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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냥 날 놓아주면 돼 07




눈을 뜨자 다시 혼자 남았다. 아니, 혼자다.


한동안 쉽게 잠에 들지 못해 수면제를 먹은 탓인지 이상하고 요란한 꿈을 꿨다.


이제는 수면제를 줄여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치다 만 커튼 사이로 아침 해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비추고 있다.



“김석진 선생님이 많이 걱정하세요.”



오늘도 룸으로 민비서가 찾아왔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집에 다녀왔는지 내 옷과 가방, 구두, 액세서리까지 준비해뒀다.


인사 대신 훈수를 두는 것도 잊지 않은 채.



“어제도 수면제 드셨어요?”


“잠이 안와서.”


“줄이셔야 되요. 선생님이 이사님 요즘 수면제 많이 드신다고 너무 의존하지 말라 세요.”


“알겠어요. 노력할게.”


“말로만 항상 노력 한다 하지마시고.”



옷과 신문의 정리가 끝나고 나가던 민비서는 나를 힐끔 돌아보고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무심하던 그가 어느 날부터 내게 살가워 졌다.


좋은 변화이면서도 요즘은 점점 잔소리가 늘어가는 기분에 좋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댁에 가서 주무세요.”



하루 종일 서류 검토와 결재, 회의를 반복한 탓에 유난히 피곤함이 몰려왔다.


매의 눈으로 나를 보는 민비서에 룸으로 가려다 1층 버튼을 눌렀다.


운전을 하면서도 뒤를 확인하던 민비서가 나를 불렀다.



“도우미 아주머니께 말씀드릴 거지만 저녁 꼭 챙겨 드세요. 요즘 룸에서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시고 점심시간에도 먹는 둥 마는 둥 하셨잖아요.”


“알았어요. 꼭 챙겨 먹을게.”


“내일 강원도 리조트 시찰 가시는 거 알고계시죠? 아침에 일찍 모시러 갈 테니까 준비하고 계세요.”


“몇 시 쯤?”


“출발은 7시에 할거니까 6시 쯤 댁으로 갈게요.”



오랜만에 집에 왔다는 걸 실감이라도 하듯 그간 집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주머니는 내게 왜 이렇게 야위었냐며 그동안 집에 오지 않아 걱정 많이 했다며 그렇게 나를 반겼다.


저녁을 먹고선 서재에서 밀린 서류 몇 가지를 검토하고 리조트 관련 자료를 서치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보지만  밤이 깊어 갈수록 예전처럼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시간은 애석하게 흐르고 흘러 어느덧 새벽이 다 되었다.


김닥터가 자제하라곤 했지만 도저히 혼자서는 잠에 들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어제처럼 꿈에서라도 그가 나를 보러올까 하는 마음에 가방에서 수면제를 꺼냈다.


한 알, 손바닥에 올려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한 알을 더 집어 올렸다.




*




( 작가시점 )



결국 또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새벽녘, 방에서 쓰러진 그녀를 발견한 건 입주 도우미 아주머니였다.


바닥에 쓰러진 그녀와 흩어진 수면제, 엎어진 물들을 보고서 구급차와 민비서를 불렀다.


다행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한동안 괜찮게 지냈던 그녀에게 또 한 번의 위기가 왔다는 걸 김닥터는 깨달았다.



“윤기씨 탄소씨한테 무슨 일 있었나요?”


“요즘 계속 호텔에서 지내시다 어제 댁에 가신 거 말고는 별다른 건 없습니다.”



민비서도 김닥터도 그녀에게서 이상한 걸 느끼지 않았던 탓에 지금 상황이 낯설기만 했다.


1년 전 일이 되풀이 되는 듯했지만 자살시도라고 하기 에는 그녀를 자극할 만한 사건이 없었다.


다만 유산한 아이에 대해 요즘 부쩍 마음을 썼던 그녀였기에 혹시라도 죄책감에 잘못된 선택을 했던 건 아닌지 김닥터는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저, 선생님. 뭔가 하나 걸리는 게 있는데…….”



민비서의 말에 김닥터는 자신의 연구실로 민비서를 데려왔다.


김닥터가 건낸 차를 건내 받고선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틀 전에 김남준 대표를 만나고 오셨어요.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이 일도, 결혼도. 그때만 하더라도 홀가분해 보였어요. 헤어지고 나서는 호텔에 계신다고 하셔서 체크인하고 돌아오는 길에 입구에서 김태형씨를 봤어요.

룸으로 올라가는 것 같긴 했지만 그 뒷일은 모르는데 이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어제 꿈에 김태형씨가 나왔다고. 혹시 진짜로 만났던 건 아닐까요? 이사님 그날 밤에도 수면제 드셨다고 했거든요.

말씀은 안드렸지만 요즘, 수면제 드신 날은 기억을 잘 못하세요. 뭘 하셨는지.”


“그걸 왜 이제야 말해요.”


“이사님이 아무 말 말라고 해서…….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민비서의 말에 김닥터는 꿈에서 만난 그가 그리워 수면제를 먹었던 건 아닌가하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 민비서의 전화가 울리고 놀란 듯 민비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회장님...”



병실로 돌아오자 보이는 건 그녀의 침대 옆에 앉아있는 김회장이었다.


민비서는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김닥터 생명에는 아무 이상 없는 겐가.”


“네, 회장님.”


“딱 1년 만이구만. 작년에도 이런 일로 걱정하게 하더니만. 민비서, 김대표한테 들었네만 우리 애가 결혼 안하겠다고 했다면서.”


“네, 그렇습니다.”


“왜 죄인처럼 그러고 있나. 민비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제가 더 잘 보필해야하는데 회장님께는 면목 없습니다.”


“자네는 충분했네.”



김회장은 생각이 많아진 듯 했다.


자신의 전부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 금지옥엽 외동딸 이었다.


그런 그녀가 지쳐가는 건 모두 자신의 욕심 때문이라는 걸 늦게 알았다.


한참동안 눈을 감은 그녀의 얼굴을 김회장이바라보았다.



“김태형이라고 했나, 그 배우.”


“회장님…….”


“나한테는 거짓말도 못하고 비밀도 없었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무언 갈 온힘을 다해 지키는 걸 보면

 가벼운 마음은 아닐 테지. 민비서는 두 사람에 대해 아는 거라도 있는 가?”



민비서는 김회장의 본심을 알 턱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했다.


이 자리에서 모든 걸 터놓고 말한다면 정말 김태형이라는 존재가 사라질 것만 같았다.



“무슨 걱정인지는 알겠지만 내가 다 큰 딸아이 연애사에 관여 할 만큼 여유롭지 못해서 말이야.

가능하다면 응원해주는 게 더 나은 편이겠지. 아버지라는 사람의 욕심 때문에 여태껏 자기 삶도 못 가져본 아인데.

더 이상 뭐라 할 입장이 못 되지 않은가. 결혼도 정리 되었겠다. 자유롭게 해주게나. 김닥터는 우리 탄소 신경 좀 써주고. 조만간 다시 보게나.”



김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가고 김닥터도 민비서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엄하고 예외란 없었던 그도 결국은 아버지였음을 그들이 잊고 있었다.




*




또 한 번의 꿈이었다.


나를 어루만지는 손길에 눈을 뜨자 그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이내 눈물을 흘리며 화를 낸다.


이정도의 생생한 꿈이라면 영영 깨지 않아도 좋을 것만 같다.



“이젠 울기도 하고, 화도 내는 구나…….”


“내가 그만 괴롭히라고 했잖아요.……. 왜 자꾸 본인만 더 괴롭게 만들어.”



지난 꿈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의 얼굴과 손길, 목소리까지도.


자살은 결국 자신을 괴롭히는 짓일 뿐이라고 그 언제인가 그가 내게 했던 말이다.


꿈에서 마저도 그는 나를 위로하고 있다.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만지자 흘러내린 눈물이 내 손에 닿았다.



“울지 마. 꿈에서는 행복만 하자 우리.”


“누나.”


“그날 밤 꿈처럼 웃어줘 태형아.”



다시금 몰려오는 잠에 눈을 감았다.


여전히 내 손을 잡은 그는 그날의 나처럼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건 처음이다.


이 꿈속에서 그와 나는 마주 앉아 웃고 있다.


아까도 그가 이렇게 웃어줬더라면 내게도 좋은 기억만 남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꿈을 오래가지 않았다.


이내 전등 스위치를 켜듯 번쩍 정신이 들었다.



“누나.”



거짓말처럼 그가 내 앞에 있다.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정말 내 앞에 있다.


울었는지 붉게 충혈 된 눈은 여전히 눈물을 가득 담고 있다.



“꿈 아니에요. 아니니까 제발 정신 좀 차려요…….”


“태형아…….”


“누나가 꿈이라고 생각하는 그날도 꿈 아니야. 내가 찾아간 거 맞아, 그러니까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요.”



어김없이 수면제를 먹었던 날의 기억은 온전하지 못했다.


그날도 수면제를 먹은 탓에 만났던 그를 꿈이라 생각했고 다시 그를 만날 생각에 수면제를 먹고 또 먹었다.


의존하지 말라던 김닥터의 잔소리를 흘려들은 탓에 나는 어쩌면 벌을 받은 건지도 모른다.


그가 멈췄던 눈물을 다시 흘리며 나를 안았다. 아니, 안겼다.











안녕하세요 약속대로 일찍 온 웨이콩입니다 :-)

오늘도 어제랑 분량이 비슷한듯 짧네요ㅜ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려면 여기서 끊어야 할 것 같아서 빨리 마무리 지었습니다

우와! 어느덧 이야기가 7화를 맞이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새드엔딩으로 끝났을 이야기는 이제 해피엔딩을 바라보며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 회차를 쓰고 다음화의 이야기를 만들며 앞머리에 써둔 8이라는 숫자가 정말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아 그리고 이번 주말은 본가에 안갈 예정이라 정상 연재될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제 예상은 그런데 일을 하게 되면 또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라

일단은 온다고 호언장담을 해 봅니다!

벌써 한 주가 거의 다 가고 목요일 입니다.

5월도 끝자락에 선 지금, 모두가 행복하도록 기도하겠습니다^______^




+암호닉+


자색고구마라떼


단무지


여름


연지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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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단무지입니다! 원래 새드엔딩이었다니..ㅠ 그래도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에요 이제 태형이가 왔으니까 수면제 그만 먹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5년 전
웨이콩
단무지님 어서오세요💜 글을 쓰다보니 두사람에게 이별은 너무 가혹한 것 같아 해피엔딩으로 바꿔 볼 참입니다! 오늘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5년 전
비회원3.173
여름입니다!!! 💜 해피엔딩...! 좋아요 ㅠㅠㅠ 이별하기엔 둘의 사랑이 너무 마음아파요 ㅠㅠ 행복해야하 얘들아 ㅠㅠㅠ
5년 전
웨이콩
여름님 어서오세요💜 새드로 끝나기엔 너무 아쉬울 것 같아 노선을 갈아탔습니다..! 마지막까지 기대해 주세요!
5년 전
비회원20.14
연지곤지 입니다! 여주야! 이제 태형이 만나서 행복해야해!!
5년 전
웨이콩
연지곤지님 어서오세요💜 이제 두사람의 행복만 빌어주면 될 것 같슴다! 행복하자!!
5년 전
독자2
자색고구마라떼에요 작가님💜
민비서가 잔소리가 늘었다곻ㅎㅎㅎㅎ 이건 쫌 방가운, 그래서 더 보고싶은데영ㅎㅎㅎ
아버지가 깨닮음을 얻으시면서 큰 결심을 하신것 같아 마음이 놓여요 제발 털어내고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수면제를 먹은날은 기억을 못한다니... 제벌.. 탄소 몸 괜찮은거죠..?ㅠㅠㅠ 꿈이 아닌걸 알아서 다행이야ㅠㅠ

5년 전
웨이콩
민비서도 아버지도 모두 탄소를 향한 애정입니다 ㅎㅎ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해질 우리 탄소를 기대해 봅시다💜
5년 전
독자3
오오오ㅇㅇㄱ 해피엔딩으로 간다니여!!!! 몽가 새드느낌이 많았ㄴ느디 해피라니 너모 다행쓰ㅠㅠㅠ 넘쥬아요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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