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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보통의 하루 (inst.) - 정승환












숙소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괜히 들어갔다가 또 로그인샷이다 뭐다, 술게임이다 뭐다 난리를 칠 것 같아 걸음을 멈췄다. 날이 쌀쌀했지만 따뜻한 안보다는 나았다. 그 이질적인 분위기보다 이 고독함이 내게는 더 잘 어울렸다. 천천히,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걸어가던 도중이었다. 누나!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그 목소리에 자동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강다니엘이었다. 나도 모르게 내 입꼬리가 올라가는게 느껴졌다.



" 여기서 뭐해요? 날도 추운데. "
" ...그냥. 바람 좀 쐬고 싶어서... 넌? "
" 아. 저도 그냥. 바람 좀 쐬려고. 안에 애들이 오죽 저만 찾아다녀야 말이죠. 술 대신 마셔주는 것도 지겹고. "



강다니엘과 그렇게 천천히, 또다시 느릿느릿 걷기 시작했다. 가로등 아래 울퉁불퉁한 그 길을. 어디로 가는지는 몰랐지만 목적지가 없어도, 날이 쌀쌀해도 그저 좋았다. 강다니엘이 이렇게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으니까.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원하는 강다니엘을 보며 어쩐지 다른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렇게 둘만 있게 되자 참 모순되게도 설레기 시작했다. 



" ...누나 담배폈죠? "
" ...아. "



뜬금없이 꺼낸 말에 놀라 나도 모르게 주춤하자 강다니엘이 씩 웃었다. 아이, 누나. 담배 냄새 난다고 뭐라 그러는게 아니라. 강다니엘이 그렇게 말하며 내 옆으로 한발짝 더 다가왔다. 내 머리에, 내 손에, 그리고 내 이 얇은 가디건에 아까까지 뻑뻑 피워댔던 담배향이 배기지 않았을 리가 없다. 어차피 강다니엘도 나도 서로 흡연자인걸 알면서도 내가 이렇게까지 놀라는 이유를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그냥, 이 해로운 냄새를 맡게해주고 싶지않아서 그런걸까.



" 담배 피지마요. 속도 안 좋으면서. "
" ...어? "



강다니엘이 그렇게 말하며 뒷머리를 털었다. 아니, 뭐. 누나 아까부터 표정도 안 좋고... 그래서. 몸 안 좋은 것 같은데 담배까지 피지 말라고요. 강다니엘이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갤x스. 속쓰림에 좋은 위약이었다. 



" 이걸 왜... "
" 누나한테 필요할 것 같아서 챙겼죠. "
" ... "
" 누나, 술도 잘 못 마시잖아요. 재환이한테 들어보니 그렇던데. "



순간, 아까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마주쳤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 때 내가 토한 소리를 들은건가...? 강다니엘이 내민 x포스를 받아들자 강다니엘이 후아, 하고 숨을 크게 내뱉었다. 그 숨에서 알싸한 담배향이 뿜어져 나왔다. 



" 누나한테 피지 말라 그래놓고 사실 저도 방금 전에 피다 와서. "
" 아냐. 너한테 담배 냄새 하나도 안 났는데... "



강다니엘이 숨을 내뱉지 않았으면 담배를 폈는지도 몰랐을거다. 오히려 강다니엘에게선 은은한 좋은 냄새가 났다. 담배냄새와 섞여서 이런 향이 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 말에 강다니엘이 머쓱한 지 입을 가리며 웃었다. 어쨌든 고마워.... 부끄러운 마음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강다니엘이 손사레를 쳤다.



" 에이, 고맙긴요. 누나가 상비약 어딨는지 모를까봐 하나 챙겼는데 마침 여기서 누나 딱 만나서. 아. 근데 누나 혹시 향수 뿌리는거 있어요? "
" ...향수? "



내 말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강다니엘을 보면서 참 모두에게 배려심이 넘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강다니엘을 누가 싫어하겠어. 지금 나조차도 이렇게 심장이 쿵쿵거리는데. 



" 저 항상 담배 피고나면 이 향수 뿌리거든요. 냄새도 많이 잡아주고 해서. 사실 애들은 저 담배피는 것도 모르고 해서... 또 담배 냄새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누나도 혹시 필요하면 뿌려보라구요. "



강다니엘이 그 말을 하며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전 항상 챙기고 다니거든요. 그 말을 하며 씩 웃는 강다니엘과 그 밤공기와 그 향이 참으로 잘 어울렸다. 연신 고마워, 만 내뱉는 나였다. 강다니엘이 건넨 작은 병을 받아 들고 손목과 목에 살짝 뿌리자 강다니엘과 같은 향이 났다. 



" 앞으로는 누나 이거 안 뿌려도 되게 좀만 적게 피워요. "
" 어... 나한테 그렇게 담배 냄새 심하게 났어? "
" 헐.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그냥 누나 걱...정되니까. 속 안 좋은데 자꾸 피면, 건강 나빠지니까요. "



강다니엘이 눈알을 도르르 굴리더니 다시 씩 웃으며 말했다. 그 다정한 말에 또 두근거리는 나였다. 그러다 문득 강다니엘 뒤에 서있는 가로등 불빛에 나방이 몰려드는게 보였다. 그 불이 자신을 타죽게 만들거라는 걸 알긴하는지 모르는지 달려드는게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을 잊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니까 그렇겠지. 다시 시선이 강다니엘에게로 향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온 몸에 느껴져 파르르 떨리는 것 같기도 했다. 강다니엘은 어쩌면 그런 나를 보고 추워서 그러는건가 보다, 싶을 수도 있겠지. 차라리 그 편이 나았다. 몰랐으면 했다. 이 다정함이 나에게 치명적이라는 걸, 이 배려가 나를 자꾸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게 만든다는 걸 몰랐으면 했다.











[워너원/강다니엘/김재환] 전지적 짝사랑 시점 A-6 | 인스티즈

[워너원/강다니엘/김재환] 전지적 짝사랑 시점 A-6 | 인스티즈



전지적 짝사랑 시점

A-6












대충 세수를 하고 머리를 질끈 묶고. 거울에 비친 나는 정말로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알바를 하고 와선 저녁도 못 먹고, 그마저 먹은 것도 다 게워낸채로 못하는 술을 몇 잔 마셨으니 그럴만 했다. 누굴 탓하겠어. 여긴 괜히 왜 와가지고. 헛웃음을 지었다가 수건에 얼굴을 묻은 순간 훅 느껴지는 강다니엘의 향에 놀라고 말았다. 강다니엘에게서 났던 그 향이 지금 나에게서도 나고있다. 



" 미쳤다.. 미쳤어... "



수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미친사람처럼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대체 내 마음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자 조금 전과 다르게 평소 잘 보지 못하던 미소를 짓고 있는 내가 보였다. 강다니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웃을 수 있다는게 어이가 없으면서도 설렜다. 나는 이 엠티에 와서 나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 사살을 했으면서도 모순적이게 강다니엘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고 있었다. 



" 여기서 잘래? 여자방은 이미 다 찼어. 아마 코고는 애들도 있고, 술주정하는 애들도 있어서 시끄러울거야. "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보이는건 군데군데 널브러져 있는 동기 몇몇과 이부자리를 펴고 있는 김재환과 강다니엘 그리고 몇몇 여자 동기들이었다. 내가 강다니엘과 숙소로 돌아왔을 때, 이미 한바탕 난리가 난 후였고 다들 강다니엘을 보며 어디를 갔냐고 투정을 부렸다. 그 옆의 나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듯 했지만 강다니엘의 눈짓에 강다니엘의 옆에 앉을 수 있었다. 



' 누나, 이미 다들 많이 취해서 어차피 게임하면 금방 끝날거에요. '



강다니엘이 내게 소근거렸다. 그 숨에서 아주 적게나마 담배향이 난다는걸 이 애들은 알고 있을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다니엘이 내게서 물러나고는 자, 다들 나 기다렸다니까 한방에 가게 해주게쓰. 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세게 내리쳤다. 강다니엘은, 알까? 자기가 진짜 신날 때면 토끼처럼 앞니를 보이는 웃음을 짓는다는걸. 그 애가 행복해하는 순간에 내가 바로 옆에 있어서 행복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더라도 이 애 옆만 있으면 나도 무언가 밝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이 모순적인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강다니엘, 그 애 때문이었다. 



" ...그래. "



애초에 여자방에 가서 잘 생각은 없었다. 이미 깨어있는 몇몇 애들이 소근소근 저들끼리 떠들다 내가 들어오면 갑자기 조용해지는데, 내가 그 틈에서 불편하게 자고 싶을 리가 없었다. 김재환이 중앙 기둥 옆에 있는 담요를 깔고는 탁탁 손으로 먼지나게 담요를 쳤다.



" 여기서 자라. "
" 고마워. "
" 뭘. 담요 딱 하나 남은거 양보해주는거야. 내가. "



김재환이 그렇게 말하며 내게 담요를 한 장 더 건넸다. 따뜻하게 자야지. 너 옷도 얇게 입었잖아. 



" 재환아~ 남자방 들어가서 베개랑 담요 좀 더 가지고 와야겠다. "
" 어어, 알았어. 여자방에는 아예 없지 여분이? "
" 응. 여자애들 거의 다 저 방에서 자서. 부탁 좀 할게. 내가 들어갈 순 없어서. "



부과대의 부름에 김재환이 즉각 대답했다. 김재환이 준 담요를 받아들고 베개를 깔고 누웠다. 현관 조명 하나만 은은하게 켜져 있었고, 깨있는 몇몇 애들이 소근소근 필요한 물품을 말하며 대화를 건넸다. 그 소음이 아까 전 술 마실 때보다 훨씬 듣기 좋아 금방 잠에 들 줄 알았다. 몸을 뒤척이자 나는 향수 냄새가 은근히 나의 잠을 방해했다. 그 향을 맡으면 강다니엘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즐거워하는 강다니엘, 토끼 이를 만들며 웃는 강다니엘, 내게 속쓰림 약을 건네던 강다니엘, 나와 발맞춰 걷던 강다니엘, 나에게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얘기를 하며 머쓱하게 웃는 강다니엘... 그 애의 모습엔 온통 밝음이 가득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 앞으로는 누나 이거 안 뿌려도 되게 좀만 적게 피워요. '



강다니엘의 그 말을 곱씹었다. 담배를 줄여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말을 떠올리는데 왜 지금부터라도 담배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걸까.



' 헐.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그냥 누나 걱...정되니까. 속 안 좋은데 자꾸 피면, 건강 나빠지니까요. '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말하던 강다니엘의 모습이 생각났다. 나를 걱정하는 그 말투가 참 따뜻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듣는 그 다정한 말 한마디가 이렇게 파급력이 클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잠이 안 와 뒤척이는 내가 강다니엘이 뿌리는 향수의 향을 맡고 담배를 줄일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 두번째 손가락과 세번째 손가락 사이에 밴 담배향이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오늘 수고했어. 피곤할텐데 빨리 자. "
" 내가 뭐 한게 있나. 다니엘이 다 했지. 근데 걘 또 어디갔어? "
" 몰라. 뭐 밖에 정리하고 있나보지. "
" ...그래? 그럼 나도 나갔다올게. 명색에 부과대인데 과대 혼자 일 시킬 수 있겠어, 내가? "
" 그렇게 나가면 감기걸려. 춥다. 얼른 자, 그냥. "



근처에서 김재환과 부과대 여자애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재환은 정말 피곤한지 목소리까지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과대는 부스럭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듯 했다. 신발을 신는듯한 소리가 들리고 김재환의 말소리는 끊겼다. 금방 잠에 든 것 같았다. 하긴 그렇게 바쁘게 다녔는데... 숙소 현관문이 끼익,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가 쿵. 하고 작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오히려 잠이 더 깨버린 나였다. 안 그래도 통 잠이 오지 않던 차에. 



" ... "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금세 모두 잠든 것 같았다. 코를 골고 자는 애도 있었고, 새근새근 곤히 자는 애도 있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바람을 조금 더 쐬고싶었다. 아니 사실은, 아까 강다니엘과 걷던 그 장소를 걸으며 곱씹고 싶었다. 내가 피어오른 이 설렘과 행복감을 조금 더 누리고 싶었다.


















새벽 공기는 훨씬 더 쌀쌀했다. 입에서는 입김이 나왔다. 그래도 좋았다. 오히려 더 화한 느낌이 들어 강다니엘이 뿌려준 향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자꾸 스멀스멀 웃음이 피어오르고 나도 모르게 강다니엘과 함께 했던 몇 안되는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 때의 나는 아까 세수를 할 때처럼 처음 보는 그런 미소를 짓고 있었을까. 나는 이 곳에서 내가 이런 분위기에, 이런 밝음에 어울리지 않다고 자조를 했으면서 다시 그 밝음 속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부정했던 그 나방처럼.

잘 보지 않는 휴대폰을 꺼내 카카오톡앱을 눌러 강다니엘과 했던 톡방을 들어갔다. 그 대화를 다시 올려보며, 이 애가 언제 이렇게 크게 내 마음에 자리잡게 되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처음 본 순간부터, 내가 날을 세우고 대하던 그 날부터 어쩌면 나는 강다니엘을 부러워하고, 궁금해하고, 그리고... 그 아이에게 관심을 가졌던 걸지도 모른다. 



' 안녕하세요, 누나. '
' ...여기 네 자리 맡아놓은거 아닌데. '
' 가방 놔두려고요? 주세요. 제 옆에 놔둘게요. '



불평불만으로, 자격지심으로, 열등감으로 가득차 있던 내가 너에게 날을 세웠을 때, 이미 그 때부터 사실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 피곤할텐데 힘내요. 누나.'
' ...고마워. '
' 저는 여기서 전공 수업 들어서. '



너를 신경쓰고, 너를 부러워하고, 너를 궁금해하고. 왜 그렇게 벽을 치고 날을 세우는 나에게 끊임없이 다가오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 그래도 누나가 만든게 더 맛있네요. '
' ...미안. 그때 내가 너무 달게 해서. '
' 아니에요. 저 단 거 짱 좋아하거든요. '



그리고 그게 너의 성격이고, 너의 밝음이고, 너의 배려 때문이란걸 알았을 때 나는 너에게 마음을 열 수 밖에 없었다.



누나!
저장했어요?
ㅋㅋㅋㅋㅋ
저 다니엘이요



이런 나에게까지 그 따뜻함이 손을 뻗는데 내가 어떻게 강다니엘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 지금은 누나가 절 좋게 봐주잖아요. 그래서 괜찮아요. '



너의 어둠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내게 말하던 너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 날 너무 좋게만 봐주니까, 나도 모르게 솔직하게 다 말하게 되잖아요. 나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라고. 누나가 날 좋은 사람으로 봐주니까 솔직하게 다 말하게 되나봐요. 음, 어쩌다보니 담배 피는 것도 걸렸고? '



그 와중에도 나를 좋게만 봐주는 너를, 내가 대체 어떻게 좋아하지 않고 배기겠어.
그 와중에도 나와 어울리지 않는 이 곳에서 나 스스로에게도 거짓만을 말하는 나를 솔직하게 만들어주는 너를 대체. 어떻게.



' 헐.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그냥 누나 걱...정되니까. 속 안 좋은데 자꾸 피면, 건강 나빠지니까요. '



너처럼 밝아지고 싶었다. 너처럼 아무렇지 않게 내 열등감을, 내 자격지심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었으면 했다. 너처럼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두운 곳에서, 혼자, 담배를 피며 작은 여유를 부리는 그런 것말고. 어떤 날은 네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나도 예쁘게 미소지어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당당한 모습으로 동기들 틈에서 하하호호 해보고 싶었다. 너는 내 열등감을, 그리고 이 자격지심을 솔직함으로 바꿔버리는 순간들이 잦았다. 그럴 때면 나도 꼭 너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너를 좋아하고, 너를 동경하고, 너를 닮고 싶은 나였다. 둘만의 시간이 참으로 좋으면서도 슬펐던 이유는, 네가 없을 때 나 혼자만의 시간이 언제나 나에게 너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일깨워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모순된 마음을 품어왔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너의 향이 스며든 나를 보고서 또...



" 아까 내 흑기사 해줘서 고마워. "
" 아냐... 뭐. 너 술 잘 못 마시잖아. "
" ...저기 있잖아, 니엘아. "



나와는 새삼 다른 애교가 가득 담긴 부과대의 목소리였다. 두 사람의 실루엣이 겹쳐보였다. 사실 아까 숙소에서 술게임을 할 때 저 둘이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을 한 나였다. 생글생글 잘 웃는데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서 그랬을까. 강다니엘을 좋아하는 나였음에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 둘의 뒤를 일정거리를 두고 몰래 서있는 내가 그림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발끝에 간신히 닿기만 하고 가까워질 수 없는 그림자가.



" 그게 말이야... 지금 아니면 내가 말 못 할 것 같아서 그러는데. "



너를 좋아하고, 너를 동경하고, 너를 닮고 싶은 나였다. 둘만의 시간이 참으로 좋으면서도 슬펐던 이유는, 네가 없을 때 나 혼자만의 시간이 언제나 나에게 너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일깨워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모순된 마음을 품어왔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너의 향이 스며든 나를 보고서 또... 너에게 고백을 하는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누군가를 보고서 너를 생각보다 아주 많이 좋아했었단걸 안 나였다. 

결국 그 자리에서 다 듣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 걷는 나였다. 부러웠다. 강다니엘이 짓는 웃음과 비슷한 웃음을 짓고 밝은 에너지를 뿜는 저 애가 부러웠다. 내가 원하고 있었던 그 자리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 애가 부러웠다. 나와 정 딴판인 것 같은 그 애가, 강다니엘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그 애가... 부러웠다. 그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팍 하고 터진 기분이 들었다. 김재환을 만날 때 눈 주위를 꾹꾹 눌렀던 것처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내내 내 눈을 꾹꾹 눌러봤지만 오히려 더 울음만 나올 뿐이었다. 소리 없는 울음이 계속해서 내 볼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나와 다른 곳에서 빛나는 강다니엘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비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꿈꿀 수 없는 영역을 넘보는 것 같았다. 잠시나마 강다니엘과 내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한 내가 부끄러웠고, 어쩌면 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설렘에 부풀었던 내가 바보 같았고, 결국 자신의 현실을 제일 잘 알면서 그 현실을 잠깐이나마 외면하려고 했던 내가 멍청하게 느껴졌다.



" 좋아해... "



울먹이며 내가 조용하게 꺼낸 말이었다. 쇳소리처럼 나온 말들은 그 누구의 귀도 아닌 내 귓가에만 들려왔다. 나는 과연 너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하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너의 호의가, 너의 배려가 내게는 참으로 따뜻한 것이었음을 알았다면 너는 내게 그런 것들을 함부로 보여주었을까. 나와는 너무 다른, 그리고 너와는 참 비슷한 그 아이가 너에게 고백을 꺼낼거란 생각에 나는 혼자 상처받고 있었다. 결국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나였다. 이런 못난 마음만 가진 나였다. 

누려보지 못한 것은 가지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누려본 것은, 언제고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는게 당연하다. 네 호의가 내겐 그랬다. 쉽게는 포기가 되지 않을 마음이었다. 오히려 앓으면 더 앓았지, 금방 빠져나올 수는 없는 감정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은 죽는게 당연하다. 네게 전달되지 못할 이 마음을 혼자 가지고 있다간 내가 병이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또 합리화를 시작한다. 너를 조금만 더 좋아하다가 그만두기로. 어제도, 오늘도, 그제도, 너와 함께 했던 순간들과 너에게 느꼈던 이 설렘들은 사실 내 일상과 다를게 없었다고. 아무 일 없는 듯이 보통의 하루가 지나갔다고. 늘 그렇듯이, 단조롭고, 고독하고, 누구도 나의 선을 넘어오지 않아 상처 받을 일이 없는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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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헛헛.. 너무 급 마무리가 된 느낌인가요? 저는 오히려 여주가 요런 감정으로 마무리 하는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다녜루의 마음을 모르지만!! 애초에 고백도 할 생각이 없었던 여주가 (엉엉)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자각하고 합리화하는게.. 어쩌면 여주가 2N년 동안 살아왔던 방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흐극..

하지만 끝이 아니랍니다 !!!!!!!

왜 A-1~6까지였ㄴㅑ면!!! 여주의 시점이었기 때문이에요...

네.. 그 말은 B도 있고 C도 있단 말...!!


같은 에피소드를 다른 시점으로 풀어내는 것도 있을거고 새로운 에피소드도 있을 거에요! (그래서 제목이 전지적 '짝사랑' 시점입니다ㅎㅎ)

그.. 리구... 아마... 울 여주... 이렇게 행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끝내는건 원하지 않는 분들이 많을거기 때문에,.. 아마 추가적인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ㄴㅣ다 허헝..


과연.. 다녤과 재환이는.. 무슨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요? 다들 너무나 확고하게!!! 여주-다녤 / 여주-재환을 밀고 계셔서 ㅎㅎㅎ 뭔가.. 조금 더 복합적인.. 감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ㅎ


무튼 아직 완전한 마무리를 지은건 아니지만..! 제가 왜 이야기를 썼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현실에는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킨 사람보다는 고구마를 백개 먹은듯 답답하게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구 항상 행복하고 밝은 사람들보다 마음 한 구석에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하구요...!

여주가 물론 극단적으로 남들과 관계를 맺고 살지는 않지만 그런 사람들도 꽤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주 이름이 한번도 안 나와요.. 치환도 일부러 안 넣었구요 캬캬!)

이런 여주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풀어내면서 어쩌면 상대방은 모르지만 나는 너무나 심하게 앓고 있는 짝사랑을 더 절절하게 풀어내보고 싶었어요.. 네...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어요... 

X.X 오히려 독자님들께 고구마 오조오억개 먹인 기분이라 제가 죄송합니다.. 후후.. 사실 이 이야기를 쓰면서도 한번도 후련한 적이 없었어요 ...캬캬...


그치만!! 아직 얘기가 더 남아있으니깐 ㅜㅜㅜㅜ 조금만 더 지ㅋㅕ봐주세요 (본격 인내심 필요한 글 ㅋㅋㅋㅋㅋ)


항상 항상 애정어린 댓글 써주시는 독자님들 너무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T.T 제가 지치지 않고 글을 쓰는건 다 여러분 덕이에요

알러뷰 쏘마치입니다

하투하뚜













 
독자1
여주야 울지마 ㅠㅠㅠㅠㅠ 네가 울면 나도 슬퍼 ㅠㅠ 작가님 저도 이런 전개가 현실적이고 좋은 것 같아요~ 오늘 다니엘이 여주를 챙겨주는 모습이 아주... ㅎㅎ 좋네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서 너무 귀여워요 ㅎㅎ 앞으로 B와 C도 있다니... 제목이 그런 뜻이었다니!!!!!!! ㅠㅠㅠㅠㅠㅠㅠ 너무 기대돼요 정말 ㅠㅠㅠㅠㅠ 재환이의 마음이 너무너무 궁금했었거든요... 그리고 다니엘의 마음도 너무 궁금하구요 ㅠㅠ 다음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5년 전
독자2
우리 여주 사랑 듬뿍 받게 해주세여 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5년 전
독자3
누굴 만나도 여주는 사랑받고 많이 바뀔거에오😂
5년 전
독자4
이거 뭐예요 너무 재미나요ㅠㅠㅠㅠ 인기글에 있어서 ᴀ부터 정주행했어요
여주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라 속상하기도 하구ㅜ
신알신해요!

5년 전
비회원116.170
여주랑 재환이랑 이어지는 외전도 만들어주시나용..ㅠㅠ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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