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iKON!
지금부터 당신에게 7인 7색, 7가지 상황을 보여드립니다.
①
B.I (본명 김한빈) 20세
유리 문에 붙어있던 종이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얼마 없는 손님들 사이로 빈자리를 찾기 위해 카페 안을 둘러보다가 가장 따뜻해보이는 곳으로 한빈이를 이끌었다. 폭신거리는 쇼파에 앉은 뒤 쿠션을 품에 안자 한빈이가 웃으며 내게 물었다.
“뭐 마실래? 주문하고 올게.”
“나는 아메리카노.”
“커피?”
“응.”
“어쩐 일이야. 커피는 입에 잘 안 대면서.”
한빈이의 말에 품에 안은 쿠션 위로 고개를 올리며 답했다. 졸려서 그래. 웅얼거리는 내 대답에 한빈이가 피식 웃곤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한빈이가 쟁반 위에 음료 두 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테이블 위로 쟁반을 내려놓은 한빈이는 익숙한 듯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내 앞으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놓아준 한빈이는 제 앞으로 딸기 주스를 가져갔다. 한빈이의 음료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내쪽으로 조금 당기자 한빈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날 바라보며 웃었다.
“커피 마신다며?”
“응. 마실 거야.”
“근데 내 주스는 왜 네 쪽으로 당겨?”
맛있어 보여서.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내 대답에 피실 웃음을 흘린 한빈이는 주스를 내쪽으로 조금 더 밀어주었다. 웃으며 한빈이가 아직 입을 대지 않은 빨대로 주스를 쭉 빨아당겼다. 달콤하고도 새콤한 맛에 살짝 인상을 쓰곤 빨대에서 입을 뗐다. 이제 됐다는 의미로 주스를 다시 한빈이 쪽으로 밀자, 한빈이가 웃으며 조금 전 내가 마시던 그 빨대로 주스를 한 모금 쭉 들이켰다.
내 앞에 놓여진 아메리카노는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꽤나 오랜 시간을 한빈이와 마주보고 앉아 조잘댔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전날 밤에 잠잘 때를 놓쳐서 너무 늦게 잔 탓인지 커피를 마셔도 자꾸만 졸음이 밀려왔다. 게다가 히터까지 빵빵하게 나오는 자리라 그런지 유독더 잠이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뭐라고 얘기하는 한빈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던 내 눈이 조금씩 감기기 시작했다. 천천히 눈꺼풀이 내려오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앞으로 살짝 꾸벅. 밀려오는 잠에서 깨기 위해 애써 눈을 비비며 한빈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한빈이가 피식 웃었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아무리 참아보려고 해도 자꾸만 감겨오는 눈꺼풀을 막을 수가 없었다. 다시 한 번 눈이 스르륵 감기고 내 머리를 받치고 있던 쿠션을 베개 삼아 잠에 빠지려던 그 때, 입으로 내는 똑! 하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손길 하나가 내 머리 위로 닿아왔다.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는 한빈이의 손길에 졸린 눈을 겨우 떠서 한빈이를 바라보자, 한빈이는 한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웃음을 머금은 그 눈은 반달처럼 예쁘게 휘어있었다.
“으이구.”
“…….”
“우리 여보, 졸려?”
②
송윤형 21세
피실 피실 웃으며 자리로 돌아오자 만화책을 읽고 있던 송윤형이 책을 책상 위로 내려놓으며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렇게 웃어? 하고 묻는 물음에 송윤형의 옆자리인 내 자리의 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았다.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들어서.”
“무슨 얘기?”
“네 얘기.”
“나?”
“응.”
윤형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피실 웃음이 새어나오는 말이었다. 고개를 돌려 뭔데? 하고 되묻는 윤형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김유진이 네가 날 좋아하는 것 같대.”
“어?”
“완전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않아?”
피실 웃으며 하는 내 말에 송윤형이 잠깐 날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네가 생각해도 어이 없지? 웃으며 묻는 내 말에 송윤형이 날 바라보던 시선을 거둬서 아직 덮지 않은 만화책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런 윤형이에게서 시선을 옮겨 서랍 안으로 손을 넣었다. 다음 수업 시간은 물리였다. 서랍에 넣어둔 책을 모두 꺼내 게중에서 파란색 표지의 물리 책만 책상 위로 꺼냈다. 저번 수업이 끝난 곳을 찾아 책을 넘기던 그 때, 갑작스럽게 송윤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아니라고 생각해?”
“…어?”
“왜 아니라고 생각하냐고.”
윤형이의 말에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자 윤형이는 여전히 만화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내게 물었다. 순간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 몰라서 멍하니 윤형이만 바라보다가, 어…. 하는 바보 같은 소리만 흘렸다. 대답 없는 내 모습에 나를 힐끔 한 번 바라본 송윤형이 피실 웃음을 흘리곤 다시 만화책에 집중했다.
물리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도무지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엔 송윤형이 장난을 친 건가…?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장난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조금 전 윤형이가 했던 말이 자꾸만 신경쓰이고, 머리에 맴돌았다. 왜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게. 난 왜 당연하다는 듯 아니라고 생각한 거지. 어…. 근데 사실일 리가 없잖아.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지던 수업시간은 잡다한 생각 덕분인지 금세 끝이 났다. 쉬는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머리를 꽉꽉 채우고 있던 생각들이 탁 풀리는 느낌과 함께 온몸에 힘이 빠졌다. 아, 오랜만에 머리를 썼더니 힘들어. 책상 위에 팔을 올려 턱을 괴곤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옆을 힐끔, 바라보자 송윤형은 기지개를 쭉 켜곤 날 바라보며 웃었다.
“야. 잠 깨.”
잠에서 깨라는 듯 내 등을 툭 두드린 송윤형의 손길에 살짝 인상을 쓰곤 송윤형을 바라보았다. 아파. 때리지 마. 내 말에도 송윤형은 평소와 다름 없이 내 등을 툭툭 두드리며 장난을 걸었다. 그러다 갑자기 두드리는 걸 멈춘 송윤형이 제 필통 안에 있던 작은 포스트잇 하나를 제쪽으로 당겼다. 뭐라고 펜으로 작게 글씨를 쓴 송윤형은 그대로 그 포스트잇을 떼서 내 이마 위에 꾹 눌러 붙였다. 갑작스러운 송윤형의 손길과 함께 반쯤 가려진 내 시야에 인상을 쓰곤 이마에 붙은 포스트잇을 뗐다. 포스트잇 위에는 '잠만보' 세 글자가 적혀져 있었다.
“아, 뭐야.”
“뭐긴 뭐야. 너 잠만보라고 이름 써두는 거지.”
“하지 마. 나 오랜만에 수업 시간에 머리를 썼더니 완전 피곤해.”
비록 공부를 하는 데에 머리를 쓴 건 아니었지만. 뭐, 그래도 머리를 쓰긴 쓴 거니까.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은 송윤형은 싫은데, 하는 얄미운 목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포스트잇에 뭐라고 글을 적었다. 힘이 있었다면 포스트잇을 뺏어서 송윤형이 장난을 못 치게 했겠지만 지금 조금이라도 힘을 더 뺐다간 아무래도 다음 수업 시간에는 꿀잠을 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을 쓰곤 저를 바라보는 내 행동에도 송윤형은 꿋꿋하게 뭐라고 한마디를 쓴 새로운 포스트잇을 다시 내 이마에 꾹 눌러 붙였다.
하지 마아, 하는 말과 함께 포스트잇을 떼자 이번에는 '바보' 하고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화낸다.”
짜증 섞인 내 말에 송윤형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곤 아랑곳하지 않고 포스트잇 위에다가 또 뭐라고 글을 적기 시작했다. 아, 또 나한테 붙이면 진짜 죽어. 내 말에도 송윤형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퍽이나 무섭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다시 포스트잇 한 장을 떼어낸 송윤형은 익숙한 일을 하는 듯 내 이마에 또 포스트잇을 꾹 눌러 붙였다.
“아, 진짜! 그만 하랬지!”
결국 참고 있던 짜증이 폭발해버렸다. 신경질적으로 이마에 붙은 포스트잇을 떼어내며 짜증을 냈다.
“나 진짜로 피곤하….”
뭐라고 송윤형을 향해 화를 내던 내 말이 순간 막혔다. 세번째로 이마에서 떼어낸 포스트잇에는 삐뚤삐뚤한 송윤형 특유의 글씨체로 짧게 한 마디가 적혀져 있었다. 작은 노란색 종이에 적힌 세글자를 본 그 순간 뭔가에 맞은 것처럼 심장이 쿵, 하는 느낌이 들었다.
'좋아해.'
③
구준회 19세
체육 시간은 정말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게다가 겨울의 체육 시간은 더더욱. 수업 대신 주어진 자유 시간에 체육 선생님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들이 새어나왔다.
“그냥 교실 가서 쉬면 안 돼요?”
“그건 안 돼.”
선생님의 단호한 말에 입술을 삐죽였다. 어차피 쉴 건데 교실에 가는 건 대체 왜 안 되는 거야…. 혼자 칭얼대며 여자 친구들과 함께 체육관 끝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유 시간이라는 말에 남자 아이들은 팀을 나눠 농구 게임을 하려는 듯 농구 공을 꺼내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앞에 앉은 친구를 향해 물었다.
“다음 시간은 뭐야?”
“수학.”
“으…. 체육도 싫은데 수학은 더 싫어.”
“나도. 차라리 체육을 두 시간 했으면 좋겠다. 좀 춥긴 해도 아무 것도 안 해도 되잖아.”
친구의 말에 킥킥 웃으며 무릎을 굽혀 팔로 감싸 안았다. 긴팔 체육복이 조금 두껍긴 했지만 겨울의 체육관 온도를 버티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는 듯했다. 팀을 나누는 듯 둥글게 서있는 남자 아이들을 바라보던 내 시선에 구준회의 모습이 보였다.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린 채로 한 팔로는 농구공을 감싸 든 구준회의 표정은 무심하면서도 조금은 흥분이 묻어있는 듯 했다. 저 농구쟁이. 그런 준회를 바라보던 내 입가에 나도 모르게 피실 피실 웃음이 피어올랐다.
이거 봐. 친구의 말에 준회를 바라보던 시선을 옮겨 친구를 바라보자 호오, 하고 공기를 내뱉은 친구에게서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입김 난다. 용 같아.”
“날이 진짜 춥나봐.”
대답과 함께 몸을 조금 더 웅크렸다. 입김이 나는 걸 눈으로 보자 왠지 이 곳이 조금 더 춥게만 느껴졌다. 팔로 다리 위를 쓸며 웅얼거렸다.
“추워. 아, 추워, 추워.”
“나도.”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꽁꽁 얼어서. 내 말에 친구가 킥킥 웃음을 흘리며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갑작스럽게 웅크린 내 위로 뭔가가 덮어졌다. 손을 들어서 내 머리 위를 덮은 것을 끌어내리자 내가 입고 있는 체육복과 똑같은 체육복 상의가 눈에 들어왔다. 왼쪽 가슴팍에는 노란 실로 구준회, 하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순간 놀란 것도 잠시, 옷을 바라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자 무심한 표정의 구준회와 눈이 마주쳤다.
“덮어.”
“어?”
“춥다며.”
“…….”
“아무리 그래도 추워 죽는 건 좀 아니다.”
그렇게 한 마디를 던진 구준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몸을 돌려 남자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허얼, 하는 친구의 목소리와 함께 멍한 표정으로 구준회를 바라보자 구준회는 품에 안은 농구공을 남자아이들에게 던지며 소리쳤다. 야, 뭐 해? 시작해!
멍한 표정으로 농구를 시작하는 준회의 모습만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피실 피실 웃으며 다시 한 번 준회가 던져준 체육복으로 시선을 옮겼다. 체육복에서는 구준회와 안 어울리는 듯 어울리는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기가 풍겼다.
④
바비 (본명 김지원) 21세
한적한 주말 오후. 김지원과 나란히 쇼파에 앉아 볼 거 없는 티비 채널만 돌렸다. 보고 싶은 거 있어? 김지원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재미 없어.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김지원이 리모콘을 쇼파 한 쪽으로 던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밤 내기 할래?”
“갑자기 무슨 딱밤 내기?”
“그냥. 심심하잖아.”
내 말에 김지원이 그렇긴 하다는 듯 피실 웃으며 답했다. 그러지 뭐. 그 말에 쇼파 등받이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김지원 쪽으로 몸을 틀었다. 다리를 올려 쇼파 위로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뒤 김지원을 바라보며 주먹 쥔 손을 내밀었다.
“묵찌빠 해.”
“이기는 사람이 지는 사람 이마에 딱밤, 콜?”
“완전 콜!”
콜! 하고 외친 내 말에 김지원이 피식 웃으며 내쪽으로 몸을 틀곤 주먹 쥔 손을 내밀었다. 가위 바위 보, 하는 내 말과 함께 김지원과 내 손이 바꼈다. 나는 보자기, 김지원은 주먹. 우선은 주도권을 잡은 내가 김지원을 바라보며 씩 웃자 김지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김지원과 나 사이에 조용한 정적이 이어지고, 잠깐 눈치를 보던 내가 묵! 하는 소리와 함께 손을 바꿨다. 그리고 덩달아서 김지원의 손 또한 보자기로 바꼈다.
“얼라리요. 내가 이겼네.”
“아, 망했어.”
“참고로 난 묵찌빠 진짜 잘해.”
“진짜?”
“엉. 지금까지 한 번도 져본 적 없어.”
거짓말. 못 믿겠다는 듯한 내 말에 김지원이 진짠데? 하며 피실 피실 웃었다. 눈이 예쁘게 접힌 채로 킥킥 웃음을 흘리는 김지원의 모습에 왠지 모를 긴장이 밀려와 괜히 칭얼거리듯 말했다. 얼른 해, 얼른. 내 말에 김지원이 웃으며 잠깐동안 물끄러미 날 바라보았다.
또 조금 이어진 정적 뒤에 김지원이 묵, 하는 말과 함께 주먹으로 손을 바꿨다. 그리고 김지원의 목소리와 함께 덩달아 바뀐 내 손의 모양 또한 주먹을 만들었다.
“아!”
“거 봐. 내가 이긴댔지.”
“말도 안 돼. 어떻게 이긴 거야?”
내 말에 김지원이 제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 감이지. 운도 좀 따라줘야 하고. 이 오빠가 원래 운이 좀 좋잖아. 그 말에 입술을 삐죽이며 이마 위를 덮고 있던 앞머리를 옆으로 살짝 넘겼다. 몸을 김지원쪽으로 조금 내밀곤 눈을 꼭 감으며 말했다.
“자. 때려.”
“진짜 때려?”
“그럼 가짜로 때리는 것도 있어?”
“아플 텐데.”
“괜찮아. 아픈 만큼 나도 나중에 너 때릴 거야.”
내 말에 김지원이 그럼 나 진짜 세게 때리고 도망가야겠네, 하고 장난스러운 말을 해왔다. 빨리 때리기나 해. 약간은 겁이 섞인 목소리로 칭얼대는 내 목소리에 킥킥 웃음을 흘린 김지원의 손이 내 이마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얘는 진짜 세게 때릴 거 같아. 곧 느껴질 아픔에 몸을 작게 움츠렸다. 이마로 모든 신경이 집중되는 기분이었다. 꼭 땀이 날 것만 같은 긴장 속, 분명 진작에 때리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내 이마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뭐야. 의아한 느낌에 감은 눈을 살짝 뜨자 한 손을 내 이마로 가져온 채로 날 바라보며 손을 일부러 작게 부들부들 떨던 김지원은 갑작스럽게 손바닥으로 내 머리를 꽤나 격하게 헝크러트렸다.
“아오.”
“뭐야!”
긴장이 풀리며 김지원의 손길에 뭐야, 하고 칭얼대자 김지원이 웃으며 계속해서 내 머리를 헝크러트리곤 말했다.
“때릴 곳이 없다.”
⑤
정찬우 18세
나는 늘 10시 10분에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치고 몸을 일으켰다. 느긋하게 가방을 챙기곤 독서실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 남자 아이는 늘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렸다. 20분 즈음에 엘리베이터가 내가 있는 5층에 도착하고, 내가 먼저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실으면 그 아이는 나를 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실었다. 무심하게 앞만 보는 그 아이를 힐끔 바라보곤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내 옆에 선 그 아이는 키가 참 컸다.
“저기요.”
“…에? 네?”
“혹시 사탕 좋아해요?”
갑작스러운 그 남자 아이의 말에 순간 놀라서 멍하니 그 아이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곤 아, 하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긴 하는데…. 말끝을 흐리는 내 대답에 잠깐 날 바라보던 그 아이는 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잠깐 뒤적인 끝에 막대 사탕 하나를 꺼내든 아이는 내게로 막대 사탕을 내밀었다. 신기하게도 막대 사탕은 내가 좋아하는 딸기맛 사탕이었다.
“먹어요.”
그 아이의 말에 조심스럽게 사탕을 받아들자 그 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그 아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엘리베이터의 문이 다시 닫힐 때 즈음, 겨우 정신을 차리곤 엘리베이터에서 뛰어 나왔다. 뭐야. 이 사탕은…. 손에 쥔 딸기맛 사탕만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갑작스럽게 피실 웃음이 나왔다. 사탕은 주머니 속에 꽤나 오랜 시간 있었던 건지 따뜻했다.
사탕을 받은 그 다음 날부터 4일간은 독서실에 가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오른 감기 몸살 때문에 몇 일을 꼼짝 없이 집에서 끙끙 앓기만 했다. 약도 먹고, 링거도 맞고, 갖은 노력 끝에 겨우 감기를 떼어내곤 5일째 부턴 다시 평소와 다름 없이 독서실로 향했다. 고3에게 하루 하루는 참 중요했다. 4일 쉬었으니까 됐지, 뭐. 괜히 스스로를 위로하며 독서실의 익숙한 자리에 몸을 앉혔다.
10시 10분이 되고 공부하던 책을 덮었다. 가방에 필요한 책 두 개만 정리해서 넣곤 독서실 스탠드의 불을 껐다. 신발을 갈아 신고 독서실 밖으로 나오자 5일 전에도, 그리고 그 전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그 남자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 아무런 말도 없이 가서 서자 앞을 보고 있던 그 아이는 힐끔 날 바라보았다.
때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내가 먼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는 그 아이의 명찰로 우연히 내 시선이 닿았다. 정찬우. 찬우…. 이름 예쁘다. 찬우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온 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늘 그렇듯 우리 둘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괜히 가방 끈을 만지작거리던 그 때, 갑작스럽게 옆에서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몇일동안 왜 안 왔어요?”
생각치도 못 한 질문에 고개를 들어 찬우를 바라보았다. 늘 앞을 보고 있던 찬우는 웬일인지 날 내려다보고 있었고, 찬우와 내 시선이 닿았다. 처음으로 마주친 시선에 눈을 피했는데도 찬우는 여전히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려 괜히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는 내게 찬우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20분 넘으면 없을까봐 매일 뛰어왔는데.”
그런 찬우의 말에 놀란 내 눈이 커졌다가 금세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힐끔, 고개를 돌려 찬우를 바라보곤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작게 답했다.
“좀 아팠어.”
“아팠어요?”
“…응.”
“지금은 괜찮아요?”
찬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찬우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누나 이제 안 오는 건줄 알고 걱정했어요.”
“…….”
“다행이다. 아픈 것도 나아서 다행이고, 이렇게 다시 본 것도.”
⑥
김진환 22세
오빠라는 놈은 정말이지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었다. 시험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지금, 방에서 동생이 공부를 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오빠는 제 친구들을 몇 명이나 데리고 우리 집으로 놀러 왔다. 아, 진짜….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결국 잡고 있던 샤프를 던지듯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옆에 뒤집어 두었던 휴대폰을 들어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오빠는 전화를 받는 것 대신 내 방문을 열어 젖혔다. 갑작스럽게 열린 방문에 놀라서 뒤를 확 돌아보자 오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왜.”
전화를 받으면 될 걸 왜 남의 방 문을 노크도 없이 활짝 여는 거야! 오빠의 행동에 살짝 인상을 쓰고 오빠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빠를 바라보던 내 시선이 오빠의 뒤에 있던 오빠 친구 한 명과 마주쳤다. 그 오빠는 날 바라보며 꽤나 재미있는 광경이라는 듯 웃고 있었다. 가슴이 간질거리는 느낌도 잠시, 오빠를 바라보며 칭얼대듯 말했다.
“나 공부 하잖아.”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친구들이랑 밖에서 놀면 안 돼?”
울상이 되어선 찡얼거리는 내 말에 오빠가 못마땅하다는 듯 날 잠깐 바라보다가 알았어, 하곤 내 방문을 닫았다. 한숨을 푹 내쉬곤 조금 전 던졌던 샤프를 다시 팔을 뻗어 잡았다. 부러진 샤프심을 꺼내기 위해 샤프를 몇 번 딸각였다. 겨우 조금 전처럼 마음을 다 잡곤 수학 문제를 하나 풀기 시작했다. n이 자연수일 때….
어렵지 않은 한 문제를 풀어낸 뒤 다음 문제로 넘어가려던 그 때, 오빠와 친구들이 나가는 건지 현관 쪽에서 신발을 신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다시 한 번 내 방문이 열렸다. 또 오빠일까 싶어서 인상을 쓰고 고개를 돌리자 우리 오빠가 아닌 조금 전 봤던 오빠의 친구가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날 바라보곤 웃었다.
“미안. 시끄러웠지?”
“…….”
“애기야! 공부 열심히 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 마디를 던진 그 오빠는 눈이 접히도록 예쁘게 웃으며 조심스럽게 내 방문을 닫았다. 달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순간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애기? 나보고 한 말이지? 세상에나. 다시 수학 문제를 바라보던 내 마음이 조금 전보다 빠르게 콩닥콩닥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시내에 도착했다.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건물 앞에 서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든 그 때, 익숙한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친구들과 웃으며 거리를 걷던 그 오빠는 전에 날 보고 애기라고 불렀던 그 오빠였다. 고개를 돌리다가 저를 바라보는 나와 순간 눈이 마주친 오빠는 어! 하고 나를 바라보고 아는 척을 해왔다.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오빠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자 가볍게 달려 내 앞으로 다가온 오빠가 웃으며 날 향해 인사했다.
“애기!”
“…네?”
“맞지? 그 때 그 애기.”
“…….”
“여기서 또 보네.”
오빠의 말에 오빠의 옆에 서있던 다른 친구들이 오빠를 보며 오, 하는 환호를 보냈다. 은근한 친구들의 목소리에 오빠는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얘 상훈이 동생이야.”
“아.”
“완전 애기지?”
귀엽다는 듯 날 바라보며 말하는 오빠의 말에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볼이 조금씩 붉어지는 느낌과 함께 나도 모르게 바닥으로 고개를 살짝 숙여 아무 것도 없는 땅만 바라보았다. 아, 하는 목소리와 함께 그제서야 뭔가 생각이 난 듯 제 주머니를 뒤지던 오빠는 내게 제 휴대폰을 내밀었다.
“번호.”
“…번호요?”
“응. 휴대폰 번호.”
당연하다는 듯 번호를 달라며 휴대폰을 흔드는 오빠에게서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건네 받았다. 내 휴대폰 11자리를 꾹꾹 누르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다시 내밀자 오빠가 웃으며 그 자리에서 내 번호를 저장했다. 뭐라고 저장을 했을까 궁금한 마음에 휴대폰 화면을 힐끔, 바라보자 휴대폰 화면에는 다섯 글자가 적혀 있었다.
'쪼꼬미 애기'
⑦
김동혁 19세
오늘은 화이트 데이. 남들에게는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특별한 날이라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특별한 날이었다. 1년동안 이어진 짝사랑을 고백하기로 마음을 먹은 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선 나는 학교 근처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가득 진열된 사탕들을 쭉 훑어본 나는 작게 인상을 썼다. 대체 사탕은 왜 이렇게 종류가 많은 거야…. 김동혁의 친한 친구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김동혁은 이 동그란 사탕을 좋아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동그란 사탕을 사리라 마음을 먹었더니 맛은 또 왜 이렇게 다양한 건지.
잠깐 고민을 하던 나는 결국 사과맛 사탕이 여러개 묶인 세트를 집어들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사과맛을 좋아하니까. 어차피 김동혁이 좋아하는 건 어떤 맛인지 모르니까 뭘 골라도 똑같을 거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가방 안에 사탕을 숨기곤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내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남자 아이가 내게 다가와서 사탕을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너 줄 건 없어. 내 말에 친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날 바라보곤 피실 웃었다. 내 옆에 서있던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금세 내게서 떠나갔다. 그리고 나는, 가방 안에 넣어두었던 사과맛 사탕을 꺼낸 뒤 1분단 맨 뒤에 앉아있는 김동혁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하자. 고백! 1년동안 혼자 한 짝사랑은 너무나도 길었다. 차이면 차이는 거고! 잘 되면, 잘 되면…. 괜히 새어나오는 웃음을 꾹꾹 누르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동혁이에게로 다가갔다. 제 옆에 멈춰선 날 느낀 김동혁은 귀에 끼워두었던 이어폰을 빼곤 날 바라보았다.
“이거….”
“나 주는 거야?”
“응.”
고개를 끄덕이며 사탕을 내밀자 김동혁이 웃으며 내가 내민 사탕을 받아들었다. 와, 나 이 사탕 제일 좋아하는데. 김동혁의 말에 작게 웃으며 말했다.
“저기, 있잖아….”
“어?”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나는 김동혁을 바라보던 시선을 떨궈 바닥만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해.”
내 말에 김동혁이 나를 빤히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잠깐 물끄러미 날 바라보던 김동혁은 특유의 예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답했다.
“휴대폰 번호 뭐야?”
“어…?”
“네 번호 없어서. 휴대폰 번호 줘.”
제 휴대폰을 내밀며 말하는 김동혁의 말에 조심스럽게 김동혁의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내 번호를 꾹꾹 누르고 다시 김동혁에게 휴대폰을 건네자 김동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저녁에 카톡 할게.”
“아….”
“씹지 말고 답해줘.”
웃으며 말하는 김동혁의 말에 나도 덩달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할 대답은 없었지만 그래도 당장 대놓고 차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결국 고백 했어! 심장이 터질 듯한 느낌에 겨우 걸음을 옮기는 내 뒤로 우리 반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뭐야. 김동혁 사탕 받았냐?”
“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이거.”
“하필 사과맛이냐. 너 포도맛 제일 좋아하잖아. ”
이크…. 포도맛이구나. 들려오는 말에 괜히 걸음을 늦추던 내 귀에 동혁이의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냐.”
“아냐?”
“오늘부턴 사과맛.”
설렐 수 밖에 없는 7명의 남자, 7가지 상황
1:김한빈
2:송윤형
3:구준회
4:김지원
5:정찬우
6:김진환
7:김동혁
당신의 선택은? ( )
사담은 여기에! |
안녕! uriel입니다! 이건, 음, 어쩌다가 보게 된 설레는 일화를 바탕으로 쓴 빙의글이에요! 각각의 설레는 일화에 조금씩 살을 붙인 건데, 제 기준에서 애들에게 어울리는 걸로 써봤어요 좀 어울리나요? 아닌가? 아님 말구 (쭈굴) 이제보니 제목부터 패기 넘치네요 저.. 설렘을 느끼고 싶으세요? 어서 느껴봐요! 느끼라구요! 설렘을! 울 애기들이 그런다구 생각해봐!!!! (강요) 흐흐 ㅎ_ㅎ 여러분의 선택은 누구인가요? 1~7, 제 이쁜이들은 누굴 선택할까요? 한 명만 꼽을 수 없다는 거 알지만, 한 명을 고르라면 여러분의 선택은? ♡ 제 독자님들의 선택을 궁금해하며 저는 이렇게 갑니다 *_* 내일 설 연휴에요! 1월 1일에도 말씀 드린 거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많이 잡으시고 많이 만드시고! 설이라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실 텐데 너무 많이 드시다가 체하고 그러면 안 돼요 ㅠ_ㅠ 조심 또 조심! 감기도 안 걸리게 조심하구.. 어.. 또.. 엄.. 저 왜 잔소리 이렇게 많이 하죠? 엄마의 마음인가..☆ 여튼! 다들 설 잘 보내길 바라요! 제 마음 아시죠? 하트! 하트 또 하트!♡
오늘도 유트루님의 인사와 함께! 저와! 여러분은! 모두모두~ 소중합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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