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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PANDORA)




판도라, 네가 행복해지면 세상은 멸망하지 않을 거야.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곳에서도 꽃이 핀다는 것을 네가 보여준다면.



[iKON/김지원] 판도라(Pandora) 02. 울지마, 공주님 | 인스티즈









아침 6시. 




몸이 무겁다. 울다 잠든 탓인지, 머리가 띵하다.

평소와 같이 아침 대신 냉수 한 컵을 마셨다.

차가운 물이 목을 따라 내려가 몸을 도는 게 느껴진다.

운 없게도, 오늘도 살아있구나.



학교를 나갈 준비를 하면서 나는 좀처럼 거울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원래도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최근 들어 살이 더 빠진 듯하다.

상관없다. 아사라도 좋으니 죽기라도 했으면 싶다.




정해진 등교시간보다 30분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중학교 3년 내내, 제일 먼저 교실에 도착해 책상에 엎드려 얼굴을 파묻었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아무도 내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불길한 애. 나는 그런 애였다. 애쓰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나를 피해 다녔다.

그래도 나는 가식을 떠는 어른들보단 솔직한 애들이 나아보였다.


매일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나의 세상은 깜깜한 밤이 되었고, 그곳에서 나는 제일 덜 외로웠다.





드르륵-




“ 일찍 왔네? ”



나는 순간 멍해져서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멀뚱멀뚱 서 있었다.

내일부터는 10분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이 나왔다.



“ 빨리 와서 앉아. 잘됐다, 나 심심했는데. ”

“ 너랑 놀아줄 생각 없으니까 말시키지 마. ”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던지듯 내려놓고 그 애 옆에 앉았다.

넌 뭔데 늘 그렇게 웃고 있는 거야. 애처럼, 말도 안 되는 일에 질투가 난다.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 없으니까 말시키지 마. 내 말 못 들었어? ”

“ 들었지. 들었는데 이유는 말해줘야 될 거 아니야. 난 너 오기만 기다렸는데. ”

“ 기다려달라고 한 적 없잖아. 피곤하니까 나 좀 내버려 둬. ”

“ ....넌 나 기억 못하는구나? 그래, 내버려 둘테니 자라, 자. ”




기억을 못하긴. 어제 이름을 듣는 순간 알았는걸. 

무관심한 아빠 대신 내 뒷바라지를 해 주던 가정부 아주머니들 중 한 분의 아들이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일이지만 나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원이네 엄마는 김지원이 나랑 놀고 싶다고 보챌 때 마다 ‘ 아가씨는 바쁘셔. 지원이랑 놀아줄 시간이 없으시대. ’ 라며 달래곤 했다.



나는 엄마가 있는 니가 부러웠다. 

한낱 어린 아이인 나에게 말을 높이고 고개를 숙이던 너의 어머니가 나는 부러웠다. 

나에게 없는 걸 가진 니가, 나보다 불행해야 할 너의 행복이 나에겐 고통이었다.

그래서였다. 태어나 처음 아빠에게 한 부탁이었다. 너를 보고 싶지 않았다. 

너를 향해 웃는 아주머니의 모습도. 아빠는 내 부탁을 들어줬다.


그 뒤로 아주머니와 너를 볼 일은 없었다.



넌 모르겠지. 왜 하루아침에 너의 사랑하는 엄마가 직장을 잃고 길바닥으로 내몰렸는지.

나 때문이야. 나는 너랑 말을 섞을 자격도 없어. 

나는 네가 불행하길 바랐어. 너의 불행으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 넌 애가 변하지도 않았냐. 그 때도 한 번 웃어주질 않더니. 얼음공주네, 얼음공주. ”


방해 안하겠다더니 수업이 시작한 후에도 계속 내 쪽을 보며 툴툴거린다.

깜깜한 내 세상, 어두운 나의 밤에 자꾸 균열이 생긴다. 진짜 성가셔.



“ 공주야, 점심시간이래. 밥 먹으러 가자. ”

“ 너 미쳤어? ”

“ 왜, 우리 엄마가 너 맨날 공주님, 아가씨, 이러고 불렀는데. ”


능청스럽게 웃는 니 얼굴을 보자 내 안의 수치심이 소리치는 게 들린다.

웃기는 소리, 이 껍데기 안에 얼마나 역겨운 감정들이 들어차 있는 줄이나 알아?



“ 그렇게 부르지 마. 난 공주도 뭣도 아니니까. ”


말을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김지원이 내 팔목을 잡는다. 내내 웃던 얼굴이 사뭇 굳어있다.


“ 넌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

“ 손 놔. 듣기 싫으면 니가 말을 안 걸면 되겠네. 제발 멍청한 짓 말고 나 좀 내버려 둬. ”



김지원의 손을 뿌리치고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점심시간이라 아이들이 없는 건물의 화장실이 휑했다.

문을 잠그고 벽에 기대어 나는 소리내어 울었다.



다가오지 말라고 가시를 세웠다. 너는 가시가 있는 걸 알면서도 맨손으로 나를 잡았다.

어린 날의 내가 역겨워 눈물이 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기에 그 때의 나는 너무 어렸다.



그저 그 애의 까만 눈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까만 눈동자 안에 작은 우주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엄마는 그 애를 아가씨, 공주님, 하고 불렀다.

정말로 그 애는 공주 같았다.

왕자가 구해주기 전까지는, 누군가 사랑해주기 전까지는 모든 불행을 홀로 짊어지는 슬픈 동화 속 공주.

그리고 나는 너의 왕자님이 되고 싶었다.




어느 날 너와 조각이나마 공유했던 나의 세상이 사라졌다.

엄마와 나는 새 집을 얻었다. 집이라기보다는 방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정도로 작았다.

좁고 추운 방에서 엄마를 껴안고 잠을 청하면서도 너의 생각을 했다.

따뜻한 방에 누워있을 너의 세상이 나의 세상보다 훨씬 더 춥다는 걸 알았다.

이사 온 첫날, 엄마는 나를 껴안고 말했다.


‘ 지원아.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러니 누구도 원망하지 마렴. ’



그 애가 자기 아빠에게 하는 소리를 들었다. ‘지원이네 엄마가 싫어요.’

며칠 지나지 않아 엄마와 나는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겨우 방을 찾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난 널 원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종일 외로울 니가 걱정이 됐다.



널 우연히 학교에서 다시 만났을 때, 너는 여전히 공주처럼 예뻤지만 속이 비어있는 껍데기 같았다.

우주를 담고 있던 눈은 빛나지 않았다. 피부는 창백했고, 작은 몸은 많이 야위었다.


말을 걸어도 차갑게 대꾸하는 너인데 나는 도통 밉지가 않았다.

네 목소리가 얼마나 예쁜지 넌 모르겠지.

예쁜 목소리로 날이 선 말들을 뱉아내는 네가 안타까워 한 마디 했을 뿐인데,

너는 부서져버릴 것 같은 모습을 하곤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는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울지 마. 내가 사랑해줄게. 내가 웃게 해줄게.





[iKON/김지원] 판도라(Pandora) 02. 울지마, 공주님 | 인스티즈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주말은 다들 잘 보내셨나용

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많이 어둡지만 음울하게만 끌고가지는 않을테니 참고 기다려주세요ㅠㅠ

지금 제 컴퓨터는 브금이 재생이 안되는데 독자님들 컴퓨터로는 들리는지 모르겠어요..

부족한 글이지만 늘 봐주시는 독자님들 고마워요!





암호닉



김지원
김밥빈


모두 감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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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여주 안쓰러워요ㅠㅠㅠ구래도 지원이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지원이가 여주를 어둠속에서 어서 꺼내줬으면..
9년 전
33312
순정남 지원이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울지마ㅠㅠㅜㅠㅠㅠㅜㅠㅠㅠㅠㅠ지오니너무착해ㅜㅜㅜㅜㅜㅠㅜㅜ
9년 전
33312
ㅠㅠ지원이는 사랑이니까요..♥
9년 전
독자3
여주가 빨리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네요ㅠㅠㅠㅠ
9년 전
33312
긴 장편이 아니기때문에 많이 기다리지 않으셔도 될거예요! (부디..) 지켜봐주세용
9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사랑해준다니ㅠㅠㅠ마음이 너무이쁘네요ㅠㅠㅠ 잘보고갑니당
9년 전
33312
앞으로도 지원이 예쁜모습 많이보여드릴게요! 다음글에서 또봬요!
9년 전
독자5
김지원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아 분위기 진짜ㅠㅠㅠㅠㅠ제가 말했었나요 이런 분위기 사랑한다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아련아련해요 ㅠㅠㅠㅠㅠㅠ여주가 저렇게까지 했는데도 밉다고 안하는거 보면 지원이가 엄청엄청 좋아하나봐요 ㅠㅠㅠㅠㅠㅠㅠㅠ흐엉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33312
으앙 반가워요ㅠㅠㅠㅠ오늘도 와주셨네요! 어째 1화보다 대사는 더 많은데 한층 더 음울해진것같은..제가 사랑하는 순정남 지원이의 모습을 탈탈 털어내고 마무리하려구요 이 글! 늘 예쁜댓글고마워요!
9년 전
독자6
ㅠㅠㅠㅠ여주가 안쓰럽네요ㅠㅠㅠㅠ지원이가 여주생각하는마음이 참 깊은것같아요ㅠㅠㅠㅠ잘보고가요작가님
9년 전
33312
제 독자님들은 다 천사인것같아요ㅠㅠㅠ다들 주인공들 걱정해주시구..감동받았어요..다음에 또봬요 독자님!
9년 전
비회원108.68
[김밥빈]이에요!!!!!!!헐...헐..진짜대박....여주가불쌍하면서도ㅠㅠㅠ그나이에애정받지못해지원이엄마가싫다고햇나보군요ㅠㅠㅠㅠㅠㅠ그래도여주걱정하는지원이라니....진짜ㅜㅠㅠㅠㅠㅠㅠㅠ너무착하네여ㅠㅠ빨리빨리지원이가여주를잘이끌어줬음좋겠어요!!!!!
9년 전
33312
양치하러가기전에 댓글뜨는거 기다리고있었어요..☞☜
둘의 얘기는 느리지 않게 차곡차곡 전개될거예요! 삘받는대로 어서 다음편을 대령할게요ㅎ_ㅎ 오늘도 와주셔서 고마워요!!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33312
독자님ㅋㅋㅋㅋㅋㅋㅋㅋ말하는거 너무 귀여우세욬ㅋㅋㅋㅋㅋㅋ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33312
물론이죠ㅠㅠㅠ암호닉도귀여워여...귤이라니...다음화에서봬요!!!!!♥
9년 전
독자8
저런 사연이 있었군요.. 근데 지원이가 여주를 원망하지 않은게 신기하네요. 여주도 불쌍하다 어쩌다 저렇게 됐는지 너무 어둠만 몰고 가는거 같다ㅜㅜ 사랑받지 못 했다고 내쫓은게 지원이가 불쌍해야 하는데 여주가 불쌍하네요 그렇지만 지원이가 이제부터 애정을 줄거니까.. 그렇죠 작가님..? 지원이가 못 받았던 애정을 줄거..죠? 허허허 혹시 저도 암호닉을 신청해도 될까요 [구닝]으로요!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잘 보고 가요!
9년 전
33312
여주도 그렇고 지원이도 그렇고 환경이 환경이다 보니 어른스럽고 조숙한 면이 있죠ㅠㅠ 지원이는 참 잘..자라준 케이스구요..(흐뭇)
독자님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편에서 대신하는걸로..♥ 암호닉 콕콕 박아서 올게요 다음 편에서 봬요!

9년 전
독자9
헐ㅠㅠㅠ둘다안쓰러워ㅠㅜ얼른 친해져라ㅠㅠ
9년 전
33312
ㅠㅠㅠ얼른얼른 전개하겠습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요!
9년 전
독자11
헐 지원아ㅠㅠㅠㅠㅠㅜㅜ 어떡해 여주 안미워해 겁나 착해ㅠㅜㅠㅜㅠㅜ 여주랑 빨리 친해져라
9년 전
독자12
여주너무 불쌍하고 지원이는 뭐이리 착한지....
9년 전
독자13
여주가 마음을 열었으며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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