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해당 작품의 내용 및 결말에 대한 스포를 상당히 많이..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에 있어서 꼭 저 작품을 읽어야 한다던가 하는 부분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디파이님이 예쁘게 적어주신 메디컬코트 표지입니다!
메디컬코트 첫 선물인데 늦게 소개시켜드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ㅅ;
예쁜 표지 받고 힘내서 걸맞는 작품으로 보답할게요!
Medical Court
세일러문 변호사와 악당 의사
BGM :: 울랄라세션 - Love Fiction (괜찮아 사랑이야 OST)
그래도 잘 해보자는 건 사실이었던 것 같다.
원래 하루 종일 양복 놈들과 마주한 채로 긴긴 시간을 보내야했는데 간간히 찾아와 얼굴을 비춰주는 악쌤 덕에 무료하지는 않아졌다. 그래봐야 별 일 없으시죠? 하는 질문이 다긴 하다만.
그리고 가끔가다 보너스처럼 들려주는 본인의 이야기들은 나름 재미도 있었다. 모태솔로라고 하기는 했다만 그렇다고 사랑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랑의 상대가 참, 이상하게도. 모조리 게이였음을 조용히 고백했다.
그쪽 사람들에게는 ‘게이더’가 있다고 한다. 게이와 레이더의 합성어로, 그쪽 사람들 눈에는 그쪽 사람들이 보인다는 말씀. 그리고 악쌤은 스스로에게 그 게이더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째 사람을 좋아하고 보면 다들 그렇고 그런 사람이었다고. 아, 나는 정말로 홀로 살아갈 운명인가보다. 결국에는 깨달았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여자를 좋아하지도 않는 몇몇 사람들을 질투했다. 악쌤은 그런 나를 보며 ‘혹시 모른다’는 말도 했다. 이 사람이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다.
그래도 나는… 확실히 이성애자다. 정말로.
악쌤에게 내 마지막 연애를 고백하려 했으나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
악쌤은 연애하는 시간이 적은 대신, 자신을 가꾸는 데에 투자를 많이 했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가꿈이 아니라 학문적 소양을 쌓는 데에 투자를 했다는 소리다. 나는 읽어본 적 없는데, 연애 관련 서적에서 그런 문구가 있다고 한다.
‘그의 과거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사랑할 가치가 없다.’
나는 이 문구에 동의하지 않지만. 본인 스스로가 이를 진짜라고 굳게 믿고 있으니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 마지막 연애 상대가 결혼했다는 사실은 혼자만의 비밀로 하겠다. 나름 궁금함을 참는 것 같은 모습도 귀엽게 보이니까 말이다. 중증환자 김민석.
보다보면 참 다양한 구석이 있는 여자다.
이런 여자가 어떻게 아직까지 모태솔로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의문도 생긴다. 민호 말에 의하면 정말 응급실에서는 호통을 자주 하고 날선 목소리로 레지던트들을 ‘갈구는’ 선생님이신데 또 얘기를 해보면 다르다. 본인의 주관이 굉장히 뚜렷하고 본인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대상에 한해 엄청난 열의를 보인다. 그래서 아직은 어설픈 레지던트들에게 조금 더 성숙한 자세를 강요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붕대 풀지 말라고 했죠.”
“아니, 이제 손은 좀 괜찮아서.”
“혹시 이것도 작업수단 중에 하나에요?”
우리 대화중에 흔한 레퍼토리다.
태블릿 PC로 문서 작성을 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두 손가락이다. 다리야 아주 딱딱한 석고가 감싸고 있지만 손가락은 누구 덕에 봉합이 아주 잘 되어가고 있어서 간단한 붕대로 감싸뒀다. 그래도 나는 종종 불편한 붕대를 풀어버릴 때가 있다. 그때만 되면 귀신같이 찾아와서 화를 낸다. 담당 의사가 봉합은 악쌤이 했으니 악쌤이 끝을 보라며 떠넘긴(?) 바람에 계속 확인하는 것 같긴 하지만 이사람 직업정신이 투철해도 너무 투철하다. 이정도면 그냥 넘겨도 될 것 같은데 나는 매일 혼이 난다.
“이렇게 의사 말 안 들을 거면 나가요.”
“돈은 제가 내는데..”
“치료는 내가 해요. 나가요.”
그러면 나는 순순히 손을 내민다. 어차피 곧 풀어버릴 예정이지만 이 사람 앞에서는 꼼짝도 못한다.
아, 양복 놈들은 악샘이 들어오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자리를 피한다.
소문에 의하면 무서운 아저씨들이 정수기 앞에서 사과를 깎아먹는다는 설이 도는 것 같은데 나는 그 주인공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다. 조폭이라는 오해는 악쌤 하나로도 족하다. 나의 열렬한 항변에도 불구하고 악쌤은 아직 자신의 생각을 바꿀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를 아마 조직폭력배를 우둔하며 그들의 뒷수습을 해주는 변호사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빨리 복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불편한 손으로 태블릿 pc 작동을 시작한다. 차라리 이럴 거면 노트북을 가져다주지 싶었는데 그건 또 안 된단다. 본래 용도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가져온 거라 절대 안정 및 휴식을 위해 대놓고 업무용인 노트북은 가져올 수가 없단다. 어떤 조직인지 하나도 감이 안 온다. 적어도 생김새들은 다들 서울권 제패하고 전국에서 1등 먹게 생겼다.
마침 파트너 변호사에게서 메일 하나가 왔다. 오늘은 올 것이 없는데,
-병원에서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제목부터 불길하다.
-민석아, 병원에 판례 같은 게 있을 거라곤 생각은 안 하지만 와이파이가 되고, 네가 인터넷이 되는 무엇인가가 손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자꾸 잔소리를 가득 담은 메일을 보내는 것일 거라 확신하고 이 메일을 보낸다. 그, 있잖아. 너희 병원에…
내가 입원한 이 병원엔 소아병동이 있다. 그 ‘악쌤’이라는 별명 자체를 만들어낸 아이가 있던 그 병동. 두 다리가 편치 않아 움직일 겨를이 잘 없는 내가 아이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첨부한 파일을 열어보니 확실히 맞았다. 어렴풋 들었던 이름이 보호자로 적혀있고 회사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보호자가 아닌. 이 병원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견적은 나오게 된다. 아마,
“병원과실이지.”
“그럼 의사가 잘려야 되는 거 아니야?”
“그 선생님 목에 달린 의사들이 몇인데. 원래 애기들은 작고 혈관 자체도 작아서 성공 확률도 적은 수술이었어. 혜진이가 좀 떼를 썼지.”
“그래도 의사가 잘못했다며.”
민호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이 바닥이 그래. 그러고선 냉장고에서 내 몫인 게 분명한 음료수병을 하나 집는다. 먹어도 돼? 하고 물어보는 거추장스런 과정 같은 건 다 생략해버린다. 이 바닥이 그렇다, 나도 회사에서 항상 하던 이야기다. 돈이 있는 놈은 이기고, 없는 놈은 아등바등해봐야 돌아오는 것이 별로 없다. 법은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더 너그럽다.
참 더럽지 그치.
혜진이라는 사람은 그 어린 나이에 상주 자리에 앉아야했고 그녀의 가장 가까운 지인인 응급실 팀들은 바쁜 스케줄 탓에 한명씩 번갈아가며 다녀와야 했다. 그것도 차마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 흰색 가운을 입은 상태로. 참 아이러니한 장면이 아닐 수가 없다. 동생은 의사의 실수로 죽었는데 본인은 의사를 꿈꾸며 일한다. 그것도 같은 병원 아래에서.
병원에서 우리 회사에 요청한 것은 과실 자체를 없애달라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었다. 혜진 양은 고소를 할 생각 자체가 없었고 병원과 혜진 양은 이미 구두 합의를 마쳤다. 합의서 및 보상금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우리 회사에 요청을 넣었던 것이다. 원래 이 병원 자체가 우리 회사와 크게 연결이 되어있다고 어렴풋 듣긴 했지만 그게 내 업무로 다가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내 아는 사람의 이야기가 되리라곤.
-뭐 큰 걸 바라는 건 아니고. 내가 병원에다가 연락해둬서 아마 네가 이 메일을 읽을 때 즈음에 너 병실로 의사선생님 한 분이 찾아가실 거야. 그분 말씀 정리해주고 문서 작성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간단하니까 괜찮지? 몸은 좀 괜찮아?
안부도 참 빨리 걱정한다. 얼마나 눈물겨운 동료애인가.
때마침 중후한 인상의 의사선생님 한 분이 찾아오셨다.
꼴이 말이 아닌지라 어색하게 인사하고 손가락 두 개로 겨우 화면을 만지작거린다. 허허 웃으시며 기나긴 시간을 기다려주시는데도 내가 민망해져 결국 나는 금방 감았던 붕대를 다시 풀어낸다. 또 잔소리를 듣겠지. 병원에 계시면서 불편한 점은 없으시냐 묻는 질문에서 나는 뼈가 있음을 알아챈다. 간혹 가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세월을 겪으면서 사람을 보는 눈을 갖춘 어른들. 나는 그 앞에서 순한 양이 되어 내 자신을 숨기지 못한다. 아닙니다. 빠르게 대답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대화는 끝이 났고 나는 그저 메일을 보내는 데에 전념한다.
“내가 붕대 풀지 말라고 글씨라도 써둬야 그만둘래요?”
그리고 구세주가 다가온다.
“어, 과장님.”
“여기는 무슨 일로?”
“제 환자라서요. 여기서 뵙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두 분이서 나는 모르는 이야기들을 하는 동안. 나는 붕대가 없는 두 손을 빠르게 움직인다. 사실 이렇게 잘 움직이는데 붕대를 왜 해야 하는지 지금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크다. 이렇게 말하면 분명 한 대 맞으리라. 결국 구세주 덕분에 과장님이라는 분은 내 병실을 나간다. 양복 놈들은 아마 그 소문의 정수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으리라.
“내 말을 안 듣기로 작정했나봐요.”
“아, 이건 빨리 하느라고….”
하하. 멋쩍게 웃어보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아무래도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것 같다. 이래서야 로맨스 같은 건 물 건너간 것 같은데. 다시 얌전히 손이 잡혀서 붕대를 꾹꾹 눌러가며 감아주는 악쌤은 뭔가 분해 보인다. 어떤 점에서?
“저사람 조폭 맞아요?”
“아니요?”
“왜요? 김민석씨…,”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나는 다시 내 소개를 한다. 이번에는 홈페이지까지 들어가서 프로필도 보여줬다. 내 이력을 보여주면서 나는 잘난 체를 하는 기분이 든다. 명문대 병설 병원의 의사에게 이런 이력을 자랑하는 게 별 의미 있는 행동은 아니지만 그래도. 악쌤은 내가 몇 번을 소리쳐도 듣지 않던 내 직업에 대해 오늘에야 파악했다. 그리곤 더 분한 표정을 짓는다. 차라리 조폭이었으면 했다고. 악쌤은 그렇게 말한다.
존경하는 선생님이었는데.
그리고 병실은 적막이 흐른다.
“내가 기분 풀어줄까요?”
내딴에는 위로한다고 던졌는데
“본인 붕대부터 풀지 마세요. 내 기분은 알아서 해요.”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모태솔로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
( + 본격 남녀 선입견을 깨는 이야기라고 예고에서 그랬읍니다.
그리고 그 선입견을 열심히 깨고 계신 우리의 악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내일이면 월요일!! 근데 콩알탄 생체리듬은 금요일이라고 울부짖고 있다!
24시간이 정말로 모자라요 !!! 이거슨 말이 안됨
그나저나 진사에 성재 나오더라구요..본방사수 못해서 미안해;ㅅ;;;
저는 이제 마마 투표 하러 떠나겠습니다! 바빠도 애들 상줘야해!!!!!헛!!!!!!둘!!!!!!!!
암호닉은 $$ 사이에 넣어서 신청해주세요. 아고물이랑 따로 받습니다.
앞선 편에서 말씀드렸듯 저는 제 독자님들을 여러가지 호칭으로 부릅니다. x 무한반복
우리 콩덕들, 개구리들. 그리고 성실한 추천요정=꾹꾹이들 모두 고맙고 사랑해요!♡)
마지막으로 요새 주가 최고인 꾹꾹이
메코 (메디컬 코트) 암호닉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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