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리기 전에 먼저 잠에서 깼다. 천천히 눈을 뜨자 바로 앞에서 풍기는 바비의 향기가 새삼스레 짙게 느껴졌다. 일어나기 위해 나를 품에 안은 바비의 팔을 살짝 밀어내는데, 바비가 몸을 뒤척이며 나를 조금 더 끌어안았다. 얼레…. 졸지에 바비에게 조금 더 끌어안긴 채로 작게 미소를 지었다. 품에 인형을 안고 있는 것처럼 나를 꼭 안은 바비의 몸이 따뜻했다. 깼어요? 들릴 듯 말 듯 작게 속삭이는 내 목소리에도 바비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규칙적인 바비의 숨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려왔다.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바비의 팔을 내게서 떼어냈다. 혹시나 바비가 깰까 천천히 바비에게서 몸을 떨어트려 바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을 꼭 감고 잠이 들어있는 바비는 기분 좋은 꿈이라도 꾸는 건지 입꼬리가 미미하게 올라가 있었다.
잘생겼네. 우리 오빠. 가만히 잠든 바비의 얼굴을 바라보자 하나씩 스치는 어릴 적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경호원. 바비. 김지원. 생각해보면 바비는 경호원이란 꿈을 이룬 것 뿐만 아니라 나와 손가락을 걸고 했던 약속도 지켰다. 내 경호원이 되어준다던 그 약속. 그에 비해서 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꽤 오랜 시간을 잊고 지내던 단어가 떠올랐다. 그림… 그 물건들은 아직 창고에 있으려나.
바비의 눈, 코, 입을 차례로 훑어 내려오다가 바비의 입술에서 잠깐 시선이 멈췄다. 뽀뽀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자 순간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나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야! 그러면서도 뽀뽀를 할까 말까 잠깐을 고민하다가 포기하곤 그냥 배시시 웃었다. 뽀뽀하면 왠지 깰 거 같아. 가만히 그 얼굴을 잠깐 보다가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몸을 움직여 침대 위에 앉았다. 양팔을 들어서 기지개를 쭉 한 번 켜곤 침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바비의 방을 나와서 1층으로 내려왔다. 자주 가던 부엌을 지나 몇 년동안 한 번도 발걸음을 하지 않았던 창고로 향했다. 하얀 문의 창고 앞에 잠깐 멈춰섰다가 조금은 차가운 그 손잡이를 잡곤 옆으로 돌렸다. 부드럽게 열리는 문 틈 사이로 조금은 낯설어진 물건들이 보였다.
중학생 때 꽤나 좋아했던 책들, 어릴 적에 자주 연주하곤 했던 낡은 피아노, 아빠가 젊었을 적에 만졌던 기타, 그리고 엄마가 그렸던 그림이 담긴 액자들. 그 안을 쭉 훑어보며 조심스럽게 창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창고의 문을 닫고 불을 켜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물건들에 나도 모르게 짧은 감탄이 나왔다.
" 와…. 생각보다 뭐가 많네. "
잠깐 그 물건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찾으러 온 물건이 떠올라 그 물건들 사이를 눈으로 훑었다. 이젤이랑, 붓이랑, 또 뭘 남겨뒀더라…. 구석구석 시선을 옮기던 내 눈에 낯설지 않은 스케치북 하나가 보였다. 그쪽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스케치북을 들어올렸다. 표지를 넘기자 절로 배시시 미소가 지어졌다. 하얀 스케치북 위에는 한창 그림을 그리는 게 좋다며 무엇이든 그렸던 그 때의 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서툴기 짝이 없는 솜씨에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피실 피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와, 나 이러면서 미술 한다고 한 거야? 그래도 뒤로 갈 수록 실력이 늘긴 한 건지 마지막에 달할 때 즈음엔 꽤 괜찮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꽤 열심히 했었네, 하고 혼자 작게 중얼거렸다.
스케치북 속의 그림을 다 구경한 뒤 조심스럽게 스케치북을 다시 덮었다. 원래 있던 곳에 스케치북을 내려 놓으려는데, 표지 위에 적힌 내 이름으로 스치듯 시선이 닿았다. 가지런한 글씨. 오랜만에 보는 엄마 글씨에 불현듯 엄마의 생각이 머리를 덮었다. 그러고보면 엄마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걸 참 좋아했었다. 결혼을 한 뒤로 주부로만 지냈던 엄마의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다고 했다. 엄마의 못이룬 꿈을 내가 이뤄줄 거란 생각에 엄마는 늘 내 일등 팬을 자처했었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이것도 안 한 거구나…. 나도 모르게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원래 있던 위치에 스케치북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는데 갑작스럽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뭐 하십니까. "
조금은 잠긴 듯한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일어났어요? 하고 묻는 내 물음에 문에 기대어 서있던 바비가 내게로 다가왔다. 응, 하고 웃는 바비에게선 샤워를 하고 온 건지 비누 향기가 약하게 풍겼다.
" 그냥 뭐 좀 찾아보고 있었어요. "
" 어떤 거? "
" 예전에 쓰던 거요. 그림 그릴 때 썼던 거…. 여기 있을 거 같아서요. "
차곡히 쌓여진 물건을 힐끔 바라보았다가 다시 바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피곤한 건지 조금은 나른한 표정의 바비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곤 옆에 있는 피아노 의자 위로 몸을 앉혔다. 어릴 적엔 다리가 땅에 닿지도 않을 만큼 높았던 의자가 지금은 이렇게나 작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보는 의자를 바라보며 잠깐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들어 바비와 눈을 맞췄다.
" 예전에 이사올 때, 여기 있는 것들 다 버리지 말라고 엉엉 울었어요. 이렇게 낡은 피아노도 버리기 싫었고 읽지 않는 저 책들도 버리긴 너무 아까운 거 있죠. 특히 그림 그릴 때 썼던 물건들은 하나도 안 버리고 다 들고왔어요. 미술은 안 할건데 버리진 말라고 징징대고, 웃기죠? "
가만히 내 말을 듣고만 있던 바비가 피식 웃으며 내게로 손을 뻗었다. 조금은 부스스한 내 머리를 한 번 쓸어준 바비가 내 왼쪽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 …나 왜 미술 관둔 건지 안 물어봐요? "
내 물음에 바비가 잠깐 날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 이유 없이 관두진 않았을 거니까. "
그 말에 배시시 웃으며 바비의 시선을 피해 쌓여진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다리를 까딱이는데, 발끝에 걸린 무언가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뭘까 싶어서 내려다보자 작은 통에 담겨져 있던 붓들이 바닥 위를 뒹굴고 있었다. 아, 붓이다. 몸을 굽혀 바닥에 있는 붓들 중 하나를 주워들었다. 조심스럽게 붓의 솔에 붙어있는 먼지를 살짝 털어내며 말했다.
" 엄마 돌아가시고 미술 관뒀어요. "
" ……. "
" 그림 볼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났거든요. "
" ……. "
" 엄마 생신 선물로 엄마를 그리고 있었는데, 그 그림을 완성하기도 전에 사고가 났어요. 좀 괜찮아지고 나서 그 그림 완성하려고도 해봤는데 볼 때마다 눈물이 나서 결국 못 했어요. 그 때는 이 붓만 봐도 눈물이 났어. "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덤덤하게 이야기를 마친 뒤 바비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고 손에 들린 붓을 그를 향해 살짝 흔들었다. 가만히 그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뭐라고 말로 표현을 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었다. 들고있던 붓을 의자의 빈 공간에 조심스럽게 올려두며 바비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곤 내 볼 가까이에 닿아있는 바비의 손을 아래로 당겼다. 손을 잡을까, 하다가 그냥 그 손을 바라보며 괜히 그의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 뭐. 사실 변명이긴 해요. "
" ……. "
" 바비는 약속 지켰는데 난 못 지켰어. "
시선을 떨군 채로 웅얼거리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바비의 손가락만 꼭 쥔 채로 바비를 올려다보자 바비가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 다시 하고 싶으신 겁니까. "
" 그림 그리는 거 말예요? "
" 네. "
" 잘 모르겠어요. 너무 오래 안 한 거 같은데…. "
까맣게 잊고 지낸 거 보면 그렇게 많이 좋아한 건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요. 어색하게 웃으며 답하는 내 말에 바비가 바람 빠진 웃음을 흘렸다.
" 유명한 작가가 될 거라던 아가씬 어디가셨습니까. "
" 그거야, 그 땐 아무 것도 몰랐으니까…. "
그 땐 어렸잖아요. 내 말에 날 바라보고 서있던 바비가 살짝 몸을 굽혔다. 나와 눈높이가 같아지도록 몸을 숙인 그는 특유의 예쁜 웃음을 지으며 날 잠깐 바라보았다. 그리곤 꼭 쥐고있는 내 손에서 제 손을 떼낸 뒤, 양손으로 내 볼을 부드럽게 감쌌다. 꼭 잡은 바비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조금은 차가웠던 내 볼이 녹는 기분이 들었다.
" 좋아했었습니다. "
" …네? "
" 꿈 꼭 이루자고 웃는 얼굴도 예뻤고. "
" ……. "
" 손가락 걸고 약속하자는 것도 예뻤어. "
생각치도 못 한 바비의 말에 벙한 표정으로 바비의 얼굴만 바라보자, 바비가 내 볼을 감싼 손을 뗐다. 검지로 한 쪽 볼을 톡톡 치는 바비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조금 떨리는 내 눈동자에 비해 마주한 바비는 흔들림 없이 오롯이 그 짙은 눈동자에 나를 담고 있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잠깐 머뭇거리다가 바비를 향해 물었다. …어… 그 때도, 날 좋아했었어요?
내 물음에 바비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 '그 때도'가 아니야. "
" ……. "
" '그 때부터.' "
그 때부터 널 좋아했어. 바비의 말이 끝나고,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바비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음, 이게….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입을 우물거리다가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바비의 한쪽 소매를 잡았다. 내 행동에 바비가 소매를 잡은 내 손을 잠깐 바라보았다가, 다시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 갑자기 왜 그래요? "
" 뭘 말입니까. "
" 갑자기 왜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주냐구요. "
" 그래서 싫으십니까. "
" 아뇨! 그건 아닌데…. "
" 그럼? "
" 갑자기 사람이 바뀌면, 그러니까, 막…. "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죽을 때가 다 됐다고 그러잖아요. 평소엔, 음, 바비가 이런 말, 잘 안 하니까…. 횡설수설 말을 뱉는 날 바라보던 바비가 피식 웃었다. 진짜로,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요? 살짝 울상을 지은 채로 바비를 바라보고 묻자, 내 얼굴에서 이유 모를 불안함을 읽은 바비가 짧은 웃음을 뱉곤 내 턱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짧게 쪽, 하고 닿았다 떨어진 바비가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처음 하는 뽀뽀도 아닌데 순간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눈을 못 마주치고 시선을 피하자 바비가 내 턱을 잡은 손을 뗐다.
" 몇 년 만이니까. "
" ……. "
" 꼭 말해주고 싶었어. 널 오래 좋아했다고. "
" ……. "
" 바비가 아닌 김지원으로는 처음 해주는 말이잖아. "
그 말과 함께 바비는 내 손에 잡힌 제 소매를 빼냈다. 굽힌 몸을 일으킨 바비가 부드럽게 내 손을 잡으며 웃었다. 일단 아침부터 드세요.
" 찾는 건 아침 먹고 난 뒤에 도와드리겠습니다. "
바비의 다정한 목소리에 그와 마주잡은 손을 조금 더 꽉 쥐곤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일으켜 바비와 마주보고 서자, 바비가 잡지 않은 손으로 내 머리를 살짝 헝크러트렸다.
* * *
휴대폰 위로 보이는 모르는 번호에 잠깐 화면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는 내 목소리에 익숙한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전해졌다. 뭐 하냐? 그 목소리에 활짝 웃으며 김동혁! 하고 소리치자 김동혁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 이 번호는 뭐야? "
- 내 휴대폰은 집에 있어서. 이건 잠깐 빌린 거야.
" 왜 휴대폰을 집에 두고 다녀, 바보야. "
- 배터리가 없었어. 어제 여자 친구랑 밤새 통화하느라.
그 말에 혀를 쭉 내밀곤 우엑, 하고 말하자 김동혁이 킥킥 웃었다. 네 걱정과는 다르게 그 여자 친구분, 꽤 오래 기다려주네? 내 말에 김동혁은 자기가 생각해도 의외라는 듯한 말투로 답했다. 그러게. 나야 뭐, 감사하지.
" 그래서. 이렇게 다른 사람 휴대폰까지 빌려서 전화를 한 이유는 뭐야? "
- 네가 내 목소리 듣고 싶어 할 것 같아서?
" …완전 잘못 짚었어. 그런 소리 할 거면 끊어. "
- 농담이고. 기쁜 소식이야. 이거, 누나보다 너한테 먼저 전하는 거다?
기쁜 소식? 짧게 되묻는 내 목소리에 잠깐 뜸을 들인 김동혁이 꽤나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놀라지 말고 들어. 나 이번 공모전 입상했다! 김동혁의 말에 헐! 하는 말이 절로 새어나왔다. 침대 위에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앉으며 진짜? 하고 묻자 김동혁이 엉, 하고 웃으며 답했다.
- 몇 번 떨어지긴 했는데, 이번에 보낸 내 글은 좋게 봐주신 것 같더라.
" 대박. 나 진짜 놀랐어, 지금! "
- 오빠 멋있지?
" 완전! 진짜 축하해. "
내 말에 김동혁이 킥킥 웃었다. 역시. 넌 이렇게 축하해줄 거 같았어.
어릴 적부터 글을 쓰는 걸 좋아했던 김동혁은 늘 장난처럼 내게 말했었다. 너 두고봐. 10년 뒤에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저자 김동혁'이 적힌 책을 꼭 보게 될 거야. 선전포고를 하듯 비장하게 말하는 김동혁의 말에 그 때의 나는 늘 웃으며 김동혁을 향해 혀를 살짝 내밀었었다. 책은 아무나 쓰는 건줄 알아?
물론 벌써 베스트셀러가 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동혁이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정말로 축하해. 계속해서 축하한다는 말을 반복하던 중에, 스치듯 그 때의 내 꿈도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잊고 있던 것을 기억하게 된 이후로 '미술'은 이렇게 내 머리 속을 불현듯 어지럽혔다.
" 동혁아. "
- 엉?
" 나 얼마 전에 창고에서 이젤이랑, 내가 예전에 그렸던 그림 봤다? "
- 갑자기 이젤이랑 그림 얘긴 뭐야.
너 미술 다시 시작해? 김동혁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아니, 하고 답했다. 그냥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찾아봤었어. 내 말에 김동혁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 그러고보면 너 미술 관둔지도 꽤 됐네.
" 몇 년은 지났지. "
-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 물음에 앉았던 몸을 다시 벌러덩 뒤로 눕혔다. 한 손으로 휴대폰을 귀에 댄 채로 새하얀 천장만 올려다보았다. 모르겠어….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하고 끝을 흐리며 답했다. 내 망설이는 대답을 들은 김동혁이 꽤나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 다시 해보는 건 어때?
아직 늦은 건 아니잖아. 김동혁의 말에 음…. 하고 의미 없는 소리를 흘렸다. 내가 먼저 꺼낸 이야기였지만 딱히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한 탓에, 잠깐 머뭇거리다가 김동혁에게 괜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 돌 선물로 언니한테 보냈던 옷은 잘 맞대? 딴 얘기로 넘어간 내 질문에 김동혁이 내 마음을 대충 눈치챈 건지 웃으며 답했다.
- 야. 말도 마.
" 왜? "
- 처음엔 옷이 클 줄 알았는데, 막상 입혀보니까 너무 작더라.
" 뭐? "
- 우리 조카가 워낙 잘 먹고 쑥쑥 커서 말야.
웃으며 말하는 김동혁의 말에 나도 함께 웃음이 터져버렸다. 아, 뭐야. 엄청 열심히 고른 옷이었는데. 조금은 풀이 죽은 내 말에 김동혁이 킥킥댔다. 괜찮아. 나중에 동생 생기면 입히겠지, 뭐.
- 아, 내 휴대폰이 아니라서 더 오래는 통화 못 하겠다. 나중에 집에 가면 전화할게.
" 알았어. "
짧았던 통화가 끊기고 휴대폰을 그대로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침대 바로 옆 서랍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위에는 몇일 전에 창고에서 가져왔던 붓이 올려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붓을 잡아 내 쪽으로 가져왔다. 물끄러미 그 붓을 올려다보다가, 한 손으로 붓을 잡곤 예전에 했던 것처럼 손목을 살짝 움직여보았다. 꼭 깡통 로봇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로 들리는 건 아니었지만,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은 느낌에 붓을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다시 서랍장 위에 붓을 내려놓곤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씨이…. 입술을 잠깐 삐죽이다가, 복잡해지는 머리에 옆에 있던 베개를 들어서 얼굴 위를 덮었다.
♡
안녕! uriel 입니다
새삼스럽게 지원이가 참 잘생겼네요! ♡ 오늘 쇼미더머니 재방을 봐서 그런가.. 지원이와 아가씨로는 참 오랜만인 것 같아요! 이러다 아가씨 일주일에 한 편 들고오겠어.. ☆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텀이 생기게 되었네요 ㅠ_ㅠ 아가씨를 써야지 마음을 먹으면서도 아가씨 결말에 대한 생각, 뭐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이나 잡다한 일들 때문에 자꾸 미루고 미루고.. ☆★
오늘은 글을 좀 일찍 올리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또 2시가 되었네요 엉엉.. 제 이쁜이들은 주무시겠죠?
암호닉은 다음 편에 정리해서 올게요! 언제든 암호닉 신청은 받고 있으니 주저없이 신청해주세요! <>안에 원하는 암호닉을 넣으신 뒤, 가장 최근의 글에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혹시나 제 부주의로 빠트리신 분이 있으면 그것 또한 언제든 알려주세요 ㅠ_ㅠ♡
오늘 편을 요약하자면 바비가 아닌 김지원의 고백과 여주의 고뇌..? ★☆
무튼 오늘도 잘 자요♡ 사랑해요 쪽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