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박찬열. 일어났냐."
- 어어. 아 속 쓰려….
"여친이 콩나물국 이런 거 안 끓여줬냐?"
- 그런 게 어딨어. 얘 요즘 나한테 관심 없어.
"외도하나부지. 암튼. 내가 콩나물국 끓여줄 테니까 우리 집 좀 와라."
- 왜. 뭐. 종인이 뭐 또.
"야. 쪽팔리니까 나 되도 않는 뻥이라도 칠 기회 좀 줘라. 매정한 놈."
- 알았어. 나 좀 일단 씻고 바로 간다.
나는 전화를 끊고 두꺼운 헤어밴드로 한 올도 안 남기고 뒤로 쫙 넘겼다. 오트밀색 후드집업에 레깅스를 신고 졸도했던 지난 밤을 떠올렸다. 박찬열이 오는 거니까 화장은 생략하고, 대충 기름이나 닦아내야겠다 싶어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했다. 세수가 맞나? 세면? 그런 병신 머저리 같은 생각을 하며 천연 녹차 비누를 손 안에서 굴렸다. 수건으로 살살 물기를 닦아낸 뒤 화장솜을 찾아 온 집을 헤맸다. 나도 참 정신없이 산다. 신발장 위에 올려진 엠보싱 화장솜에 토너를 묻혀 얼굴을 닦아냈다. 로션도 바르고 에센스도 바르고 보습 크림도 바르고 립밤까지 바른 뒤 어깨를 두어 번 두들기고 부엌으로 갔다. 어제 종인이가 안겨준 콩나물… 시발. 나는 우뚝 자리에 멈춰서서 눈을 꾹 감았다.
콩나물 뒤를 똑똑 따내고 멸치로 육수를 낸 끓는 물에 투하했다. 박찬열은 꼭 매운 콩나물국이어야 먹었다. 나는 사실 그냥 하얀 콩나물국에 후추 뿌려 먹는 게 더 좋았지만, 여기까지 오느라 노고하는 내 친구 박찬열을 생각해 고춧가루를 팍팍 뿌렸다. 밥도 다 해 놓고. 사실 자취를 하다 보니 제 끼니를 잘 안 챙기게 되었다. 맨날 거르다 보니까 도통 쌀이 줄지를 않아 엄마가 잔소리를 하곤 했다. 엄마를 달래느라 박찬열 집에서 쌀 가져온다고 구라를 쳤었지. 나는 가스레인지 불을 껐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반찬들을 꺼냈다.
박찬열은 우리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비밀번호는 내 첫사랑의 생년월일이었다. 여섯 글자를 탁탁 빠르게 두들긴 찬열이 스냅백을 뒤집어 쓰며 집에 들어왔다. 나는 그 쯤 집 쇼파에 길게 엎드려서 슈스엠을 하고 있었다. 이거 내가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하필 키우게 된 그룹이 슈퍼주니어라서 죽을 것 같았다. 게다가 갤쓰리에 슈스엠은 좀 무리였는지 20초에 한 번 꼴로 렉이 걸렸다. 나는 오늘도 루시퍼 별 세 개 따기를 포기하고 박찬열을 맞았다. 박찬열은 쿨하게 바닥에 앉아 내 등에 팔을 얹었다.
"야. 나 일으켜 줘. 허리가 아파서 도저히 못 일어나겠네."
"어이구, 노친네 나셨어요?"
"몰라."
찬열이는 신랄하게 비꼬면서도 얌전히 날 안고 일으켜주었다. 손 씻고 밥 먹으러 와. 산뜻하게 말한 나는 부엌으로 가서 큰 그릇에 밥을 펐다. 밥 말아먹으라고. 찬열이 앞에 국그릇을 놔 주자 얘는 숟가락으로 퍽퍽 그릇을 쑤셨다. 나는 숟가락에 퍼서 호호 불어 국물을 식혔다.
"왜. 어제 종인이가 뭐랬는데. 나 일어나니까 변백현 김종대 오세훈이랑 차가운 연습실 바닥에 내던져져 있었거든."
"아 시발… 야. 나 뺨 때려도 된다 이 쯤 되면. 나 진짜 머저리야."
"왜 또. 너 맘에 든다 했는데 철벽 쳤냐?"
"아니. 비슷한 건데."
"뭔데 또."
"데이트 깠어."
"……."
"…어떡하지?"
"말을 말자. 넌 진짜 내가 본 사람들 중에 제일 병신이야."
제-일. 단어를 길게 늘리며 샐쭉하게 말하는 박찬열을 때려주고 싶었지만 내가 병신인 건 맞으니 다물었다. 나는 퍽퍽 입에 밥을 쑤셔넣었다.
"나 영화 안 보는 거 알잖아. 영화 보러 가자 그랬다구."
"그럼 나는 영화는 별론데, 밥 먹으러 갈래? 이랬어야지. 아니, 어떻게 된 게 여자애가 이렇게 쑥맥이야?"
"모르겠다. 나는 스물 넷 먹을 동안 남자친구 한 번 안 사귀고 뭐 한 거지. 내 남자친구 몫까지 정수정이 다 사겼어."
"너 생긴 건 맨날 클럽 가고 남자친구 이주에 한 번 바뀌게 생겼는데. 너 모쏠인 거 아는 사람 진짜 얼마나 있을까."
그러게 나도 그걸 잘 모르겠단다. 나는 그릇을 기울여 밥을 싹싹 긁어모았다. 박찬열은 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가 자연스레 손을 뻗었다. 내 그릇이랑 숟가락을 가져간 박찬열은 제가 설거지를 하겠다며 등을 보였다.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래. 내가 오늘은 또 놓친 게 맞는데,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뭘 어떡해. 니가 먼저 또 들이대야지."
"오늘? 오늘 할까?"
"뭐. 왜 이렇게 서둘러. 저녁 먹자고 하게?"
"어. 애슐리 쿠폰이 생겼다… 이런 식으로 둘러대면 되나."
"부르주아 납셨네. 아주 돈이 남아돌아."
"첫 데이트는 좀 낭만적인 곳에서 해야지."
"퍽도. 네가 뭐 예쁘게 조금씩 썰어 먹고 그런 성격이냐."
"…남자들은 내숭 그런 거 싫어한댔어."
"그래. 일단 니가 먼저 연락해봐."
박찬열은 이 쯤 되니 쟤가 눈치가 없는 건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닌데, ○○○은 눈치가 정말 빠르다. 저 사람이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 지금 저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 저 사람이 뭘 원하는지. 그런데 연애만 쑥맥이다. 심지어 얘가 짝사랑 필터가 씌이니까 남들 다 캐치해내는 '저 사람도 너 좋아해!' 사인을 쿨무시한다. 그래도 자기들끼리 감정 깨닫고 사귀는 게 낫지. 찬열은 그런 생각으로 일부러 ○○○의 연애에 조언 그 이상으로 끼어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좀 답답해지려고 하기는 한다. 분명 김종인도 어디다 저렇게 털어놓고 있을 거였다. 걔가 누굴까. 걔랑 알아내서 얘넬 얼른 부추겨야 할 텐데. 삽질이 길어지면 마음만 다치고 끝나기 일쑤이다. 다시는 ○○○ 연애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딱 한 번만 더 도와줘야지.
로맨스 인 밴드 (부제:연하남의 반란)
W. 베브
03
"야."
- 어. 왜.
"나 데이트 신청 까였다."
- 어???
"누나가 자기는 영화 싫대."
- 으아?
"내가 싫은 거야?"
- 아니… 아니. 아닐…걸?
"뭐라고 변명해야 되지. 사실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가 개봉을 했는데 누나 할 일 없으면 같이 가자고 하려고 했죠. 이래?"
- 그럼 언니가 기분 나쁘지 않을…까?
"누나 사실 남자친구 있으면 어떡해?"
- 뭐야. 너 언니 남자친구 있는 지도 몰라?
"내가 어떻게 물어봐…. 오세훈이 저번에 없다고 그랬다고."
- 너는 삽질의 기본 자세가 안 되어 있어.
"삽질 아니거든."
- 그럼 뭔데. 숭고한 짝사랑이세요? 그냥 삽질이거든?
종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나는 늘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남자친구 분명 없다고 했는데, 어제. 근데 왜 날… 그냥 내가 싫은 건가? 강슬기는 사랑은 쟁취라며, 누나 눈치 보지 말고 그냥 채 오라고 했다. 그런데 말이 쉽지 누나는 정말 채오기 힘든 사람이었다. 방금 전까지 웃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상을 쓰고. 종인이 너 같은 사람이 남자친구면 좋겠다! 하고 말해서 설레발을 쳤더니 데이트를 까고. 그냥 영화가 문제였을까? 아닌데. 영화는 대한민국 연인 데이트의 정석 아닌가. 영화, 밥, 카페. 강슬기가 그렇다고 했는데.
- 아니면, 내가 언니한테 셋이 밥 먹자 그러고 내가 약속 잡혔다고 뺄까?
"뭐하러 그래. 됐어."
- 그래. 나도 생각해보니까 ○○언니랑 밥 먹자고 할 사이가 아니더라고.
"왜? 둘이 안 친해?"
- 안 친하잖아…. 언니가 날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을 못 붙이겠어. 그냥 할 말을 못 찾겠어.
"그게 내가 방금까지 너한테 말한 건데. 누나가 그렇다고."
- 근데 나랑은 다르게 넌 누나를 가져야 되잖아?
가져야 되잖아 뭔데. 무슨 일일 치정 드라마에나 나올 대사여서 종인은 쿡쿡 웃었다. 슬기는 엄마가 부른다며 전화를 끊었다. 종인은 습관적으로 베이스를 치듯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뜯는 흉내를 냈다. 할 일 진짜 없다. 자취방 밖을 내다보자 고등학생 커플이 꺄르르 웃으며 가고 있었다. 조그만 여자애를 안아든 키 큰 남자애는 여자애가 못내 사랑스러워서 죽겠단 듯 계속 토닥였다. 여자애는 단발머리를 동글게 말아넣고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아, ○○누나랑 사귀면 나도 저러고 다닐 수 있는데. 종인은 기집애들도 안 할 망상까지 곁들여 정성껏 삽질 중이었다.
종인은 술이며 여자에 환장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스무 살이 되자마자 대학 생활만 열심히 했다. 그러니까, 행사 같은 거에 참여했다는 게 아니라 학점에 신경을 썼단 얘기였다. 그러다 아는 형ㅡ백현ㅡ이 연락을 해 왔었다. 베이스 칠 사람이 없다며, 우리 밴드에 들어오라고. 종인은 마침 좀 대학 생활에 지쳐가던 참이었다. 그래서 밴드에 들어갔다. 그게 재작년 여름이었다. 거리마다 엑소의 으르렁이 울려퍼지던 여름. 그리고 누나를 만났다.
누나는 그 때 카키색 머리를 하고 있었다. 백현은 저 누나 이름이 ○○○이고, 키보드를 담당하는데 정말 잘 친다고 했다. 그런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무작정 밴드를 뛰쳐나가기 때문에 두 달에 한 번 씩은 온 밴드 구성원이 저 누나를 찾아 서울 시내를 다 뒤져야 한다고. 종인은 그 때 누나 얼굴을 처음 보았다. ○○은 활짝 웃으며 여자랑 같이 얘기를 하고 있었다.
「자 집중! 새 베이스 왔어!」
「변백현 말투 후진 거 봐라. 새 베이스가 뭐냐? 이름을 알려줘야지.」
백현은 종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소개를 하라는 뜻이었다. 종인은 어깨에 매달린 베이스를 꽉 잡았다.
「김종인입니다. 스물 한 살이고.」
앉아있던 ○○누나가 옆에 앉은 여자의 옆구리를 툭툭 치고 뭐라고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고 그 옆에 앉은 여자가 일어나서 종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보아하니 이 사람도 원래 이렇게 말이 많거나 친화력이 좋은 편이 못 되는 모양이었다. 제게 손을 내민 여자는 제 이름이 정수정이라고 했다. 수정은 종인이 새 밴드에 적응을 못하고 어색해할까봐 먼저 나서준 것 같았다. 수정은 종인에게 먼저 ○○○부터 소개했다. 다들 그러네. 저 누나부터. 저 누나가 이 밴드의 중심인 것 같았다. 정작 ○○누나는 관심없단 표정으로 저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종인은 괜히 귀가 달아올랐다. 그래서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 때, 처음 누나한테 반했을 지도 모른다. 누나는 한 번도 제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지만, 그래도.
종인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었다. 종인은 당연히 강슬기겠거니 핸드폰 액정을 보지도 않고 전화를 받았다.
"왜."
- …나 ○○○인데.
"네?"
종인은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발신자를 확인했다. 명백한 글씨였다. '○○누나'. 종인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다시 핸드폰을 귀에 댔다. 왜, 라니. 시발. 아 난 왜 이렇게 병신일까.
- 지금 뭐해?
"그냥, 있죠. 집에."
- 그럼 나랑 같이 저녁 먹을래? 나 애슐리 쿠폰 생겼는데 박찬열은 여자친구랑 데이트한대서.
종인은 귀를 믿지 못했다. 누나가? 나랑? 누나는 심지어 제게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었다. 그게 같이 밥 먹는 거라니. 비록 찬열한테 밀린 2순위였더라도 상관없다. 누나가 제게 밥을 먹자고 한 게 중요했다.
"당연하죠. 몇 시에 만날까요."
- 음. 여섯 시.
"데리러 갈게요. 누나 집 앞으로."
응. 끊어. 누나는 왠지 좀 작아지는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종인은 손으로 세게 마른 세수를 했다. 일단 믿기지가 않았다. 꿈 같았단 소리였다. 종인은 다급하게 머리를 굴렸다. 지금은 두 시. 다섯 시 반엔 집에서 나와야 한다. 종인은 뭘 입을 지 생각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면서 차근히 생각해 보는 걸로 하자.
-
나는 전화를 끊고 가슴께를 부여잡았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데, 이러다 심장이 밖으로 탈출해서 사망할 것만 같았다. 종인이는 내가 전화해서 놀란 모양이었다. 너무 편하게 전화를 받길래 꽤 안절부절했는데, 나인걸 확인 못 하고 받았던 건가. 박찬열은 정말 여자친구랑 데이트한다고 나갔다. 이렇게 두근두근하고 설레고 그런 감정이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런가. 사실 종인이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냥 종인이를 처음 본 순간부터 좀 접점을 만들고 싶고 편하게 해 주고 싶고 그런 건 있었는데. 만약 정수정이 밴드에 있었다면 지금 벌써 내가 고백을 하고도 남았을 지도 모른다. 정수정은 전공 공부를 하러 지금 미국에 나가 있었다. 그 때문에 슬기가 들어온 것이었고.
나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꾹꾹 눌렀다. 정말 밝은 기운 하나 없이 쌩으로 검은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얼마 전에 머리를 자르고 피면서 아예 검은색으로 염색을 해 버렸다. 매번 특이한 색만 하다 보니 그것도 이골이 났기 때문이었다. 이걸 검은색으로 덮기 전엔 탈색을 두 번 한 거의 백금발이었다. 나는 머리카락이 마르게 내버려두고 화장솜에 토너를 묻혔다. 나는 화장이 진했다. 그리고 화려한 걸 좋아했다. 옷이 화려한 게 아니라, 그냥 나를 많이 꾸미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스모키 화장을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옷은 또 뭐를 입어야 되냐.
나는 밀당은 한답시고 약속 시간에 삼십 분 늦고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왜냐면 입장 바꿨을 때 존나 빡치니까. 여중 3년의 잔재는 날 아직도 따라다녔다. 본능적인 철벽의 근원은 거기였다. 아는 남자애들이 많으면 걸레라고 욕을 먹는 집단. 결국 스물 넷의 ○○○의 친구 목록에는 정수정을 빼면 다 남자지만. 변백현, 김종대, 다 내 친구들이었다. 오세훈도. 세훈이는 그냥 놀리는 게 재밌는 동생. 그리고 종인이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애.
여섯 시가 되기 5분 전에 집에서 나왔다. 오늘은 검은색 코트였다. 그리고 또 어제와는 다른 클러치. 나는 키가 작지만 하이힐은 신지 않았다. 하이힐 신고 그런 거야 스무살 때나 하던 거지, 이젠 발 까지고 무릎 아프고 걷기 힘든데 저딴 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졌다. 조금 일찍 나와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빌라 현관 앞에는 의외로 종인이가 먼저 나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손 끝이 빨갰다. 오래 기다렸나보다.
"일찍 왔으면 말을 하지. 오래 기다렸어?"
"아뇨. 차가 막힐 줄 알았는데 안 막혀서…."
나는 종인이의 눈을 올려다봤다. 아 미친, 존나 설렌다. 눈만 봐도 심장이 지랄이었다. 나는 애써 말했다.
"가자."
어째어째 옆에 좀 붙어서 힘겹게 걸어서 애슐리에 도착했다. 일부러 할 거 없을까봐 할 거 많은 홍대 애슐리까지 끌고 왔다. 지하철을 타는 내내 얜 한 마디도 없었다. 결국 내가 인터넷 유머로 또 억지 웃음을 일으켰다. 아, 재미없다. 아무튼 애슐리에 도착해 테이블을 잡고 앉자마자 박찬열한테 문자가 왔다. '제발 조신하게 먹어라' 하고. 나는 그 문자를 보고 풀만 담아서 왔다. 고기를 먹다보면 주체하지 못할 거야. 참깨 드레싱보다는 키위 드레싱이 좋았다. 초식동물처럼 풀만 담아오니 종인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예요. 고기는?"
"…지금 고기가 안 땡기네."
종인이는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는 티를 팍팍 냈다. 그러고는 제 접시에 담긴 LA갈비를 나한테 막 덜어줬다.
"누나, 고기 먹어야 돼요. 이런 데는 고기 먹으라고 있는 데잖아."
"그게, 사실은! 다이어트. 내가 다이어트를 해!"
"누나가요?"
종인이는 날 아래위로 훑었다. 그래. 다이어트하게는 안 생겼니..? 아니면 다이어트를 하는 게 저 모양이냐고 묻는 거야?
"아무튼. 안 줘도 된다고."
"아, 진짜. 줘도 안 먹네. 먹여줘야 돼요?"
아- 해 봐요. 그렇게 말하길래 무의식적으로 아- 했다. 그러자 고기가 내 입으로 들어왔다. 미친, 지금 먹여준 거야?
"무슨 애도 아니고. 누나 맞아요? 나보다 어린 거 아니야?"
"늙은 누나 놀리면 너 나중에 천벌받아. 어린 시절을 잘 누려라."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또 개소리를 했다. 종인이는 웃기지도 않다는 듯 대충 웃어주고 제 접시에 놓인 고기들을 싹 쓸어줬다. 나 사실 양념된 고기 잘 안 먹는데.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하고 그냥 주는 대로 다 먹었다. 종인이는 내가 고기를 꾸역꾸역 밀어넣는 걸 보다가 일어났다.
"나 갔다올게요. 누나 뭐 마실 거 갖다줄까요? 콜라? 사이다?"
"나 그거. 환타 파인애플."
"애기입맛 진짜.. 갔다올게요."
웃으면서 애기입맛이라고 하는 데 또 심장을 폭행당했다. 아 이런 기분 너무 오랜만인데…. 나는 잠시 젓가락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건드렸다. 여섯 시 사십분. 홀드를 해제하고 박찬열한테 ㅠ를 미친듯 찍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툭툭 날 쳤다. 나는 들뜨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
"저기요."
그 남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정색했다. 입꼬리가 싹 가라앉았다. 김민석.
"○○○ 맞지."
"민석 오빠."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종인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누구예요, 누나?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내 팔목 위에 올려진 손을 떼어냈다. 그러고 그대로 의자에서 일어나 도망쳤다. 도망치면 안 되는 걸 아는데, 종인이도 저기 있고, 내가 도망치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민석 오빠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퍼지는 게 보여도. 어쩌면 내가 지금 울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무서웠다.
안녕하세요, 베브입니다.
더 자주 오고 싶은데 맘대로 안 되네요. 초심을 잃은 작가를 매우 쳐 주세요!
좀 길게 쓴다고.. 했는데 기나요?!
사실 이게 화이트 드워프를 밝게? 바꾼 버전인데요.. 화이트 드워프의 백현이가 민석이 역할이거든요!
근데 ㅋㅋㅋ 처음 연재 시작할 때ㅋㅋㅋ 화이트 드워프 내용으로 가야겠단 생각을 못해서 ㅋㅋㅋㅋ 백현이를 이미 써버렸어 ㅋㅋㅋㅋ
그래서 민석이로... 민석이는 나쁜 사람 못 시키겠다 그쵸... 강제 미화시켜야겠네요...
오늘 글 속에 등장하는.. 종인이가 자취방에서 내려다본 커플은 체리베이비 찬징 커플인 것으로! ㅋㅋㅋ
+
진지하진 않고, 그냥 몇 가지 말씀드릴 게 있어요.
1
오늘 여기서 암호닉 신청을 해 주세요!
저를 2013년 홈마썰부터 봐 오신 분들이 많아서 ㅋㅋㅋ 이제 거의 다 외웠어요 ㅋㅋㅋ.
그래도! [베브] 이렇게 신청하실 암호닉을 괄호 [] 안에 가둬주세요.
암호닉은 별 거 없고.. 댓글로 그냥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베브님 저 왔어요! 이번에 여주 답답이네여 ㅋㅋㅋ 오늘은 뭘 먹었어요! 하면서 편하게 얘기해주시면 됩니당.
그리고 좀 진지한..? 고민이나, 어딘가에 쓰고 싶은 일기는 제 일기장 ↓을 이용해주세요. 편하게 쓰셔도 되는 공간이에요.
2
암호닉이 있다고 텍파 메일링을 해 드린다던지 그런 혜택이 없어요.
어차피 암호닉 분들한테만 텍파 보내드린다고 해도 저는 결국 다 보내드리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이제 텍파를 만들고 싶단 생각도 안 들고요. 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만들게 되겠지만, 아무튼 암호닉 혜택은 없어요.
아무튼 제 암호닉은 저한테 본인을 밝히고 막 이런저런 얘기도 하시고..
저한테 본인을 각인시키는 용도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랑 소통을 하시고 싶은 분이 아니라면 암호닉 신청을 안 해 주셔도 괜찮아요.
3
그리고 여러분 저는 댓글에 민감하지 않아요. 귀찮으시면 댓글을 달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도 잘 알거든요.. 이런 글 하나 읽고 댓글 쥐어짜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댓글 안 쓰실 수 있게 하려고 일부러 포인트도 10포인트로 유지하는 거예요.
저는 정말 댓글이 안 달려도 괜찮으니 그냥 편하게 봐 주세요 제 글은..!
저는 완전히 자기만족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포인트 벌려고 했으면 진작에 30 40 이렇게 올렸겠죠...?
4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혹시나 이상한 부분이 있다! 이런 게 있으면 살포시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눈에 거슬리는 맞춤법이나 오타 지적도 감사해요. 문장이 꼬인 것 같아도..? 말씀해주세요...S2
여러분 혹시 제가 올리는 짤 예쁘면 저장하시라고 저금 안 거는데 거는 게 나을까요?
요즘 글잡 글쓰기 창이 너무 많이 좋아져서 막 혼란스럽네여 이게 뭐지... ㅋㅋㅋㅋ!!
사랑합니다 여러분 'ㅅ' 따뜻하게 입고 감기 걸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