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얼거리는 목소리가 꽤나 간질간질한 기분을 한아름 안겨준다. 너는 이런 작고 사소한 일에도 날 설레이고 두근거리게 만드는걸 아는건지, 이젠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면서 습관처럼 입술을 오물거리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반짝거리는 두 눈동자에 내가 담겨진 모습은 날 바보같이 만든다. 베실베실 웃고 있는 날 따라 환하게 웃어주는 너를 나는 정말로,
[카세]니가 좋다.
꿈인가 싶어 볼을 쎄게 꼬집어봐도, 눈을 감았다가 떠봐도 너는 사라지지않는다.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너와 나는 연인이다. 마음 한켠이 두둥실하니 떠오르는 기분이 계속 내 주변을 맴돈다. 이대로 세훈이의 손을 잡고 학교까지 날아가버릴 느낌에 두눈이 가늘게 휘어질만큼 웃어보였다.
나는 너만을…,
***
세훈이는 천성부터가 착한 녀석이였다. 어릴적엔 길거리에 보이는 불쌍한 고양이나 강아지를 보는 족족 집으로 데리고 와 아주머니에게 꽤나 잔소리를 듣던 12살짜리 꼬맹이는 이제 동물들에게 시선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는고, 남들이 다 무시할때 너는 바보처럼 내 곁에서 동네 녀석들과 함께 했을 놀이들을 알려줬다. 나는 너밖에 없었다. 늘 밤에 바쁘던 엄마와 7살 이후론 이름도 듣지못한 아빠 사이에서 난 오세훈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처절하게 절망했던 시절이 있었다. 오세훈은 날 아직도 12살에 놀이터 한 구석에 쭈구리고 앉은 작은 아이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자신이 지켜줘야할 상대라고 6년이 지난 지금에도 날 그런 눈으로 쳐다봤다.
"종인아,밥 먹으러 가자"
텅 빈 교실, 책상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나에게 너는 어느때처럼 다가왔다. 그날따라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던것같았다. 나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짓던 너를 지켜만 보기엔 내가 너무 너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내 머리는 늘 속상할정도로 솔직했다.
"좋아해"
"…"
"좋아해,세훈아"
아무말도 하지 않던 너에게 나는 너무 감정적이였다. 너가 어쩔 수 없이 날 받아줄꺼란것도 알 수 있었다. 너는 날 좋아하지않는다. 그러나 세훈은 착한 녀석이다. 뻔한 결말이였다.
"응,종인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게 고개를 끄덕이며 … 너는, 날 어떤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지…?
***
너는 늘 나에게 처음이야, 그래서 그게 문젠거야, 너는 늘 나의 처음이니까
처음이라서 아무것도 모르거든, 그래서 둘 다 더이상 서있기도 벅찰만큼 다친거야…
변명이란거 다 알고 있다. 내 잘못을 너에게, 내가 너무 서툴어서 그런거라 떠밀고 있다는거…알고 있다. 이 거지같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을 진하게 채워넣어버린 소설의 결말은 어차피 다른 사람들에겐 흔적도 없이 잊혀질것이다. 강하게 내려쬐던 햇볕이 어느새 나를 외면해버리고야 말았다. 내 마음에도, 너의 마음에도, 그리고 오늘도 비가 내린다. 단 한순간도 쉬지않고 강하게 나를 벌한다.
***
잠에서 깨어난 나는 눈을 뜨기가 점점 두려워졌다. 날 부르던 너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나의 곁에 있어주던 너의 향이 점점 옅어지고, 내 눈동자를 가득히 채우던 너가…
사라졌다.
***
아…이제서야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햇빛이 강하게 내려쬐던 그 날, 너는 날 두려운 눈으로 쳐다봤다. 입꼬리만 올려서 나를 내려보며 미소를 짓던 너가, 겁에 질려서 나를 올려다보던 너가, 입을 맞추던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내 뺨을 내려치던 니가, 강하게 너의 안을 탐하고 쑤셔넣던 날 보며 울던 니가…
나는 정말 너가 좋았던걸까? 그 아이의 목을 조르는 순간에서야 나는 깊게 생각해본다.
그저 너는 나의 처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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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시작은 달달함이였는데 왜 끝은 이리도 암울한지 ㅋㅋㅋㅋㅋ
세훈이와 종인이는 소꿉친구?정도, 종인이 어머니는 밤에 바쁘십니다. 왜 밤에 바쁘실까요?
...밤일을 하시는 분이라서 주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요. 그걸 세훈이가 감싸주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고2가 됩니다. 종인이는 충동적인 아이예요. 그래서 대뜸 고백을 한거고
세훈이는 마지못해서 받아줘요, 종인이가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근데 종인이가 세훈이를 죽여요, 정말 말그대로 충동적으로 죽입니다.
그리고 종인이는 세훈이를 죽이던 그 순간에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는데 그 중에 하나가
나는 과연 널 좋아했을까? 예요, 결론은 종인이에게 세훈이는 그저 처음입니다.
혹시 이해가 안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그냥 제가 생각한 의도를 쓴거예요..제 손이 곶_곶 라서
이것밖에 표현이 안됐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