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님, 아이스크림님, 마네자기, 비회원님 사랑합니다 표지 너무 예뻐요ㅠㅠ
Dear, My Bloody
written by.Thames
루한은 입술을 달싹였다. 준면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한 뒤 손을 빼냈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저 사람은 아무래도 저를 싫어하는게 분명했다. 아까 손을 잡을때도, 쓸데없이 세게 잡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또 계속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꼭 혐오하는것을 보는 눈빛이라 루한은 계속 찬열과 마주앉아 백현과 대화를 나누기만 했다. 밖에는 비가 주륵주륵 내리고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맑았는데 비가 오니 성 주변의 자연환경이 더 아름답게 느껴져 찬열은 창문밖을 계속 감상했다. 준면은 루한과 악수를 한 뒤에 2층으로 올라가버렸고 루한은 차라리 그가 없는게 더 편했기때문에 굳이 어딜가냐고 묻지도 않았다.
"준면이형."
".........."
"준면이형, 문 열어봐."
".........."
"야 김준면. 문 열어. 안그럼 부수고 들어갈거야."
세훈은 지금 꽤나 심경이 복잡했다. 준면이 그렇게 눈에 띄게 루한을 경계하는 모습에 상당히 놀랐다. 준면은 한번도 다른 사람에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시한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물며 자신이 마음에 들어한다는 남자한테 그렇게 대하는 것에 깜짝 놀랐다. 세훈은 준면이 2층 서재로 들어가는것을 보고 바로 따라들어왔다. 역시 제가 계단을 다 올라오기도 전에 이미 서재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 준면은 아마 세훈의 말을 다 듣고있는듯했다.
"뭐야, 왜 그러는데."
".........."
"진짜 부순다, 하나, 둘, ㅅ.."
문이 달깍-하고 열렸고 준면은 평소와 다름없이 안경을 쓰고 책을 들고있었다. 준면의 시력은 10이 조금 넘는다. 안경따위는 쓸 필요도 없으면서 지금 안경을 쓰며 책을 읽는체 한다는것은 뭔가가 꼬였다는 증거다. 세훈은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은 뒤 준면의 손에서 책을 빼았아 들었다. 준면은 왜 그러냐는듯 되려 세훈에게 물었다. 세훈은 혀로 입맛을 다셨다. 세훈이 아무 대답이 없자 준면은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서재의 벽면을 쭉 따라 훑었다. 서재의 벽면에는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ㅁ자의 방안에는 한 벽면을 제외한 다른 벽면들에 모두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그 그림은 라파엘과 피에르, 그리고 루크의 삶이었다. 맨 왼쪽에는 라파엘의 탄생, 소년기의 라파엘, 피에르를 주운 라파엘, 뱀파이어로 변한 피에르, 피에르가 주운 루크, 루크의 손목을 무는 피에르. 파노라마처럼 쭉 이어져있는 그림에서 눈에 띄는건 검은색 짧은 머리의 소년이었다. 그는 라파엘이 피에르를 줍기 전 소년기에 그려져 있었다. 세훈은 항상 궁금했지만 준면에게 묻지는 않았다. 준면은 자신의 소년기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했고 세훈은 그것을 이해했다. 자신도 유년기를 불우하게 보냈으니까, 준면의 그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오늘 준면이 루한에게 보인 적대감은 이해할 수 없었다.
"너 왜그래. 왜 갑자기 그렇게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어."
"뭐가. 아니야, 세훈아. 내가 조금 갈증이 났었나봐."
".........."
"진짜 별 일 아니었어. 나중에 루한씨한테 사과할게."
"..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세훈은 잘 알고 있었다. 준면이 병원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도. 수술용 혈액을 좀 더 쉽게 확보하기 위해서 준면은 병원에 근무하는체 하는 것이었다. 의사만큼 피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직업도 없으니까. 준면은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 피를 마시곤 했다. 그런 준면이 갈증이 인다는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세훈은 준면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준면은 평소처럼 실없이 웃었다. 세훈아, 아프다 좀 놔줘. 세훈은 손에 힘을 풀었다.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둘 다 웃겼다. 루한에게만 이상하게 반응하는 준면도, 그깟 남자가 뭐라고 수 천년을 함께 살아온 제 가족을 닦달하는 저도. 그렇게 생각한 세훈은 준면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준면은 그제서야 세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우리 세훈이가, 호감가는 사람이 생겨서 형은 진짜 기뻐."
"...누가 형이야."
세훈의 조그마한 속삭임에 준면은 살짝 미소지었다. 준면은 이런 표정이 가장 어울렸다. 아까처럼 살기어린 표정이 얼굴에 나타나면 가장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무서운건 준면이었으니까. 세훈은 준면이 사냥을 하는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세훈은 준면을 뒤에서 안았다. 준면은 아무 저항도 없이 그대로 이끌려왔다. 세훈은 준면의 어깨위에 얼굴을 묻으며 입을 뗐다.
"루한씨 마음에 안들어?"
"아니, 예쁘고 좋은 사람같아."
"근데 왜 그래. 왜 그렇게 경계를 해?"
"....세훈아."
".........."
준면은 한숨쉬듯 세훈을 불렀지만 뒤엣 말은 삼킨듯 하지 않았다. 세훈은 그런 준면을 재촉하지 않았다. 준면은 제 허리에 감긴 세훈의 팔을 약하게 톡톡 쳤고 그제서야 세훈은 팔에 힘을 풀어 준면을 놓아주었다. 준면은 안경을 벗고 눈을 비볐다. 졸려. 준면은 서재의 의자에 주저앉듯 앉았다. 졸리면 침대로 가야지. 세훈은 나무라듯 내뱉었지만 준면은 빙긋이 웃으며 책상에 엎드렸다. 세훈은 그런 준면의 등 뒤에 담요를 덮어주곤 방을 나왔다. 계단을 내려오며 세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너무 예민한것같았다. 예민하다, 준면에게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오른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며 세훈은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목을 감싸쥐었다.
***
찬열은 지금 제 앞에 있는 이 조그마한 생명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강아지같이 생긴게, 하는짓도 강아지고 성격도 강아지다.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것도, 시무룩해지면 귀와 꼬리를 축늘어뜨리는것도 다 강아지같았다. 찬열은 솔직히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찬열은 외동이었고 어렸을때부터 응석이라는 것은 배우지도 못하고 자랐기때문에 아이들이 자신에게 부리는 응석과 어리광이 어색했다. 하지만, 백현의 어리광은 받아줄만 했다.
"자꾸 묻히고 먹네, 이리와봐."
"아, 잘못했어."
백현의 입에 묻은 크림을 닦아주며 찬열은 백현의 볼을 만져보았다. 부들부들한것이 푸딩같기도 하고, 또 솜뭉치를 만지는것같아 기분이 묘했다. 루한은 아까부터 계속 소파에 기대 잠만 자고 있고 2층에 올라가서 잠을 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루한은 어딘가가 조금 불안해 보였다. 하지만 찬열은 그저 아파서 그럴거라며 루한을 안심시켰다. 크림머핀을 먹으며 백현은 제대로 입에 머핀을 넣을 수가 없었다. 준면에게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찬열과도 떨어지기가 싫어 가만히 소파에 앉아있기만 하는것이었다. 백현은 조금 생각을 하다가 다시 머핀을 입에 넣었다. 하지만 또 크림이 입주변에 묻어 결국 찬열이 포크를 백현에게서 빼앗아 제 손에 쥐고 머핀을 찍어서 먹여주기 시작했다.
"입 벌려."
"아-"
"잘먹네. 머핀 좋아해?"
"음, 세훈이형이 요리를 잘해. 형이 한건 다 맛있는 편이야."
백현은 다 삼키고 신이 나서 발장난을 쳤다. 찬열은 백현의 입술을 닦아주며 생각했다. 예쁘다. 얼굴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입술도 예쁘다. 쫑알대면서 제 귓전을 때리는 저 입술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웠다. 순간 찬열은 백현의 뒷머리를 감싸쥐고 자신의 쪽으로 백현을 조금 당겼다. 백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찬열을 바라봤지만 이내 눈을 휘어지게 웃으며 찬열의 무릎을 만지작댔다. 자세가 조금 불편한것 같았지만 찬열은 매우 가까이에서 백현은 보고 싶었다. 백현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찬열은 초조해졌다.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만난지 하루도 안된 사이였고, 그렇다고 어물쩡 넘기기에는 분위기가 야릇해서. 찬열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너무 세게 깨물어 피가 나기 시작하자 찬열은 무의식적으로 피를 빨아먹었다. 찬열의 입술에서 피가 나자 백현이 웃던것을 멈추고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찬열의 입술에서 나던 피는 찬열이 빨아먹어 혀 부분에 묻어있었다. 백현은 찬열의 무릎 위에 앉았다. 찬열이 당황하는듯 했지만 백현은 상관하지 않고 찬열의 목에 팔을 둘렀다. 피가 나던 입술부터 시작해서 입 안 혀까지 한번 쭉 핥을 요량이었다. 백현은 찬열의 입에 제 입을 맞추었다.
"읏, 백현아."
"아앗. 가만히 있어."
조그마한 아이에게서 무슨 힘이 이렇게 나는지 찬열은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백현은 찬열의 입술을 혀로 핥았다. 멈추었던 피가 다시 나기 시작했다. 찬열은 당황했지만 이내 백현의 허리를 받쳐안고는 백현과 혀를 섞기 시작했다. 옆에서는 루한이 불편한 자세로 잠을 자고 있었고 세훈과 준면은 윗층에 있었다. 꽤나 스릴있는 입맞춤이라고 생각하며 찬열은 얼굴을 살짝 비틀었다. 간간히 백현의 신음소리가 새어나왔지만 그것마저 키스를 더욱 흥분시키는 요소가 되었을 뿐 행위를 멈추는 매개가 될 수는 없었다. 피가 멈췄지만 입맞춤은 계속 되었다. 찬열이 생각했던것 보다 백현의 폐활량은 그 이상이라 전혀 지치지 않는듯 점점 강하고 진하게 키스했다.
"찬열아, 읍, 아흣...아,"
"형은, 어디다 팔아먹었니,"
"으응, 아, 읏...아..아니..,"
"입 한번 맞췄다고, 맞 먹지 지금."
찬열은 백현이 귀엽다는듯 볼에 소리나게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백현은 입맛을 다시며 손가락으로 찬열의 입술을 훑어내렸다. 피가 나던 부분은 이미 상처가 다 아문듯 반질반질했다. 백현은 찬열의 무릎위에 앉아 찬열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가슴팍 바로 위에는 목, 목이었다. 방금 전의 입맞춤으로 목에는 핏대가 서 있었다. 백현은 나른한 표정으로 핏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찬열은 백현이 그저 신기해서 쳐다보는거라고 생각하며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백현은 순간 생각했다. 물까? 물어버릴까. 하지만 백현의 그런 생각도 위층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기억의 저편으로 멀어져갔다. 백현은 찬열에게서 떨어져나와 다시 소파에 앉았다. 찬열은 백현이 자신의 품에서 떨어지는것에 잠시 섭섭했지만 세훈이 내려오는것을 보고 그 행동을 이해했다. 이성을 차리고 보면, 범죄에 버금가는 행위였다. 백현은 미성년자였고, 자신은 성인, 그것도 남자였다. 찬열은 백현의 빠른 상황판단에 감탄하며 백현에게 눈짓했다. 머핀 더 먹을래?
***
세훈은 아랫층에 내려오자마자 바로 주방으로 직행하려 했다. 너무 갈증이 일어서 도저히 바로 거실로는 나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동하는 통로에서 어렴풋하게 피냄새가 나는 것을 감지했다. 혹시 백현이가 냉장고에 들어있던 혈액팩을 뜯어서 마신건가 했지만 혈액팩을 뜯은것치고는 향이 약했다. 세훈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톡톡 쳐내며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는 여전히 찬열과 백현이 떠들고 있었고 루한은 손목으로 눈을 가린채 불편하게 소파에 기대서 잠을 자고 있었다. 세훈은 그런 루한을 쓱 한번 쳐다보고는 이내 찬열의 입술에 나있는 조그마한 상처를 캐치해냈다. 저기구나. 세훈은 아문 상처를 쳐다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찬열은 한 손에 티슈를 들고 한 손에는 포크를 쥐고 백현에게 머핀을 먹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제가 할 일을 찬열이 해주고 있으니 당연히 편했다. 세훈은 주방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백현과 찬열에게 정신이 팔려 제 상태를 잊은듯했다. 세훈은 냉장고를 열었다. 그 안 깊숙한 곳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락앤락 상자가 들어있었고 상자 안에는 또 겹겹으로 포장된 혈액들이 쌓여있었다. 세훈은 하나를 집어들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RH-A. 김준면이 미쳤구나, 마이너스 피를 가져오고. 세훈은 급한대로 팩을 가위로 자르고 그대로 입에 털어넣었다. 평소대로라면 유리잔에 따라마셨을텐데, 찬열이 깨어있으면 오해를 받기 쉬워 팩째로 꿀꺽꿀꺽 마셨다. 여전히 역겨웠다. 원래 피를 거부하는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역겹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는데. 세훈은 반 정도 줄어든 팩을 개수대에 쏟아 부으며 심호흡을 했다. 나름대로 버틸만했다.
세훈이 거실로 나가자 백현은 그새 잠이 들었는지 루한의 옆에서 조용히 곯아떨어져 있었고 찬열은 백현을 닦아주느라 사용한 티슈를 정리하고 있었다. 세훈이 다가오자 찬열은 티슈를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세훈에게 제 자리를 양보했다. 세훈은 괜찮다고 극구 말렸지만 찬열은 옆에 조그마한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세훈은 찬열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루한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물론 친구로써. 백현도 잘 돌봐주고, 성격도 좋은것같고, 사회성도 바른것 같아 제 할일을 덜어주는 찬열이 세훈은 무지 고마웠다. 찬열은 웃으며 세훈과 대화를 시작했다. 이것저것 물을것같은 느낌에 세훈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려보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 이렇게 성이 있는줄 몰랐어요."
"모르게 하고 있었거든요. 이 성도 일제강점기때 지어진 성이에요."
"그렇게나 오래됐어요? 전혀 그렇게 안보이는데."
"프랑스에 있던 고성을 그대로 옮겨왔거든요. 실제로는 아마 천 년이 훨씬 넘었을거예요."
"되게 아름다운 성이네요. 그럼 여기서 세 분이서 계속 사시는건가요?"
"네, 백현이가 몸이, 약해서요. 햇빛을 잘 못봐요. 저도 그렇고."
세훈은 누구나 믿을만큼 근거있게 둘러대며 다음 질문을 추측했다. 백현에 대해 물을까, 아니면 우리 셋? 세훈의 눈에도 찬열은 백현을 매우 아꼈다. 오늘 처음 본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백현을 저렇게나 다룰 수 있는건 준면, 세훈을 제외하면 찬열이 유일할듯했다. 백현이 워낙 사람의 손을 타는것을 싫어해서 걱정했었는데 역시 제가 데려온 사람인만큼 찬열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보다.
"백현이는 변백현이죠?"
"아, 네."
"준면씨랑 세훈씨랑 모두 성이 다른데."
세훈은 잠시 당황했다. 그리고는 지금쯤 잠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준면을 원망했다. 일제강점기때 한국에 들어와서는 이름을 한국식으로 지을때 세훈은 형제로 보이기위해서는 성을 모두 같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들의 서양식 이름은 모두 졸타로 성이 같았다. 라파엘 졸타. 준면의 성을 따서는 피에르 졸타, 루크 졸타 로 성을 맞추었건만, 한국으로 와서 마음에 드는 이름을 정하면서 백현이 떼를 쓰기 시작했다. 준면은 가장 흔한 성씨인 김씨를 성으로 하자고 말했고 세훈은 동의했다. 하지만 백현은 백현에 김씨가 뭐냐고 투덜댔고 결국 변백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했다. 결국 세훈도 이름에 어울리는 성씨로 골랐고. 어딜가면 항상 이복형제라는 말로 둘러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밖으로 나갈 일이 없어 이런 변명을 할 일이 많지도 않았지만.
"어머니들이 모두 달라서요."
".........."
세훈은 재빨리 시무룩하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차가운 인상의 미남자가 그런 표정을 짓자 정말 사연이라도 있는듯 찬열의 마음이 아파졌다. 세훈은 속으로 준면과 백현을 곱씹으며 입을 뗐다.
"아버지께서, 여성편력이 심하셨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모두 달라서."
"아, 죄송해요. 그런것도 모르고."
"아니에요. 그래도 형이랑 백현이는 정말 소중한 가족이에요."
"좋은 가족이네요."
찬열은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훈은 한숨 돌렸다는듯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밖에서 주륵주륵 내리던 비가 그쳤다. 찬열은 그제서야 전화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파가 통하지 않는 곳에는 전화가 있을리 만무했다. 찬열은 낭패라는듯 고개를 저었고 세훈은 준면이 모레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준면씨는 서울에 자주 가시나봐요."
"의사거든요. 이렇게 가끔씩 백현이 보러와요."
"그러시구나. 3일이나 폐를 끼쳐도 될지 모르겠어요. 너무 죄송한데 그러면."
"아니에요, 괜찮아요.
세훈은 조금만 찬열이 성에 머물러주길 원했다. 찬열보다는 루한이 목적이었지만. 찬열이 신세 좀 질게요. 하며 입을 뗀 순간 루한의 팔이 소파 위로 툭 떨어지며 루한이 눈을 떴다. 불편한 자세로 오래 잔게 용하다는듯 찬열은 루한의 시야 앞에 손바닥을 흔들었고 세훈은 백현은 흔들어 깨웠다. 방에 올라가서 자. 백현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세훈의 손을 쳐냈지만 세훈은 꿋꿋하게 백현을 안아들었다.
"얘 좀 눕히고 올게요. 이렇게 자면 감기걸릴것같아요."
"네, 다녀오세요. 저는 루한이 정신 좀 차리게 하고 있을게요."
찬열은 루한의 뺨을 아프지 않게 톡톡 두드렸다. 루한은 잠을 깨우는걸 가장 싫어했다. 당연히 찬열의 가슴팍으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루한은 기지개를 쭉 폈다. 앞이 조금 깜깜해지더니 이내 시야가 환해졌다. 찬열의 잘생긴 얼굴이 보이자 루한은 검지손가락으로 제 눈을 비볐다. 불편한 자세로 잤는데도 어깨나 등, 목이 결리지 않았다. 이 성은 묘하게 신기했다. 오래 전부터 알던 장소같이, 편하고 마음이 놓였다.
"세훈씨 목소리 들렸는데."
"백현이 재운다고 올라가셨어. 너 피곤하면 올라가서 자."
"....우리 호텔은 언제가?"
"지금 비와서 산길 미끄러워서 못가. 나중에 준면씨가 서울가실때 태워다주신데."
"....아.."
루한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찬열은 그런 루한을 눈치챘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왜그래? 할 말 있어? 하고 루한을 보채왔다. 하지만 루한은 이내 별 일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찬열은 루한의 찡그린 미간을 꾹 누르며 말했다.
"미간에 주름 생겨. 표정 좀 풀어라."
"만지지마 박찬열."
"또 까칠하게 군다. 오늘은 아프니까 봐줄게. 올라가서 자."
".........."
찬열의 말에 루한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소파에서 일어났다. 찬열이 옆에서 잡아줘? 하고 물었지만 루한은 혼자 올라갈 수 있다며 계단 난간을 잡았다. 계단을 한칸씩 올라갈때마다 심장이 더 크게 뛰는것 같았다. 어젯밤에는 어두워서 어느 방으로 들어갔는지 몰랐는데, 아침에 내려올때도 무슨 정신으로 내려왔는지 방을 찾기가 꽤 힘들었다. 루한은 한 칸 씩 방문을 열어 확인했다. 마지막 남은 방문을 열자 아침의 그 방이 보였다. 루한은 피곤함에 쩔어 문고리를 잡고 한참을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것만 같아 문을 닫고 문에 기댔다. 침대가 바로 코 앞인데 걸어갈 힘이 없어 가만히 문에 기대기만 하고 있는데 문 바로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세훈이었다.
"들어갑니다."
세훈은 대답이 없는 방 안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문이 열리고 침대에 누워있거나 앉아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루한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문에 기대있던 루한이 쓰러지듯 품 안으로 들어왔다. 당황한 세훈은 재빨리 루한을 일으켜세우고 이마에 열을 쟀다. 괜찮더니 다시 이러네. 세훈은 루한의 발개진 뺨에 손을 가져다댓다. 뺨도 뜨겁다.
"아프면, 침대로 가요."
".........."
"미련하게 문에 기대서 뭐하는겁니까."
"....윽..."
"다리에 힘줘. 일어서봐."
"....못해, 힘들어..."
".........."
세훈은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고 고개를 젓는 루한을 보며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곤 루한의 허리를 받치고 루한의 팔을 제 어깨에 둘렀다. 침대까지는 불과 3-4m밖에 떨어져있지 않았다. 세훈은 루한을 침대에 눕혀놓고 슬리퍼를 벗겨냈다. 땀이 젖어 있는 와이셔츠를 벗겨내려 하자 루한이 손으로 그것을 저지했다. 세훈은 낯선 남자가 옷을 벗기는건 좀 그렇지 않나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누워있는 루한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세훈은 무릎을 굽혀 침대 옆에 쪼그려앉았다.
"내가 불편하면, 찬열씨 불러줄게요."
".........."
"일단, 목에 땀부터 닦으라고 할게요."
"...뭐..가,,"
"목이 그렇게 젖어있으니까."
".........."
"기분이 이상해서."
세훈은 루한의 젖은 앞머리를 쓸어올려주며 일어섰다. 루한은 이제 눈을 뜰 힘조차 없어보였다. 세훈은 그런 루한을 보며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찬열을 부르기 전에 냉포도 잘라둬야하고, 물수건도 얼려놔야하고 조금 시간이 걸릴것같다고 말하자 루한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훈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못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몇 분 뒤 세훈이 닫아놓고 나갔던 문이 힘없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조금 어두운 방 안임에도 그의 새하얀 얼굴은 마치 제가 사람이 아니라는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선명했다.
"아파?"
준면은 루한의 달뜬 뺨을 쓰다듬으며 말을 걸었다. 루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하게, 마치 보호자를 찾은 어린아이처럼 루한은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준면은 제 차가운 검지 손가락을 루한의 입 안에 집어넣었다. 뜨거운 입속에 차가운 손가락이 들어오자 얼음 빨듯 루한은 미친듯이 준면의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준면은 그제서야 미소지으며 루한의 땀에 젖은 와이셔츠를 하나하나 벗겨내기 시작했다.
"아프지마."
".........."
"대신 아파줄수도 없잖아. 아프지마."
"....응..."
볼때마다, 너무 예뻐서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싶어. 지금은 찢어죽이고 싶어. 준면은 나지막하게 루한의 귓가에 속삭였다. 루한은 그 말을 듣고 미소 짓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준면은 루한의 와이셔츠를 벗겨 침대의 오른편에 놔두고 시트를 가슴팍까지 덮어주었다. 친구오면 닦아줄거야. 일단 좀 자둬. 그 말이 수면제라도 되는듯 루한은 잠에 들었다. 물 속에서 유영하듯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디마블 3편은 조금 길게 써봤어요ㅠㅠㅠㅠㅠ
길게 쓰고싶어서ㅠㅠㅠ불금에 올리고 싶어서...ㅋㅋㅋㅋㅋㅋ
길게 써봣는데ㅠㅠㅠ내용전개가...아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캐릭터를 조금 스포하자면
준멘은 양면성짙은 캐릭이 될거구요
세훈이는 시크하면서 깐깐한 남자..ㅋㅋㅋㅋㅋ
백현이는 귀여울거예요!! 귀엽게 쓰고있어요 최대한...ㅋㅋㅋㅋ
찬열이는 언제나 그렇듯 다정돋을예정이고...조금 깝..?
루한이는 까칠..까칠,..상남자돋게..원래 성격대로 애교는 쥐뿔도없는ㅋㅋㅋ
이렇게 읽어주시면 될것같아요!!
반응연재구요, 항상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
원래 오늘 암호닉 정리본올리려고 했는데...아...
셤기간이라...진짜 셤끝나면 암호닉 정리부터 올릴게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ㅠㅠㅠㅠ
설템행쇼 템마행쇼 비즈행쇼 릴즈행쇼 스템행쇼 템모행쇼 할템행쇼
모든 표지익인님들 사랑합니다
질문/암호닉은 항상 댓글로 받아요!!
질문들어오셨는데, 우리나라는 아버지성을 따르니까 어머니가 달라도
성씨는 같은거 아니냐고 저의 사랑 샤프님이 질문해주셨어요
이 상황은 아버지가 계속 이혼을 하셔서 백현이만 아버지성을 따르고
준면이랑 세훈이는 어머니성씨 따른걸로 해놨어요...안나와있지만...ㅋㅋ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애들에게 부모님은 없어요...그냥 준면이네 직장이나 이런데 둘러댈때
쓰는 말이고 애들의 시조는 준멘이지만 준멘을 아버지라고 하지않아요ㅇㅇ
세훈이의 시초는 준멘이고 백현이의 시초는 세훈이고
준멘-세훈-백현
준멘이 백현이 할아버지뻘이네여...ㅋㅋㅋㅋㅋㅋㅋ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