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잃은 나비는 날 수 없다
written by. Thames
백현은 테이블 위에 있던 알약을 두 개 삼키며 타오를 쳐다봤다. 타오는 팔짱을 끼고 약을 먹는 백현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기만했다. 흰 셔츠에, 검은색 수트팬츠를 입은 타오는 조금 수척해보였다. 목구멍에 물을 흘려보내며 백현은 작게 기침을 했다. 타오는 백현이 기침을 하자 놀라서는 가까이 다가와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타오는 필요 이상으로 백현을 주시하고 보호했다. 백현은 그 과잉보호가 썩 나쁘지않았지만 그렇다고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큼 좋지도 않았다. 여전히 피아노는 칠 수 없다. 손에 난 상처와 흉터는 모두 아문지 오래였고 악보를 직접쓸 수 있을만큼 움직임도 괜찮았다. 가끔씩 검지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눌러볼때면 예전만큼의 느낌이 없어 조금 어색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백현은 손가락을 세심하게 풀며 건반 위를 하나 하나 힘주어 눌렀다. 손목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피아노, 치지 말랬잖아."
"....치고 싶어서 그랬어요."
"이리와."
".........."
타오는 문턱에 기대어 피아노를 눌러보는, 절대 치지 않고 눌러만 보는 백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백현에게로 팔을 뻗었다. 백현은 피아노의 덮개를 닫고 타오에게로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아직 발에 박힌 상처는 아물지 않아서 걷는 폼이 좀 이상했지만 타오는 애써 무시하며 백현을 안아들었다. 테이블 위에 있던 휴대전화를 들어 어디엔가 전화를 하는 타오는 몹시 기분이 안좋아보였다. 혹시라도 백현은 자신이 피아노를 건드려서 그런걸까 생각하며 타오의 품안으로 더욱 파고 들었다. 타오는 통화중임에도 백현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는 등 다정한 애인노릇을 해주었다. 통화가 끝나고 20~30분 뒤 타오의 수하들이 펜트하우스로 들이닥쳐 펜트하우스의 짐을 싸기 시작했다. 백현은 타오의 품에서 온기를 느끼며 되도록이면 그들을 보지않고싶어 했다. 그 남자가 생각나서, 백현은 두려워서 그들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타오는 그런 백현을 이해한다는듯 더욱 소중히 감싸안았고 백현은 따끔거리는 손을 감싸쥐고는 타오의 품에 가만히 안겨있었다.
"이제, 마카오로 돌아갈거야."
"...응....."
"아마도, 내가 네 옆에서 떨어져있는 일은 거의 없을것같아."
".........."
"그러니까 울지마."
".........."
타오는 그 사이에 눈물이 맺힌 백현을 눈가를 닦아주며 자켓을 백현의 어깨위로 덮어주었다. 백현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뚝뚝 흘려냈고 타오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말하지 않고 눈물섞인 투정을 받아주었다. 한 팔에는 백현을 앉히고 한손으로는 백현의 고개를 잡고 자신을 보게했다. 토끼처럼 빨갛게 충혈된 눈이 안쓰러워 그 위로 입을 맞췄다. 타오는 백현을 안아들고는 피아노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다른 짐들은 다 옮겨졌으나 피아노는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타오는 백현을 피아노 의자에 앉히며 물었다.
"데려갈래?"
".........."
"놓고가도 되고."
"...데려갈래요."
이제까지와는 달리 단호한 백현의 말에 타오는 처음으로 웃었다. 타오는 뒤에서 보고있던 수하들에게 턱끝으로 피아노를 가리켰다. 조심히 다뤄, 너희들 다 합친것보다 비싼거야. 타오는 다시 백현을 안아들고는 펜트 하우스를 나섰다. 5개월 만에 펜트 하우스를 옮기는 백현은 생각보다 많이 아쉬워보였다. 하지만 타오는 백현의 곁에 있어주기 위해서 마카오로 펜트 하우스를 옮기는 것이었기때문에 계획을 변경하거나 무를 수 없었다. 그것은 백현도 잘 알고있었기때문에 거기에 대해 떼쓰지 않았다. 펜트 하우스 바깥에는 은색 마세라티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타오는 익숙하게 조수석의 문을 열어 백현은 앉혔고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운전석에 앉는 타오를 보며 백현은 눈을 감았다. 5개월 전 타오와 처음 만난 날에, 자신의 손은 멀쩡했고 정신도 피폐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교환장학생으로 홍콩에 온 학생이었고, 그때도 타오는 폭력조직의 간부였다. 타오는 달라진게 없는데, 자신은 타오를 만나서 참 많은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며 백현은 고개를 떨궜다. 한국에는 홍콩에서 유럽으로 다시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연락을 취해 놓았고 학교에는 이미 타오가 자퇴서를 내놓은 상태였다. 아주 깔끔하게 정리된 상황을 보고 백현은 얼떨떨했다.
"우리 집은 세나도 광장 거리에 있는 작은 빌라로 구했어."
".........."
"그래야, 어디에 있던 가까이 있을 수 있을것같아서."
".........."
"내가 말했잖아, 이제 혼자 두지 않는다고."
".........."
백현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타오가 당연히 해줘야 할 일이었다. 백현은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지만 타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것은 어찌할수가 없었다. 제 손을 망가뜨리곤 저를 한국으로 보내버리려고 했으면서. 근 2개월 동안 타오는 백현에게 성실했다. 물론 성실하지 않은 적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특히 더 성실했다. 눈을 뜨면 옆에는 타오가 잠들어 있었고, 눈을 감기 전에 마지막으로 눈에 담는것도 타오의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손을 다치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대해줬을까 하는 의문이 백현에게는 항상 따라다녔다. 타오는 그런 백현을 아는지 모르는지 깨지는 물건 다루듯 항상 안아들고 다녔다. 백현은 애써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했다. 타오는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백현을 보며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왜 그래, 혼자. 어디 아파?"
".....있잖아요,"
"듣고 있어."
"...나 손 안다쳤어도 이렇게 해줄거였어요...?"
예상과 빗겨간 백현의 질문에 타오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급하게 차를 도로변에 정차했다. 백현은 갑작스러운 타오의 행동에 깜짝놀라 안전벨트를 꼭 붙잡았다. 숨을 몰아쉬며 갓길에 자동차를 정차한 타오는 백현의 안전벨트를 풀리곤 급하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딱딱하게 닫혀있는 이를 혀로 부드럽게 두드려서 잇새를 벌렸다. 혀와 혀가 섞이며 질척한 소리를 냈고 백현은 적응이 되지 않는듯 숨을 가쁘게 쉬었다. 타오는 약간 난폭하기까지한 키스를 하면서 백현의 손을 그러쥐었다. 하얗고 가느다란 얇은 손. 말랑말랑하고 유연해서 피아노를 치기에 아주 적합한 손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손을 볼때마다 타오는 죄책감에 백현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는데. 백현의 숨이 다해서 넘어갈때 쯤 타오는 입 맞추는것을 멈추고 이어지는 타액을 핥았다. 그리고 열이 올라 빨개진 백현의 얼굴을 커다란 손으로 쓰다듬으며 타오는 입을 열었다.
"네 손이 다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난 이럴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거야."
".........."
"아마 금방 헤어졌을지도 몰라."
".........."
"너한텐 미안하지만, 손 다친게 나한텐 더 좋은 기회인거같아. 널 잃지않게되었으니까."
타오는 느릿하게 말을 이어갔다. 백현은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타오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도 의문이었다. 타오는 지금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손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면서도 이 남자는 계속해서 우회적으로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깎아놓은듯한 턱선이 조금 경련하는듯 보이더니 이내 타오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
"지금 내 곁을 떠나고 싶다면, 떠나."
".........."
입에서 나오는 말과는 다르게 백현의 손을 꼭 잡고 말하는 타오는 약간 청승맞아 보이기까지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듯 필사적으로 백현의 손을 잡고있던 타오에게 백현은 고개를 잡아 자신을 보게했다. 타오의 코가 빨개져있었다. 울어요? 백현의 물음에 대답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던 타오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백현의 얼굴에 이내 눈을 감았다. 처음으로 백현이 먼저 입을 맞춰왔다. 타오는 백현을 가볍게 들어올려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 마세라티의 높고 넓은 자체는 키스하는데에 크나큰 공헌을 했다. 타오의 셔츠깃을 꼭 붙잡고 백현은 쉴틈없이 입을 맞췄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 타오의 얼굴을 적셨지만 둘 중 누구도 그런것을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키스를 하다가 숨이 끊어질때쯤이면 입술을 떼고 다시 입을 맞추고를 몇번이나 반복한 그들은 벌써 차창밖이 어둑해졌다는것도 깨닫지 못했다.
***
타오가 마련한 세나도 광장 거리의 빌라는 생각보다 매우 세련되고 깔끔했다. 말이 작은 집이지 모델하우스와 다름없는 내관에 백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타오는 애써 그런 백현을 눈길을 무시하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방 2개에 넓은 거실 하나. 물론 방 하나는 드레스룸으로, 또 다른 방 하나는 둘의 침실로 사용될것이다. 넓은 거실에는 피아노가 들여져있었다. 스타인웨이 D-274가 들어오기엔 약간 좁은감이 없잖아 있었으나 백현은 피아노를 보는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타오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가만히 피아노의 건반 갯수를 세고있는 백현을 안아들었다. 침실에 들어서자 푹신한 시트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타오는 침대에 백현을 눕히고 셔츠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세나도 광장 거리에서의 첫번째 밤이었다.
나비는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해 숨을 가다듬는다.
끝끝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이 느와르물같지도 않은 느와르물 완결났슴니다..흡...
아 백현이 나이는 21살이고 타오 나이는 29살이에여...8살차잌ㅌㅋㅋㅋㅋ
번외는 다 떡일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백이 아니라서 조회수부터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데 조회수에 비해서
댓글은 되게 고르게 달아주셔서 매우 감사했어요ㅋㅋㅋㅋ
번외는 2개 정도 1.5와 4.2 라는 제목으로 나올거예요
1.5는 1편과 2편 사이에 있었던 일이고, 4.2는 이 완결편끝나고 조금 뒤의 상황입니다
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핡 텍파마니 신청해주시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의없이 이메일만 적으시고 한줄적으시면 저 쿠크다스심장흡...ㅠㅠ
비회원분들은 제 블로그에서 공유글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