ나 그 오빠랑 같은 조임ㅠㅠㅠㅠㅠㅠㅠ [헐 그 형? 미친 진짜로?] -ㅇㅇㅇㅇㅠㅠ소름돋는다ㅜㅜㅜ니 왜 얘기안해줬는데ㅜㅜㅜㅜㅜ [그것까진 확인안했지..헐..] [몸조심해라 진짜 그새끼 이상해] [실습 몇시에 끝나] [야야야ㅑㅑ] -4시쯤 끝날 듯..아..앞날이 깜깜.. [나 수업 4시에 끝나니까 나랑 집에 같이 가야된다구해 끝나자마자 학교로 와] -ㅇㅇ알겠음.. ㅠㅠ 진짜 울다시피 문자를 끝내고 내 생애 첫 실습을하는데..첫날이라 그런지 정말 환자 바이탈만 주구장창 쟀거든. 바이탈 잴 때 우리 아직학생이니까 2명이서 가서 재도된다고 그랬어. 근데 그 오빠가 진짜 나만 쫓아오는거야.. 내가 바이탈 재러 갈 때마다 졸졸 쫓아와서 내 뒤에 딱 달라붙어있어. "아, 오빠 부딪히니까 좀 떨어져있어요." 내가 참다참다 저렇게까지 얘기했는데도 계속 자기 몸 부대끼게 하는거 알아? 나중엔 진짜 너무싫어서 눈물까지 나올 지경이었어..하루 종일 서서 바이탈재고, 첫 실습이라 긴장도 많이했는데 그 오빠까지 자꾸 여기저기 만지니까 죽을 것 같은거야. 필사적으로 피하는데도 자꾸 쫓아오니까 나중엔 그사람이 아예 무서워졌어. 실습 중이라 휴대폰도 못만지는데 시간 짬나서 잠깐 앉아있으면 내 손 끌어다가 손 예쁘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계속 만지작거리고.. "종대랑 손은 잡아봤어?" "아, 오빠 진짜 저 김종대랑 친한친구예요. 고등학교 동창." "그래? 둘이 되게 다정해보여서.." 다정은 무슨 매일 죽이지못해 안달인데.. 진짜 저런식으로 계속 이상한 말만 해대다가 3시쯤에 실습이 끝났거든. 처음이라 좀 일찍 끝내주셨나봐. 학교로 다시 가서 옷갈아입으려고 짐 챙기는데 이 오빠가 갑자기 말을 걸어. "옷 학교에 두고왔어?" "아뇨, 저 어차피 김종대 만나야되서 그냥 학교가서 갈아입으려고요." 그 오빠 탈의실에서 옷갈아입을때 튀려고 저렇게 말했는데 그 오빠가 자기도 학교 갈 거라는거야. "아.. 근데 저 어차피 김종대랑 약속있는데." "걔 수업 끝나려면 1시간 남았잖아." "아, 그냥 저 혼자 갈게요. 학교에 남자 탈의실 없잖아요." 진짜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도 계속 학교로 간다길래 결국 둘다 실습복 안갈아입고 학교로 향했어.그 오빠랑 말하기 싫어서 꺼놨던 휴대폰 켰더니 백현이한테 전화가 와있는거야. 그래서 이때다싶어 다시 전화 걸었지. "실습 끝났어?" "응.." "목소리 왜그래?" "아.." "병원 뒷문으로 가?" "어?" "너 병원에서 학교 갈 때, 뒷문 쓴다고 하지않았냐." 내가 옆에 오빠가 있어서 제대로 대답을 못했더니 갑자기 병원 뒷문으로 온다는거야. "너 우리학교야?" "빨리 말해, 뒷문?" "어.. 뒷문.." 내가 조용히 얘기하니까 옆에서 엿듣던 오빠가 갑자기 자기 얼굴 내 귀쪽에 가져다대면서 누구냐는거야. 병원뒷문에서 우리학교로 이어지는 골목이 있는데 거기는 진짜 우리같은 실습생들아니면 안다니거든. 다른 여자애들은 옷갈아입느라 늦을거구. 그래서 나도 바짝 긴장해있는데 변백현 전화에다가 그 오빠가 갑자기 또 자기 몸 밀착시키는데 너무 무서운거야. "아, 친구요. 친구." "친구 누군데? 어, 너 명찰 떨어지겠다." 내가 깜짝놀라서 전화 뚝 끊고 그 오빠한테서 한발자국 떨어졌거든. 그런데 갑자기 명찰 떨어지겠다면서 내 명찰을 턱하니 잡는거야. 근데 딱봐도 명찰 달린 위치가 왼쪽가슴인데, 그래서 명찰은 교수님들도 직접 터치하거나 그런거 없거든. 근데 갑자기 멀쩡히 붙어있는 명찰에 손대니까 나 진짜 너무 놀라서 눈물 펑펑 터졌어. 저기 앞에 백현이가 휴대폰 들고 서있는걸 봤거든. "변백, 백, 백헌아..으,으.." 내 손에서 열심히 울리는 휴대폰 꽉 붙잡고 엉엉 울면서 변백현 불렀거든, 사실 내가 부르기 바로 직전에 백현이가 나를 봤어. 살면서 걔가 그렇게 뛰는 거 처음봤는데, 애가 자기 손에 들린거 전부 내팽겨치고 나한테 뛰어와서 그 오빠 손 내치고 나 확 끌어당기는거야. "가, 김종대 오기전에." 백현이가 그날 반팔티위에 셔츠를 입고왔는데, 내가 셔츠자락 두손으로 붙잡고 엉엉 울었어. 얘가 한손으로 살짝 안고서 그 오빠한테 가라고 그러는거야. 김종대랑 변백현의 차이가 있다면 그거였어. 김종대는 그 상황에서 손부터 나갔겠지만 변백현은 내가 원하는게 그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있었거든. 변백현 다혈질 성격에 손이 올라갔어도 백번은 올라갔을텐데 얘는 내가 지금 저 오빠 얼굴을 보기 싫어하고있다는 걸 알았던거야. 김종대가 철이 없다기 보단 백현이는 나를 다른 학교에 보내고 나서 더 불안해했었던거지. 김종대는 같은학교에 심지어 과까지 같으니까 항상 붙어있는데 백현이는 날 떨궈놓으니 자기가 없는 곳에서 내가 마주칠 일들을 매일같이 걱정했던거야. 쨋든 그 오빠는 그렇게 순순히 가버렸는지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땐 골목에 백현이랑 나 밖에 없었어. "실습 어땠어?" 내가 그 때도 백현이 품에서 안떨어지고 걔 티셔츠에다가 얼굴 뭉기적거리고 있었거든. 나는 백현이가 왜 처신 제대로 못하고다니냐고 뭐라할 줄 알았는데, 너무 다정하게 실습이 어땠냐고 하는거야. "바이탈만 쟀어.." "그랬어? 힘들었겠네." 내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니까 백현이가 등 토닥여주고선 자기 가슴팍에 자석처럼 붙어있는 내 얼굴을 살짝 떼서 쳐다봐. 화장 다 번졌겠다 싶어서 백현이 셔츠를 내려다봤더니, 내 화장품자국이 흰 티셔츠에 덕지덕지..백현이는 신경도 안쓰는지 내 얼굴 보면서 싱글싱글 웃고있어. "이게 김종대가 말한 그 실습복이야?" 우리학교가..러블리함을 굉장히 추구하는 학교였는지. 실습복이 분홍색이야. 그것도 정말 사랑스러운 연분홍색. 남자들도 피해갈 수 없는 색이라 김종대가 미친듯이 징징댔었거든. "머리 올리니까 진짜 간호사같다." "잔머리 삐져나왔잖아.." "괜찮아, 예뻐." 변백현이 나랑 싸울때는 서로 죽일듯이 싸워도 김종대랑 나 사이에는 없는 그런 좀 애틋함?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게 있었어. 나를 되게 자기가 안챙겨주면 안될것같은 존재로 취급했거든. 그래서 그냥 대놓고 귀여워하고 예뻐하곤 했었어. 그래서 나는 백현이를 정말 우리 아빠처럼 생각했었는데 백현이는 그게 아니었겠지. 무튼 그날 내가 백현이 품이 정말 넓구나, 하고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아. 백현이 지금도 한번씩 그 얘기하는데 그 날 백현이가 처음으로 나 실습복 입은거 봤거든. 얘가 안그래도 간호사 유니폼 좋아하고 내가 분홍색 걸치는거 좋아했는데 그 날 내가 흰색 상하의에 분홍색 가디건 걸치고 나오는거 보고 그냥 훅 갈 뻔했다고, 그거 입어주면 안되냐고 조르고 그래 아직도..그 실습복은 옷장에서 몇년째 썩는중인데. ㅡ 몇몇분들은 보셨겠지만ㅋㅋㅋㄱㅋㅋㅋ이거 올리고 1분만에 삭제했다가 다시 올려요ㅋㅋㄱㅋㅋㄱㅋ이유는 심각하게 맘에안들어서ㅋㄱㄱㅋㄱㄱㅋㅠㅠ내용은 아까올린거랑 똑같은데..제가 에프받을 위기에 처해서 일즈일간 좀 공부를 하려해요.. 그래서 술에쩔은백현이 잠시 ㅇ미뤄두고 풋풋한 놈으로다가 데리고왔는데 너무풋풋해서 재미가 심각하게 없ㅇ네요'ㅅ' 그래도..그래도 이거라도..어찌..ㅠㅠ.. 글구 댓글 피드백 감사해요 제가 진짜 너무 감사해서 댓글 단다고 다는데 그게 막제가 읽고 이따가 달아야지~하고 걍 까머금.. ㅠㅠ진심으로 감상평써주시는 분들 저 울어요 자꾸그러면.. 감동머거서..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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