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매일 학교가는게 너무 즐겁다. 너무 즐거워서 1년 365일 학교에 나가고싶다. 왜냐하면 세훈이가 있으니까.것두 내 뒷자리에 앉아있으니까. 세훈이는 반장인데다가 운동도 잘하고 키도 크고 잘생겼다. 우리학교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다 세훈이를 좋아했을 것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이때까지 나는 세훈이만을 좋아했다. 물론 짝사랑이지만 2년연속 같은반인데다가 나름 세훈이와 나는 친구였기때문이다. 옆반애들이 가끔씩 나에게 와서 세훈이의 전화번호를 아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세훈이와 친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세훈이가 인기가 많아서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그런 질문들을 해대는 여자애들이 너무 싫었다. 2년동안 내 마음 한번 말해본적이없는데 그애들이 세훈이를 빼앗을까봐 겁이났다. 난 세훈이에 비하면 지극히 너무도 평범하다. 그래서 세훈이와 많이 비교를 한다. 세훈이에 비하면 너무 평범해서, 이상할만큼 평범해서 나와 세훈이가 친구라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번학년은 세훈이가 내 뒤에 앉아있어서 항상 머리를 신경쓰고 수업시간에 졸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너무 어렵다. 새벽 늦게까지 공부를하고 학교에 와서도 좋지 않는 세훈이와 달리 난 잠이 많았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항상 세훈이 앞에서 졸기도 했다. 그때마다 손가락으로 내 등을 쿡쿡 찔러 날 깨워주곤 했다.
"요새 너무 자주 조는거 아냐? 맨날 뭘 하길래 그래?"
요새 에 빠져서 항상 늦게잤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많이 졸았다. 부끄럽게 세훈이에게 드라마를 봐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그냥.."
"다음시간 수학시간이니까 지금 자둬야되.안 그럼 너 혼난다?"
수학쌤은 조는 학생을 제일 싫어한다. 저번에 한번 걸렸다가 한시간동안이나 잔소리를 들은 적이있다. 그래서 그런지 세훈이가 쉬는시간에 자야한다며 쿠션을 내 책상위에 올리더니 내 머리를 눌러 쿠션위로 눕게했다. 그리고 담요를 덮어주고 잘자~ 하고 내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고 교실을 나갔다. 이럴때마다 떨려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세훈이가 하는데로 가만히 있는다. 너무너무 두근거려서 잠이 다 깼다. 남자애들이 다 그렇듯이 담요나 쿠션은 잘 가지고 있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저번 생일에 생일선물이랍시고 사준 담요와 쿠션을 항상 사용했다. 그래서 그런지 담요와 쿠션에서 세훈이의 좋은 향기가 났다.
덕분에 수학시간에 온통 세훈이 생각을 한다고 자지 않았다. 공부를 안하고 세훈이생각을 한게 함정이지만.
학교를 마치고 항상 다슬이와 집을 가는데 항상 두갈래 길에서 헤어진다. 왼쪽길로 3분만 걸으면 우리집이나오고 오른쪽길로 가면 다슬이의 집이 나온다. 오늘도 다슬이와 두갈래길 앞에서 갈라졌다. 그런데 누가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
뒤를돌아보니 세훈이었다. 세훈이가 여기 살았었나..?
"세훈아! 너 여기 살아?"
"몰랐어? 실망인데.. 오늘 독서실 안갔거든"
"아..진짜?"
2년만에 처음알았다. 세훈이와 우리집이 같은 방향인것을. 몇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우리집 앞에 도착했다. 세훈이랑 좀 더 있고 싶었지만 집오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엄마가 전화를 해서 바로 집에 들어가야한다.
"여기 우리집 다왔어. 내일보자!"
세훈이와 더 있고 싶었지만 할 수 없이 인사를 하고 대문 앞에 섰다.
"있잖아"
"어?"
세훈이가 갑자기 나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내 앞에 마주보고섰다. 내가 문턱 위에 올라가서 인지 평소에 세훈이가 커서 눈높이가 맞지 않았었는데 얼추 눈높이가 맞았다.
"너, 나 좋아하지?"
어떻게알았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얼굴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졌다. 2년동안 잘 숨겨왔다고 생각했었는데..그게 아니었다. 내가 혹시라도 고백하게 되면 친구사이도 되지 않을까봐 두려워서 말 한마디 꺼내지를 못했다. 그냥 세훈이와 친구인것을 만족할 뿐이었다. 그런게 갑자기 세훈이가 눈깜박안하고 자기를 좋아하냐고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대로 말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알았어..?"
강제로 마음을 들켜서 너무 부끄러웠다. 옷을 다 벗고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부끄러웠다. 세훈이가 이제 날 싫어하겠지. 이제 친구로도 남기가 어려워지겠지.
"일부러 티낸거아냐?"
"..티났어?"
"너 경수볼때랑 나 볼때랑 눈빛이 완전히 달라. 일부러 티낸거아냐?"
경수라면 내 옆에 앉아있는 그냥 친구이다. 내가 세훈이를 많이 좋아해서 그런지 티가 났나보다. 살다살다 이렇게 부끄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아... "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죄지은 사람마냥 땅만 쳐다보고 땅을 쳐다봤지만 나는 세훈이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는 것을 느꼈다. 세훈이가 어떤식으로 말을할까..? 부담스러워. 우리 친구그만하자 아는척하지마 어느쪽일까? 어느쪽이든 난 부끄럽고 상처를 받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도 너 좋아해"
내가 잘못들은줄 알았다. 세훈이가 나를 좋아한다고? 나는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훈이의 눈을 쳐다봤다. 믿겨지지가 않았다. 혹시나 문전박대당할까봐 걱정했던 내가 바보같았다.
"대답..대답안해?"
세훈이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심장이 멎을것 같았다. 이렇게 멋진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좋아해"
너무 부끄러워서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바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귀까지 열이 올랐다. 세훈이가 나를 보면 얼마나 우스울까 얼굴은 물론이고 귀까진 발개진 나는 에일리언같이 이상할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부끄러워 하는 줄을 모르는지 세훈이가 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려서 깍지를 끼고 꼭 잡았다. 세훈이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이쁜 얼굴 왜가려."
"..부..부끄러워서..."
"귀여워. 얼굴이 사과가 됬어. 내가 그렇게 좋아?"
응...왜 당연한걸 묻고 그래.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세훈이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눈을감고 나에게 점점다가왔다. 그리고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 세훈이와 내 입술이 닿았고고 세훈이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도장찍듯이 말이다.
"내일 아침에 데릴러 올게.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