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편이라니.나 연재같은거 원래 잘 안하기도 하고 잘 못하기도 하는데 독자님들이 있어서 이만큼 왔네요.고마워요!!
"남준씨?"
누군가 아침부터 자신을 흔드는 듯한 느낌에 부스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남준의 얼굴이었다.놀란 호석이 그의 이름을 멍청하게 내뱉자 남준은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다정하게 일어났냐고 물어온다.누군가가 아침에 이렇게 자신을 깨워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오랜만 이라서 호석은 아침부터 주책맞게 눈물이 흐를뻔 했다.이게 꿈인가 싶어 볼을 꼬집어도 보았지만 아팠고 뻐근한 허리가 어제의 모든 일이 꿈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두번째로 각인시켜 주었다.좋은 기분에 호석이 이불에서 나가지 않고 옆자리를 손으로 짚었다.보통의 여느때라면 차가운 공기로 감싸져있을 그 곳에 남준이라는 사람의 온기가 남아있었다.
"왜 그래요?"
"아니,그냥.좋아서요"
"호석씨는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하네요"
"그런가요?"
"그렇네요.씻고 밥 먹으러 와요"
"네"
호석이 방에 딸린 욕실에 들어가려고 일어섰다.찌르르 울리는 허리의 통증에 자연스레 입이 벌어졌다.그러자 뒤돌아 걸어가던 남준이 뒤를 돌아보았고 걱정스레 호석의 팔을 붙잡고 부축해주었다.
"많이 아파요?"
"끊어질 것 같아..."
"그 말,되게 야해.알아요?"
"오늘은 또 왜이래요 정말?"
화장실 앞까지 부축해준 남준을 호석은 내팽개치고는 화장실 속으로 숨어버렸다.그러나 호석이 내빼는게 이제는 익숙해진 남준은 개의치 않고 방을 나서 부엌으로 가 밥그릇에 밥을 담고 수저를 챙겼다.그리고 카레를 부은뒤 자리에 앉아 호석을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는 호석은 어제 씻어서 가볍게 세수를 하고 나온 듯 했다.뽀송해보이는 그 볼을 잡고 쭉 늘려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호석에게 숟가락을 건네주는 것으로 대신한 남준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한동안 숟가락과 그릇이 내는 마찰음 만이 집을 메웠지만 전혀 어색하지는 않은 그 기분이 좋았다.오히려 어딘가 달아오른 듯한 기분.묘한 그 기류가 나쁘지 않은 두 사람은 딱히 침묵을 깨지 않았다.
"맛있어요"
"그래요?"
"나도 카레는 잘하는데"
"그럼 다음에 해줘요"
고개를 끄덕이는 호석이 밝아보였다.밥을 다 먹고 남준이 설거지까지 마친뒤에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벨소리가 울렸다.문 밖의 누군가에 의문을 품던 호석은 이내 윤기라는 것을 예상하고는 문을 열어주었다.의미없이 호석을 따라 현관앞으로 걸음을 했던 남준의 나른한 눈동자가 한순간에 경계심으로 물들었다.마찬가지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조우하자 윤기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그대로 나타났다.호석은 굳어있는 두사람을 보고 서둘러 서로를 소개했고 윤기를 자신의 집에 들였다.꽉 채워진 듯한 집이 좋다고 호석은 마냥 좋기만 했다.
"그때 그.."
"아,네."
"근데 여긴 무슨일로.."
"정호석씨가 제 가이드라서요"
남준의 당당한 말에 윤기의 눈이 커졌다.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는 호석과 남준을 번갈아보다가 호석의 목에 새겨진 각인을 보고 수긍하는 윤기였다.씁쓸하게 마른 입술을 축이는 윤기에 남준은 승리감을 느꼈다.허나 그것은 지금 한순간일뿐 호석이 폭주하던 그날.자신의 품에 호석을 꼭 끌어안던 그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나서 불안감을 떨칠수는 없었다.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치고는 너무 지나친 감정에 남준이 혼란스러웠다.
"근데 윤기씨.갑자기 무슨일로 찾아왔어요?"
"에?아..뭐 그냥."
"음..그럼 우리 다같이 영화보러 갈래요?"
"영화요?"
"네,영화"
"그래요.할일도 없으니까"
그리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관에 도착했다.멀쩡한 남자 세명이서 영화표를 끊으러 오자 직원이 이상하게 쳐다보긴 했지만 호석은 마냥 좋았다.사람과 어울린다는 기쁨.그게 그냥 좋았다.어색함을 떨치지 못한 윤기와 남준은 호석을 사이에 두고 어정쩡하게 서있기만 했다.호석에게 이끌려 영화관에 들어가 자리에 앉고 조용히 팝콘을 넘기는 꿀꺽 소리에나 집중했다.
"재밌었는데 두 사람은 아니에요?"
"재밌었어요."
남준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캄캄해진 하늘에 이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남준이 입을 열었을때 치고들어오는 윤기의 말에 세명의 걸음은 우뚝 멈춰섰다.
"아..벌써 시간이 늦었네.저 가봐야할것 같아요"
"그래요?"
"네.남준씨.호석씨 좀 잘 데려다 줘요"
항상 떠나갈때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 윤기에 호석은 내심 섭섭했다.한번도 돌아본적이 없다.허나 남준은 그것이 호석에 대한 윤기의 마음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기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돌아선 윤기의 눈동자가 촉촉히 젖어가기 시작했다.그들이 자신을 보지 못하게 골목길로 돌아들어갔을때부터 윤기는 아무 생각 없이 뛰었다.호흡이 거칠어져 더이상 뛰기 힘들때 윤기가 멈춰선 곳은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인적 드문 공원이었다.홀리듯 공원 벤치에 털썩 주저앉은 윤기가 멍하니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자연스레 떠오르는 호석의 얼굴에 윤기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었다.각인이 어떻게 하면 생기는지 정도는 자신도 알고있다.그랬기에 더욱 감성적으로 변했던 것 같다.
"저기요.."
눈 앞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코코아가 내밀어졌다.향긋하고 달달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고개를 들었을 때는 교복을 입고있는 선하게 생긴 아이가 있었다.자연스럽게 옆에 털썩 같이 앉아버리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드세요.밤에 추워요"
그 아이의 말대로였다.여름같은 날씨에 옷을 얇게 입고 나왔지만 어둠이 내리자 쌀쌀했다.윤기는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는 코코아를 호호 불어 마셨다.달짝지근한 코코아가 맛있었다.살갑게 말을 걸어오는 아이에 호석을 잠시 잊을수 있는 것 같아 좋았다.하지만 이내 또 다시 생각났기에 슬펐다.그런 윤기를 알고있다는 듯 아이는 윤기를 위로해주었다.
"왜 여기서 이러고 계세요?"
"그냥..외로워서."
"왜 반말해요.근데?"
"고등학생 아냐?"
"맞긴 맞는데 그래도.."
"나 스물 다섯이에요.그럼 반말해도 되죠?"
"...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윤기가 살풋 웃었다.그러자 또 왜 웃냐고 말을 걸어온다.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며 윤기는 아이에게 위로아닌 위로를 받았다.바람이 더욱 강해지자 윤기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섰다.따라오는 시선이 느껴졌다.
"늦었다.가자"
"그렇네요"
"다음에 또 볼수있으면 보자"
돌아서는 윤기의 발걸음이 이번에는 가벼웠다.
떠나보낸 윤기를 뒤로하고 호석과 남준은 그대로 호석의 집으로 갔다.윤기가 한 말을 지키기라도 하듯 남준은 호석이 집안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보고는 호석의 집을 벗어났다.그뒤로 남준은 매일같이 호석의 집에 눈도장을 찍었다.늘 부스스한 모습으로 호석은 그를 반겨주었다.가끔 윤기도 찾아왔지만 올때마다 남준이 버티고 서있었고 자연스레 윤기가 찾아오는 횟수는 줄어들었다.남준과 호석 윤기.이렇게 셋이 있는 날이면 항상 윤기가 일찍 가야한다며 먼저 등을 돌렸었다.그런 그가 안쓰러웠지만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수가 없는 남준이였기에 모른척했다.게다가 요즘은 윤기가 어딘가 달라진 듯해 보였다.
"또 왔어요?"
"우리 오늘은 어디갈래요"
남준이 그렇게 매일 호석의 집에 눈도장만 찍는 것은 아니였다.매일 호석을 물 흐린 바가 아닌 다른곳,새로운 곳으로 데리고 다녔다.때로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밥을 먹으로 가기도 했다.화장짙은 여자와 먹을 때의 기분과 전혀 다른 느낌에 호석은 그 뒤로 레스토랑을 좋아했다.
"음..저 오늘은 집에서 간단하게 뭐 해먹고 싶어요"
"그래요,그럼"
"저랑 장보러 갈래요?"
"좋네요,그거"
그리하여 호석과 남준은 호석의 집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발걸음 했다.마치 결혼한 부부처럼 다정하게 카트를 끌고 이것저것 식재료를 담아왔다.장보면서 안거지만,두 사람의 식성이 비슷해서 트러블이 일어날 여지가 없었다.
"내가 볶음밥 해줄게요.나 볶음밥 잘해요"
"카레도 잘한다면서요"
"응.나 요리 잘해요.그러니까 티비보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호석이 총총총 걸어 부엌으로 들어갔다.남준은 호석의 말대로 시덥잖은 말로 웃고 떠들고 있는 티비를 보며 시간을 떼웠다.호석은 먼저 채소들을 다듬기 시작했다.방금 사온 재료들을 씻고 칼질을 했다.
"아야야..."
칼에 살짝 베인 손에서 새빨간 피가 나왔다.호석은 자신의 센티넬을 망각하곤 무의식적으로 그 손을 입에 가져갔고 혀에 피가 닿았다.
"어라?"
호석의 혀에서 비린 피맛이 느껴지고 곧 그것을 눈치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당황한 호석이 입에서 손가락을 떼었고 잠시 굳어있었다.아직도 피는 손가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분명 센티넬에 의해 시간이 멈춰야 하는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호석이 센티넬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그리고 다시 한번 혀를내어 피를 맛보았을 때,이번에는 또 세상이 멈추고 정적이 찾아왔다.가만히 티비를 보던 남준이 놀라 호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미안해요.모르고 .."
호석이 아무렇지 않은척 박수를 두어번 쳤다.다시 시간이 흐르고 시계 바늘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남준도 별일 아니라는 듯 다시 티비로 관심을 돌렸고 호석은 피가 혀에 닿지 않았는데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내 호석은 그 일을 지우고 남준을 위해 하는 요리를 시작했다.저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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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님 BEEN님 짐니님 망고님 coke님 암호닉 신청 고마워요~
sunset이 벌써 7편이네요!독자님들 읽어줘서 고마워요.랩홉 흥해랏!
이제 시험기간에 접어들고 있죠?모두 파이팅 하시고 힘내세요~
저도 이제 시험인데 막막하네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