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은 피아노, 캔버스, 그리고 연필 입니다
읽고오시면 더 좋아요~
조각조각주의
캔버스, 연필, 그리고 피아노
written by.Thames
찬열은 붓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유화물감이 덕지덕지 묻은 오른손을 들어 교복 와이셔츠에 묻지 않았을까 확인하며 토시를 벗었다. 뒤로 쭉 기지개를 펴며 찬열은 창 밖을 바라봤다. 화창한 초여름이 상쾌했다. 그래서 그림도 거기에 맞추어 꽃이 만발해있던 정원을 그렸다. 너무 평범하고 단조로운 주제일수도 있지만 찬열은 남들과는 다르게 그림을 표현할줄 알았다. 검은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에는 엄청나게 화사한 꽃들이 가득했다. 먹구름과 꽃은 어울리지 않는듯 어울리는 부조화를 이루었다. 찬열은 렘브란트의 그림을 매우 좋아했다. 그 색채와 조명도는 가히 환상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항상 찬양하는 존재였다.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을 교묘히 이용해서 색감과 명도를 완성시키는 천재였다. 오늘도 찬열은 그것을 되새기며 세면대로 가 물을 틀었다. 렘브란트. 찬열이 계속 단어를 중얼거리며 손을 씻자 언제 들어온건지 백현이 찬열의 등에 머리를 박으며 말했다.
"뭐해, 또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지."
"아까 너 봤어."
"언제? 인사 왜 안했어?"
"인사하려고 했는데 뭐가 그렇게 급한지 니가 막 뛰어 가더라고. 그래서 놓쳤지."
선생님한테 곡 뭐 여쭤보러 가고 있었나보다. 백현은 그렇게 대답하며 찬열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손을 씻는 중에 물이 튀었는지 교복 와이셔츠 앞쪽이 조금 젖어있었다. 백현은 책상 위에 제 악보들을 얹고 다시 찬열을 안았다. 찬열을 뒤를 돌아 아이처럼 응석을 부리는 백현을 제 이젤 앞에 앉혔다. 오늘 그린 그림.
"왜 먹구름 밑에 꽃이야? 오늘 날씨 되게 화창해."
"그냥, 화창한 날 꽃은 자주 보는데 흐린 날 꽃은 자주 못보잖아."
그런가, 백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작품을 구석구석 살폈다. 작품 속의 꽃들은 마구 남발해있지 않고 붉은 장미는 붉은 장미대로, 흰 히아신스는 히아신스대로, 노란 튤립은 튤립대로 나누어져 제대로 각을 지키고 있었다. 그 꽃들을 나눈 선은 조그맣게 나있는 길이었고 그 길 위에는 물뿌리개가 놓여져있었다. 뭐야 이건, 허전해서 넣었어? 백현은 물뿌리개를 가리키며 물었지만 찬열은 그저 입가에 미소를 띄며 대답해주지 않았다. 찬열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백현을 달래며 의자를 끌어다가 마주보고 앉았다. 손은 이제 좀 풀리는거같아? 찬열은 백현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백현은 그 손으로 찬열의 말랑말랑한 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잘 움직여서 탈이야. 백현은 찬열의 허벅지 위에 손을 얹고 피아노를 치듯 손을 움직였다.
"오늘 곡 연습하고 있었는데, 경수가 미안하다고 커피줘서 커피마셨어."
"병주고 약주나, 우리 애기 손 몇 주 동안 못쓰게 만들어놓고. 커피마셨어?"
"....아니 그냥 주길래 막 많이 마신건 아니고,"
"그래서 마셨어 안 마셨어, 그것만 말해."
".........."
"대답하자, 백현아."
찬열은 백현의 턱선을 매만지며 말했다. 백현은 찬열의 눈을 피했다. 찬열은 그런 백현이 귀여웠지만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며 엄한척을 했다. 찬열은 백현이 커피같은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 건강하지 않은 몸이었기에 항상 영양제를 달고 살았고 커피는 잠이 안와서 밤을 꼴딱 새고는 하루종인 휘적휘적 다니는 백현이 안쓰러워서 되도록이면 먹이지 않았다. 백현은 찬열의 품에 안기며 애교를 부려댔다. 차녀라 내가 막 먹고 싶어서 먹은게 아니고, 경수가 주길래, 버리면 안되잖아!! 그래서, 마셨어. 백현은 찬열의 입에 쪽 하고 키스했다. 찬열의 표정이 풀리며 백현을 제 허벅지 위에 앉혔다.
"왜 귀여운척해."
"귀여운척이 아니라 귀여운거야."
"요새 느는건 거짓말밖에 없지."
"거짓말 아니잖아, 니가 귀엽다며 찬열아. 나 안귀여워?"
"진짜, 귀엽긴하네."
그치, 백현은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고 입을 맞춰오는 찬열의 혀를 받아들였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학생들은 기숙사 아니면 집으로 모두 돌아간 터라 보는 사람도 없었다. 한참동안 입을 맞추던 찬열은 백현의 번들거리는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주며 조금 웃었다. 왜이렇게 귀여워, 느는건 거짓말이 아니라 애교밖에 없어서는. 자꾸 이렇게 빠져나가는것만 잘하면 곤란한데. 찬열은 백현을 다시 의자에 앉히고 다 마른 캔버스를 화실 뒷 쪽으로 옮겼다. 물통을 비우고, 팔레트를 씻고. 이젤을 다시 접으며 찬열이 분주하게 움직일 동안 백현은 빤히 찬열의 오늘 완성한 그림을 바라보았다. 세가지 다른 색깔의 꽃들, 그것들을 나누는 흙길, 그리고 물통. 먹구름. 되게 오묘한 조화였다.
"있지 찬열아."
"말해, 듣고 있어."
"나 저거 제작의도 말해줘."
".........."
찬열은 대답이 없었다. 그냥 묵묵히 팔레트에 말라붙은 유화물감을 씻고 있었다. 백현은 쪼르르 찬열에게 달려가 옷자락을 잡고 떼를 썼다. 응 찬열아, 저거 말해줘 빨리, 말해줘. 백현이 이 정도로 떼를 쓰면 평소의 찬열은 못이기는척 대답을 해주곤 했는데, 오늘 찬열은 정말 대답을 안 해줄것같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너 진짜 말 안해주지? 진짜 안해주지? 백현은 토라진듯 책상 위에 올려놓은 악보들을 챙기며 화실을 나서려고 했다. 다 씻은 팔레트의 물기를 제거하며 찬열은 그런 백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젖은 손을 닦으며 입을 뗐다.
"앉아, 빨리."
"...말해 줄거야?"
"그래. 말해줄게 빨리 앉아."
그 말에 백현은 언제 나갈 준비를 했냐는듯 찬열의 무릎 위에 앉았다. 찬열은 백현의 뒤에서 안고 그림쪽으로 몸을 돌렸다. 먼 곳에서 바라본 그림은 매우 색채가 다양해 보였다. 회색계열이 가득한 하늘, 파스텔톤의 꽃들과 칙칙한 흙, 그리고 그 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파란 물뿌리개.
"꽃들은, 우리 백현이."
".........."
"흙길은 우리 백현이가 살아가는 현실세계."
"뭐야 그건."
"하늘은 네가 받을 상처나 힘든 일."
".........."
"그리고 물뿌리개는 나."
"..........."
찬열은 뒤에 부가설명을 따로 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백현은 왜 니가 물뿌리개야, 하고 칭얼댔지만 찬열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귀엽다는 표정으로 백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백현이 조금 지쳤을 무렵 찬일 다시 입을 뗐다.
"하늘이 비를 내리긴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구름만 껴 있잖아."
".........."
"꽃한테 물이 필요해."
"...그래서."
"너한테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건 내가 직접, 내 손으로 줄거야."
".........."
"그래서 내가 물뿌리개. 저 꽃들은 저 파란 물뿌리개가 없으면 못살거야."
"그게 뭐야..."
그럼 색깔이 다 다른 건 뭔데. 조금 누그러진 백현의 태도에 찬열은 눈을 깜빡거렸다.
"웃는 변백현, 우는 변백현, 토라진 변백현."
"야!!!"
"왜, 나름 세개 다 매력있어 좋은데 백현아."
".....아 진짜 느끼해 너."
백현은 슬핏 웃으며 고개를 돌려 찬열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우리 찬열이 고생했어. 진짜. 찬열은 단단히 백현의 허리를 받치고 있었다. 백현의 손이 찬열의 목에 감기고 혀가 다시 엉키키 시작했다. 늦은 저녁 불이 켜진 예고 화실에서 둘을 보고 있는 건 아직 물기가 덜 닦인 팔레트와 석고상들 뿐이었다.
니아러젤 미낭러ㅣ나어래제ㅑㄹ미ㅏ어리나ㅓ
갑자기 쓰고싶어서 쓴 피캔그 2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아노 캔버스 그리고 연필의 후속?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그 뒷이야기예요
피캔그가 뭔지모르는분들이 있을거같아서...휴ㅠㅠㅠㅠㅠㅠ
피캔그 읽고 읽으시면 왜 경수가 백현이한테 커피를 줬는지 아실거예요!!!!
그리고 이걸로 나는 피아노변백현의 노예라는걸 입증했네...ㅋㅋㅋㅋㅋ
똥글...오글거리죠...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