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또 오셨네요!"
그래. 난 분명히 알고있다. 저 알바생을. 그리고 오늘이 7일이 아니라는 것도.
언젠가부터 나는 정신을 차려보면 항상 학교 앞 편의점에 들르고있었다. 백현이와 먹을 저녁밥을 사기위해. 그리고 항상 똑같은 의자에 앉아있는 백현이에게, 혹은 그곳으로 오는 백현이에게 저녁을 깜빡하고 못사왔다고 둘러댄 뒤 또 다시 정신을 잃는다. 그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어제를 제외하고. 나는 알아차렸다. 하루가 반복된다는 것을.
그리고 몇일동안 귀에 백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아직 잘 모르겠고, 머리속은 혼란스럽다.
"저기요."
"네?"
"오늘 몇 일이죠?"
"어, 오늘이...... 27일이요!"
"저기."
"네?"
"혹시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별 건아니고, 몇가지 여쭤보고 싶은게 있어요.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네, 네! 근데 저 알바 끝나야 될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알바생은 무언가 알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하루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이 알바생의 영향이 컸으니까. 뭔가, 내게 답을 줄 것만 같았다. 답이 아니더라도, 힌트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몇 시간이 지난 뒤, 알바생이 알바가 끝났는지, 다른 이가 온 뒤 이제 밖으로 나가자고 하였다.
아 맞다. 백현이. 알바생이 데리고 간 곳의 나무의자를 보니 생각이 났다. 오늘 백현이를 만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저, 부탁하신다는게......"
"아, 저는 김종인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 편의점에 들른지 얼마나 됐는지 아세요?"
"음, 7일부터 오셨으니까 정확히 20일 동안 오셨네요! 워낙 잘생기신 분이라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요!"
"20.......일이나요?"
"네, 아 혹시......"
"?"
"실례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기억상실증 같은 질병을 앓고 계신가요?"
"네?"
"아, 아니...... 그...... 항상 오실 때 마다 삼각김밥만 사가시는 것도 그렇고, 저번에 처음오셨다고 하신 것도 그렇고......"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항상 제가 어떻게 된건지 기억이 없어요.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도 어제에요."
"아......"
"얘기 들어주시느라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너무 시간을 많이 뺐은 것 같은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나중에 대접 한번 해드리고 싶은데."
"아, 경수라고 해요. 도경수."
"나중에 꼭 뵈요."
오늘, 짧은 대화 속에 많진 않지만, 어느정도 정보를 얻었다. 나중의 고마움의 표시로 뭐라도 대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걷던 나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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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왔다. 항상 오던 종인이가 안왔다.
왜 일까. 뭐가 잘못된걸까? 뭔가 일이 있는걸까? 아니야. 원래 이런게 맞는 걸 수도 있다. 그래, 식물인간인 사람이. 사고로 쓰러진 사람을. 매일 만난다는 건 말이 안되지. 그래, 말이 안되는데, 왜 나는 이렇게 미치도록 불안한 걸까. 안되겠다. 원래 병원을 갈 계획이긴 했으나, 오늘은 예상보다 좀 일찍 가야겠다.
종인아. 종인아.
멀쩡하다. 정말 멀쩡히 평소처럼 누워있다. 그래, 어쩌면 이제 맞는 걸지도 모르지. 너와 만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이상한 일이였어. 그런데, 너는 언제쯤 눈을 뜨는거니?
사실, 나 지금 멀쩡한 척해도 매일 너와 만나는 저녁시간을 기다려왔었고, 너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데. 너는 그런 나를 모르지? 괜찮아 몰라도 돼. 그러니까 좀 일어나봐.
후......
아 맞다. 연습해놔야 할 악보를 학교에 두고왔다. 바보같이. 찾으러 가야하나...... 의자 앞을 지나가야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김종인?
지금 내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저 의자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분명 김종인과, 낯선 사람이다. 무언가 얘기를 나눈듯한 두 사람.
"으......으악!"
저 남자 뭐지. 왜 저러지. 종인이와 아는 사이가 아닌걸까.
"저기요."
"으아! 히익! 아, 아니구나. 저,저기요. 보셨어요? 지금 사람이, 사람이......"
그러고보니, 좀 낯이 익다. 아, 요 앞 편의점에서 알바하던 남자.
"네?"
"보셨어요? 사람이 지금 눈 앞에서......"
"눈 앞에서?"
"사라졌어요......"
"......"
하긴, 종인이와 모르는 사이라면 놀랄만도 하다. 그보다 종인이가 내 눈에만 보이는게 아니였단 말이지.
"실례지만 종인이와 어떤 사이세요?"
"편의점 단골이세요......아, 제가 편의점 알바를 하거든요."
"......혹시, 종인이가 지금 사라진 것 말고도, 어디 이상할 때 없었어요?"
"으.......아, 그,그게 매일 삼각김밥만 사가시고, 날짜도 자주 물어보시고, 기억도 잘 못하시기는 한데...... 딱히, 이상......한가......"
"종인이가 그랬단 말이죠?"
"네...... 그, 대화를 나눈게 오늘 처음이기는 한데...... 아, 혹시 저분 초능력자세요?"
"아니요. 초능력자는 아니구요."
"그, 그럼요?"
당황하면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나보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더듬더듬 계속 말을 한다. 하긴, 많이 놀랐겠지.
"편의점 알바 몇 시부터 하세요? 종인이에 대해서 알려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아, 저 2시부터요."
"그러면, 내일 오전에 잠깐 시간 내주실 수 있으세요? 잠시만요. 제 번호 알려드릴께요. 폰 좀 주실수 있으신가요."
"네, 네!"
처음보는 사람한테,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 대화를 나눈 사람에게 번호도 주고 약속도 잡는 건 이게 처음이다. 저 사람, 종인이가 어떤지 모르는 것 같은데, 일단 저 사람 눈에도 보인다니까.
"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도경수라고 해요......!"
"아, 저는 변백현이라고 해요. 제가 내일 연락 드릴테니, 꼭 뵈요."
"네!"
나는 저 사람의 번호가 적힌 핸드폰을 한참이고 만지작 거렸다. 어쩌면, 저 사람이 자신만의 공간에 갇힌 눈뜨지 못하는 종인이를 꺼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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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뭐죠. 전 뭘쓰고 있죠. 이 똥손 좀 보소 후하후하 깔깔깔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