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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첫 화는 아래 링크로 들어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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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그때 네가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찬란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날 죽이지만 않았더라면,
우린 후회 없는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96 심장
가볍게 산책을 하기로 했다. 솔직히 지훈님과 함께라면 뭘 해도 즐겁기 때문에 이렇게 햇빛 받으면서 근처 공원을 걷는 것도 좋았다. 요즘 하도 이렇게 돌아다녔더니 예전의 체력이 돌아온 것 같았다. 아무리 걸어도 힘들지가 않다. 이것도 지훈님과 함께여서 그런 건가? 무엇이든 행복했다.
"아, 너 친구한테 우리 사이 말 안 했어?"
"혹시라도 민규한테 말.. 할.. 까봐요.."
아. 말실수했다. 슬쩍 지훈님의 눈치를 봤는데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이셨다. 다행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앞을 보는데 지훈님이 갑자기 손을 잡아오는 거였다. 곧 지훈님은 살짝 툴툴 거리는 투로 말씀하셨다.
"은근하게 질투가 나네."
"아... 죄송해요."
"아니야. 괜히 손잡는 거 쑥스러워서 다른 말로 돌린 거야."
아.. 심장.. 시도 때도 없이 다정한 지훈님 덕에 심장이 정말 남아나질 않는다. 나도 저만큼 표현하고 싶은데 자꾸 혀에만 맴돈다. 후... 일단 멈춰 서서 심호흡을 먼저 했다. 지훈님이 놀라서 날 내려다보는 게 느껴졌다. 나도 할 수 있어. 하는 거야. 지훈님의 손을 놓고 지훈님 앞에 서서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표현을, 잘 못하는 거 같은데... 저 지훈님 엄청 많이 좋아해요. 지훈님이 절 좋아하시는 것 보다 제가 지훈님을 더 많이 좋아해요. 진심으로요."
"내 마음은 어떻게 알고?"
"네?"
"아마 내가 더 좋아할 걸?"
"...그건 말이 안 돼요. 저 진짜 지훈님이 다정한 말 하실 때마다 심장이 막 간질간질 하고 누가 막 갉아먹는 거 같고 그렇단 말이에요."
"난 지금 네가 이런 말 하니까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아, 정말... 그렇게 웃으면 반칙이잖아요.
#97 예지가 뭐 어쨌다고?
어느새 해가 져 어둑어둑 해지는 통에 행복한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기 전부터 고기 냄새가 나는 게 아무래도 윤엄마가 일찍 퇴근한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윤엄마의 신발이 신발장에 있었다. 신발을 벗고 부엌으로 달려 들어갔다. 역시, 윤엄마가 고기를 굽고 있었다.
"어, 왔어? 가서 손 씻고 와. 일찍 퇴근한 김에 저녁 일찍 먹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하고 화장실로 들어왔다. 석민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거울을 보고 있는 거였다.
"아, 미안!!"
빠르게 나와 문을 닫으니 석민이가 아까 거울을 보던 그 표정 그대로 문을 열고 나왔다. 곧 나를 돌아보는 거였다. 어... 다시 작게 사과를 하니 석민이가 대뜸 물었다.
"사실 나 예지 잘 못하지? 그치?"
"응?"
"빨리 나 예지 못한다고 해줘. 더럽게 못한다고 해줘."
"...갑자기 왜 그래...?"
"형 예지 더럽게 못해! 그걸 예지라고 하고 자빠졌냐!"
"와.. 정말 고맙다, 동생아."
자기가 해달라고 했으면서 굳이 승관이의 볼을 강하게 꼬집은 석민이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왜 저래 갑자기.. 의아했으나 다시 코로 들어오는 맛있는 냄새에 화장실로 먼저 향했다.
#98 위로
거실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중이었다. 윤엄마와 홍아빠는 워낙 바쁜 직업이라 이렇게 저녁시간에 모두 모여 있기 힘들었는데 홍아빠도 일찍 퇴근해서 정말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모여 있을 수 있었다.
"아니 지수형이 인간들이 막 놀리는데도 웃고만 있는 거야. 내가 그래서 감투 쓰고 그 인간들한테 장난을 치니까 감투를 뺏은 거라니까? 나쁜 장난이 아니었다고..."
"아 진짜? 난 형이 엄청 큰 장난친 줄.."
"아 근데 큰일이긴 했어. 석민이 현상금이 벽보로 막 붙어있었다니까."
"아니 웃긴 건 그때 당시엔 사진이 없으니까 그림으로 얼굴 그려서 붙여 놨는데 진짜 못생기게 그려서 그냥 지나다녀도 아무도 그게 난 줄 몰랐어."
한 참 재미난 이야기 중인데 갑자기 윤엄마 폰 벨소리가 울렸다. 윤엄마가 웃느라 찔끔 흘린 눈물을 닦고 전화를 받았다.
"어, 원우야. 잘 지냈어?"
원우오빠와 전화인 것 같은데, 윤엄마의 굳은 표정에서 뭔가 싸한 게 느껴졌다. 이건 감이었다. 적막함 속에 윤엄마의 한숨 쉬는 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지훈님도 그 분위기를 느꼈는지 마시던 물잔을 살짝 내려놓았다. 윤엄마의 굳은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전에도 이런 적 있었던 거 같은데...
"그래서 지금 그 좀비는? 아니, 승철이는?"
홍아빠가 일단 다가가 윤엄마의 등을 쓸었다. 대답을 듣는 듯 아무 말 없던 윤엄마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랫입술이 하얗게 질려가는 게 가만히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내 손목을 잡고 힘을 줘 억지로 앉히는 석민이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얼이 나간 듯 멍하니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뭐야... 갑자기 이게 무슨 분위기야..?
"너 그럼 승철이랑 좀비 챙겨서 우리 집으로 와. 아니다.. 너도 힘들겠다. 지수 보낼게."
윤엄마는 소파 끝에 위태롭게 앉아 얼굴을 쓸었으며 홍아빠는 소파에서 일어나 차키를 챙겼다. 뭐지.. 익숙한 분위기에 팔 쪽으로 소름이 끼쳤다. 아, 익숙한 분위기.. 익숙한 대화.. 지난 번 내 친구가 죽었을 때 윤엄마가 승철아저씨네에 지시하던 말들이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니야, 아닐 거야.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날 다독였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인간... 죽었대."
전화를 끊은 윤엄마가 하는 말에 이성이 뚝 끊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뇌가 움직이지 않는 거 같다. 아니, 심장도 일을 안 하는 것 같다. 숨을, 쉬어야 하는데... 그래야 되는데 내가 들은 말이 맞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확인 차 묻긴 싫었다. 내가 제대로 들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다만 인정하기 싫었다. 에이, 오늘 낮까지만 해도 승철아저씨랑 데이트하러 간다고 그렇게 신나했잖아. 설마, 아니야... 사고가 난 건가? 이렇게 갑자기?
"또... 죽였대... 일단 승철이 오면 지난번처럼... 그 아이 이야기 하지 마. 일절 꺼내지 마. 알았지?"
윤엄마가 하는 말에 승관이의 눈물이 터졌다. 또 마녀언니라는 것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언니가 결국... 또... 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언니가 사랑하던 아이였다면서.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잠깐... 그렇다는 건... 이제 또 몇 십년간 친구를 보지 못한다는 건가...? 나, 오늘 친구 갈 때 인사도 제대로 못했었는데... 시야가 천천히 흐려졌다. 툭 소리 없이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아... 제발... 나 행복 하고 싶어... 눈물을 닦아내고 당장 지훈님에게 다가갔다. 당황하던 지훈님의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마녀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유라도 알아야지 이해라도 할 것 같았다. 이번 친구는, 날 위해서 지훈님께 한 소리 해줬고... 자주 우리 집에 오겠다고, 약속도 했는데... 이건 너무 갑작스럽잖아. 길게 이어지던 신호음이 끊겼다. 끊은 줄 알았는데 받은 건가 보다.
"지훈아, 나 지금 피곤한데 조금 있다가 전화할까?"
"...언니, 제가 뭘 잘못했어요?"
"너 우니? 왜왜. 왜 울어. 울지 마."
울지 말라는 마녀언니의 말에 더 울음이 터져버렸다. 내가 알던 언니의 목소리가 맞아서. 그토록 잔인한 짓을 한 게 마치 다른 종족인 거 같아서. 누구라도 탓하고 싶은데 같이 울려고 하는 마녀언니의 목소리 때문에 탓하지도 못하겠어서. 울음이 멈추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할 수가 없다. 언니가 놀라서 날 달래기 위한 말들을 내뱉었으나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아가 때문에 그래? 그건... 미안..."
"언니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에요. 어떻게, 어떻게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최소한 인사라도 할 수 있게.. 인사.. 했어야 했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닦아도, 닦아도 계속 볼을 타고 흐른다. 지훈님이 나를 안아주면서 폰을 가져갔다. 곧 내 등을 토닥여주는 거였다.
"상황 좀 나아지면, 그때 다시 얘기해."
지훈님이 폰을 윤엄마에게 건넸는지 윤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내 울음소리뿐이었다. 아직 못 해본 게 많은데.. 그냥 욕심 부릴 걸. 친구 자는 시간도 쪼개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승철아저씨네 보내지 말 걸. 계속 후회만 된다. 더 잘해줄 걸..
#99 어떻게 된 거야
간신히 울음이 멈췄을 즈음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열린 문틈으로 홍아빠와 승철아저씨, 원우오빠가 들어왔다. 멍한 초점으로 흐르는 눈물도 닦지 않아 잔뜩 얼룩져 있는 승철아저씨가 윤엄마를 보자마자 푸념하듯 뱉었다.
"나, 내 눈 앞에서... 고작 악마하나, 같잖은 악마새끼 하나 못 제쳐서..."
윤엄마가 다가가 승철아저씨를 안아주는데 그제야 승철아저씨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멈춘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흐르는 거였다. 지훈님이 소매를 빼서 내 눈 위에 올려주며 작게 말했다.
"들어가 있을까?"
지훈님의 팔을 내리며 고개만 저었다. 들어야겠다. 친구가 어떻게 된 건지.
"정한아, 얘 먼저 해줘."
갑자기 들리는 원우오빠 목소리에 그쪽을 바라보니 처음 보는 얼굴을 한 남자가 있었다. 언제 들어온 건지 보지도 못했으나 그 아이 또한 얼이 잔뜩 나가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을 돌리다 그 아이를 부축하고 있는 민규에게서 멈췄다. 민규도 운 것 같았다. 눈 주위가 빨갛게 부어있었다. 애써 시선을 돌렸다.
"넌 나 따라 들어와."
윤엄마가 윤엄마 방으로 들어갔다. 그 남자는 한참을 망설이듯 발을 떼지 못했다. 그 남자도 눈이 잔뜩 부어 있는 모습이었다. 아.. 원우오빠가 말하던 아들이 이 아이구나. 너도.. 힘들겠다. 민규가 억지로 그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윤엄마 방으로 들어갔다. 갈 곳 잃은 눈이 멈춘 곳은 홍아빠에게 안겨 서럽게 울고 있는 승철아저씨였다.
"너 잘못 아니니까 자책하지 말았으면 해. 일단 민규야 내 손 잡아봐."
윤엄마 방에서 나온 민규가 쭈뼛이며 홍아빠에게 다가갔다. 한 손으로 계속 승철아저씨를 토닥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민규의 손을 잡는 홍아빠였다. 순간 홍아빠의 손에서 빛이 났다. 그것을 보던 민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쪽 악마랑 싸우느라.. 그랬나 봐."
"다친 곳은 없고?"
"난, 안 다쳤어. 호형도 같이 싸웠는데.."
민규의 손을 살며시 놓은 홍아빠가 소파 손잡이에 기대듯 앉아있던 원우오빠에게 손을 뻗었다. 앉은 자세 그대로 손만 뻗어 홍아빠의 손을 잡은 원우오빠가 말했다.
"3년만 있으면 나 꼬리 하나 더 생기거든? 그땐 내가 그 악마새끼 죽이려고."
"응원할게."
이를 부득 갈며 하는 말은 진심을 가득 담고 있었다. 응원한다는 홍아빠를 보다 문득 지훈님을 보았다. 그쪽 악마오빠랑 계약했잖아. 내 걱정을 알기라도 하는 듯 내 어깨를 감싸며 쓸어주는 지훈님이었다. 괜찮다는 건가보다. 하나도 괜찮지 않은 표정이면서...
#100 결말
한 달이 지났다. 집에 가면 친구 생각이 날 것 같다며 잠시 신세 좀 지겠다고 선언한 승철아저씨는 석민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도 아직 힘든데 승철아저씨는 얼마나 힘들까. 이번 친구의 얼굴이 승철아저씨의 첫사랑 얼굴이라는데..
"나 오늘부터 거실에서 잘래. 형이 맨날 괴롭혀."
"왜 동생아. 형이 동생 귀여워 해주는 거잖아."
승철아저씨가 석민이 방을 차지하고 있어 강제로 석민이랑 같은 방에서 지내는 승관이의 불만이 날이 갈수록 폭주하는 중이다. 물론,
"나는 어떻고? 전원우 너는 가도 되지 않냐?"
"내가 찍찍이 두고 어디를 가."
지훈님은 원우오빠와 같은 방에서 지내는 중이었다. 홍아빠는 윤엄마와 지내고 있고 남은 홍아빠 방은 한솔이와 민규가 지내는 중이었다. 나는 요즘 한솔이에게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치킨... 좋아했어..."
"아, 치킨 좋아했구나.."
"설거지 하는 거 싫어했고... 빨래 개는 것도 싫어했어... 청소하는 것도 귀찮아하고... 그래서 내가 해주면 되게 좋아했어..."
한솔이에게 듣는 친구의 이야기는 항상 새로웠다. 우리 집에 있을 때는 몰랐던 진짜 친구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았다.
아직도 밤이 되면 너무 힘들다. 특히 오늘처럼 보름달이 뜬 밤이면 잠은커녕 계속 덮쳐오는 기억에 질식하듯 숨이 막혀온다. 도저히 못 참겠다. 바람이라도 쐴까 싶어 거실로 나왔다. 소파에 보이는 인영에 놀랐으나 누군지 알 것 같아 다시 들어가야 되나 고민했다. 물론 그 전에 그가 먼저 나에게 말했다.
"...넌, 뭐가 힘들어서 나왔어..?"
...적어도 너는 아니야. 목 끝까지 올라왔던 거짓말을 삼켰다. 그런 나의 반응을 보던 민규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톡 흘렀다. 안쓰러운 마음에 닦아 주고 싶었으나 우리 사이는 그러지 못 할 사이였다. 민규도 그걸 알았는지 천천히 눈물을 닦으며 힘겹게 내뱉었다.
"...나는 모든 게 방금 같은데.. 넌 아닌가 봐.."
괜히 미련을 주지 말아야지 싶었다. 답답한 속에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지훈님과 자주 걷던 공원으로 들어서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여전히도, 민규는 무섭나보다. 괜찮다, 괜찮다 해도 그와 이야기를 할 때면 계속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것 같다.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 근처 의자에 앉았다.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엔 보름달이 둥글게 빛나고 있었다. 손을 들어 달을 가리는데 손 틈 사이로 달빛이 날카롭게 들이친다. 언제나 달빛은 날카롭구나..
"달 보면서 무슨 생각 중이야?"
"어? 지훈님..."
"너네가 달을 보며 얼마나 힘든지를 몰라서 보름달 뜨는 날 알람을 맞춰놨는데. 전원우가 내 폰 가지고 놀다가 충전을 안 해 놨나봐. 폰이 꺼지는 바람에 알람이 안 울렸더라고."
앞으로의 보름달은 안심이다. 지훈님이 항상 함께일 테니까...
"...민규 때문에 힘든 거야?"
"네? 아뇨... 그냥... 친구 생각이 나서."
"다행이다..."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너가 민규 때문에 힘들어 한 걸까봐 계속 신경 쓰고 있었거든.. 친구 일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 저승사자잖아."
정말 모든 게 다 안심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남자가 내 남자라.
#에필로그
벌써 해가 2번이나 바뀌었고 어느새 몇 시간만 지나면 새해가 밝아 원우오빠의 새로운 꼬리가 생기는 나름 의미 있는 날이었다. 원우오빠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새해가 되자마자 악마를 죽일 거라고 으름장까지 놓은 상태여서 그런 원우오빠를 말리기 위해 온 가족이 승철아저씨네 집에 가는 중이었다. 홍아빠가 뒤를 돌아 나를 보더니 안전벨트 꼭 하라고 했고 대답은 내 뒷자리에 앉아있는 석민이가 했다. 아까 부터 싱글벙글한 게 괜히 불안하게 만드네.. 뒤를 돌아 석민이를 확인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콧노래까지 부르는 거였다. 결국 참다못한 승관이가 한마디 했다.
"원우형 말리러 가는 건데 형은 그렇게 신이 나?"
"감이라는 게 있잖아. 200년 된 도깨비의 감이 오늘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촉을 보내오고 있어."
"지나가다 돈 주웠는데 쥬쥬은행이어라!"
결국 또 투닥거리는 끝을 만드는 그들이었다. 그들의 투닥거림을 배경음 삼아 승철아저씨네에 도착했다. 마당에 아무렇게나 주차를 하고 내리니 승철아저씨가 마당으로 나오며 핀잔을 줬다.
"좀 예쁘게 대면 안 돼?"
"어차피 올 애도 없잖아."
매우 맞는 말을 하며 승철아저씨의 어깨를 다독인 윤엄마가 먼저 집으로 들어갔고 어색하게 웃으며 따라 들어가는 승철아저씨를 따라 우리도 들어갔다. 원우오빠는 얼마 안남은 새해에 굉장히 신이 난 모양이었다. 구미호가 다시 되는 날이라 신이 난 건지 피의 복수를 하러 가느라 신이 난 건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불안한 와중에 윤엄마가 승철아저씨께 잔소리를 시작했다.
"너는 애 안 말리냐? 애가 삐뚤게 나가면 좀 말려야지, 네가 그러니까 원우한테 찍찍이라 불리는 거야."
"그러는 너는 말려서 물꼬기라고 불리고 있냐? 남 말하고 있네."
유치한 아저씨들의 싸움이었다. 한심함에 고개를 돌리는데 홍아빠의 폰이 울렸다. 둘을 말리려던 홍아빠가 핸드폰을 째려보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예 맞는데요. 네? 차를 빼달라고요? ...아니 차를 뺄 일이 없는데 무슨 차를,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가 끊겼는지 의아해하며 폰을 바라보는 홍아빠였다. 곧 홍아빠가 승철아저씨를 보며 물었다.
"올 손님 있었어?"
"얘가 올 손님이 있겠냐."
"아님, 너희 마당 사설주차장 됐어? 돈이 궁한 거야?"
"갑자기 뭔 소리야. 마당이 마당이지."
승철아저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밖에서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지훈님에게 다가갔다. 내 어깨를 감싸며 토닥여주는 지훈님에게 기대며 홍아빠에게 말했다.
"나가긴,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이럴 땐 윤엄마가 최고라며 윤엄마를 앞세운 홍아빠였고 우리 집도 아닌데 뭐라 욕할 수도 없다며 승철아저씨를 앞세운 윤엄마였다. 결국 쪽수로 밀어붙이자는 승관이의 의견에 동의하며 당당하게 모두가 나가보았다. 어? 저차... 익숙한 차인데...? 마녀언니 차 아니야...?
"아씨, 1시간만 늦게 오지. 아직 12시 안 지났는데."
12시가 되지 않아 아직 팔미호인 원우오빠가 이를 부득 갈았고 그 전에 승철아저씨가 막 조수석에서 내리는 마녀언니에게 반응했다.
"너 내 눈에 띄면 가만 안둔다고 했지."
"곧 새해잖아~ 새해 선물 가져왔지!"
"...미쳤어?"
"안타깝게도 내가 이젠 미치지 않기로 해서 미치진 않았어."
나름 진지하게 말한 마녀언니가 뒷좌석 쪽으로 가더니 문을 열었다. 한참을 나오라며 씨름하던 마녀언니였고 우린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잖아. 갑자기 3년 만에 찾아와선 새해 선물을 주겠다고 하는데.. 뒤에선 원우오빠가 그렇게 한 시간만 시간낭비 하라면서 빌고 있고 승철아저씨는 그냥 지금 죽이겠다며 으르렁 거렸다. 물론 윤엄마와 홍아빠가 참으라며 말렸고. 그때 아주 익숙한 향이 났다. 절대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친구의 향... 지훈님의 품에서 빠져나와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석민이와 승관이가 말려서 중간에 그쳤지만 확실히 친구의 향이었다. 그때, 아니나 다를까 친구가 뒷좌석에서 내리는 거였다.
"아니 난 동거남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왜 다 있어요, 사람 민망하게..."
똑같은 목소리였다. 똑같은 얼굴이었다. 진짜, 그녀였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친구가 내 눈앞에서 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맨 밑에 텍파 관련 공지 있어요!★
와아아 시즌 2가 끝났습니다!!!!!!!!!!!!!!!!!!!!!!!!!!!!!!
매번 완결을 낼 때마다 시원섭섭한 느낌이네요...
아니 20편짜리 완성하는데 2년 걸린 거 실화입니까?
물론 제가 중간에 직장 때문에 쉰 것도 있긴한데... 놀랍네요.
아마 지금쯤 그대들은 멘붕이시겠죠?!
왜냐면 갑자기 마녀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인간을 데리고 나타났으니까!
시즌 1 완벽한 새드엔딩으로 끝나 많은 분들이 이럴 순 없다며 현실부정을 하던 그때..
저 소세지빵은 허헣 다 생각이 있습죠.. 하고 있었습니다^0^/
아무튼 더 자세한 내막은 시즌 3에서 확인하는 걸로 해봅시다!
*암호닉입니다*
[암호닉은 더이상 받지 않습니다!]
[암호닉 확인 한 번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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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암호닉과 이메일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괴물들과의 기막힌 동거 Ⅱ 역시 암호닉 특권이 있습니다!
2년간 길게 이어지면서 저도 막 잊어 먹고 안 넣었던 짧은 에피소드가 중간중간 들어가 있을 거예요^0^/
(맨 위 사진은 보나님께서 주셨습니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