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괜찮아졌다. 주변 시골마을로 가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차를 세우고 지냈다. 밥도 잘 먹었고 밖으로 나와 택운과 학연과 같이 이야기도 나눴고 밤에는 주변 수색도 했다. 몇 주가 지나니 자연스럽게 기억이 점점 옅어지고있었다. 그 기억을 붙잡고 늘어지기엔 아직까지 내가 너무 겁쟁이라서 붙잡지 못하고 그냥 사라지게 둘 뿐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학연과 먹을 것이 없을까 하며 휘휘 돌아다니고 있을 무렵이었다. 산이었기에 용캐 얼어죽지 않은 야생동물이 몇몇 보이기도 했다. 주변 움직임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 때 근처 풀숲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학연이 천천히 걸어 그 곳으로 향했다.
" 형, 너무 깊게 가지 마요! 아래는 동네니까! "
" 야, 야! 돼지야, 돼지! "
근처에 농장이 있던건지 산을 타고 올라온 돼지가 있었다. 학연은 달리는 돼지를 쫓아갔고 뒤에서는 올라오라는 택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학연은 조금이라도 더 먹이겠다는 마음인지 뒤도 돌아보지않고 풀숲을 헤쳐나갔고 택운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한숨을 깊게 내쉬고선 따라내려갔다.
아, 왜이렇게 빨라. 투덜거리면서도 저만치 멀리보이는 학연이 걱정되는지 걸음을 재촉하는 택운이었고 그 모습을 보며 언제나 자신을 걱정하던 재환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졌다.
" 오케이, 잡았어. "
근처에 보이는 새끼돼지를 활로 맞추고선 집어들었다. 얼른 올라가야지 싶어 뒤도는데 일순간 남자 여럿이 몰려 학연의 주변을 감쌌고 대충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강아지를 부르듯 휘파람을 휘휘 불며 걸어왔다. 분위기가 이상하다는걸 눈치채고 뒷걸음질 치자 학연의 뒤에있던 남자가 등을 밀쳐 앞으로 밀었다.
활잡이는 처음인데, 괜찮네. 남자는 씩 웃으며 잡힌 돼지를 흘끗 바라보고선 학연을 한번 쭉 훑었다. 학연은 남자의 손에 들린 총을 한번 내려다보고선 활을 겨눌 준비를 했다. 그러자 남자는 손바닥을 들어 말리는 시늉을 하며 진정하라 이야기했고 다시 베실베실 웃었다.
" 누가 죽고 죽이는 게임하쟀나, 이런 상황에서는 같이 사는게 좋지. "
" 그럼 길 막지마,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니까. "
" 에이, 그렇게는 안되지. 우리한테도 활잡이가 좀 필요한데. 어디, 그룹에 속해있나? "
" 속해있으니까 제발 길 좀. "
" 우리 그룹엔 여자가 많아, 그게 무슨소린지 알아? "
이거, 이거. 남자는 한 손을 둥글게 말아쥐고선 반대손 검지 손가락으로 그 구멍에 넣었다 뺐다 하는 손동작을 보였고 그 모습을 본 남자들은 낄낄 거리기 바빴다. 학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우두머리의 어깨를 밀치고선 걸음을 옮겼으나 거칠게 팔목을 붙잡고 돌린 남자 탓에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남자는 씩씩거리며 총을 꺼내들었고 학연도 이내 팔을 뿌리치고선 활을 겨눴다.
" 총이 빠른지 활이 빠른지 겨루자는거냐? "
" 좋을대로. "
" 이, 씨발… "
탕, 하는 소리가 들리고 시위를 당기던 손을 놓아버리고선 눈을 질끈 감고 택운을 생각했다. 아아. 택운아, 먼저가는 나를 원망해라. 그러나 정신을 잃기는 커녕 자신을 당기는 손길에 눈을 떴다. 눈 앞에 보이는건 자신의 앞에있는 택운의 등과 어깨를 감싸고있는 홍빈, 총을 잡았던 손은 피로 물들어있고 어깨에는 제 화살이 박혀있는 우두머리와 겁에질린 다른 남자들이었다.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홍빈을 바라보자 홍빈은 어깨를 한번 으쓱 하고선 택운을 부르고선 고개를 까딱이고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택운은 발로 남자의 복부를 한 번 걷어차고선 놀라 서있는 남자에게 붕대를 집어던졌다.
" 무기있는 놈을 찾으려고 돌아다니는거면 총 좀 들고다녀, 새끼들아. "
" …… "
" 그러지도 않으면서 무슨 그룹에 들어오래, 무슨. "
택운은 뒤돌아 학연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고 홍빈에게 기대어 걸어가는 학연의 어깨를 잡아세우고선 자신에게 기대게 하고선 걸어갔다. 돼지를 잡았으니 오늘 식량은 걱정말라며 웃는 학연에게 꿀밤 한대를 때리고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학연은 울상을 지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홍빈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
배도 부르고 옷을 좀 껴입으니 날씨도 버틸만하고 잠들기 딱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빈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었다. 닦았던 총을 다시 집어들어 닦고 총알이 몇개나 남았는지 세고 잘 기억나지도 않는 재환의 얼굴을 그리려고 연필을 들었다가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아 다시 내려놓고. 느리게 가는 시간을 버티려 애쓰고 있었다. 옷과 옷이 스치는 소리가 오늘따라 조금 컸던지 학연은 부시시한 머리로 일어나 빤히 홍빈을 바라보다 푹 잠긴 목소리로 안자? 하고 물었다. 그냥, 잠이 안와요… 하고 흐지부지 넘어가려는 홍빈에게 기어코 다가온 학연은 옆자리에 걸터앉아 홍빈의 손을 잡으며 무슨일이냐며 물었고 그 다정함에 그간 설움이 밀려와 눈물이 울컥 터져 고개만 숙이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학연은 그런 홍빈을 바라보다 품에 안고선 등을 두들겼다.
" 꿈에, 꿈에 자꾸 재환이형이 나와요. 흐… "
" …… "
" 언제는 처음 만났을때고 언제는 웃고 떠들던 때고 언제는 마지막으로 보던때인데 그 꿈을 꾸다보면 꿈인걸 알아차려요. "
" …… "
" 그리고 재환이형은 어느순간 사라져요, 그리고 꿈에서 깨면, 깨면… 죽고싶어져요. "
죽고싶어져요. 그 말에 학연은 홍빈의 어깨를 세게 붙잡았다. 얼굴 가득 눈물로 젖은 홍빈을 바라보다 손으로 벅벅 눈물을 닦아냈다. 재환이를 곧 만날꺼야. 그 말에 홍빈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고 학연은 가슴 언저리가 쓰렸다. 재환이는 살아서 다시 너랑 만날꺼야, 그러니까 너도 살아야돼. 홍빈은 퉁퉁 부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학연은 다시 홍빈을 끌어안아 안쓰럽다는 듯 홍빈의 뒷통수를 쓰다듬었다.
" 얼른 자, 좋은 꿈 꾸고. "
학연의 잔잔한 말을 마지막으로 잠에 들었다. 여느때같이 꿈에는 재환이 나왔지만 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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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방학은 잘 보내고 계세요? 저는 엄청 타서 고생중;ㅅ;
업뎃이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ㅠㅠㅠ.. 하지만 이제 컴퓨터가 고쳐졌으니 지금보단 자주 올라올 것 같아요!(감격)
근데 미리 써놓은 휴대폰이 망가짐..ㅎㅎㅎㅎㅎㅎ 왜 하나가 고쳐지면 하나가 망가지는거죠ㅕ?
물에 빠뜨린 저를 탓하세여 여러부뉴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며칠 뒤에 다시 써서 올릴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용!
아무래도 곧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 다섯편, 여섯편 이내로 될 것 같네요(다른게 생각나서 추가되면 늘어나겠지만 지금 콘티상은 그래용)
이번편은 택엔 분량이 많았으니까 다음편은 랍혁이고 다음은 메인인 켄홍이에요! 사실 이별한 켄홍은 쓰는 저도 마음이 아파영..☆★
언제나 봐주시는 모든 분들과 신알신 해주신 분들 감사하고
암호닉 갑대님 망고님 포근님 정모카님 모카콩님 바람님 별빛향기님 하튜님 민트님 운아님!
전부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맞춤법이나 오타지적, 피드백할 문제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