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le Smile Smile
written by.Thames
"선생님, 백현이 아직 안왔는데요."
"또 지각이야?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난것같더니."
찬열은 혼잣말을 했다. 아마 뒷말은 아이들이 못들었을거라고 자신하며 출석부에 8번 변백현란을 찾아 줄을 그으려는 찰나에 뒷물이 벌컥하고 열렸다. 땀을 뻘뻘 흘리는 제 강아지가 숨을 고르고 있었다. 찬열은 천천히 뒷문쪽으로 걸어갔다. 넥타이 없고, 와이셔츠 풀려있지.
"너는 제 시간에 오는 꼴을 못보냐 변백현. 교실 뒤에 주먹쥐고 엎드려 뻗쳐."
"아 선생님, 진짜.."
"대답은 무조건 네. 싫으면 전학가."
".........."
백현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가방을 벗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와이셔츠 손목단추를 풀어 소매를 팔뚝까지 걷어붙이고 차가운 인공 대리석에 주먹을 쥐고 엎드려 뻗쳐를 하는 백현의 모습은 매우 익숙해보였다. 조그마한 체구와는 다르게 다름 체육도 잘해서 앞으로 한 시간 정도는 끄떡없이 버틸 수 있을것이다. 마침 1교시가 담임이었기에 백현은 절망했다. 수요일 아침부터 무슨 물리야 짜증나게. 백현은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찬열은 칠판에 열역학 법칙 제목을 적으며 뒤에서 낑낑대고 있는 백현을 쳐다봤다. 저게 뻗칠꺼면 제대로 뻗칠것이지 사람 신경쓰이게 낑낑거리네.
"변백현 일어나서 자리 앉아. 내일부터 늦으면 중식 일등으로 먹고 진학실에서 개인상담한다."
"....네."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백현을 보고 찬열은 설핏 웃었다. 개인상담은 오늘도 할거거든. 백현은 자리에 앉자마자 노트와 교과서를 펼쳤지만 이내 곧 엎드려서 잠이 들었다. 1교시가 끝나고 찬열은 자고 있는 백현의 필통에 조그마한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나왔다.
점심먹고 진학실
백현은 일어나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점심시간에 또 진학실을 가야한다니 고통의 연속이었다. 집에가서 매일 상담하면서 또 상담질이야. 속으로 찬열을 곱씹던 백현은 이내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옆에서 세훈이 또 자냐고 타박을 하는것같았지만 백현은 어제도 새벽까지 자신을 혹사 시킨 찬열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었다. 지가 못자게 해놓고 어디서 벌을 줘 미쳤어 진짜.
"근데 담임은 왜그렇게 너를 싫어해?"
"뭐가."
"다른 애들 지각하면 다 그냥 자리앉고 청소하고 끝인데 왜 너는 맨날 벌서냐 혼자."
"내가 싫은가보지 뭐."
세훈의 말에 백현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싫긴뭐가 싫어 좋아서 헥헥대는게 눈에도 빤히 보이는데. 암튼 오늘 죽었어. 몸에 손도 못대게 할거야 진짜. 내가 서러워서 못살겠다고. 백현은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 숙면을 취하려 했으나 시간표를 보고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수학 수학 국어. 미쳤구나 진짜. 어떻게 수학을 연강으로 달아놓을수가 있지 이 학교는 진짜 나한테 뭘 바라는거야. 백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5층에 있는 진학실까지 정말 한달음에 달려간 백현은 문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최대한 아픈척, 힘든 척, 피곤한 척. 눈꼬리를 축 내리고 조금 기른 앞머리를 눈까지 덮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선생님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아이들과 상담을 하거나 다음 수업 준비에 바빴다. 가장 안쪽에 있는 찬열의 자리까지 걸어가 백현은 어깨를 톡톡 쳤다.
"선생님."
"어, 백현아 할 말 있어?"
"저 좀 아파서 그런데요, 저 조퇴증 좀 끊어주시면 안될까요?"
"....많이 아파?"
예쓰!! 걸려들었다. 찬열은 아까 백현을 벌세운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괜히 벌세웠나, 아픈애를. 안절부절 못하는 찬열에게 백현은 쐐기를 박았다. 감기몸살인것같은데, 못믿으시면 병원갔다가 다시 올게요. 최대한 불쌍한척 귀를 축 늘어뜨리고 말하는 백현에게 찬열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서랍을 뒤적이더니 조퇴증을 쓴 뒤 찬열은 백현의 손을 잡고 진학실 옆 복도로 데리고 나왔다.
"안데려다줘도 돼? 많이 아파?"
"좀 쉬면 나을거같아요, 나 혼자 갈 수 있으니까 오늘 일찍 들어오기."
한손에는 조퇴증을 들고 찬열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백현을 찬열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오늘 야자감독 빼고 갈게. 약 사갈테니까 자고 있어. 찬열을 그 말을 끝으로 백현을 콜택시까지 불러서 집으로 태워보냈다. 백현은 오랜만에 집에서 편안하게 쉴것을 생각하며 작게 웃었다.
***
백현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교복도 벗지 않은채로 침대에 누워서 찬열의 향기가 베어있는 이불 속을 파고 들었다. 둘이 똑같은 바디워시, 똑같은 샤워버터 쓰는데 왜 찬열에게는 좋은 냄새가 나는 지 항상 궁금했다. 백현은 샤워를 하고 나와 드로즈만 입은채 다시 침대에 누웠다. 머리에 물기도 제거하지않은 상태로 백현은 잠이 들었다. 발코니 문을 활짝 열어놓고 맑은 여름날 점심바람을 맞으며.
백현은 으슬으슬한 기운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밖은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고 제 몸음 얼음장처럼 차가워져있었다. 놀란 백현이 손으로 제 가슴팍을 더듬어봤지만 몸이 평소보다 차가워져있었다. 헐, 진짜 감기 걸리면 안되는데. 백현은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닫았다. 머리가 조금 띵했지만 견딜만했다. 위에 남색 티셔츠를 입고 이불을 질질 끌며 거실소파에 가서 앉았다. 분명 찬열이 보면 또 쓸데없이 이불을 가지고 나와서 더럽혔다고 혼을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현은 리모컨을 집어들어 TV를 켠 뒤 뱀처럼 이불을 제 몸에 덮어 똬리를 틀었다. TV에서는 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하지 않았다. 그냥 예전 드라마 재방송을 보며 명대사를 따라하는 정도.
"잊어달라 하였느냐, 잊어주길 바라느냐."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머리만 쏙 내밀어 대사를 따라하는 백현의 모습은 굉장히 귀엽고 우스웠다. 잊어주긴 뭘 잊어줘. 백현은 감흥없는 표정으로 채널을 돌렸다. 이쪽을 틀어도 저쪽을 틀어도 하는건 사랑싸움에 유치한 연애놀음 뿐이었다.
"나도 나름 연애하는데. 동거까지 하는데."
매일 애인인 저에게 뒤에 가서 벌이나 서라고 하는 찬열이 미워졌다. 저렇게 다정하게 굴어주지는 못할 망정 매일 벌세워 나만. 진짜 오기만해봐 오늘부터 받아주나봐라. 나도 나름 공부 열심히 하고 싶은 고2거든. 백현은 아빠다리를 한 제 미끈한 다리를 만지적대며 더 편한자세를 찾기시작했다. 소파에 등을 대고 좀 익숙해졌을 무렵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현관에 불이 켜졌다. 백현아-
"백현아, 좀 괜찮아? 미안 오늘 좀 일이 있어서 빨리 못왔네."
"....선생님."
"선생님 말고 형."
".........."
백현은 불만스러운듯 입을 꾹 다물었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깐깐하고 엄하면서 왜 집에만 오면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주는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그냥 둘 다 다정하게 대해주면 안되는거야? 백현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소파에 등을 대고 누웠다. 찬열은 약봉지를 테이블 위에 놓으며 백현의 이마에 열을 재는듯 손을 가져다댔다. 아까 머리 안말리고 자서 감기기운이 있는듯 이마는 약간 미열이 있었다. 열있네. 찬열은 약봉지에서 뭘 그리 많이 샀는지 이것저것 꺼내놓기 시작했다. 목감기, 코감기, 감기몸살, 타이레놀, 아스피린, 비타500, 쌍화탕, 그리고.
"이건 뭐 하러 사왔어요."
"아, 집에 이제 없길래."
사가미 오리지날. 콘돔도 잊지않고 사오셨다. 백현은 기가찬다는듯 얼굴을 찌푸렸다. 찬열은 재빨리 포장해 온 죽을 꺼내 뚜껑을 열고 숟가락을 퍼서 백현에게 한입 떠 먹였다. 아기새처럼 오물오물 잘도 받아먹는 백현이 귀여워 찬열은 조금 웃었다. 그닥 많이 안아파보여서 다행이네. 백현에게 죽을 먹이던 찬열은 주머니에서 연고를 꺼냈다. 그리고 백현의 손가락에 나 있는 멍들과 상처에 구석구석 발라주었다. 이 상처들은 모두 찬열이 백현에게 벌을 세우느라 만든 상처였다. 찬열은 미안한듯 손가락에 입맞추며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아파요, 살살해. 백현의 투정도 다 받아주면서.
"이제 약먹고 푹 자자, 내일 또 학교 가야지."
"....선생님.."
"선생님 말고 형!!! 형이라고 부르랬잖아."
"형이라고 부르기에는 나이차이 너무 많이 나잖아요."
"아홉살이 뭐가 많아, 나 아직 서른도 안됐는데, 나 내년에도 서른 아니고 후내년에도 서른 아니야."
"선생님 대학다니실때 저는 초딩이었는데요."
말도 안되는 논리를 늘어놓으며 찬열은 꿋꿋하게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기를 강요했다. 가끔씩 이럴때보면 엄청 애같다니까, 학교에서는 아주 그냥 날라다니더니, 애들 잡느라. 찬열은 고등학교 물리교사였다. 그리고 동시에 학생부선생이기도 했다. 남자고등학교 학생부라 화장이나, 치마따위의 자질구레한 것까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 편했지만 찬열과 백현의 고등학교는 엄청나게 깐깐한 두발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구레나룻은 항상 쳐져있어야하고 넥타이는 항상 필수. 교복을 줄이거나 변형하면 그날로 찬열과 함께 개인상담. 그래서 백현은 항상 아침에도 넥타이를 찾느라 이곳저곳을 왔다갔다 해야했다. 욕실, 찬열의 방, 백현의 방, 드레스룸, 거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늦지. 백현은 하지는 못할 말을 마음속으로 늘어놓으며 아픈 손가락을 빤히 바라봤다.
"형, 왜 저만 아침에 지각하면 벌세워요, 나 진짜 아픈데."
"아니, 그게 안그러면 막 너만 특별대우 할것같단말이야."
"나 진짜 아픈데, 아침마다 지각하는건 나 떼놓고 먼저가서 그렇잖아. 버스타고 간다고."
"백현아 그게, 너 우니? 울어?"
백현은 고개를 푹숙였다. 어깨가 들썩이며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이불을 적셨다. 찬열은 당황한듯 백현의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했다. 강아지같은 눈꼬리가 축 내려가서는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 강아지 힘들었어요? 이불 속에 파묻혀있는 백현을 빼내며 찬열은 아이를 달래듯이 안아들어 어르기 시작했다. 백현은 낑낑거리며 울었다. 원래 찬열이 담임이 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엄하게 대하고 그러지는 않았는데. 찬열은 백현을 달래며 얼굴 이리저리에 입을 맞췄다. 백현은 찬열을 밀어내며 내려달라고 발버둥을 쳤으나 찬열은 계속 백현을 안고있었다.
"형이 맨날 나 새벽까지 못자게 해서 그렇잖아, 흐윽, 새벽에 재우고 아침에 깨우고, 나 이렇게 해서 대학 어떻게 가."
"내가 다 먹여살린다니까, 좀 울지말아봐."
"학교다니기 싫어, 맨날 아침마다 바닥에 얼굴 쳐박는걸로 시작해서."
"알았어, 잘못했어, 내일부터는 안 시킬게, 응? 울지마 우리 강아지."
찬열은 소파에 앉아 백현을 달랬다. 계속 울던 백현은 지쳤는지 찬열의 품에 안겨 잠이들었고 찬열은 백현의 입에 살짝 입을 맞춰준 뒤 백현의 약을 챙기러 잠시 일어났다. 찬열이 일어나자 백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조금 더 쾌적한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눈물연기도 불살라야한다는 교훈을 얻은 날 밤이었다.
달달달물이 끌려서 썼는데 이건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백 사제지간물이 너무 끌려서 썼더니 결과는 똥망ㅋ
젠장...흡....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다음에 올라올 편에 암호닉정리해드릴건데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구요
댓글보고 힘내는 템즈니까 댓글항상써주시는분들 감사드려요ㅠㅠㅠ
눈팅...흡...눈팅도 사랑합니다ㅠㅠㅠㅠ읽어주셔서 고마워요ㅠㅠㅠ
제목은 브금제목이에영ㅋㅋㅋㅋ전수연 쓰리스마일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