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아프다
Written by.비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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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번의 발작과도 같은 호흡이상을 겪은 세훈이, 결국 서울로 가는 게 좋겠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 서울에서 제법 유명한 의료쪽 대학병원을 가야한다는 판단에 따라 연세 세브란스 대학병원으로 왔다. 혹시나 했지만, 병원을 들어와서부터 수술실 앞에 서있는 지금까지 루한의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이질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굳이 연세대 대학병원이라 해도 치료를 위해 온 것이니까.
수술 전에는 금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조차 마시지 못했다. 불안함에 떨며 세훈은 이동침대의 위에 누워있었다. 바로 옆에서 종인은 세훈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수술을 함에 있어서 심장쪽은 좀 까다로웠다. 일단 곧장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예약제로 시간을 잡아야했다. 큰 수술이 였기 때문에 의사들이 시간을 충분히 비워 놓아야했다. 세훈의 심장의 정확히 어디가 문제였냐면, 심장의 근육이 약해져서 원래의 모양과는 다르게 약간 쳐진 듯한 행태를 띠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교정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약해진 근육을 제 모양으로 잡고, 후엔 건강해지도록 요양이 필요하다고….
“환자분, 수술실로 들어갈께요.”
이동침대를 끄는 간호사의 손길에 세훈이 움직였다. 종인은 그런 세훈의 옆에서 묵묵하게 세훈의 손을 꼭 잡아주었을 뿐 이였다. 눈을 세훈에게 맞췄다.
힘이 없는 눈동자에 종인이 조금은 눈에 힘을 주어 세훈을 바라보았다. …수술 잘 끝내고 와야 해.
네 심장이 일정하게 뛸 때, 그 심장이 나를 향해 뛰고 있다면. 그게 순간일지라도 나는 너를 평생토록 사랑하겠다고.
수술실 바로 앞에서 세훈의 손을 놓았다. 다시 네 심장이 뛸 수 있기를.
종인은 대기의자에 앉았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이러다 내가 먼저 죽는 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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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분명 차트지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나이도 생일도 정말이지 오세훈이 맞았다. 파노라마처럼 저번 일이 떠올랐다.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숨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던 그 모습…. 하지만 심장이 안 좋다는 얘기를 못 들었는데. 루한은 한 숨을 내쉬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게 있었다. 생각 없이 집에서 나와서 무턱대고 공원을 걸으면, 항상 눈앞에는 오세훈이 있었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매번 마주치는 빈도수가 늘어감에 따라 루한은 이걸 인연이라고 정의했다. 공원에서 말고도, 여러 번 마주쳤었다. 길을 걸을 때도, 심지어 집 앞 슈퍼를 갈 때도 한 번 마주쳤었다. 이 것 말고도 많았다. 루한이 외국인학교를 다니고 있고, 세훈이 일반적인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일 때, 수련회를 공주로 갔는데, 그 때, 외국인 학교에서도 문화체험이니 뭐니, 해서 그 쪽일대를 갔었다. 그 때 우연히 무슨 탑인가 뭔가를 보고 있을 때, 세훈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봤다. 자연스럽게 우리 학교애들과 거리를 둔 채로 그 틈을 헤집었다. 다행히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세훈을 찾았다. 세훈은 루한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한참 연애중일 때의 일이다. 인연이랄 것도 없다. 그 땐 그냥 우연을 가장해서 세훈을 만났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세훈이 심장이 안 좋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무언가 사슬처럼 묶여 있는 인연처럼, …인연의 실타레는 끝이 없었다. 예전처럼 굳이 찾지 않아도 만났고, 또 다시 눈앞에는 세훈이 누워있었다.
“Sterileare(소독영역) 범위 넓게 잡으세요.”
적당히 쿵쿵 뛰는 심장 박동 수에 띡 짧은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며 기계소리가 들렸다. 의사들의 손이 분주해졌다. 왼쪽 쇄골부에서부터 갈비뼈끝까지 검붉은 소독약을 발랐다. 그리고 수술용 칼을 가슴께에 가져다 대었다. 알다시피 심장 쪽의 수술은 꽤나 위험한 수술 이였다. 특히 피가 새어 흐르지 않도록 지지는 작업 역시 소홀히 하면 안 되었다. 칼이 멀쩡한 살을 찢고 들어가자, 바로 옆의 의사가 피를 급하게 지지며, 신경을 눌렀다. 피가 더 흐르지 않도록.
한 두 번 하던 수술이 아닌데, 루한은 왠지 식은땀이 흐르는 걸 멈출 수 가 없었다. 눈 앞에 세훈이 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이였다. 순간 심장을 건드리고 있던 기구를 손에서 놓칠 뻔 했다. 손에 땀이 배겼다. 여태껏 과는 또 다른 수술 이였다. 루한이 정신을 차리고 신중하게 손을 움직였다. 고정 이였다. 약한 근육에 심장이 쳐지지 않도록.
*
벌써 6시간이 걸렸다. 종인은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불안감에 양손을 깍지를 낀 채로 얼굴을 파묻었다. 대학을 오고 나서 한 번도 교회를 나간 적이 없었다. 일단 가던 곳이 아니 여서가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바빠서, 라는 핑계였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간절하게 원했다. 세훈을 지켜달라고, 또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웃으며 제게 입을 맞춰 달라 부탁하는 세훈을 꿈꿨다. 자신만을 향해 뛰는 그 심장을 꿈꿨다. 세훈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꿨다.
수술실 문이 열렸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흰 침대위에, 그 만큼 흰 세훈이 누워있었다. 수술전에 갈아입었던 병원복의 와이셔츠는 풀어헤쳐져 있었다. 그리고 가슴께에 둘러진 붕대가 보였다. 여럿 의사들이 나왔다. 마스크를 아직도 쓴 채로 있는 의사도 있었고, 종인과 맨 처음 면담을 했던 의사가 있었다. 그 의사가 종인에게 말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네, 다행이네요.”
“힘든 수술 이였지만, 잘 끝내서 다행입니다. 회복실로 갈 거고요. 입원절차 밟아주세요.”
“네.”
답답하게 옥죄고 있던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졌다. 이제 세훈이는 아프지 않다. 사실 정신적으로 호흡곤란이 온다거나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종인은 믿었다. 이젠 건강해져서 저를 사랑했다고 말했던 세훈이 아플 일이 없을 거라고.
“실밥은 2주 뒤에 풀 거예요. 그 동안 환자분 약물투여는 예전에 복용하시던 진정제 그대로구요.”
“네, 따로 …주의해야 할 건 없어요?”
“절대안정이요. 그거만 지키시면 문제없을 거예요.”
그 말은 즉 심장에 무리가 없게 하란 소리였다. 그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개인병실을 잡았다. 이 것 역시 다인실의 시끌벅적함을 방지하기 위함 이였다. 종인은 죽은 듯 누워있는 세훈의 앞 머리칼을 쓸었다. 항상 아름다웠다. 이렇게 수술을 끝낸 뒤에도 세훈은 아름다웠다. 금세 깨어난 세훈이 종인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종인아, 나 꿈꿨어.”
“무슨 꿈?”
“희고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너 찾는 꿈.”
“…찾았어?”
“아니, 못 찾아서 …울었어.”
그게 뭐야, 종인이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괜찮아 꿈은 꿈일 뿐이야, 지금 네 눈 앞에 내가 있잖아.
세훈아. 꿈에선 네가 날 찾지 못했어도 여기 현실에는 내가 이렇게 네 눈 앞에 존재해. …그러니까. 이곳은 너와 내가 있는 현실이야, 네 심장이 나를 위해 뛰고 있는 현실.
“꿈이 거짓말 했나 보네, 지금 내가 너 눈앞에 있는데?”
“…그러게, 정말 다행이다. 솔직히 무서웠거든. …잘못 될까봐.”
“부정적인 생각 하지 마, 너 기다려준 나 봐서라도.”
“그래, …미안해.”
…수술 잘 했으니까, 뽀뽀해줄게. 종인이 웃음 지었다. 세훈이 조심히 몸을 일으켰다. 가슴부를 죄여오는 붕대에 갑갑해하면서도 종인의 말에 절로 미소가 났다.
팔에는 링겔이 꽂혀있었다. 아마도 진통제인 듯 했다.
종인의 입술이 세훈의 입술위로 닿았다. 부드럽게 맞닿은 입술에 호선이 그어졌다. 쪽쪽, 작게 버드키스를 했다.
“키스 해줘, 종인아.”
“…음, 안 되는데….”
“…왜, 안 된다고 그래.”
“너 절대안정하래.”
“그게 키스랑 무슨 상관인데.”
“숨.”
짧게 대답하자 세훈이 아연실색한다. 그래, 숨이 모자라겠구나. 그냥 짧게 떼었다가 하면 안 되나? 세훈이 진지하게 종인을 붙들고 짧게, 짧게 하면 되지….
뽀뽀는 입이 막 근질거리는데…. 하고 작게 속삭였다.
“환자주제에. …못 말려.”
결국 종인이 졌다. 세훈의 양 볼을 붙든 채로 입술 틈새로 혀를 넣었다. 혀를 조금 엮었다가 짧게 떨어지는 입술에 세훈이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더 해도 괜찮아. 세훈이 손을 뻗어 종인의 단단한 허리를 붙들었다. 다시 혀가 안을 파고 들어 움직였다. 짧게 촉촉 거리며 떨어지는 입술에 간질간질 해졌다.
제 볼을 잡고 있는 종인의 손위로 손을 얹었다. 더 해달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하아…, 병원에서 나오면 백번이고 입맞춰줄게. 이제 그만.”
“…여기가 현실이긴 한가보다. 너와 입 맞출 수 있어서.”
세훈의 표정이 조금 미묘하게 굳었다가 다시 미소를 띠었다. 벌써 저녁 이였다. 자야겠다. 세훈이 중얼거렸다.
종인은 자연스럽게 침대 밑에 있던 보조침대를 끌어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세훈이 링겔이 꽂혀있지 않은 다른 쪽 손으로 침대를 툭툭 쳤다. 종인과 눈이 마주쳤다.
“여기서 자, 나 너랑 같이 자야 잠 올 거 같아.”
“…환자랑 어떻게 잠을 같이 자? 내가 혹시나 너 치기라도 하면.”
“너 잠버릇 없잖아. “
"그건 그래도…."
너랑 같이 자야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나 불안해. 종인아, 그 꿈 다시는 안꾸고 싶어. 세훈이 작게 속삭였다. 종인이 그 말에 꺼내놓았던 보조 침대를 다시 집어넣고 조심스레 세훈의 침대위로 몸을 뉘였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가슴에 있는 붕대가 생각나고, 또 팔뚝에 꽂혀있는 링겔을 떠올리니,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세훈이 먼저 멀쩡한 손으로 종인의 손을 맞잡아 왔다. 이제 다시 자면, 꿈에서 종인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루한은 수술이 끝난 직후에 몸을 잘게 떨었다. 내 손에 세훈의 심장이 달려있었다. 다른 어느 때의 수술보다도 긴장이 되고 두려웠다. 다행히도 수술이 잘 끝났지만, 아이는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했다. 보고 있어도, 세훈이 눈을 떴을 때 세훈을 다시 본다는 희망이 없었다. 보고 있어도,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루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남자를 보았다. 지금 세훈을 가진 남자. 자신보다도 더 듬직하게 다부진 체격의 잘생긴 인상 이였다. 말해주고 싶었다. 예전에 세훈의 남자는 저였다고, 또 다시 세훈일 만났을 때, 다시 세훈이를 잡아야겠다고 깨달았다고. …그러니까, 점차 안정이 되고 호흡발작을 일으키지 않으면 그 때, 다시 세훈에게 찾아갈 생각 이였다.
지독한 인연의 굴레였다. 만났다. 그리고 또 만났다.
“오세훈 환자, 과거병력 때문에 다른 환자들이랑 틀려요. 더 신중하셔야 되요.”
“네, 절대안정 하라고 일러뒀어요.”
“세훈군 주치의여서 부럽네요.”
이제 세훈은 매일 이 남자와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증상부터, 앞으로의 문제 조차도. 루한을 알 수 없이 화가 났다. 거지같은 굴레였다.
가까이 붙여 놨으면 잘되게 해줘야 하는건데, 왜 이렇게 만나면 항상 어그러질까?
“세훈이, 잘 부탁해요. 백현씨.”
“아는 사이에요? 원래 그렇게 환자 이름을 그렇게 다정하게 불러요?”
“아, 아뇨, 그냥 조금 알던 사이에요.”
조금은 무슨, 루한은 자연스럽게 표정을 굳혔다. 아무에게나 지금 이 감정을 표출하긴 싫었다. 백현의 진료실에서 나왔다.
한참을 의미 없이 걷다가 복도 끝 모퉁이를 돌아서 개인진료실에 앉았다.
머릿속의 추억을 차곡차곡 정리해본다. 세훈과 처음 만났던 날, 두 번째 만났던 날. 그리고 고백했던 날, 우리 집에 데려왔던 날, 입을 맞추다가 참을 수 없어져서 세훈이를 안았던 날, 울면서 하기 싫다고 울먹이는 세훈을 달래서 한 번더 잤던 날, 그래서 세훈이가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 저 때문이였다. 모든게 제 자신이 발단의 시초인 것 같아서 루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 잘못임을 아는 데도 세훈을 놓을 수가 없었다. 너무 사랑한다. 아직도, 몇 년이 흐른 지금에서도.
세훈아, 네가 다시 내 심장을 뛰게 했어. 그 심장은 다시 나를 향해 뛰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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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음밖에 안나온다..
5시간 만에 썼네요.. 어머.. 어젠 한줄도 못쓰더니.. 어휴.. 자꾸 이렇게 몰아 연재하는게.. 버릇되면 안되는데..
그래도.. 마감일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니까 손이 빨라져서.. 막판에야 좀 빨리 썼네요..ㅋㅋㅋㅋ
이제 변백현까지 나옴. .완벽한 총수물은.. 무슨. 백현이는 후반부에 나와서. .비중 겆... 하지만.. 백현아. 내가 널 사랑해요..ㅠㅠㅠ
무튼.. 다음편 혹은 11편에 완결나요.. 빨리 끝내고 싶어요.. 너무 일이 커져서.. 저 수술하는 동안.. 의료용어 엄청 보고..
내가 의과생되는 줄 알았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내 전공은 공부도 아니고 의료도 아니고. .음악인뎈.ㅋㅋㅋㅋㅋ아옼.ㅋ.ㅋ
또 궁금해하시는 분이잇을까바.. 다음연재물은 찬백카디백총인데.. 세훈수도 숨어있을거에여..ㅇㅇ. 내 취향도 곁들려야지..ㅋ
글구.. 할말 또잇는뎀..ㅋ음.. 음악한다고 거창한건 아니구여.. 그냥.. 다들 문과생 이과생.. 뭐 물리.. 얘기하시길래..
저혼자 짜지긴 눈물나서..흡흡...ㅠㅠㅠ 악기전공은아니구..ㅎ.ㅎ.. 근데 악기 다루는 건 좋아해요.. 찬열이랑 저는 천생.ㅇ...ㅕ.ㄴ...
아 오타가 심하게 나네요. 그만 얘기해야지..
제가 완결 날때쯤 되면 막 명대사나.. 구절 같은 거 만드려고 노력하는데.. 좀 느껴져여?ㅋㅋㅋㅋ아님 말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