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에 관하여 |
안녕하세요. 제 글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실지 잘 모르겠지만, 익만의 많은 글들이 글잡으로 옮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시 두려움을 이유로 삭제 했던 글을 다시 들고 와 보았습니다.
당시 누군가 도용을 했다거나 하여 글을 삭제 했던 것은 아닙니다. 자세하게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누군가 익만에 게시 되었던 제 글을 해하는 행동을 하여, 해당 글 이외의 다른 글들도 혹여 같은 일을 당할까 하는 조바심에 글을 내리는 선택을 하였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이었는데도 다정한 댓글을 많이들 남겨주셨기에 삭제를 망설였지만, 불완전한 글을 방치하는 것보다는 내리는 조치가 마땅하다 여겨 내린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닝들이 남겨준 따뜻한 말들 모두 제 갤러리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습니다 ... 감사해요.)
재업로드 할 생각은 없었으나, 자기만족을 위한 것 뿐만이 아니라 닝들과 함께 써내려갔던 글을 메모장에 묵혀두기는 아까워 안전한 방이 활성화 된 김에 다시 한 번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앞으로 올릴 글들은 모두 재업이며, 이전에 올렸던 글들을 모두 올릴 예정입니다. 차근차근 수정을 한 뒤에 게시를 할테지만, 그럼에도 여러모로 부족한 글일테니 양해 부탁드려요.
• 저는 다른 타사이트에 글을 업로드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습니다. 제 글은 오로지 제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메모장에만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혹여나 하는 마음에 명시합니다. |
• 줄글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만을 썰로 남겼습니다. 해당 썰은 줄글로 길게 쓰여진 버전이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우시지마는 눈치가 없는 것보다는 눈치를 안 본다-에 가까운 것 같아. 오십보 백보 같지만, 미묘하게 다르달까.
부잣집 도련님이기도 하고, 집안에서도 눈치를 주면서 분위기 살펴라- 라기보다는 “이건 하지 마라. 이렇게 하라.” 는 식의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했을 것 같고. 그래서 모호한 말들에는 물음표 띄우고 직접적인 말들만 이해하는거지.
타고나길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살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서 / 딱히 남의 속을 헤아리며 살아갈 필요가 없어서 남들은 우시지마를 보고 쟤 진짜 눈치 없네- 라고 말하는거지.
잘났고, 본인이 잘났다는 사실을 잘 아는 인간이라서 더더욱 남을 이해하려 드는 일의 필요성 자체를 못 느꼈달까. 그렇다고 천성이 못돼서 남을 무시하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저 직관적이고 솔직한 편. 때로는 너무 솔직한 탓에 무례함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지만, 그만큼 남들이 못 하는 말들도 잘 해줄 것 같아. 1학년 시절에도 3학년 주장에게 자기 의견을 잘 말한다던가, 감독에게도 뒷감당 생각 않고 하고 싶은 말 멋대로 한다던가. 애시당초 과묵한 사람이라서 말 실수를 하는 일도 없을 것 같네. 자신의 생각을 한 마디로 함축시켜서 말하는 그 과정에 있어서 객관적인 시선을 품는 것 같아. 그래서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이유와 함께 설명해주면 별 말 없이 납득도 잘 할테고.
고시키한테 했던 조언이나, 부탁한다- 는 말도 그렇고, 오이카와한테 우리 팀으로 들어왔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모두 남의 감정을 헤아리지 않은 채 본인의 의견을 명시한 느낌이랄까. 상대가 감동을 받든 말든, 상처를 받든 말든. 특히 오이카와의 경우에는 상대가 저한테 졌다는 사실은 둘째치고, 그저 뛰어난 세터니까 잘난 내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하는 말같아.
히나타랑 카게야마에게 초면에 했던 말들도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말 하는 바람에 조금 무서운, 어쩌면 무시하는 듯한 어투로 표현되었지만, 악의는 없었고.
구구절절 떠들었지만, 결론은 연애에 있어서도! 딱히 뭣도 모르진 않을 거 같아. 돌려 말하거나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일절 눈치 채지 못 하겠지만 (굳이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않겠지), 그만큼이나 숨기는 것도 없을 것 같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도 감정을 눈치 챈다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을거야. 그저 자존감이 높고 근거 있는 자신감이 넘치는 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굉장히 잘 파악하고 있겠지. 그래서 내가 저 사람에게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구나, 내가 쟤를 좋아하는 거구나, 하고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라 단순하게도 자신이 원하는 것들에 대해서만 아주 잘 아는거야.
저 사람에게 닿고 싶다, 저 사람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다, 더 가까워지고 싶다, 나에게 웃어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욕심들에는 꽤나 충실하겠지. 눈치 안 보니까.
그래도 과묵하고 우직한 성격과 어울리게도 상대에게 스며드는 편일거야. 진심으로 궁금한 이야기를 묻고는 상대가 답해주는 것을 가만 듣고 있다거나, 머리를 쓰다듬고 싶으면 괜히 한 번 해본다거나, 상대가 웃을 때면 그 얼굴을 꼭 제 눈에 담는 식으로. 그 상대 주위를 유독 맴도는 것도, 그 상대한테만 꽂힌 시선도 너무 적나라해서 본인도 모르는 감정을 남들이 먼저 눈치챌거야.
그렇게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 상태로 날들이 늘어지다가 어느 날 텐도가 우시지마한테 “쟤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너래. 먼저 말 할 생각은 없다는데, 와카토시군이 먼저 말해보는 게 어때?” 하고 물을거야. 그 물음이 설마 눈치 주는 거라곤 생각 안해. 그저 텐도가 이야기한 제안 에 대해 생각해보는거지.
1. 저 애는 날 좋아해.
2. 쟤가 나한테 좋아한다고 말 하면 내 기분이 좋아질텐데.
3. 그러면 내가 말 해도 쟤도 기분이 좋겠지.
4. 기분이 좋으면 웃을거야.
5. 저 애가 웃는 얼굴이 좋아.
6. 좋아한다고 말해야겠다.
이런 논리로 결론을 내리고는 대뜸 가서 좋아한다고 말 해버리기.
여기서 상대, 즉 닝도 마냥 수줍어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닐거야. 그렇다고 막 불도저처럼 들이대지도 않을 것 같아. 우시지마와 사귀는 닝은 감정적이지 않을 것 같아. 눈치가 없거나 무심한 건 아니고, 오히려 우시지마와는 반대로 눈치가 빠른 편. 누군가의 성향에 대해서 굉장히 잘 이해하는거지. 아, 얘는 이런 화법을 가졌구나. 얘는 이런 걸 싫어하는구나. 얘는 이런 일이 있으면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등의 분석을 한달까. 다양한 사람을 만난 덕에 포용력이 생긴 닝이라서 이런 일이 가능한거지.
둔한 우시지마와 관계가 잘 이어질 수 있기 위해서는 굉장히 솔직하고 거짓말 못 하는 성격이어야 할 것 같아. 우시지마가 좋아하게 될 정도면 서로 가까운 사이일테고, 눈치도 없고 말도 없는 상대를 좋아하려면 닝도 모든 관계에 있어서 대체적으로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는 편일거야. 입을 다물지언정 거짓말은 하지 못 하고, 할 말은 꼭 하고 살아야 하는 닝은 거짓말 잘 하고, 말을 이리저리 빙빙 돌려가며 하는 능글맞은 사람은 오히려 안 좋아할거야. 그래서 우시지마가 정말 솔직하기만 한 탓에 할 말 못 할 말 못 가리는데도 그만큼이나 주관이 있고, 남을 속일 성격도 아니라는 사실에 좋아하게 되지.
너무 뼈 때리는 팩트를 던질 때가 있어서 조금 상처 받을 때도 있지만, 닝은 꽤나 이성적인 인간이라서 토라지는 대신에 아, 이런 건 고쳐야겠구나. 이건 이렇게 하는 것도 좋겠구나. 하면서 고쳐가. 그래서 닝은 남들이 눈치 없다고 일컫는 우시지마의 솔직함에 더 호감을 느낄거야. 자신을 좋을 쪽으로 발전하게 해주는 사람이라서. 물론, 어느 정도의 호감과 동경이 짝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언제 한 번 우시지마가 특유의 솔직함으로 건넨 말 한 마디에 감동 받는 계기가 있어야겠지만.
그렇게 좋아하게 되었음에도 닝은 우시지마가 배구 바보라서 연애에는 일체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거야. 들이대 볼 생각도 안 하지. 닝은 거짓말 못 하는만큼 자기 감정도 숨길 줄 몰라서 플러팅 같은 일은 전혀 할 줄 모르는 탓이야. 말 꺼내기도 전에 자기 얼굴부터 붉게 달아오르는 바람에 이조차 포기하곤, 내가 고백해봤자 차이겠지- 하는 생각에 손놓고 있을거야.
우시지마는 좋아해! 하고 말해도 난 안 좋아한다 라고 답하고, 나랑 사귀자! 라고 말해도 이유를 묻기 보다는 싫다. 하고 답할 사람이기에. 그 모습이 또 제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닝은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서 더더욱 고백 할 용기를 못 내. 고등학교의 풋풋하지만, 결실은 맺지 못 한 첫사랑 ... 정도로 합리화할거야. 물론, 제 주위를 맴도는 우시지마의 오묘한 행동들을 눈치는 챘어. 하지만, 저를 좋아해서 그리 구는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 안 해. 그냥 내가 편한가보다- 하고 말뿐이야. 배구 바보라서 이성에는 전혀 눈길도 안 줄거라는 편견 아닌 편견 탓이 커.
아무튼,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보자면, 우시지마가 대뜸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순간, 닝은 당황하기도 잠시. 일단 확인부터 할거야.
- 사귀고 싶은 좋아해야?
- 사귀면 뭐가 달라지지?
- 그 말에도 닝은 다시 한 번 물어봐.
- 키스하고 싶은 좋아해야?
그 말에 시선이 입술로 내려가. 제대로 된 답을 내놓기 위해서 말을 않는 우시지마 때문에 정적이 흐르지만, 닝은 차분히 기다려. 그러면 조금 늦게 대답이 돌아와.
- 응, 너에게 닿고 싶다.
나름대로는 첫사랑의 추억 정도로 남기자고 다짐했던 닝이지만, 마음이라는 건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커져 있는 애정과 일전의 체념으로 인한 포기 때문에 이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신기하고 벅차서, 결국 울어버려.
그래도 솔직한 닝, 할 말은 해야 되고 하고 싶은 건 꼭 하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또 확인한다.
- 그럼 나 이제 너 손 잡아도 돼?
- 응
- 너 안고 싶을 때마다 안아도 돼?
- ? 항상 그래도 됐다.
- 그럼 뽀뽀해도 돼?
- 그래.
- 그럼 해줘.
그러면 우시지마는 고분고분 닝이 원하는대로 해주지.
자기도 닿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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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은 솔직하고 어찌 보면 대담할 정도로 정말 할 말 다 하는 그런 사람. 냉정하지만, 그만큼이나 정도 많을거야. 우시지마와 꽤나 비슷한 면이 많은데,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거짓말 못 하는 만큼 감정 표현이 풍부하다는 것. 감추려 해도 눈으로 다 티날 것 같아. 화가 나면 불이 지펴질 거고, 슬프면 뭐가 됐던 눈물부터 나오고, 애정도 눈빛에 모두 담겨 있지.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눈치를 안 봐서 눈치가 없는 우시지마
&
눈치가 빠르지만 눈치를 안 보는 닝.
딱히 분위기를 읽어야 할 필요성 자체를 못 느껴왔던 우시지마와는 달리 닝은 생존을 위해 눈치가 빨라졌지만, 그만큼 자기주장 강해서 마이웨이로 잘만 표현 하는거지.
결국 말 할 때와 못 할 때 가릴 줄 아냐 모르냐의 차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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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우시지마의 캐해 :
우시지마는 곰 같지만, 파고 들어가보면 시라토리자와의 주장답게 흰머리수리와 더 닮아 있는 것 같아. 사냥을 하는 수리 마냥 본업인 배구를 할 때만큼은 날카로워지는 것도, 겉보기에는 위엄 넘치고 정말 다가갈 수 없을 것만 같지만 땅에 내려오면 순해지듯 의외로 무섭지만은 않은 것도, 모두.
눈치를 안 보고 마이웨이로 사는 편인 우시지마는 의외로 딱히 둔하다고 칭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무표정이 디폴트에, 말투는 항상 딱딱하고 무덤덤한 편이다보니 모두들 모두들 둔하다고 치부하겠지. 어쩔 수 없는 결과야. 하지만, 누군가가 표현 하지 않는다 해서 그 사람이 둔감한 건 아니니까.
남들이 눈치 없다고 놀리는 것도 사실 다 알고 있을거야. 부원들이 놀리는거니 그냥 그러려니 넘기겠지만, 남이 말하면 나쁜 의도를 품었다는 것도 알거야. 그래도 무어라 하지 않는 이유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신경을 안 써서. 눈치를 안 본다는 건 곧 남이 뭐라 하던 신경쓰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성향 때문에 남들이 뭐라 하던 별로 신경 안 쓸거야. 절대 그럴 일은 없지만, 만약 부원들이 악의를 품고 말 한다거나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딱히 대면하지는 않을 것 같아. 배구 바보니까, 큰 미련 없이 물러서겠지. 각자의 길을 가자는 느낌으로. 그렇다고 상처를 안 받는 건 아니야. 그저 그 상처를 스스로 꿰맬 줄 아는 사람일 뿐.
눈치없음 + 그냥 눈치 안 봄 + 무표정 + 무덤덤 + 수긍/납득 잘 함 + 배구 괴물 (천재?) + 노력파 ... 라는 굉장히 로봇이 따로 없는 조합 때문에 배구바보라는 말이 잘 어울려. 진짜 배구만 하고 있으니까, 배구밖에 모르는 인간인가? 싶어지지.
우시지마는 배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목표가 있으니까 그만큼 열심히 하는거고 노력을 하는 것 같아. 그렇다면, 한 가지를 더욱 사랑한다 해서 이 인간이 다른 주제에도 무지해지는가? 에 관해서는 애매한 것 같아.
오구오구하는 집안은 아닌 곳의 도련님으로 컸으니 솔직히 현실을 더 잘 알면 알았지, 모를 것 같지는 않아. 온실 속 화초로 큰 편은 아니니까. 그리고 다 떠나서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텐션 높은 텐도(★)와 세미를 친구로 두게 됐는데, 굳이 알아야 하나 싶은 것도 많이 알게 됐을것 같아.
배구바보 하면 카게야마가 생각나니까 성적도 한 번 얘기해보자면, 아무리 특기생이어도 시라토리자와 학원인데 점수를 신경 안 쓸리가 없겠지. 시라부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해서 진학한 곳인데, 우시지마도 공부 평타 이상은 칠 것 같다 ... 그냥 백조택 애들은 다 평균 이상은 하겠지.
우시지마는 멘탈이 너무 비브라늄이라 어떻게 저렇게 무덤덤할 수 있지? 다른 것도 아니고 배구인데? 싶은데, 그냥 굉장히 건강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카라스노전 때 그걸 느꼈었는데, 몇 번 다시 보고 나서 이렇게도 생각을 하게 돼. 우시지마는 스스로의 실패에 관한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닐까? 사실 우시지마는 스스로를 '최강'이라고는 부르지만, '무적'이라고는 부른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스스로가 잘나고 실력이 좋다는 건 알지만, 딱히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마인드도 아닌 것 같아. 그렇기에 더 노력하겠지.
우시지마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는 부원들이었고, 그 다음이 관중 (나 포함) 이었지. 그리고 기대감이 높은 순으로 츳키랑 히나타가 그의 스파이크를 막았을 때 충격이 컸던 것 같아. 자기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니 우시지마도 물론 멈칫하지만, 딱 아, 막혔구나. 정도로 그치기라도 하듯이. 자존감이 높으니 유치하지만, 이라고 하면서 다시 자기 위치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그만큼 타격이 없었을거야. 보통 '막혔다' 라는 건 배구를 떠나서도 꽤나 좌절감이나 충격이 올법한데도 바로 회복해서 일어서는 모습은 조금은 거만해보일지언정 자만하지는 않는구나 싶어.
자신이 최강이라도 언제나 최강일 법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달까. 그리고 설사 추락한다 한덜 다시 일어나면 된다 라는 마인드인 것 같기도 해서 되게 건강한 사고방식이구나 싶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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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지마는 눈치를 안 보는 만큼 본능에 충실할 것 같아. 집안이 집안이니만큼 예의범절이 몸에 배여 있겠지만, 원하는 것에 있어서는 무조건 얻어낼 것 같아. 좋아하는 상대에게 표현하는 것처럼.
1차적인 생각으로는 연애하니까, 표현해야지!가 아니라 닝이 웃는 게 보고 싶으니까 좋아하는 걸 해줘야지, 근데 그 좋아하는 게 표현이네? 에 가까울거야.
닝은 우시지마만큼이나 솔직하고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받아내기 위해 애쓰지만, 그와는 달리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고 그만큼 상대를 잘 이해해서 연애가 원만할 것 같아. 손 잡으면 잡는대로, 안겨오면 안아주고, 키 차이 때문에 뽀뽀 해달라면 입 맞춰주고. 원하는 바를 바로바로 말 하는 닝에게 고분고분 따라주겠지. 이유는 자기도 좋으니까.
조금 익숙해지면, 우시지마도 본인이 원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될 거야. 그래서 손을 잡아오면, 손가락을 얽을 것이고, 안겨오면 풍기는 닝 특유의 체향이 좋아서 머리에 코를 박는다던가, 지금도 좋지만 더 닿고 싶다- 하는 욕심에 가벼운 입 맞춤이 한참 깊어진다던가 하는 일들도 일어나기 시작하지.
그래서 가벼운 스킨십으로 시작하는 건 닝인데, 정작 한 단계 더 깊이 끌어오는 건 우시지마.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니까.
눈치 안 보는 우시지마지만, 닝과 연애 하면서는 딱 하나 살필거다. 상대가 불편해하는가 아닌가. 좋아하는 사람이 웃는 게 좋고, 행복해하는 게 좋으니까, 불행해한다던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아서 이것 하나만큼은 주의할 것 같아. 하지만, 그냥 분위기를 살피면서 판단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 애초부터 닝이 기분 좋을 행동만 할 것 같아서 만약 웃지 않는다면 싫은거냐고 물을 것 같아. 이후에도 그렇게 직설적인 방법으로 호불호를 알아내겠지.
닝은 성격이 싫으면 싫다 말 하는 사람이니, 둘이 더 잘 맞을 거야. 난 이게 불편해, 이거는 싫어, 이거는 좋아, 이런 말 해줄 때마다 너무 좋아. 이런 식으로 계속 말 해주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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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와는 우시지마를 여러 의미로 싫어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창 예민한 시기에 자존심에 스크래치 낸 인물이라 유독 미워하는거 같아. 사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저렇게까지 원수 취급할 게 뭐 있나 싶으면서도 말이야. 오이카와가 우시지마를 일컫을 말로는 재수없는 배구바보, 정도가 되지 않을까. 닝이 좋아하는 그 특유의 솔직함이 제일 싫은거지.
그런 그가 우시지마에게 우월감을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연애가 아닐까? 물론 오이카와와는 비교하기 좀 그렇지만, 우시지마도 뭐 이름 날리고 월간 배구 나오고 이케맨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잘생겼으니까 인기는 많을거야. 그래도 오이카와는 우시지마를 로봇 정도로 여기고 진짜 쟤는 죽어도 연애는 못 한다고 생각할거야. 저런 놈을 누가 좋아해주냐고 말 하면서 우월감을 느낀달까. 그랬는데, 그 우시지마가 연애를 하는거다.
세이죠와 백조택이 마주칠만한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당연히 경기. 그리고 또 다시 시라토리자와가 이긴거야.
- 다들 너무 잘했다! 축하해!
- 너도 우리 팀이야.
세미의 말에 닝은 또 기분 좋아져서 헤실헤실 바보같이 웃었어. 그렇네! 칭찬봇 돼서 하나하나 다 너무너무 잘 했다고 예뻐해주다가 조금 기대하는 눈빛인 우시지마 차례 때에는 두 팔을 벌렸어. 저를 살짝 안아드는 우시지마에 또 꺄르륵 거리며 우리 에이스 최고다- 하면서 한껏 치켜세워주지.
그리고 그런 둘을 충격과 공포가 가득찬 얼굴로 쳐다보는 오이카와. 패배도 패배인데, 저게 더 충격적이다. 그 시선을 느낀 닝은 이상함을 느꼈지만, 내 새끼들 예뻐해주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우시지마 볼에 뽀뽀 쪽 해주곤 품에서 꿈틀거리며 내려올거야.
"이와쨩 ... 내가 잘못 봤다고 말 해줘. 아니지? 아니지? 내가 헛것을 본게 분명해."
이와이즈미도 그 옆에서 충격 받은 건 매한가지. 솔직히 그 장면 목격한 세이죠 일동 다 그대로 굳어버릴거야. 누구 한 사람이라도 격렬하게 부정하고 싶은데, 우시지마를 올려다보며 웃는 저 여자 매니저 눈에는 애정이 가득했거든. 그런 닝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우시지마의 모습에 기절 안 하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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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솔직하고 냉정하고 닝도 배구부 밖의 사람들에게는 무덤덤 인간인지라 꽁냥거린다거나 할 건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닝은 표현을 잘 할거야. 솔직한 만큼 더 많이 표현하려 애쓰고 우시지마를 좋아하는 만큼 더 잘 표현하겠지.
말했다시피 닝이 거의 매번 스킨십을 하는 편, 딱딱한 손 신기하다고 만지고, 와카 너무 좋다고 껴안고, 잘생겼다고 뽀뽀하고, 배구 잘 한다고 뽀뽀하고, 귀엽다고 뽀뽀하고. 사람이 없을 때만 입을 맞추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닝. 우시지마도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하다가도 자기 욕심과 마냥 좋다고 말 하는 닝에게 익숙해져서 둘만 남겨졌을 때는 표현도 곧잘하겠지.
그리고 애초부터 가벼운 애정표현을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끌고 가는 사람은 우시지마. 가끔 가만히 있던 우시지마가 갑자기 제 턱을 손에 쥐고는 입을 맞춰올때마다 닝은 심장이 이렇게까지 빨리 뛸 수 있는가를 매번 실험하게 돼.
겉보기에는 더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닝같지만, 닝도 감히 예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애정이 깊은 사람은 우시지마. 대놓고 표현하는 닝과는 달리 사소한 것에 묻어나오겠지. "응" "그래" 하고 답하는 것도, 고분고분 따라주는 것도 모두 닝에게만 하는 언행. 손을 잡으면 무의식적으로 덩쿨 마냥 손가락을 엮는다던가, 옆에 있으면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일단 손을 뻗어 머리칼을 매만진다던가 하는 일도 있을거야. 닝이 항상 먼저 다가오니까 그런대로 놔두지만, 때때로 자신의 애정과 닿고 싶다는 욕심이 목을 조여맬 정도로 몸을 불리면 노빠꾸 직진. 우시지마는 눈치를 안 보니까.
닝도 우시지마도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은 자주 안 할 것 같아. 하지만, 항상 먼저 말 하는 사람은 닝이고, 우시지마는 착실하게도 꼬박꼬박 나도 좋아한다, 나도 사랑한다. 하고 답해주지.
주로 두 사람은 어딜 돌아다니기보다 홈데이트 위주. 백조택에서도 체육관 뒷편에서 점심 먹는다거나 간식 먹고 그렇겠지.
주로 닝이 남들한테 못 하는 얘기, 너무 사소해서 못 하는 얘기들 모두 재잘재잘 떠들거야. 닝은 목소리가 차분하고 나긋해서 듣기 좋은데, 우시지마는 특히나 그 목소리를 조용히 듣는 걸 좋아하겠지. 가끔 대답해달라고 하면 뒤늦게 응. 하고 마는 바람에 처음에 몇 번 채근하다가 닝도 곧 포기하고는 저 혼자 떠들어. 우시지마에게만 어리광을 부리기 일쑤인 닝을 그는 또 그냥 좋다고 받아주겠지. 고작해야 무표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안아주는 정도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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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시지마가 의도치는 않았지만 어쩌다 실수 해서 지금껏 단 한 번도 화 안 냈던 닝이 처음으로 폭발했다고 가정해보자.
닝은 불 같이 눈 돌아가면 일단 덤비고 볼 때도 있지만, 화를 불 같이 내는 성격은 아닐거야. 오히려 싸늘하고, 차갑지. 웃으면 순둥이가 따로 없는데, 무표정하게 있으면 찬 바람이 쌩쌩 불어. 그런 닝이 화가 나면, 조곤조곤 따질거야. 왜 ~~~를 했냐, 왜 이런 식으로 ~~~~했냐. 그 뒤에는 우시지마가 하는 해명도 다 들어줄거야. 그렇게 순전히 상대의 실수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고, 다 이해하는데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어려워. 이성과 감정이 따로 놀기 때문에, 이해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건 어쩔 수 없어.
- 그랬구나. 알았어, 그럼 다음부터는 제발 그러지 마. 부탁이야.
- 알겠다.
그리 말 하는데도 닝은 우시지마를 올려다 보지 않아. 사실 얼굴 보면 다 풀릴 것 같고, 저 품에 안기면 이 인간이 뭘 했는지 다 까먹을 것 같아서 절대 안 쳐다보는거야. 이해는 하지만, 내 감정정리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닝은 솔직하게 말해.
- 나 생각을 정리 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우시지마는 가만 내려다보기만 해. 화난 거 모를 수가 없지. 이해한다, 어떻다 했지만 여전히 화나 있는 표정이 마음에 걸릴거야. 저를 쳐다보지 않는 시선도, 저들 사이에 있는 이 간격도, 하나같이 다 마음에 안 드는데, 지은 죄가 있으니 차마 싫다고는 말 못 해.
- 얼굴 안 보겠다는 거 아니야. 그냥, 정리 좀 해야 할 뿐이야.
우시지마는 당연히 닝의 말이 이해가 안돼. 뭘 정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차라리 나 화 났으니까, 이렇게 해줘! 라고 말 하면 좋을텐데, 그냥 시간만 달라니까 마음에 안 들지. 난 지금 당장 안고 싶은데, 얼굴 만지고 싶은데, 네 온기 좀 느끼고 싶은데. 다 안된다는 거잖아. 그래도 닝의 차분한 부탁에 싫다고는 절대 못 하는 우시지마는 결국 고개를 끄덕여.
- 알겠다.
그 상태로 이틀이나 지났을까.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닝만 보면 안절부절 못 하는 상태가 되겠지. 티는 크게 안 나지만, 시선이 닝한테 풀이라도 붙인 양 고정되어 있어. 시라부도 움찔 할 정도로 진한 눈빛으로 공만 괴롭히지. 공 터지겠어요 ... 하고 말 해도 고개만 끄덕이고 여전히 애꿎은 배구공만 못살게 굴어.
그 와중에 닝은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부글부글 끓는다. 정말 단 한 번도 저 분위기 못 읽는 남자를 탓 한 적 없고, 미워한 적도 없는데 묘하게 쳐다보면 왠지 혈압 오르는 느낌. 좋은데, 너무 너무 좋은데, 쳐다만 봐도 화가 녹아버리는 사실에 괜히 짜증이 나서 화에 중첩되는 탓이야.
그 꼴을 보다못한 텐도가 가서 애교부려! 미안하다고 해! 하면서 앞에서 츠토무가 경악할만한 시범을 보여주는데, 레온이랑 2넨세들이 겨우 말릴거야. 그러면 세미가 애교를 부리는 게 맞는 것 같긴 해- 하고 시작할거야. 닝의 첫친 짱친인 세미, 닝이 우시지마 주접 떠는 거 좀 많이 들어줬지. 거래라도 하듯이 본인 한탄 하는 거 들어주는 대신 닝의 주접 들어주는데, 생각보다 귀엽다고 앓는 일 많은 거 잘 알거든. 그래서 세미가 내린 판단은, 가서 그냥 미안하다고 해. 대신 얼굴도 좀 가까이 들이밀고, 손도 만지고. 그런 식으로. 어? 차마 직접적인 표현은 못 하고 그렇게 말 하는데, 우시지마는 또 정말 곧이곧대로 듣다가 결론을 내린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건가? 그 생각에 물을거야.
- 정말 그렇게 하면 되나?
그러면 또 우시지마가 비 맞은 강아지 꼴 하는 거 보기 싫어서 등 떠미는 백조택.
말 꾸미는 방법 모르는 우시지마는 닝 끌고 체육관 뒷뜰에 오긴 왔지만, 뭐라 말 해야 하는지 몰라. 닝은 이제 내가 괜찮다고 해야 할 타이밍인걸까 싶은데 뭔가 괜히 괘씸해서 - 손 잡았다고 심장이 뛰었다 - 선뜻 말하기 싫을거야. 무엇보다도 먼저 얘기하자고 손 잡아 끈 건 우시지마니까. 여전히 손을 놓지 않은 채인 그가 닝을 끌어당겨. 닝이 키가 190이 됐다면, 그대로 키스했을 뻔 할 정도로 가까이.
- 미안하다.
그리 말한 그가 그 큰 키를 가지고도 허리 한참 굽혀서 눈높이를 맞춘 뒤, 큰 두 손으로 닝의 볼을 감싸곤 다시 말 해.
- 이제 생각 정리 다 했다고 말 해주면 안되나?
그렇게 말 하는 우시지마의 눈빛이 너무 진해서 말도 못 하고 눈만 꿈뻑거리는 닝.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하던 우시지마는, 닝이 제게 어리광 부리듯 했던 행동들 중 기분이 좋았던 것 하나를 따라할거야. 안 불편한가? 싶어질 정도로 허리를 접은 채로 얼굴을 닝 목덜미에 묻어버렸어. 강아지 마냥 부비적거리면서,
- 이제 안아주면 안되는건가?
하고 물어오는 우시지마가 닝은 귀여워 미쳐버릴 거야. 누가 뭘 어떻게 가르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주일 매점 셔틀 해줄 수 있다고 다짐하지. 용서고 뭐고 우시지마가 마냥 귀여워서 이 다음에는 뭐하려나 궁금해하며 꾹 참고 있을거야. 목가를 간지럽히는 머리칼도, 안아달라고 말 하는 주제에 허리를 지분거리는 손도 그냥 다 귀여워, 세 글자로 함축시켜버리는 닝.
한참 그러고 있다가 다시 허리를 쭉 핀 우시지마가 또 빤히 닝을 내려다봐.
- 왜?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닝의 눈에는 즐거움이 가득하고 입꼬리도 승천하려고 꿈틀거리는데도 우시지마에게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보여. 그래서 또 고민. 내가 하고 싶은 거. 그렇게 곱씹다가 한 손으로 닝 턱을 감싸듯 쥐고는 이마 맞댈거야.
- 해도 되나?
딱딱하고 투박한 손과는 다르게 너무도 순둥한 강아지 같은 질문에 닝은 반해야 되는 지 귀여워서 앓아야 되는 지 분간 못 하다가 헤실헤실 웃어버리고 말아.
- 당연히 해도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