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야기 |
아침부터 집 안이 분주했다. 왜 하필 이런 날 늦잠을 자가지고. 우현은 제 머리를 아프게 콩, 치고는 앞에 놓인 밥그릇을 허겁지겁 비우기 시작했다. 연신 꼼지락, 꼼지락 손을 움직이며 반찬을 집어먹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성규가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아들, 너 그렇게 먹다가 채한다. 물 좀 마셔가면서 먹어. 우현의 자그마한 머리통이 아래위로 세차게 흔들렸다. 그래도 여전히 밥을 푸는 속도는 줄어들 생각조차 없다. 쯧쯧, 혀를 차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평소 같았으면 펄떡 뛰어댔을 우현이 눈만 살짝 흘길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러니까, 아빠가 처음에 깨울 때 일어나랬지? "
씨이. 뾰로통해진 볼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 그러니까, 아빠가 평소에 그런 장난 안쳤으면 됐지! 성규가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푸르르 떨며 헛웃음을 지었다. 어쭈, 아들. 그게 왜 내 탓이야? 우현은 새침하게 고개를 휙, 옆으로 돌렸다. 쿵쾅거리며 2층으로 올라가는 뒷모습이 꽤 귀여웠다. 성규는 결국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들, 40분이다!
Home, sweet Home #2
안 추워? 성규가 조수석에 앉은 우현을 힐끔 바라보았다. 뭐가 그렇게도 바쁜 건지 가방에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겨놓는 손길이 바쁘다. 아들. 아무리 불러도 대답조차 않는 모습에 성규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 넥타이는? "
가방을 뒤지느라 들썩 거리던 어깨가 아래로 축 쳐졌다. 어떡하지, 아빠?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우현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은 성규가 정장 안주머니에서 수성 싸인펜 하나를 꺼내들었다. 아빠가 전 날에 챙겨두라고 했어, 안했어. 답지 않게 타박을 하니 그저 배시시 웃는다. 못 말린다는 듯 마주보고 웃던 성규가 우현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시선을 앞으로 옮겼다. 귀까지 붉게 물든 우현이 눈을 질끈 감으며 손을 꼼지락거렸다. 아이, 진짜. 예고도 없이 그런 것 좀 하지 말라니까! 곁눈질로 옆을 바라보니 히죽 웃으며 운전하는 성규의 모습이 보인다. 괜히 마음 한켠이 간질간질 한 것이 기분이 이상했다. 매끄럽게 주택가를 빠져나온 차가 우현의 학교 교문 앞에 멈추어 섰다. 무릎을 덮고 있던 담요를 돌돌 말아 품에 꼭 안은 우현이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성규가 갑작스럽게 그의 손목을 잡아왔다.
" 넥타이 하고 가야지. "
성규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엉켜있던 넥타이를 풀어 우현의 목에 걸었다. 우현은 제 귓가에 들려오는 성규의 숨소리에 흠칫, 몸을 굳히고는 눈만 끔뻑 거렸다. 자, 다 됐다. 불쑥 눈앞에 성규의 웃는 모습이 떠오르자 화들짝 놀란 우현이 파드득 거리며 문 쪽에 붙어 앉았다.
" 아, 아빠! 놀랐잖아! "
눈꼬리가 잔뜩 휘어질 정도로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우현이 입을 떡 벌린 채 벙긋거리기만 반복했다. 동글동글한 그의 눈매를 손으로 한 번 쓸어내린 성규가 살이 붙어 방그레 올라온 볼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뗐다. 갔다 와, 아들. 오늘 시험 마치고 전화 해. 아빠 오늘 재판만 끝나면 오니까, 오랜만에 같이 저녁 먹자. 간질간질, 우현이 자꾸만 가려워오는 목덜미를 벅벅 긁었다. 성규를 중심으로 마치 폭죽이 터지는 듯 눈앞에 형형색색의 별들이 반짝 거리는 듯 한 착각이 일었다. 어리벙벙한 얼굴로 시계를 바라본 우현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명을 질렀다. 8시 9분. 교문이 닫히기 1분 전이었다. 빛의 속도로 교문을 향해 달려 나가는 우현의 모습을 지켜보던 성규가 시끄럽게 울려대는 휴대폰을 신경질적으로 집어 들었다. 팀장님, 어디예요! 재판 시작까지 50분밖에 안 남았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희영의 하이톤 목소리에 귀가 벙벙해지는 것만 같다. 성규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휴대폰을 귀에서 떨어뜨린 후, 급하게 종료버튼을 눌렀다. 어디선가 희영의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무시했다. 느껴지는 한기에 몸을 푸르르 떤 성규가 핸들을 천천히 돌렸다. 오늘은, 이한석의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
희영은 아직도 법원에 도착하지 않은 성규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재판이 아홉시 까지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건만, 성규는 그 말을 그대로 흘려보냈나보다. 어떻게 호통이라도 크게 치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하도 오래 서있었더니 다리에 힘이 쫙 빠지는 것 같아 바닥에 철퍽 주저앉아 그를 기다리던 희영이 저 멀리 보이는 인영에 손을 높게 들어 올리고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팀장님, 여기요!
" 왜 이렇게 늦었어요. 권 검사님이 찾았는데. "
고개를 작게 끄덕거린 성규가 걸음을 바쁘게 옮겼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 성규가 검사석에 앉아있는 유진을 향해 작게 손짓을 했다. 다행히도 아직 재판 시작을 하지 않은 것인지 유진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자료를 빼앗아들었다. 선배, 이렇게 늦으면 어떡해요. 완전 아슬아슬 했어. 성규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제 머리를 긁적였다. 씩씩거리며 판사에게 자료를 제출하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무심코 주위를 둘러본 성규는 자신에게로 쏠린 시선에 또 한번 웃어보였다.
" 선배. "
개츰스레 뜨인 성규의 눈이 희영의 곧게 뻗은 손 끝으로 향했다. 재판 시작 전이라 그런지 잔뜩 굳어있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울음을 참으려는 듯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던 성규의 입에서 나즈막이 한숨이 새어나왔다. 축 늘어진 어깨 위로 희영의 손이 올라왔다. 힘들다.
" 이 짓도, 참 할 게 못돼. "
희영이 성규의 어깨를 툭툭 건들며 푸스스 웃어보였다. 남자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꽉 쥔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도련님. 멍하니 그들을 지켜보던 남자가 저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이제, 곧 아홉시 입니다. 숨이 턱 막혀 왔다. 그래, 아홉시…. 그의 얼굴에 쓸쓸한 미소가 띄워졌다.
" 성종이는 뭐래. "
남자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은 동우가 저 멀리 보이는 한석의 모습에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판사가 들어오고, 기립이라는 소리에 맞춰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남자는 조심스레 감았던 눈을 떴다. 아홉시를 알리는 종이 크게 울렸다.
∞
네 시간에 걸쳐 진행된 재판이 모두 끝이 났다. 오랜만에 참관을 했더니 온 몸이 다 뻐근하다.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던 성규가 학교 밖까지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교문 가까이에 차를 가져다 댔다. 우르르 몰려나오는 학생들 사이로, 어렴풋이 우현의 작고 동글동글한 머리통이 보였다.
" 아들! "
성종과 함께 교문을 나서던 우현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성규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 여기! 성규가 손을 위로 번쩍 들어보였다. 그를 본 우현이 당황스러운 얼굴을 한 채, 종종 달려나갔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전화하라며!
" 재판 마치고 경찰서 갔다가 학교 근처 지나는데, 마침 시간이 마칠 때랑 비슷하더라고. 서프라이즈지. "
우리 아들, 많이 놀랬어? 눈 커졌네. 성규가 활짝 웃으며 뻥져있는 우현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간질간질. 쿵쿵, 금방이라도 심장이 뛰쳐나갈 듯이 뛰었다. 우현은 붉게 달아오른 귀를 숨기며 성규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왜 그렇게 사랑스럽게 쳐다봐? 빙긋 웃는 성규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주체할 수 없을만큼 온 몸이 간질거렸다. 큭큭, 웃음을 참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웃지마! 왜 웃어!
" 왜 웃긴. 우리 아들 당근 된 게 귀여워서 웃지. "
우리 아들 살 찌워서 야금야금 뜯어먹어야지. 성규가 활짝 웃으며 우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눈에 띄게 움찔거리는 모습이 마냥 귀여웠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더위에 우현이 손부채질을 해댔다. 나쁜 아빠. 하지 말라니까 자꾸 더 해. 성규는 저를 노려보는 우현의 따가운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천천히 차를 돌렸다. 멀어지는 교문을 멀뚱히 바라만 보던 우현이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친구를 버리고 가다니, 남우현 이 나쁜 놈] 도착한 건 성종의 문자였다. 그제서야 우현은 성규를 보러 온다고 성종을 교문에 혼자 두고 온 게 떠올랐다. 헐! 아빠.
" 왜 그래? "
성규가 우현의 이마를 아프지 않게 툭 쳤다. 이씨. 새초롬하게 뜨여진 눈이 성규를 향했다. 뭐. 그렇게 보면 어쩔거야. 잠깐 신호가 걸린 사이 성규가 우현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낄낄 웃었다. 못났다, 남우현. 어쩜 이렇게 못 날 수가 있어?
" 아빠 닮아서 못난거다, 왜! 뭐! 보태준거라도 있어? "
우현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성규가 눈동자를 도로록 굴리다 허벅지 위에 가지런히 올려진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아들, 삐졌어? 자상한 목소리가 귓가에 박혀들어왔다. 애써 모른 척,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빠가 미안해, 장난이지. 장난. 레스토랑 앞에 차를 세운 성규가 여즉 창 밖만 바라보는 우현의 고개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진짜 아빠 안 볼거야? 우현은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성규의 억울한 팔자 눈썹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풀어진 얼굴에 성규가 눈이 휘어지도록 환한 웃음을 보였다. 우현은 그새 성규가 차에서 내린 것도 모른 채 눈만 껌뻑거릴 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 가자, 아들. 오늘은 아빠가 다 준비해놨어. "
열린 문 틈으로 성규의 손이 보였다. 우현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응, 가자! 맛없는거면 나 화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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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
안녕하세요, 라우 왔어요! :) 제가 너무 늦게 왔죠 T^T 슬럼프가 중간에 심하게 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몇 주 동안, 집아이를 내려놓다가! 무사히 "극뽁!" 하고 이렇게 돌아왔답니다! 이제 2주 그 이상으로 이 집아이가 늦어지는 일은 없을거예요. 왜냐하면! 요새 저는 이 아이에게 꽂혀있으니까요! 3화도 지금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이랍니다. 허허허. 텀이 긴 만큼, 고퀄리티의 글을 가져와야 하는데… 이렇게 부족한 글을 가지고 와서 죄송해요 T_T 다음번엔 더 정성 들여서 써올게요! 내 모든 힘을 다 해서! 그리고 그거 아세요? 오늘의 짤은 홈스홈 아빠 성규 이미지예요! 저 이미지를 생각하시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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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그대들, 항상 읽어줘서 고마워요 ♡ 빠지신 분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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